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저기 이름을 날리지만 자기 일 제외하고 무심한 윤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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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 성적 등 완벽주의자 전교회장 이지훈
Blossom Perfu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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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그랬다. 봄은 새로움을 나타내는 계절이라고. 새롭기는 무슨, 새로움은 커녕 따분함을 주는 계절이었다. 추웠던 겨울이 가시고 따뜻한 봄이 찾아오면 작년과 비슷한 환경이 나를 반겼다. 햇살이 내리쬐었고 바깥 구경도 금세 흥미가 떨어져 자리에 엎어졌다. 피곤해. 금방이라도 잠이 쏟아질 것처럼 피곤해진 나는 눈을 감았다. 앞에서 열심히 수업을 하던 담임이 엎어진 나를 본 건지 한숨을 내쉬며 곧 계속 이어갔다. 포기한 거겠지.
중학교 3년, 고등학교 2년 그리고 남은 1년. 양아치 짓 하면서 사는 건 변하지 않을 테니 괜히 얼굴 붉혀서 좋을 일 없다는 담임의 말을 얼풋 기억하고 있었다. 나는 같이 다니는 무리와 달리 그렇게 방탕한 생활을 즐기는 편은 아니었다. 그런 무리와 함께 다니니까 나도 그럴 거라는 편견에 미리 내쳐진 것일 뿐. 그렇다고 또래와 비슷하다라기엔 애매한 위치였다. 난 그래도 착한 양아치라고 늘 말하고 다녔다. 어느 정도 공부는 하는 양아치.
" 수업 끝. 지훈아 넌 나 좀 보자 "
어느새 수업이 끝난 건지 부스스하게 엎어졌던 몸을 일으키니 담임은 나가고 없었고 그 뒤를 따라가는 남자애만 보였다. 나는 쟤가 누군지 턱을 괴며 골똘히 생각하였고 생각 끝에는 아무런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꽤 키가 작고 동그란 뒤통수였는데. 누구였더라, 기억이 나질 않아 결국 생각하는 것을 포기하였다. 다시 자려고 엎드리자 앞에서 박수영이 몸을 확 돌렸고 내가 엎드리지 못하게 자신의 손으로 책상을 막았다.
" 왜, "
" 우리 수업 째자. 다음 수학이야 "
" 귀찮아. 너 혼자 가라 "
" 아, 왜. 가자. 수학 나만 보면 지랄하는 거 알잖아, 김민규도 있을걸? "
내 팔을 잡고 늘어지는 박수영을 살짝 쳐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박수영을 한 번 흘깃 쳐다본 후 먼저 교실을 빠져나왔다. 그런 나를 보고 곧 박수영도 따라 나왔고 생각보다 교실 밖은 냉기가 돌았다. 이번 봄은 봄이 아닌 것 같다. 꽃샘추위도 쉽게 안 가시고,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한 건지 나에게 꼭 붙으며 오들오들 떠는 박수영이었다. 멋부린다고 치마 엄청 줄일 땐 언제고 이젠 춥다고 내 담요 뺏어가려고 해 혀를 차고는 허리에 두르고 있던 담요를 벗어던져주었다. 그러자 좋다고 담요를 얼굴에 비비적 거린다. 바보 같아.
" 참, 너 그거 어떻게 됐어? "
" 어떤 거 "
" 전에 싸움 난 거 "
" 안 그래도 윤정한한테 된통 깨졌으니까 묻지 마. "
얼마 전 옆 학교랑 싸움이 나서 수 맞추려고 같이 갔더니 누가 신고를 하기라도 한 듯 경찰이 왔고 도망칠 시간도 없이 잡혀 경찰서로 갔다. 주변 지인들 말로는 내가 학교 출석률과 경찰서 출석률이 반비례한다며 말했고 나도 그 부분에 인정하는 바이다. 학교보다 경찰서를 더 많이 왔다 갔다 거렸고 이젠 웬만한 동네 경찰분들은 외울 지경이었다. 부모님은 외국에서 일을 하셨고 나의 보호자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윤정한 뿐이었다. 그래서 그런 건지 내 생활에 유독 집착했고 걱정을 많이 하는 편이었다. 솔직히 부담스럽긴 한데 어떻게 보면 나도 윤정한한테 기대고 있는 듯했다. 툭 까놓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걔 밖에 없으니까.
" 이번에 윤정한이 선도부장이라며? 너랑 나 학교만 오면 걸리겠다. "
" 나 말고 너, 난 꿀릴게 없으니까. "
" 그런 애가 수업을 째고 돌아다녀? "
익숙한 목소리에 뒤를 돌았다. 역시나 윤정한이었다. 폭풍 잔소리를 예상하고 박수영을 먼저 옥상으로 올려보냈다. 나를 신경 써주는 건 고마운데 이런 부분까지 터치는 안 해줬으면 했다. 너는 너고 나는 나니까, 너와 나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으니까 나 말고 윤정한 본인을 더 생각해줬으면 했다. 그래서 일부로 학교에서 아는 척 안 했던 건데 그런 생각은 얼마 못 가고 윤정한이 접어버렸지만.
