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번에 그렇게 진지열매 100개를 섭취하고 글을 올린 터라 저 지금 굉장히, 상당히 민망하고 숨고 싶어요...(눈물) 그렇게 과분한 사랑을 바라고 쓴 글이 아닌데도 많은 분들이 읽어주시고 정성스러운 댓글 남겨주셔서 너무 너무 너무 감사합니다. 정말 몸 둘 바를 모르겠어서...정말로.... (꾸벅♡) 절을 백 번, 천 번 해도 모자르네요.
검은 만년필에 대해서 궁금하신 독자분들이 많으신 것 같아요! 그래서 조금 이르긴 하지만 검은 만년필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약속했던 It's real! 메일링과 함께 검은 만년필 메일링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독방을 자주 못 가는 편인데 어제 오랜만에 들어가서 처음 본 글이 검은 만년필 텍파를 가지고 싶다는 어느 분의 글이어서... 한 분이라도 원하신다면 해드리고 싶어요. 제 글이 대단한 글도 아니구요 허허허. 검은 만년필에 대한 이야기는 조금 길어질 것 같으니 읽고 싶으신 분들만 읽어주세요!
검은 만년필
저번 글의 ‘더보기’를 펼쳐보신 독자분들이라면 어렴풋이 짐작하고 계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얘기해보는 건 처음이라 손이 떨리기도 하고 마음이 무겁기도 하네요. 그래도 제가 의도치 않게 궁금증을 유발하는 말을 해버렸으니...용기 내어 얘기해야죠!
고등학교 3년 내내 가족보다 붙어있는 시간이 더 많았던 친구가 한 명 있었어요. 성격도 잘 맞고, 절 되게 과분하게 좋아했던 아이였어요. 제가 뭘 먹고 싶다거나 어떤 물건을 갖고 싶다고 흘려 말하면 그 다음 날에 가져다 주고, 본인 일보다 제 일이 우선인 친구. 바보 같이 착했다고나 할까. 그냥 사람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구나,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더라구요. 아실지는 모르겠는데 사춘기 되면 한 번씩 주변 친한 친구들한테 겪는 그런 묘한 감정들 있잖아요, 그걸 그 친구는 고3때 저한테 느꼈어요. 가장 친한 친구인 저한테. 직접적으로 말한 건 아니지만 바보가 아닌 이상 눈치챌 수 밖에 없었구요. 제가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건 그냥 기다려주는 일 뿐이었어요. 거리를 두기엔 서로한테 너무 많은 걸 줘버렸고, 너무 많은 걸 알고있고. 또 상당 부분 이상을 의지하고 있었어요. 서로가 서로의 일부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그냥 시간이 약이겠거니 하고 기다리니 차츰 나아지더라구요. 사실은 저 편한 대로 그렇게 믿고 싶었던 걸지도 모르지만.
그 친구는 어머니 없이 아버지와 둘이 살았어요. 근데 바라는 것이 너무 많으셔서 수시 원서를 준비하는 기간에도 그 아이의 의견은 하나도 듣지 않고 터무니 없이 높은 대학에 원서를 넣으라고 강요하셨어요. 성적에 대한 억압이 심했죠. 그래도 하나뿐인 부모님 소원 들어드리겠다고 밤을 새서 공부하고, 학교에서는 쉬는 시간에도 꿈적을 안 하고. 검은 만년필에 나오는 경수의 이미지와 비슷했어요. 사실 이 친구의 19살 때를 생각하며 경수를 그려낸 것이 맞지만. 성격이 참 밝았던 아이인데 어느새 웃음도 잃었더라구요. 그래도 제 앞에서는 억지로라도 입꼬리 올려가며 웃긴 했지만 그게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제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어 더 가슴이 미어졌고.
