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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나. 너희 둘, 빨리 안 일어나!?
너 탄소는 잠결에 들리는 익숙한 목소리에 감은 눈을 천천히 떠.
느릿하게 눈을 몇번 깜빡이자 서서히 앞에 선 오빠들의 형체가 보이기 시작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남준인데, 어쩐지 잔뜩 인상을 쓰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
그때, 너 탄소의 품에서 무언가 꼼지락 거려.
추워…. 따스한 온기를 가진 누군가가 너 탄소의 품을 파고들며 끙끙거리지.
아. 그제야 너 탄소는 집안에 감도는 이상한 분위기의 원인을 알아차려.
"민윤기, 너 안 떨어져?"
"…응, 추워."
"추운거 좋아하시네. 누구 허락 받고 지금 남의 귀한 동생을 껴안고 있는 거야?"
어젯 밤, 너 탄소는 자다가 화장실이 가고 싶어서 일어나게 돼.
그러다가 옆에서 끙끙거리고 있는 윤기를 본 거지.
사실 방탄의 소속사 사장님이 주신 프로필에는, 고맙게도 너 탄소가 알아두면 좋을 멤버들 각각의 특징이 간략하게 적혀 있었어.
다수의 남자들과 부대껴살며 이런 저런 일을 겪을 탄소를 위한 사장님의 배려셨지.
윤기의 프로필엔, 윤기가 많이 피곤할땐 자다가 끙끙 소리를 내며 앓는다는 말이 들어가 있었는데,
너 탄소는 그걸 떠올리곤 윤기의 가슴팍을 조심스럽게 토닥거려줘. 다신 윤기를 옆에 두지 않겠다, 생각하며 말이야.
그렇게 너 탄소가 윤기 쪽으로 몸을 완전히 돌리곤 그를 토닥이며
다음부터는 누구를 선택하지? 그나마 얌전해 보이는 정국이? 아니면 지민 오빠?, 잠만큼은 편하게 자고 싶은 너 탄소가 고민에 빠져 있는 그때.
윤기가 너 탄소의 품속을 파고들어. 추워…. 하며 말이지.
유난히도 추위를 잘 타는 윤기야. 너 탄소는 갑자기 파고드는 윤기에 깜짝 놀라서 모든 움직임을 멈추곤 딱딱하게 굳었어.
너 탄소가 그러든가 말든가, 윤기는 손을 뻗어 너 탄소의 허리를 꽉 끌어안으며 여전히 끙끙대기 바빠.
하는 수 없지. 모든 오빠들과 마찰 없이 잘 지내고픈 너 탄소야. 그래서 윤기가 편할 수 있게 몸에 힘을 풀어주지.
너 탄소는 윤기가 잘잤으면 하는 마음에, 윤기의 등을 토닥거려 주다가 그렇게 잠이 들었어.
그리고 아침이 된 오늘, 탄소와 윤기가 끌어안고 자고 있는 모습에 오빠들이 분노하게 된거야.
"탄소. 너 진짜 윤기가 인형인 줄 착각하는 거 아니지? 쟨 인형이 아니라 민윤기야 바보야."
"그런 거 아니야…. 그냥 어쩌다 보니…."
"남자들만 득실거리는 집에서 조심, 또 조심해도 모자를 판에 이게 뭐야!"
"왜 소리를 지르고 그래. 그리고, 오빠랑 동생이랑 껴안고 자는게 뭐 어때서? 그냥 오빠잖아!"
너 탄소는 아침부터 쏟아지는 오빠들의 잔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기 힘들어.
결국 너 탄소가 화를 내고 말아. 씩씩대며 자리에서 일어난 탄소는 곧장 화장실로 들어가 버려.
쾅, 문이 닫기고 얼떨결에 잠에서 깨 일어나 앉은 윤기에게로 화살이 돌아가지.
"정국아, 학교 가자."
"탄소. 와서 밥 먹고 가."
"생각 없어. 아직 밥 덜 먹었어? 그럼 나 먼저 가고."
방에서 교복을 입고 나온 너 탄소는 밥을 먹고 가라는 오빠들의 말에 퉁명스럽게 답해.
탄소와 형들 사이에서 정국이만 죽을 맛이지.
