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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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집 갔다와서 쓰는데 날라가서 울며 겨자먹기로 쓰느라 좀 늦어졌어요ㅠㅠㅠ 글 방향을 어디로 잡ㅇ아야하나ㅏ....ㅠ.ㅠ.... 할머니 집은 잘 갔다 오셨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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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진짜 감사하고 사랑해요!
'관계' 02
Written by 리벤
뾰루퉁한 그를 두고 그렇게 집을 나와 회사로 바로 향했다.
눈코 뜰 새 없이 결재 서류들을 정리하고 있는데 자꾸 그의 체취가 아릿하게 남아있는 것 같았다.
집중이 전혀 되지 않았다. 바보같이 냄새 하나에 설레 흔들리고 있는 것에 나는 또 짜증이 나버린다.
"일 열심히 안 하네, ㅇ팀장? 얼른 결재 서류 줘야죠, 나한테."
"아, 용대 오빠! …흐흐, 이과장님. 죄송해요, 회산데 번번히 까먹네요."
"으이구, 아, ㅇ팀장, 오늘 저녁 같이 먹어요. 저번에 ppt 도와준 거 고마워서."
마치고 7시 반. 꼭 비워요, 하고 거절할까 싶어 서둘러 자리를 떠버리는 용대 오빠. 여사원들이 전부 여기를 쳐다보는 것만 같았다.
회사 가십거리로 용대 오빠랑 내가 사내 연애 관계라는 것도 있던데, 그냥 개의치 않았다.
생각할 것들이 많아-가령 기성용과 나의 관계에 대한 고찰 같은- 가치 없는 가십거리 같은 것들에는 관여하고 싶지가 않았다.
하긴, 이러한 눈빛들이 당연할 법도 한 것이, 이용대라는 사람과 나는 급이 전혀 맞지 않다는 여사원들의 논리에 나도 반대할 수가 없었다.
급을 따지자면, 나는 용대 오빠보다는 기성용 쪽에 가까웠다. 우리 둘 다 역겹잖아. 그도, 나도.
회장님 셋째 아들, 키 180, 잘생긴 얼굴, 성격도 좋고, 한 사람에 빠지면 나오지를 못한다는-그의 말에 따르면- 이용대보다는
축구 선수, 키 191, 잘생긴 얼굴. 뭐 여기까지는 괜찮지만, 성격 따위는 어떻게 표현할 수도 없고, 카사노바인 기성용 쪽.
일처리를 꽤나 잘한다는 평가로 20대에 팀장으로 승진한 나에게도 한참 높은 급들이라고 쳐도
나에게는, 심정적으로도 결함이 있는 쪽으로도 기성용이 잡기에 더 가까운 자리에 있었다.
'관계' 02
Written by 리벤
ppt를 반 정도 만들어놓고 시간을 보니 7시 20분이라 가방을 챙겼다.
컴퓨터를 끄고, USB를 챙기고 일어서는데 핸드폰에서 띵동, 하고 카톡 벨소리가 울렸다.
「ㅇㅇㅇ, 나 밥 먹을 사람이 없어서 여태 굶고 있어. 와서 밥 좀 해주라.」-기성용
「다른 여자보고 해달라고 해. 나 일 해야 돼.」
누구 보고 오라 가라야, 하고 생각하려고 해도 가고 싶은 마음을 꾹 누르고 참았다. 밀당이라고 해두지, 뭐.
그것도 그렇고 오늘 하루종일 그의 체취 덕에 일에 집중도 못하고 설렘을 참느라 죽는 줄 알았는데,
이런 상태에서 그를 만나면 밥이고 뭐고 그에게 키스를 퍼부을 것 같았다.
그건 자존심 문제도 있겠지만, 내가 기성용에게 빠져 있다는 것을 꼭 광고하는 것만 같아 기분이 나빴다.
이렇게 설렐 때는 정말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다.
딱히 너는 나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지 않고 그저 아쉬움 탓에 잡는 것 같아서
내가 설레는 것은, 불쌍하게도 기성용에 빠져 허우덕거리는 여자들과 다를 바 없이 보여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겠어.
분명히 내가 너에게 빠진 것은 너의 테크닉때문이 아닌데, 우리가 하는 건 잠자리밖에 없으니까.
"뭘 이렇게 생각해? 핸드폰에 뭐 있어?"
"아, 아, 오빠."
"가자."
용대 오빠는 내 폰을 내 백 안에 집어 넣고 핸드폰이 자리하고 있던 손을 꽉 잡아 엘리베이터로 이끌었다.
오늘 밥 뭐 먹어요?
파스타 먹자. 너 파스타 좋아하잖아.
크림?
넌 크림, 난 토마토.
대충 이런 얘기를 하며 차에 탔다. 오빠는 차 문을 열어주고, 손수 문까지 열어주었다. 이런 호의가 나쁘지는 않았다.
퇴근 시간이라 조금은 휑한 주차장을 보다가 어쩌다가 용대 오빠를 보았는데, 뒤를 보며 후진하고 있는 모습.
"이러니까 여자들이 오빠한테 죽고 못 살죠."
"응?"
"여자들 말야. 카사노바라는 소문이 나는 데에는 이유가 있어요."
어쭈, 하고 머리를 콩 때리는데 안전 벨트 매주기, 후진, 머리 때리기, 완전 여자들이 좋아하는 것들이다.
또 한 번 조용히 내가 여사원들의 질투와 시기를 받는 이유에 끄덕인다. 가십거리에 오르는 것도 끄덕끄덕.
'관계' 02
Written by 리벤
파스타 집에는 사람이 꽤나 많았다. 용대 오빠와 두 사람이 앉는 자리에 앉아 있는데
띵동, 하는 소리에 바로 카톡을 열어 확인했더니, 기성용이 아닌 이상한 애니팡 같은 것들이다.
짜증이 나 확 덮어버렸다. 여기까지 와서 그의 생각은 하지 말자.
파스타를 돌돌 말아 한 입 넣곤 시시콜콜한 얘기를 하며 웃고 있는데 다시 한 번 띵동, 하고 폰이 울렸다.
잠시만요, 하고 폰을 확인하니 이번엔 진짜 기성용이다.
「너 지금 어디 있냐?」
「지금? 파스타집」
「나 배고프다고 했잖아. 누구랑 먹는데.」
「너 아는 누나들 많잖아. 사 달라구 해. 그리고 누구는 왜.」
「누구랑 먹고 있어.」
쓸 데 없는 집착같은 것이라 그냥 핸드폰에 홀드 키를 눌러 꺼버렸다. 그는 항상 이런 것들이 있었다.
뜨거운 정사가 끝나면 꼭 그의 품에 안겨서 자야 했고, 내가 만들어주는 밥을 좋아했고, 항상 갑자기 어느 곳에 꼴렸다.
자꾸 튕길 때는 끝까지 내가 자기가 원하는 대로 하게 만들었다. 이런 것들이 참 많았다.
용대 오빠의 말을 들어주다가 나 잠시만 화장실 좀 갔다 올게, 라는 오빠의 말에 웃으며 끄덕였다.
다시 한 번 띵동.
「누구랑 먹고 있냐니까.」
그리고 나는 다시 홀드 키를 눌렀다. 오늘 기성용을 보면 안될 것 같단 말이야.
정말 내가 그를 덮칠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용대 오빠랑 같이 있는 지금도 내 냄새가 배였다고는 하지만
그의 냄새가 맡아질 듯 안 맡아질 듯 해서 기분이 간질거리는데.
"너랑 먹고 있는 남자 누구냐고 물었잖아. 왜 답을 안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