기말고사 끝나고 다음 날이었나. 평소랑 똑같이 야자를 마치고 집 앞 골목길에서 인사를 했어요. 통 웃질 않던 아이인데 그날따라 되게 환하게 웃더라구요. 그때 인사 하면서 저한테 줬던 쪽지가 아직도 있어요. 원래도 심심하면 편지를 쓰는 게 취미인 친구였지만, 그래서 집에 아직도 편지가 많이 있지만 큰 마음을 먹지 않는 이상 그 쪽지는 꺼내보지는 못 하겠더라구요. 그리고 다음날 학교에 나오지 않았어요. 쭉. 연락을 해봐도 전원은 꺼져있고, 선생님한테 물어봐도 대답을 않으시고. 집에 찾아가보니 아무도 없고. 그때 제 상황이 딱 경수가 학교에 나오지 않았을때 종인이 같았어요. 학교를 마치면 매일 그 아이의 집에 가고, 꺼진 핸드폰에 수백 통을 전화하고. 사실 종인이처럼 저도 알고 있었을지도 몰라요. 쪽지를 읽었을때 뭔가 짐작되는 것이 있긴 했지만 설마 하고 넘겼거든요. 그렇게 얼마 동안을 그 아이를 놓아주지 못 하다가 아버지한테 연락을 받았어요. 그리고 아파트 엘레베이터 CCTV에 찍힌 그 아이를 봤었죠. 7번 정도를 꼭대기까지 오르락, 내리락 하는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정신을 못 차리겠더라구요. 결국 아버지는 쓰러지셨고, 저는 거기서 하루 종일을 울었어요. 그리고 일주일 동안은 학교에 나가질 못했어요. 심리 치료를 받고, 효과도 없는 알약 같은 것에 의존하고. 당신을 아껴주고 사랑해주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그 아이는 세상이 미웠나봐요. 그래서 세상을 버렸어요. 열아홉 살에.
죄책감 같은 게 있었어요. 쪽지를 읽고 나서, 어쩌면 그 아이를 힘들게 만든 건 내가 아닌가. 나 때문은 아닌가. 한참을 이런 생각에 시달리고 있을때 꿈에 나왔어요 친구가. 오래된 꿈이라 잘 기억은 나질 않지만, 그 이후로는 잠도 편하게 잘 수 있었어요. 그리고 더 이상 꿈에서는 볼 수 없었죠. 사실 이제는 얼굴도 잘 기억이 안 나요. 3년 동안 가장 친한 친구였는데 사진 한 장 찍지 못한 게 그렇게 원망스럽더라구요.
요즘 마음이 심란해서 이 친구 생각이 자주 나요. 많이 보고 싶고, 그립고. 그래서 검은 만년필을 끄적거렸고, 이 안에 나오는 종인이와 경수는 어쩌면 19살의 저와 제 친구를 많이 닮아있는지도 몰라요. 앞서 언급했던 쪽지의 내용은, 아주 짧게 요악하자면 너는 참 고맙고 소중한 사람이야, 였어요. 그게 어떤 의미에서의 말인지. 우정인지, 아니면 그 순간까지도 그 친구는 저를 그 이상의 사람으로 보았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네요.
경수의 죽음?
결론적으로 경수는 죽었나. 에 대한 물음이 많은 것 같아요. 사실상 열린 결말이라 독자님들이 생각하기 나름이지만, 암시적인 것들로 따지자면 경수는 죽음을 택한 것이 맞아요. 손목에 있던 붉은 자욱들도, 경수의 다이어리도, 종인이가 두려운 진실을 은폐하고 경수를 놓아주지 못한 부분도, 경수의 어머니와 같이 종인이에게 만년필을 주고 다음 날 없어진 부분도. 하지만 종인이는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김종인에게 도경수는 살아 있었다. 라고 말하죠. 경수의 세상에서 경수는 죽었지만, 종인이의 세상에서 경수는 호흡했어요. 타인의 삶에서 평생을 숨 쉬었으니 경수는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니라고 봐요.
경수는 종인이를 좋아했을까?
경수의 어머니가 경수 생일날 만년필을 주면서 말씀하셨죠. 이거 다 쓰면 더 좋은 거 사줄게. 경수가 그 만년필을 종인이한테 주면서 말했어요. 이거 다 쓰면 내가 너 좋아할게.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서 종인이가 좋아해. 라는 글자를 적은 순간 잉크는 떨어졌어요. 아마 종인이의 세상 속 경수는, 종인이를 좋아한 것이 아닐까요. 닿지는 못 했지만 그 두 사람은 그들의 바다 속에서 영원한 봄을 누렸을 거라 추측합니다.
이 외에 검은 만년필에 관해서 궁금한 것이 있다면 제가 대답해드릴 수 있는 한에서 최선을 다해 답해드리겠습니다. 뭐 대단한 글도 아닌데 이렇게 적어놓으니까 민망하네요.. 이건 오로지 저의 주관적인 해석일 뿐이니 여러분은 그냥 생각하시고 싶은 대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해석에는 답이 없어요!
It's real!