정국이는 숙소 생활을 시작한 이후로 숙소에서 가까운 곳으로 학교를 옮기기로 사장님과 의논 했는데
마침 결정난 곳이 너 탄소가 다니는 학교였어. 그래서 오늘부터 같이 등교하기로 한 두 사람이야.
형들은 탄소의 완강한 태도에, 천천히 밥을 먹고 있던 정국이의 발을 밟으며 얼른 가보라고 정국이를 떠밀어.
정국이는 밥을 더 먹고 싶었지만, 형들의 협박에 결국 젓가락을 놓고 가방을 챙겨서 일어나.
"잘 갔다 와. 차 조심하고."
"정국이 너, 탄소 잘 챙겨."
"내가 무슨 애야? 가자, 정국아."
너 탄소는 여전히 퉁명스럽게 말을 던지곤, 정국이의 손목을 잡고 끌어.
정국이는 탄소에게 끌려가며 고개를 뒤로 돌려 형들에게 걱정 말라는 표시로 고개를 끄덕이지.
그렇게 정국이와 탄소가 학교에 가고, 조금 한산해진 숙소는 한층 더 울적해졌어.
김씨 형제들은 물론이거니와, 다른 멤버들 역시 표정이 안 좋지. 누구 하나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하지.
지금 제일 속상한 건 석진이야.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동생 탄소와 이렇게 다투게 된 건, 부모님이 돌아가신 이후로 처음있는 일이었거든.
게다가 실제 가족이 아닌, 타인이 있는 공간에서 탄소를 그렇게 혼낸 것이 마음에 걸려.
남준이도 석진이 옆에 앉아서 그의 표정을 살피며 탄소에게 카톡을 넣어.
학교 잘 갔다와 탄소야. 금세 1 표시가 사라졌지만, 탄소에게서 오는 답장은 없었어.
너 탄소는 너 나름대로 심란해 있었어.
아침에 오빠들에게 그렇게 화를 낸게 마음에 걸렸거든.
사실, 너 탄소는 오빠들의 과잉보호에 항상 답답함을 가지고 있었어.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너 탄소 혼자 여자고 또 동생이니 그럴 수 있겠다, 이해하다가도
가끔 가다 느껴지는 오빠들의 과도한 집착이나 규제가 너 탄소의 목을 죄여오고 있었지.
특히 다른 여자는 제 몸에 손도 못대게 하는 태형이까지 말이야.
오늘도 그래. 당신은 나의 오빠, 란 프로그램이 너 탄소에게 7명의 오빠들이 생기는 걸 뜻했고
무인 카메라는 늘 돌아가고 있으니 너 탄소가 진짜 방탄 멤버들을 오빠라고 생각해야 하는 건데
그렇게 생각하면 오빠랑 껴안고 잔 게 그리 큰 문제는 아니잖아? 물론 너 탄소도 오빠들이 걱정하는 것에 대해 알고 있어.
사실 말이 프로그램이지, 거의 초면인 사람과 껴안고 잔거와 다름 없으니까 너 탄소도 어느정도 이해는 해.
근데 너 탄소가 속상하고 서운한 것은, 꼭 그렇게 모든 사람이 있는 곳에서 화를 냈어야 되는 거냐, 이거야.
게다가 너 탄소 혼자 여자고, 또 태형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방송까지 나오며 희생하는 건데
너 탄소의 마음을 그렇게 모르냐는 거지.
내 친구 앞에서 화내는 것도 견디지 못하겠는데, 처음 본, 거기다 오빠 친구와 개념이 같은 수많은 남자들 앞에서 화를 냈으니.
거기다 무슨 너 탄소가 몸 간수를 제대로 못한 것 마냥 말 하는데…그렇게 서운할수가 없었지.
"야. 너 오늘 전정국이랑 같이 등교했어?"
"너 전정국이랑 친해? 둘이 어떻게 아는 사인데."
하루 종일 기분이 안 좋은 탄소에게, 엎친데 덮친격으로 너 탄소와 그리 사이가 안 좋은 무리들이 몰려와 따지기 시작했어.
늘 이상한 걸로 시비를 걸고 너 탄소를 괴롭히는 무리였지.
오늘은 또 뭐 때문에 그러나, 싶었는데 뜻밖의 이름이 나왔지 뭐야.
"정국이 뭐."
"정국이? 야, 얘 지금 정국이라 그랬냐?"
