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윗소로우 - 설레고 있죠
살다보면 이런 날도 있다.
예상치 못한 일이 갑자기 다가오는 그런 날.
"지금 뭐라고 했어요?"
"우결 할 거 같다고. 너."
유명 아이돌은 연애를 할까?
08
w. 복숭아 향기
우리 결혼했어요.
남자 연예인과 여자 연예인이 나와서 가상의 결혼 생활을 하는 예능 프로그램.
꽤나 오랫동안 방영했던 프로그램이자 인기 있는 연예인들이 한 번씩은 해봤다는 바로 그 프로그램 중 하나이다.
하지만 팬들은 절대절대로 좋아하지 않는 프로그램이기도 하지.
그런 우결에 내가 나간다니.
솔로도 아닌 엄연히 남자친구가 있는 내가 우결에 나간다니.
나는 멍한 표정으로 매니저 언니를 바라보았다.
매니저 언니는 계속해서 내 눈치를 보고 있었다.
회사에서 결정 내린 거라는데...
거의 개미가 기어가는 듯한 목소리로 겨우겨우 말을 하는 매니저 언니를 보며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미쳤지. 미쳤어.
그러고보니 회사에서는 내가 지금 너와 교제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김석진과 열애설이 난 지금 그 굴레에서 벗어나기에는 나쁘지 않은 수였다.
어찌보면 해명의 기회가 다시 한 번 더 돌아오는 거 일수도 있었고.
공백기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또 하나의 방법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야.
나 이거 어떻게 말해야 하나...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오는 기분이었다.
왜냐고?
너에게 말을 어떻게 해야할지 도저히 감이 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
너와 나는 서로의 비즈니스를 매우 존중하는 편이었다.
다른 사람들과 커플 무대를 할 때도, 뮤직비디오 촬영에서 커플씬이 있을 때도 그저 허허 웃으며 넘길 뿐 별 다른 말을 하지 않았으니까.
둘 다 몸을 담고 있는 곳이 같은지라 서로 어떤 일을 할 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에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그래서 너는 내가 열애설이 났을 때도 별 다른 말을 하지 않은 것이었다.
사실이 아니라는 걸 아니까.
하지만 이건 조금 달랐다.
열애설도 아니고 결혼을 하는 거잖아.
이제 어떤 예능에 나가도 나는 그 상대방과 연관지어서 이야기가 나올게 너무나도 뻔했다.
그 뿐이랴. 매번 촬영을 할 때마다 상대방이랑 같이 있어야 했다. 너와의 데이트도 잘 하지 못하는데 이게 무슨 일이람.
설상가상으로 프로그램이 방영되는 순간부터 우리는 평소보다 더욱 더 조심해서 만남을 유지해야 했다.
그건 상대방에 대한 배려이자 너에 대한 배려이기도 하니까.
정말 미쳤다.
미쳤어. 어떻게 말을 해야하지.
나는 침대 위를 데굴데굴 굴러다니며 발버둥을 쳤다.
호텔 로고가 붙어있는 이불이 한참동안 꿀렁이다 침대 밑으로 풀썩 떨어졌다.
나는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며 울상을 지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이 있다면 그 어떤 기사도 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나는 아직 상대방이 누군지 모르고 있는 상태였다.
이는 상대방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기사가 나지 않는 이유도 스포를 방지하기 위함이었으니까.
나는 한숨을 내쉬며 침대 위에 아무렇게 널부러져있는 핸드폰을 집어들었다.
홉홉
- 한국간다
- (사진)
- 오랜만에 연습실에서 치킨 먹자
- 나올 수 있어?
하아...
다시 한 번 한숨이 절로 튀어나왔다.
나는 힘없이 몸을 일으키며 의자 위에 있는 겉옷을 집어들었다.
이러는 와중에도 일주일 만에 '만나자'고 말하는 너는 너무나도 반가웠다.
-
"왔어?"
너는 미리 와서 연습을 하고 있던 모양이었다.
거울에는 뽀얀 김이 서려있었고 차가워야 할 연습실 공기는 이미 후끈하게 데워져있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안으로 들어갔다.
쌩얼 가림 용으로 쓴 안경이 쭉 미끄러졌다. 알이 없는 안경이라서 김이 서리거나 그런 일은 생기지 않았다.