데뷔의 문턱 앞에 선 세훈이와 준면이의 아슬아슬한 이야기, 이지만 아무래도 준면이의 분량이 많았죠? 평소에도 많이 생각했던 거예요. 7년의 연습 기간 동안에 준면이는 어떤 마음 가짐이 있었을까, 얼마나 큰 짐을 떠안았을까. 이런 것들을 바탕으로 감히 그의 과거에 대해서 추측하고 고심하여 쓴 글입니다.
세훈이는 준면이를 동경하지만 사랑했고, 준면이는 세훈이를 동정했지만 사랑했어요. 꿈과 이상의 사이에서 한참을 고민했던 준면이지만, 세훈이는 준면이의 오랜 꿈이 더 소중했기에 용기내어 욕심을 버렸죠. 그리고 준면이도 그런 세훈이의 결정을 웃으며 받아줬고 같이 기다리자고 말했어요. 당시의 그들에겐 그 선택이 가장 현실적이자 옳은 방법이었을 테니까요. 준면이가 기다리자고 한 건 그들의 아주 먼 미래가 아닐까요. 아주 아주 먼 미래. 말뿐인 기약이지만, 두 사람은 그 무언의 약속에 의지하며 오래도록 서로를 동경하고 동정하고, 사랑할 수는 없이 좋아하며 행복하게 살았다, 가 저의 결론입니다.
세준 It's real! 과 카디 검은 만년필 메일링
잇츠 리얼과 검은 만년필 텍파를 만들었어요. 내가 굉장히 아날로그해서 텍파를 어떻게 만드는 지도 몰라서 바보 같이 끙끙거리다가 겨우겨우 만들었다는... 근데 제가 쓴 글을 제가 읽으니 이렇게 못 쓴 글이 있나 싶더라구요. 전 제 글에 대한 애정이 부족해요. 요리 봐도 저리 봐도 맘에 안 들어 '^'
그래서 텍파를 받으시거든, 부디 혼자만 봐주십사 부탁드립니다. 이곳에서 제 글을 읽어주신 분들께만 드리고 싶어요. 물론 나중에 어떻게 또 말이 달라질지 모르지만, 그 전까지는 소장만 해주세요. 그러니까 흔히 말하는 그....공유...그...금........아 여기까지. 제 입으로 말하기 창피해요. 절대 대단한 글이 아닌데 공ㄱ...그 말이 붙으면 뭔가 대단하게 보이는 이런 이상한 심리...누가 왜 공금이냐, 물어보거든 글이 너무나도 모자라서 독자님들의 안구에 먼지가 침착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다, 라고 답해주세요. (진지)
메일링 양식은 [암호닉/받고 싶은 텍파/메일+하고 싶은 말] 입니다. 여태까지 댓글 안 다셨다고 절대 눈치 보거나 하지 마시고 그냥 부담 없이 신청해주셔도 돼요. 쉽게쉽게 다가와주세요. 댓글 귀찮아서 한 번도 단 적 없고 암호닉 따위 없지만 텍파는 갖고 싶으니 텍파 내놔, 하셔도 드릴 겁니다. 그저 혼자만 읽어주세요. 암호닉이 없으시다면 공란, 신청하고 싶으시다면 신청해주셔도 돼요. 받고 싶은 텍파는 둘 다 원하시면 둘 다, 하나만 원하시면 하나만 해드려요! 나는 잇츠 리얼은 맘에 안 들어, 그러니까 검은 만년필만 내놔, 해도 드릴 겁니다. 그저 혼자만 읽어주신다면. (간절) 참고로 둘 다 짧은 글이라 용량이 매우 적어요. 다운 받으시고 나서 열었는데 이게 뭐야? 하실지도 모릅니다. 그럴 땐 과감히 메뉴→삭제하기.
아 그리고 검은 만년필 BGM 물어보셨던 독자님이 계신데, 에피톤 프로젝트의 좁은 문 입니다! 그럼 저는 조만간 다시 찾아 뵐게요, 요즘 날씨 많이 추운데 옷 따숩게 입고 다니세요, 독자님들. 하트...♥
+ 으어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신청해주셔서 메일링이 조금 늦어질 수도 있겠네요ㅠ_ㅠ 최대한 빨리 보내드리겠지만, 늦더라도 너그러이 이해해주세요 엉엉 이번달 내로는 꼭 다 마치겠습니다....아....면목...면목좀 찾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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