"네가 뭔데 전정국 이름을 막 불러."
유치해도 이렇게 유치할 수가 없지.
알고 보니 그 무리 중 대장격인 계집애가 연습생인 정국이를 어떻게 알고 그를 따라다니며 좋아하고 있었던 거야.
전정국이 제 학교로 전학 온다는 소식에 꺅꺅 거리며 좋아하고 있는데, 하필 정국이가 탄소와 함께 등교한 거야.
걔 눈에는 탄소가 아니꼬울 수 밖에 없지. 가뜩이나 싫어하는 앤데, 제가 좋아하는 연습생과 등교까지 같이 할 정도로 친하니.
"친구 사이에 이름도 부르면 안 되냐? 나 오늘 기분 안좋으니까 그냥 가라. 어?"
"씨발년이 뭐라는 거야."
"존나 짜증나니까 꺼지라고."
"이년이 실성했나. 정국이랑 아는 사이라고 지금 째는 거냐?"
항상 순순히, 관심없다는 듯 무심하게 대했던 너 탄소가 욕까지 하며 세게 나오니까 그 무리는 어이가 없는 동시에 화가 나.
너 탄소는 그런 여자애들을 한심하다는 눈길로 쳐다보다가 시간을 확인해.
점심시간에 정국이가 같이 밥 먹자며 교실로 오기로 했거든.
근데 너 탄소의 그 행동이 자신들을 무시한다고 생각한 여자애가, 미처 막을 새도 없이 너 탄소의 뺨을 때려.
예기치 못한 행동에 무방비하던 너 탄소의 고개가 완전히 꺾이며 커다란 마찰음이 나.
"뭐하는 짓이야."
그때, 누군가 너 탄소의 어깨를 짚곤 그 무리에게 싸늘한 목소리로 말해.
고개를 들어 올려보면, 순한 얼굴은 다 어디갔는지, 눈매가 날카로워진 정국이가 보여.
널 때린 여자애들이 갑작스런 정국이의 등장에 얼어붙어 벙어리가 되자, 정국이의 시선이 너 탄소에게로 향해.
너 탄소의 턱을 조심스럽게 잡고 이리저리 휙휙, 돌려봐.
이윽고 정국이의 길고 하얀 손가락이 너 탄소의 입술 근처에 닿아.
윽- 너 탄소는 쓰라림에 인상을 찡그려. 가뜩이나 피부가 얇은데, 무방비한 상태에서 타격을 입어서 그런지 입안이 터졌어.
"너 피나."
정국이가 덩달아 미간을 좁히며 말해.
그제야 입안에 찝찝한 피맛이 느껴져. 달갑지 않은 비릿함에 너 탄소는 휴지를 꺼내 침을 뱉어.
피 섞인 침을 보며 울상을 짓던 너 탄소는 낮게 들리는 정국이의 욕설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정국이의 팔을 잡아.
"정국아, 밥 먹으러 가자."
"얘네 누군데. 네가 왜 뺨을 맞아."
"별거 아니야. 진짜. 나 배고파. 응? 밥 먹으러 가자."
이제 곧 데뷔할 정국이가 혹시나 구설수에 오를까, 너 탄소는 아무것도 아니라며 정국이를 안심시켜.
아무것도 아니긴 뭐가 아무것도 아니야. 탄소의 부어오른 뺨을 보곤 욱,해서 성질대로 소리 치려던 정국이도
탄소의 별거 아니란 말을 절대 믿지는 않지만, 주위의 시선들이 모두 제게로 쏠린 것을 보고 하는 수 없이 탄소가 이끄는 대로 따라가.
"아까 걔들 진짜 뭔데."
"…아무것도 아니라니까."
"내가 그 말을 믿을 거 같냐? 너 설마 학교에서 왕따냐? 그래서 괴롭힘 받는거야?"
너 탄소와 정국이는 나란히 마주보고 앉아서 급식을 먹어.
정국이가 거대 기획사 연습생이란 소문이 꽤 많이 퍼졌기 때문에, 학교 아이들은 그런 너 탄소와 정국이를 힐끔힐끔 쳐다봐.
이런 시선이 적응되지 않아 고개를 푹 숙이며 밥을 먹던 너 탄소는농
담치곤 너무나도 진지한 정국이의 표정과 어조에 뭐? 하하, 하며 웃음을 터뜨려.
