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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배경은 홍콩과 마카오에요*
*
"이런 씨이발, 감히 나를 우습게 봐?!"
진주 발을 찢을 듯이 걷으며 비틀대는 걸음으로 들어온 남자는 엄청난 덩치를 자랑했다.
호석과 머리 하나 이상 차이가 나는 커다란 키에 150킬로그램을 육박하는 몸뚱아리는 본능적인 위압감을 자아냈으나,
호석은 되려 미소를 지으며 조금도 위축되지 않는다는 듯 당당하게 남자를 올려다보았다.
"초저녁부터 이게 무슨 소란이지, 비기(Biggie)?"
“오냐, 네가 말로만 듣던 그 포주 놈이로구나. 빡촌을 관리하는 한국 놈들은 다 그렇게 야리야리하게 생겨먹었나 보지?"
"랑랑은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하네. 부하라는 작자가 날마다 홍등가에서 뒹굴고 있는 모양새를 보니 영 걱정이 되어서 말이야."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여유롭게 머리를 쓸어넘긴 호석이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비아냥거리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거구의 백인은 단박에 잭 나이프를 빼 들었다.
“꼭 창부같이 얍실한 꼴을 한 주제에 주둥아리만 잘도 살아 나불대는구나. 여기서 네 목을 따주마."
"저런. 유감이지만 나를 건드리는 순간 문자 그대로 네 머리가 날아갈 텐데 어쩌나.
게다가 이렇게 소란을 피우면서 찾아온 목적은 따로 있잖아? 가져온 돈은 다 써보고 죽어야지 않겠어.”
금방이라도 달려들려는 듯 나이프를 고쳐쥐는 비기를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보던 호석이 몸을 옆으로 피해 틀며 카운터 테이블 아래의 호출 버튼을 슥 눌렀다.
야살스러운 붉은 등이 나란히 켜져 있는 길고 좁은 복도 사방에 설치되어 있던 스피커에서 경극에나 나올 법한 요란한 중국 전통 음악이 퍼져 울렸다.
나이프를 쥔 손에 힘을 빼고 고개를 예민하게 휙휙 돌리며 주위를 확인하던 비기가 복도 끝에서부터 걸어오는 인영을 발견하고 입을 떡 벌렸다.
저거, 지금...
"메, 메이마오?"
"미안해요. 그간 좀 바빠서."
몸에 딱 달라붙는 붉은색 치파오를 입은 그녀가 영업용 미소를 지으며 비기를 향해 가벼운 목례를 했다.
꼬리를 길게 뺀 눈화장 덕에 조금 더 인상이 강렬해진 그녀는 혀를 내어 붉은 립스틱이 칠해진 입술을 가볍게 핥았다.
버건디색 융단 위로 신발을 신지 않은 그녀의 맨발이 수줍게 꼬여 있었다. 비기의 시선이 유백빛 피부에 가 닿았다.
여자에 미친 새끼라면 일이 훨씬 수월하겠군.
꿀꺽,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남자의 목 울대를 흘깃 쳐다본 호석이 경멸을 담아 입꼬리를 뒤틀었다.
"멋진 분이라는 소문이 자자하던데, 만날 기회가 없어 어찌나 섭섭하던지."
눈을 접어 웃으며 조곤조곤 말을 잇는 메이마오는 능숙했다.
호석은 가게가 문을 닫는 시간인 이른 아침, 시가를 피우며 지폐를 세는 그녀를 흥미롭다는 얼굴로 종종 관찰하곤 했다.
그녀는 확실히 이곳에서 일하는 다른 여자들과는 다른 무언가가 있었다. 태생부터 사람을 조련할 줄 알았을 것 같다는 표현을 쓴다면 적합할까.
맨발로 비기의 코 앞까지 다가간 메이마오가 종이에 말아 피우던 대마초를 남자의 입에 물려 주었다.
“따라와요.”
메이마오의 허벅지와 비슷한 굵기의 털이 수북한 팔을 슬쩍 끌어당기자, 남자는 무언가에 홀린 듯이 나이프를 품 안에 얌전히 집어넣고 그녀의 손에 이끌려 복도로 걸어갔다.
