제가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 해 드릴까요?
한 소년이 그 큰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그러자 그 옆에 앉아 있던 남자는 가냘파 보이는 허리를 곧게 세워 기지개를 핀 뒤, 지루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소년을 쳐다 보았다. 사탕을 물고 있는 그의 입 안에선 동그란 알 사탕이 굴러가는 달그락 소리가 작은 소음처럼 들려왔고, 알 사탕 안에서 풍기는 달콤한 향
이 소년의 코 끝을 자극 했다.
글쎄, 넌 거짓말쟁이라서 재미없어.
입 안에서 알 사탕을 굴리던 그가 말했다. 그러자 소년이 심통이 난 듯 입을 삐죽이며 ‘거짓말이 때론 사탕보다 달콤하다는걸 모르시네요.’ 라며 비아냥 대었
다. 그는 신경 쓰이지 않는다는 듯 다 녹은 사탕을 오도독 소리 나게 씹어 삼키더니, 한 켠에 작게 먼지가 쌓인 사탕 통을 꺼내어 새로운 알 사탕 하나를 꺼내
제 입 속에 집어 넣었다.
그러자 다시 그의 입 안에선 달그락 거리는 소음이 들려왔다. 딱, 적막과 고요를 깨지 않을 만큼의 적당한 소음이였다.
“준영, 거짓말을 싫어해요?”
“세상에 거짓말을 좋아하는 사람이 어딨어.”
“전 좋아해요. 때론 진실보다 더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고 안정을 시켜주잖아요.”
“멍청이, 진실을 알지 못 하면 그건 쓸모가 없어.”
“굳이 자신의 기분을 죄다 망치는 진실을 알아서 뭐해요.”
“세상엔 다 나쁜 진실만 있는게 아냐. 로이, 넌 아직 어리구나.”
“소년이니까요.”
그 말에 준영이 어이 없다는 듯 작게 웃어 보였다. 그러자 로이 역시 짧게 웃어 보이며 준영의 옆에 있는 사탕 통에 제 손을 집어 넣어 작은 알 사탕 하나를 꺼
내 제 입에 넣었다. 도르륵, 로이의 입 안에서도 준영과 같은 소리가 났다.
“전 준영의 진실을 알 것 같아요.”
“또 거짓말을 하려 하는구나.”
“준영은 왜 날 좋아해요?”
로이가 작게 웃었다. 그리고 준영은 당혹스러운 듯 시선을 로이와 맞추지 못 하고 눈알을 도르륵, 굴렸다. 마치 준영의 입에서 맴도는 사탕과도 같은 기분이 들
었다.
“농담.”
“진실이겠죠.”
로이는 확신에 찬 표정을 지었다. 준영의 입 안에는 더 이상 사탕이 움직이는 소리가 나질 않았다. 시간이 멈춰버린 것과도 같이 준영은 아무런 미동 없이 그저
자신의 앞에 있는 소년의 눈을 보고 있을 뿐 이였다. 똑딱 똑딱, 시계 소리가 울렸다. 로이는 제 앞에 있는 준영의 턱을 잡아 사탕 과즙이 가득 묻은 준영의 입술
에 짧게 입을 맞추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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