그에 진지했던 정국의 얼굴이 일그러져.
"웃지 마, 왜 웃어."
너 탄소는 그런 정국이가 귀여워.
그래서 오늘은 윤기가 아닌 정국이를 옆자리로 뽑을까, 하곤 생각해.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손을 뻗어 정국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이건 뭔가, 정국이는 탄소의 행동에 모든 움직임을 멈추곤 눈을 가늘게 뜨며 탄소를 응시해.
"야, 정국아."
"어."
"너 생일 언제야?"
"9월 1일."
"그래? 그럼 내가 누나네. 앞으로 누나라고 불러. 서열은 확실해야지."
어쩐지 귀엽더라니까. 너 탄소는 빙글 웃으며 젓가락을 들어 밥을 먹기 시작해.
순간, 네가 왜 누나냐고 말하려던 정국이는 귀엽더라니까, 하며 바로 이어진 너 탄소의 말에 반쯤 열었던 입을 다시 다물어.
아무 말 없이 다시 입을 우물거리며 밥을 먹기 시작한 너 탄소를 가만히 바라보는 정국이의 뺨이 조금 붉어져 있어.
"아까 걔들, 네 팬이래."
"뭐?"
"팬이라고. 너 응원하는. 네가 우리 학교로 전학 온다고 해서 좋아했는데 첫 등교부터 나랑 같이 했으니 나한테 짜증이 났겠지."
"고작 그런 걸로 너한테 손을 댔다고?"
"질투. 왜, 여자애들이 좀 그런 게 있잖아."
너 탄소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덤덤하게 말하곤 헤- 웃어.
그런 탄소를 쳐다보는 정국이의 얼굴은 더욱 굳어지지.
"난 설령 날 너무 좋아하는 팬이라도, 나한테 있어서 소중한 사람을 건들면 절대 그냥 안 넘어 갈거야."
"소중한 사람? 내가 너한테 소중한 사람이야?"
"당연히 소…야, 넌 무슨 그런 걸 물어보냐? 그냥 그러면 그렇다 알아 들을 것이지."
천진한 탄소의 물음에 자연스럽게 대답하던 정국이가 일순 말을 멈추곤 밉지 않게 너 탄소를 구박해.
이제는 귀까지 새빨개져서 더듬거리는 정국이를 보며, 너 탄소는 다시 한번 생각하지. 오늘은 정국이 옆에서 자야겠다고.
만난지 하루밖에 안되었지만, 벌써 타인에게 소중한 사람이 된 건 그리 나쁜 기분이 아니야.
점심시간이 끝나갈 무렵. 정국이가 너 탄소를 부르며 반에 찾아왔어.
오늘 스케줄이 조금 바뀌면서, 멤버들 개인 자켓 촬영을 한다고 매니저한테서 전화가 왔다는 거야.
그러면서 너 탄소에게 같이 갈 거냐고 물어. 그러면 너 탄소는 당연히 태형이에 대해 묻지.
정국이가 그 물음의 뜻을 정확히 간파하고 답을 하려 입을 여는 찰나, 교실에 담임선생님이 들이닥쳐. 그리곤 너 탄소를 찾아.
탄소, 너 나와봐. 정국이와 너 탄소는 서로 눈을 맞추고 의아한 표정을 지어. 뭐야. 왜 부르는데? 몰라. 같이 가줘? 됐어. 갔다올게.
"탄소 너. 쟤들한테 맞았다는 거, 사실이야?"
"네?"
"오늘 교실에서. 쟤네가 너…이거 봐. 멍 들었네. 괜찮니?"
뜻밖에도, 선생님을 따라 교무실에 가니 무릎을 꿇은 채, 두 손을 들고 벌을 받고 있는 아까 그 여자애들이 보였어.
너 탄소의 볼이 부풀어 올라 그 주변에 약간 멍이 잡힌 걸 눈치 챈 선생님이 말을 하다 말곤 너 탄소에게 괜찮냐고 묻지.
너 탄소는 괜찮다는 표시로 고개를 끄덕이려다가, 정국이의 말을 떠올리곤 선생님께 조퇴를 하면 안 되냐, 하고 말씀드려.