"안피곤해?"
"괜찮아."
"괜찮기는."
"너는?"
"응?"
신고 했다며.
아...
나는 다시 한 번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그러고보니 이번 일주일 동안 꽤나 바빴었다.
녹음실 가서 녹음 하랴, 스토커 피해서 여기저기 호텔 옮겨 다니랴, 경찰서에 가서 조사 받으랴 등등 연습실에 들릴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빴었다.
'활동기보다 더 바쁜 거 같아.'
민윤기도 지나가는 말로 한 번 이렇게 말을 했을 정도니까.
나는 거울에 기대 연습실 바닥에 주저앉았다.
너는 그런 나를 바라보다 푸스스 웃으며 내 앞에 쪼그려 앉아서 나를 바라보았다.
그냥 몸 풀려고 한 연습이 아니었나보다.
도착한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너임에도 불구하고 네 이마에는 어느새 땀이 송글송글 맺혀있었다.
나는 손을 내밀어 네 앞머리를 쓸어넘겨주었다. 한동안 보지 못했던 반듯한 네 이마가 드러났다.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지?"
"없었어."
"진짜로?"
"그럼."
아. 있기는 있었다.
이번 콘서트에서 말이야. 김태형이 안무 실수 제대로 했거든. 동선 제대로 안맞춘게 화근이었나봐.
근데 나름 또 경험이 있다고 실수 한 거 티도 안내고 잘하더라. 그거 때문에 진짜 심장 쫄리는 줄 알았어.
안그래도 리프트가 잘 안움직여서 불안불안했었거든.
너는 기다렸다는 듯이 찬찬히 이야기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내 손길을 받으며 살며시 눈을 감은 채로 이야기하는 네 모습은 뭐랄까.
학교 다녀온 뒤에 엄마에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털어놓은 아이의 모습과도 같아보였다.
나는 그런 너를 가만히 바라보며 네 말을 들어주었다.
간간히 네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리액션을 해주기도 했다.
눈을 느릿하게 깜빡이며 말을 하던 너는 그런 나를 바라보다 입꼬리를 말아올리며 내 허벅지를 베고 바닥에 드러누웠다.
나는 네 손에 깍지를 껴잡고 너를 내려보며 같이 웃어주었다.
"너도 말해줘."
"나?"
"나만 말했잖아."
음... 글쎄...
얼마 전에 녹음실 갔는데 김남준이랑 민윤기랑 또 붙어있는 거야.
네 생각도 나고 좀 짜증나서 문 쾅 닫고 그냥 밖으로 나와버렸거든. 근데 두 사람 다 찾으러 올 생각은 하나도 안하더라.
그 날 녹음 끝내야 한다고 바락바락 우긴 건 또 민윤기거든. 늘 있던 일이라 별로 특별하지도 않지만 말이야.
"짜증났겠다."
"그렇지."
"나도 많이 보고싶었겠다."
"그것도 맞아."
너는 손가락으로 내 머리카락 끝을 만지작거리며 나를 올려보았다.
나는 그런 너를 내려보며 입꼬리를 말아올렸다.
치킨 주문은 했어?
진작에 했지.
우리는 그렇게 치킨이 도착했다는 말이 들려올 때까지 서로의 소소한 일상을 주고받았다.
그러는 와중에도 나는 가슴 한 구석이 꽉 막힌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결국 같이 치킨을 먹고 헤어지는 그 순간까지도 나는 너에게 말을 하지 못했다.
내가 다른 사람이랑 우리 결혼했어요 촬영을 시작해야한다는 사실을.
-
씹새끼
- 너 밤샜는데 괜찮?
- 다크 장난 아니던데
남이사 -
안그래도 머리 터질거 같으니까 -
신경 꺼 -
- 신경 써줘도 지랄이야
결국 촬영 당일까지 너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나였다.
나는 거울 속의 나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마음만 같아서는 내 머리카락을 마구 헝클어뜨리고만 싶었다.
하지만 그랬다가는 샵 언니들한테 한 소리 듣기만 하겠지.
'그럴 거면 왜 한다고 했어? 그냥 하기 싫다고 하지.'