비기가 보지 못한 사이에 호석이 메이마오에게 슬쩍 윙크를 날리며 손목시계를 살폈다.
8시 55분, 지금쯤이면 마카오행 페리가 홍콩섬에서 출발했을 시간이었다.
*
“어. 마귀할멈이다.”
“여전히 싹수가 노랗구나, 애새끼.”
어쩌면 저 자식은 저렇게 일관되게 싸가지가 없지?
태형의 부가티를 능숙하게 주차한 탄은 얄미운 얼굴로 건물 앞에서 팔짱을 끼고 있는 정국에게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기가 차다는 듯 피식, 한쪽 입꼬리를 올려 웃은 젊은 총괄인은 탄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태형이 형 차 또 훔쳐탔냐?”
“훔쳐탔냐? 이 새끼가 진짜 뒤지려고-, 누나한테 존댓말 안 써?!”
“누나같은 소리하고 자빠졌네…”
하얀 의사 가운을 벗은 정국이 샐샐 웃으며 탄의 신경을 긁는 동안, 선글라스를 꺼내쓰던 탄은 정국을 처음 만났던 열 아홉의 여름을 떠올렸다.
사격장에 놓인 에어컨이 무색할 정도로 푹푹 찌던 팔월의 중순 쯤이었나, 지금보다 세 배는 더 까칠했던 스물 셋의 민윤기에게 특훈을 받기 시작한 게.
씨발, 대체 몇번을 얘기해야 알아듣냐? 대가리 말고 몸으로 생각해야 총알이 정확한 곳에 박히지.
런닝머신 스피드 높인다. 달려. 더, 더, 더, 더, 더. 야, 정신 안 차려?!
박지민을 봐. 아, 존나. 박지민 하는 걸 잘 좀 보라고!
너 같은 병신은 도무지 못 가르치겠다. 내일부터 나오지 마라.
일년 치의 욕을 한꺼번에 몰아서 들은 듯한 날이었다.
더위를 도무지 견디지 못하는 탄은 유독 그 날의 수업에 집중을 하지 못했고,
저를 향해 장전된 베레타를 겨누고 다른 손으로 출구를 가리키는 윤기의 눈치를 보며 줄레줄레 문 밖으로 막 나가려던 참이었다.
호석이 누군가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사격장 안에 들어왔다. 유독 창백하고 예쁘장한 낯에 무관심한 시선을 던진 탄은, 호석이 데려온 꼬맹이가 당연히 계집애라고 생각했다. 마른 팔다리에 햇빛이라고는 거의 쬐지 않았을 법한 허연 피부를 훑어보던 윤기는 곧 혀를 쯧 차며 아이의 머리에 총구를 들이댔다.
곧 죽을 놈들은 필요 없어. 약해 빠진 건 질색이랬잖아.
망설임 없이 엄지 손가락으로 잠금쇠를 푸는 소리가 달칵, 하고 지하를 울렸다. 땀 범벅이 되어 물을 마시던 박지민과 김태형이 한 구석에서 킬킬 웃으며 곧 일어날 처형을 구경했다.
데져트 이글을 들고 있던 탄은 어땠던가. 훈련을 받을 때보다 더 벙 찐 낯으로 병약한 소년을 명하니 쳐다보고 있는 게 전부였다.
티 나게 당황하던 호석이 윤기의 팔을 잡고 말리려 했으나 역효과만 발생했을 뿐이었다.
윤기의 검지손가락이 방아쇠 위에서 춤을 추는데도 소년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윤기를 쏘아보았다.
쫄기는 커녕 되려,
죽여보던가. 당신도 뒈질 걸?
탄의 손에 맥없이 들려 있던 권총을 빼앗아 들고 윤기를 향해 겨누었지.
+)사담
몇몇 분들이 브금을 여쭤보셔서 제목 올려드립니당!
01.Inception OST- Mombassa
02. Kiiara- Gold
03. Halsey- New Americana(instrumental)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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