벌을 서던 여자애들은 그 정도는 아닌데…헐, 하는 얼굴로 너 탄소를 쳐다보지.
너 탄소가 얼마만큼 맞았는 지에 대해선 전혀 모르는 선생님은 그런 여자애들을 찌릿, 째려보곤 너 탄소의 어깨를 토닥여.
착실하며 공부도 잘하고, 그 어떤 문제도 일으키지 않는 탄소를 선생님들은 모두 좋은 시선으로 보고 있던 덕택에
너 탄소는 순조롭게 조퇴를 할 수 있었지. 너 탄소는 별 거 아니에요, 하루 쉬면 나을 거예요, 하고 선생님을 안심시켜 드리는 것도 잊지 않았어.
"정국아. 오빠들, 많이 속상하겠지?"
"네 얼굴 보면 이게 무슨 일이냐고 통곡을 하면서 날 쥐잡듯이 잡을 거다 아마."
"아니, 그거 말고. 아침에 말야…."
"…글쎄. 각자 엄청나게 자책하고 있지 않을까. 네 오빠들, 그만큼 널 아끼니까 말야."
정국이의 말에 너 탄소는 가슴이 뭉클해지는 걸 느껴.
아까 맞을때도 별 생각 안 들었는데, 오빠들 얘기를 하니 왈칵 눈물이 쏟아질 것 같은 너 탄소야.
정국이는 울적해하는 너를 내려다 보다가, 큰 손을 들어 너 탄소의 머리를 꾹- 눌러.
"하지 마. 나 키 작아져."
"어, 저기 진이 형 나와있다."
그 말에 너 탄소는 고개를 번쩍 들곤, 앞을 쳐다봐.
오빠! 너 탄소가 크게 외치자, 앞에서 불쌍하게 쪼그려 앉은 포즈로 있던 석진이가 벌떡 일어나며 너 탄소를 쳐다봐.
우리 애기! 동네가 떠나가라 소리치며 석진이가 뛰어와. 그리곤 너 탄소를 와락 끌어안지.
정국이가 탄소랑 같이 촬영장에 간다, 고 카톡을 넣자마자 외투도 안걸친 무대 의상 차림으로 밖에 나와 계속 탄소를 기다린 석진이야.
촬영 때문에 얇은 옷을 입은 석진이의 몸이 꽤 싸늘해. 그에 탄소는 눈물을 찔끔 흘리며 석진이의 허리를 더욱 세게 감싸안아.
"오빠들이 미안해 탄소야."
"…아니야. 내가 더 미안해."
"들어가자. 춥다. 애들도 다 너 기다리고 있어."
기다리고 있어, 그 말이 왜 그리도 울컥 하던지.
조금만 건드리면 눈물을 주륵주륵 흘릴 것 같은 탄소의 표정에 정국이 다시 한번 탄소의 머리를 토닥여.
누나는 무슨, 완전 애기네 애기. 정국이의 입가에 흐릿하게 미소가 번져.
"탄소야!"
"애기!"
촬영장 안에 발을 들여 놓자마자,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오빠들이 우르르 너 탄소에게 달려와.
김씨 형제 뿐만 아니라, 다른 오빠들도 기다렸다는 듯 달려와 너 탄소를 감싸.
탄소야 미안해. 오빠가 아침에 좀 심했지? 그러니까. 석진이 형은 반성 좀 해야해. 야, 정호석 니가 제일 문제거든? 뭐? 탄소야!
시끌벅적한 오빠들의 모습에 오히려 코끝이 시큰해진 탄소가 작게 훌쩍여.
그런 너 탄소를 누군가 강하게 돌려세워, 팔을 움켜쥔 손의 악력이 너무 세서 아, 하고 신음하면
"너. 얼굴 왜이래. 누가 이랬어."
무시무시한 표정을 하고 있는 태형이가 보이지.
태형이의 말에 그제야 다른 오빠들도 너 탄소의 뺨에 난 상처를 봐.
너 탄소가 아무말도 못하고 있자 화살은 정국이에게 돌아가지.
모르는 척, 의상실로 들어가려던 정국이는 남준이에게 딱 붙잡혀 끌려와.
"설명해, 전정국."
"준이 형 저 그게…."
"우리 애기 얼굴에 왜 저딴 상처가 나 있어?"
"정호석. 누가 니 애기야."