내가 하기 싫다고 해서 안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회사에서 이 스케줄을 왜 잡았는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기에 나는 마냥 하기 싫다 거부를 할 수는 없었다.
김석진과의 스캔들을 무마시키려고 잡은 스케줄이었다.
나 뿐만 아니라 김석진 역시도 나름 스캔들 때문에 고생이 많다는 것도 알고 있기에 나는 더더욱 거부를 할 수 없었다.
그래도... 그래도...
나는 울상을 지으며 핸드폰을 그러쥐었다.
홉홉
- 샵이야?
응응 -
너도 오늘 스케줄 있다며 -
- 하
- 가기 싫다
뭔데 그래 -
- 예능 촬영
본방 꼭 봐야지 -
놀려먹을거야 -
나도 지금 스케줄 가기 싫은데...
가기는 싫지만 가야하는 그런 스케줄인데...
눈동자를 데록데록 굴리다 저 멀리서 다가오는 카메라를 보며 입꼬리를 억지로 말아올렸다.
아. 하기 싫은 스케줄 시작이었다.
-
남편분은 어떤 분일 거 같아요?
작가 언니가 던진 질문에 나는 어... 하고 말 끝을 흐리며 머리를 긁적였다.
남편이라니. 아직 얼굴도 모르는데.
스케치북을 들고 있는 작가 언니 표정이 조금 어두워졌다.
나는 얼른 입꼬리를 말아올리며 입을 열었다.
"글쎄요... 우선 좀 신비주의 같은 느낌이랄까요."
신비주의요?
"그냥 어떤 분인지 너무 궁금해요."
이 정도 대답하면 된 거겠지.
그 뒤로 작가 언니는 질문 몇 가지 더 내게 던져주었다.
하나하나 대답을 하다보니 어느새 도착을 한 모양이었다.
나는 입고 있는 원피스 자락을 정리하며 차에서 내렸다. 사람이 많지 않은 공원이었다.
평일 낮이라 그런가. 나는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핸드폰을 꼭 그러쥐었다.
이 길을 따라 쭉 가다보면 남편분을 만나실 수 있을 거에요.
나는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는 작가 언니가 말해준 길을 따라 천천히 걸어갔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때 마다 네 얼굴이 떠올랐다.
지금 너는 뭐하고 있을까. 예능 촬영을 한다고 했으니 스튜디오 안에 있지 않을까.
무슨 예능을 찍는 거 길래 스케줄 가기 싫다고 나한테 말을 했던 걸까. 어떤 일을 하던 행복한 마음으로 대하는 게 예의라고 말을 했던 너인데.
저 멀리 카메라들이 세팅되어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저긴가보다.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안그래도 느렸던 걸음이 점점 더 느려지고 있었다.
카메라 옆에는 작은 벤치가 놓여있었다. 벤치 위에 누군가 앉아있는 모습이 보였다.
저 사람인가.
나는 그 자리에 멈춰서서 숨을 크게 들아마시고 내뱉었다. 진짜. 진짜 시작이구나.
조금만 더 빨리 걸을게요.
작가 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래. 지금 내가 천천히 걷는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벤치 쪽으로 천천히 다가갈수록 그 사람의 실루엣은 점점 더 뚜렷해져갔다.
검은 머리카락에 동글동글한 머리통.
왠지 모르게 낯설지 않은 모습이었다. 내가 아는 사람인가.
가만히 앉아있던 그 사람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뒤를 돌아보았다.
그 사람과 눈이 마주친 순간 나는 다시 한 번 그 자리에 멈춰서버리고 말았다.
지금 내 눈 앞에는 방금 전까지 스케줄 하기 싫다고 찡찡거렸던 네가 지금의 나처럼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
호석이도 오랜만이네요.
유명 아이돌 암호닉도 다시 받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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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리네요.
한동안 날씨가 따듯하다 못해 조금 더웠었는데 비가 내리니까 오히려 기분이 좋아지네요.
나만 그런가요...ㅎㅎ
죄송한 소식이지만 세쌍둥이는 여전히 연재 중지로 놔두겠습니다.
유명 아이돌, 연하남에 심혈을 기울일게요.
오늘도 제 글을 사랑해주시는 분들 감사하고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