"우리 애기를 우리 애기라 부르는데 뭐. 니가 무슨 상관이야?"
"다들 조용히 안 해? 정국이 말고 아무도 입 열지 마."
탄소가 다쳐오자 한껏 날카로워진 남준이가 사납게도 말을 뱉어.
처음 보는 남준이의 모습에 시끌벅적하던 주위의 소란이 순식간에 잠재워져.
"…오빠. 정국이 잘못아니야."
까딱하단 애먼 사람 잡겠다는 생각이 든 너 탄소가 하하, 웃으며 그런 오빠들을 말려.
그냥 어쩌다가 그랬어. 변명 아닌 변명을 해보지만, 살벌해진 분위기는 가라앉지 않아.
전정국. 석진이가 다시 한번 정국이를 불러.
결국, 정국이의 앞에 바짝 붙어 서선 양 팔을 벌리곤, 정국이를 보호하는 탄소야.
"정국이한테 뭐라 하지 말라니까."
입술을 앙 깨문 너 탄소의 표정이 단호하지.
너 탄소의 모습에 오빠들은 물론, 탄소의 뒤에서 얼떨결에 보호를 받은 정국이도 의외의 상황에 조금 놀라.
"그냥, 친구랑 싸우다가 조금 다쳤어. 별거 아니라니까."
"…탄소야."
잠시 주춤한 오빠들과 달리, 뭔가 못마땅 한지 한 쪽 눈썹이 비뚤게 올라간 태형이가 다가와서 너 탄소를 품에 안아.
누가 얼굴에 상처 만들어서 오래. 누구 허락 받고 다쳐서 온거야, 지금.
태형이의 말에 다른 오빠들은 쯧, 혀를 차며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어. 하여간, 저 시스터 콤플렉스.
하지만 그들과는 반대로, 탄소의 뒤에 서 있는 정국이는 싸악, 굳어졌어.
죽는다 전정국. 탄소를 끌어안은 태형이가 앞에 있는 정국이에게만 입모양으로 속삭였기 때문이야.
"촬영 들어갈게요."
언제 소란이 있었냐는 듯, 촬영장의 분위기는 다시 분주하게 바뀌었어.
개인 컷을 찍고 난 후, 시간이 남는 관계로 멤버들을 컨셉별로 나눠서 새 촬영을 하겠다는 감독의 지시였지.
막내 라인의 단체 촬영이 시작되었어.
지민이와 태형이, 정국이가 뱀파이어 컨셉으로 스타일링을 받곤 카메라 앞에 섰지 (물론 태형이 스타일링은 너 탄소가)
어둡고 퇴폐적인 분위기로 촬영을 하는데, 감독은 어딘가 못마땅한 표정이야.
세 사람 개별적으론 너무 멋진데 너무 칙칙하다 이거야. 셋 다 퇴폐적이어서 사진이 죽는다, 하는 거였지.
뭔가 다른게 필요했어. 그때 감독의 눈에 들어온 게 있었으니, 바로 한 구석에서 오빠들과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고 있던 탄소야.
세 사람의 어두운 마스크와 달리, 탄소는 순수하고 화사한 이미지가 강했어.
감독은 곧바로 매니저를 불러. 매니저는 감독의 말을 찬찬히 듣다가, 고개를 끄덕이곤 너 탄소에게 가.
"탄소씨. 부탁 하나만 드려도 될까요?"
"네?"
"오빠들이랑 같이 촬영 하고 싶지 않아요?"
네? 너 탄소의 눈이 커다래져. 갑자기 무슨 촬영….
주위에 있던 다른 오빠들도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리지.
"전체적으로 세 사람 분위기가 안 살아서, 감독님이 탄소씨를 쓰고 싶대요."
"절요? 근데 전 아무것도…."
"그건 걱정 말아요. 탄소씨는 뒷모습만 보여주면 돼요."
과연…그럴까? 너 탄소는 내키진 않았지만 오빠들의 중요한 일이다 보니 알았다고 답해.
괜찮겠어? 윤기가 너 탄소에게 물어.
어쩔 수 없죠. 그러면 너 탄소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발랄하게 답해.
잘 할 수 있을거야. 윤기가 너 탄소의 손에 깍지를 끼곤 꽉- 잡았다 놓으며 작게 속삭여. 그럼 너 탄소도 눈을 휘며 웃음으로 답해.
너 탄소는 조금은 길다싶은 하얀 드레스를 입고 나와.
이런 옷을 입어보는 건 처음이라 너 탄소의 얼굴에도 설렘이 가득 하지.
늘 묶고 다니던 머리를 풀고 청순한 화장에 흰 드레스를 입고 너 탄소가 나오자 감독이 만족한 듯 활짝 웃어.
다른 오빠들도 너 탄소에게 엄지를 올리며 우리 애기 최고, 하고 말해.
괜히 부끄러워진 너 탄소가 얼굴을 붉히며 조심스럽게 걸어 카메라 앞에 서.
사진 컨셉은 매니저의 말대로 너 탄소가 뒤로 돌아있으면, 오빠들이 그런 너 탄소를 유혹하는 거야.
촬영이 시작되고, 태형이가 가운데에서 너 탄소의 허리를 한팔로 감고
좌 정국 우 지민, 이렇게 둘이 너 탄소의 팔을 각각 잡아서 매혹적인 표정으로 너 탄소를 바라봐.
몇 번 셔터가 터졌어. 그러다 감독의 중단 사인이 떨어지지.
감독은 이번에도 뭐가 못마땅한지 인상을 구기며 너 탄소에게 다가와서, 너 탄소의 드레스 치마를 순식간에 확- 찢어버려.
놀란 너 탄소가 꺄, 하고 소리를 지르면 역시 살벌하게 인상을 구긴 태형이가 너 탄소의 어깨를 감싸며 보호 태세를 취해.
"감독님! 이게 무슨…."
"좋아 좋아. 이제 딱 좋아."
정국이가 감독에게 따지려는 찰나, 감독은 흐뭇하게 미소 지으며 딱 좋다고 외치지.
이윽고 코디를 부른 감독이 코디에게 무언갈 주문하자, 코디가 탄소의 가지런했던 머리를 이리저리 헝클어트려.
그러자 박수까지 치며 좋아하는 감독이야.
숨이 죄여오는 듯한 딱딱함 보다는, 탄소의 머리를 헝클어트리고 드레스 치마를 짧게 만들어 나른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게 더 좋겠다고 생각한 감독의 판단이었지.
이내 촬영은 재개되었어.
아까보다 훨씬 그림이 좋은듯, 좋아, 좋아! 감독의 흥분한 목소리가 여러번 울려퍼졌어.
전신촬영이 끝나고, 미리 준비되어 있던 붉은 벨벳 소재의 소파에 지민이와 정국, 태형이가 앉았어.
그리고 탄소가 그 위로 올라타는 것이 감독의 두번째 주문이였어.
탄소가 누구의 위로 올라갈 것인가, 하는 논쟁이 일어났지만 김씨 형제들의 압박에 이번에도 태형이가 메인에 서기로 했지.
검은 정장을 입은 태형,지민,정국이가 강렬한 레드 컬러의 소파에 올라 포즈를 취했어.
그리고 태형이의 허벅지 위에 하얀 드레스를 입은 탄소가 앉았어.
감독이 찢어버린 탓에 드레스가 다리 위로 많이 올라와 너 탄소의 허벅지가 드러나자
정국이와 지민이가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키며 제 몸으로 너 탄소의 다리를 가렸는데, 그게 감독의 마음에 쏙 들게 된거야.
결국 탄소를 가진 태형이와, 그런 탄소를 노리는 지민, 정국이로 컨셉이 바뀌게 되었어.
촬영이 이어지고 정국이와 지민이는 너 탄소의 손가락을 깨물기도 하고 하얀 팔목을 만지기도 하며 온 몸으로
너 탄소를 가지고 싶다는 욕구를 뿜어내고
태형이는 너 탄소의 허리를 단단히 끌어안고는 너 탄소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어 정말 뱀파이어처럼 목을 깨물듯 입을 벌려.
생각보다 과도한 스킨쉽에 너 탄소의 몸이 딱딱하게 굳지.
그런 탄소를 태형이 눈치채곤 너 탄소의 귓가에 긴장 풀어, 라고 속삭이다가 짓궂게 귀를 앙- 깨물어.
너 탄소가 흠칫하며 몸을 떠는데, 그 새를 놓치지 않고 셔터가 끊임없이 터져.
정국이와 지민이의 손이 점점 올라와 너 탄소의 어깨에 닿을때쯤, 촬영이 끝나.
수고하셨습니다 소리에 얼른 내려오려던 너 탄소와 달리, 너 탄소의 허리를 안은 태형이는 탄소를 놔줄 생각이 없어보여.
"뭐야, 놔줘."
"오늘도 윤기 형이랑 잘거야?"
갑작스런 태형의 물음에 당황하던 너 탄소가 아니, 하고 대답해.
그럼 뒤에 있던 오빠들의 얼굴에 아닌 척 하면서도 미소가 번지지. 단 한 사람, 윤기를 제외하고.
"정국이랑 잘거야."
이어지는 말에 오빠들의 표정이 또 순식간에 바뀌고 말아. 물론, 정국이의 입가엔 아까보다 더 진한 미소가 덧그려져.
"정말? 정국이랑 잘 거야?"
"응."
"김탄소. 깨문다."
"응?"
"깨물 거야."
너 탄소는 간지럼을 무지 잘타는 편이야.
그걸 아는 태형이가 무언의 협박을 하는 거지.
너 탄소는 처음에는 응? 하는 표정을 짓다가 점점 태형이가 가까이 다가오자 놀라서 몸을 천천히 뒤로 빼.
탄소가 떨어지지 않게 태형이는 더욱 너 탄소를 꽉 끌어안고 너 탄소의 목으로 입술을 갖다 대지.
그런 태형이를 피하는 탄소의 허리가 완전히 꺾였어. 오빠, 도와줘! 너 탄소는 피가 쏠려 얼굴이 붉어진 채 도움을 요청하지.
정국이는 탄소를 도와주려 손을 뻗지만, 지민이에 의해 저지당해.
선택받은 정국이는 모르겠지만, 지민이 역시 선택받지 못한 자의 대열에 합류해 조금은 탄소를 놀리고 싶은 마음이었지.
그건 물론 다른 오빠들도 마찬가지야. 평소 같으면 헐레벌떡 다가와서 탄소를 끌어안을 오빠들이지만 오늘만큼은 비뚤어지고 싶어
믿었던 오빠들이 도와주지 않자, 결국 탄소는 소리쳐.
"아 알았어! 오빠 너도 옆에서 자면 되잖아!"
"정말?"
"그래. 으, 빨리 들어올려 바보야!"
태형이가 씨익, 웃으며 너 탄소를 한번에 제 품으로 끌어당겨.
그 순간, 예고 없이 셔터가 팡 터지지.
그러든가 말든가, 너 탄소는 태형이에게 안겨 그의 목을 끌어안고는 폭, 한숨을 내쉬어.
태형이는 탄소의 등을 토닥이며 멍한 눈으로 저를 보고 있는 형들(결국은 태형이에게 좋은 일만 되었으니)에게 브이를 해보여.
형들은 저거 진짜 안 되겠네, 하는 얼굴로 태형이를 바라보지.
그러면 어느새 그들에게 다가온 윤기가 탄소의 허리에 담요를 둘러주며 태형이를 타박해.
윤기의 타박에도 태형이는 기분이 좋은지 씩 웃곤 어정쩡하게 탄소의 허리에 둘러진 담요를 다시 꼼꼼하게 매줘.
그리고 너 탄소를 안은 채로 자리에서 일어나. 마침 탄소의 치마도 짧고, 기분도 좋으니 탄소를 안고 이동할 셈이야.
순식간에 태형이에게 안긴 상태로 공중에 뜨게 된 탄소는 태형이를 내려다보며 뭐하는 짓이야, 하고 말해.
그럼 태형이는 픽, 웃으며 너 탄소와 눈을 맞추지.
그때, 다시 셔터가 터지고 감독의 흥분한 목소리가 들려.
방금 찍은 그 사진이 너무 잘 나왔다고, 제 평생에 이런 사진은 처음이라며 울먹이기까지 하지.
결국 감독의 염원에
너 탄소와 태형이의 사진은 후에 감독의 컬렉션에 작품으로 걸려
물론 방탄이 데뷔하고 아주 먼 미래의 일이지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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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현실성이 부족하네요. 저런 오빠들은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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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방탄 찐팬이 올린 위버스 글인데 읽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