" 잘하는 짓이다. 수업 안 들어? "
" 들어봤자 잘 텐데. 뭐 하러 들어. 그 선생도 나 자는 거 보고 열 뻗치는 것보단 내가 알아서 나가는 게 나을 것 같아서. "
" 말 예쁘게 안 하지. "
" 너도 수업이나 들어, 간다. 아, 나 오늘 알바 때문에 조금 늦을 거야. "
윤정한을 뒤로하고 계단에 발을 올렸다. 충분히 걱정하는 건 알겠는데 그만해줬으면 해. 하려던 말을 한 번 더 삼키고 그렇게 옥상에 발을 들였다. 먼저 와 있던 건지 김민규와 박수영이 바닥에 앉아서 얘기하고 있었고 그 앞에는 처음 보는 남자애도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낡은 벤치에 앉았고 나의 인기척이 들린 건지 날 쳐다보는 셋이었다.
" 다친 건 괜찮냐? "
" 보다시피. 그런데 옆에 걔는 누구 "
" 이번에 새로 입학한 애인데 예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 "
" 이 찬이에요. 누나 민규 형한테 많이 들었어요. "
" 응, 안녕. "
순하게 생긴 것과 달리 쟤도 막 나가는 성격인가 보다. 1학년이라면서 벌써부터 수업 째고. 김민규랑 아는 사이면 그렇게 모범적이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지만 꽤 의외였다. 그리고 누구랑 닮았는데 그게 또 누군지 생각이 안 난다. 아직 젊은데 벌써 노화가 되어 가는 건지 내 기억력 한계에 박수를 치고 싶다. 이러니까 사람을 잘 못 외우지. 나는 예전부터 안면인식장애가 있어 인상에 남는다거나 나와 친한 사람이 아닌 이상은 잘 기억을 못 했다. 얼굴도 기억 못하고 이름도 기억하지 못하니까 답답하다는 사람들이 한두 명이 아니었다. 기억이 나지 않는 걸 어째, 이 아이만큼은 기억하려고 몇 번이나 이름을 읊조렸다. 내가 너한테 이름이 뭐냐고 몇 번이나 물어볼 것 같으니까 미리 사과할게.
" 윤여주, 오늘 모이는 거 알고 있지? "
" 귀찮아. 그리고 나 알바때문에 못 가. "
" 너가 언제부터 알바 제시간에 갔다고. "
" 알 바야, 아무튼 오늘은 안 돼. 빠지면 나 잘림 "
사실 귀찮은 것도 있고 정말 알바때문에 못 가는 것도 있고. 모인다고 하면 무조건 술부터 마실 텐데 난 그게 싫었다. 술 냄새, 담배 냄새. 코를 자극하는 냄새를 잘 맡지 못 했다. 전에 박수영이 향이 너무 진한 향수를 뿌려서 결국 향수 연한 걸로 새로 사줄 정도였다. 그래서 예전에도 선배들 몰래 몇 번 빠지기도 했었다. 그리고 원래 술도 잘 못 먹고, 모임이랍시고 별별 놈들이 다 모여들어서 꼴사납더라.
" 그럼 지금 놀러 가자. "
" 박수영 대책 없는 건 알고 있지만 학교 째자는 소리? "
" 싫으면 혼자 있던가, 찬이랑 여주랑 나랑 셋이서 나가지 뭐. "
" 누가 싫데? 그냥 그렇다는 거지 뭘 또 빼려고 그러냐, 사람 섭섭하게 "
서로 투닥거리며 옥상을 빠져나가는 김민규와 박수영이었고 그 뒤를 아무 말 없이 따라가는 이 찬과 나였다. 나도 말이 없는 편이었고 얘도 말이 없는 편인 것 같아 시끄러운 둘과 달리 우리 둘 사이는 조용했다. 네 명 다 가방 같은 건 들고 다니지 않아 바로 학교를 빠져나왔다. 학교를 나오면서 윤정한이 계속 마음에 걸렸지만 학교 째는 게 한두 번도 아니라는 생각에 애써 무시하고는 지워버렸다.
시내에 도착해 주머니를 뒤지니 사탕이 떨어졌다는 걸 깨닫고 눈앞에 보이는 세계 과자 할인점 매장으로 들어왔다. 수입과자가 많다 보니 사탕 역시도 다양했고 뭐가 좋을지 몰라 사탕 코너 앞에 눈을 도르륵 굴렸다. 뭐가 좋을까, 저번에 김민규가 추천해준 사탕 먹다가 다 버릴 뻔했다. 우유맛 싫어하는 거 알면서 일부로 우유맛 사탕이 가득한 봉지를 추천해준 것 같았다. 이번에도 사탕이 금방 떨어질 것 같아 최대한 양 많은 것을 샀고 멀리서 과자를 보고 있는 이 찬이 보여 한 봉지만 집으려다 두 봉지를 집었다. 계산을 끝마치고 이 찬에게 다가가 사탕 한 봉지를 건네자 이걸 왜 자신한테 주냐며 물었다.
" 담배 냄새. "
" 아..., 누나 담배 냄새 싫어하세요? "
" 응, 그러니까 담배 피우지 말고 사탕이나 먹어. 폐 썩는다. "
매장 밖으로 나와 사탕 봉지를 까서 포도맛 막대사탕을 입에 넣었다. 김민규와 박수영이 그걸 보고 나에게 다가와 자연스레 손을 내밀었고 안 주려다가 안 주면 계속 옆에서 징징거릴 것 같아 아무 맛이나 집어서 주었다. 사탕 봉지를 닫기 전에 주머니에 몇 개를 더 집어넣었다. 서로 원하는 맛이 아닌지 바꿔달라고 말했지만 사탕 봉지를 잠갔고 다시 열기 귀찮아 손을 휘적거리며 싫다고 말했다. 몇 번이나 징징거리다 어느새 조용해져 뒤를 쳐다보니 서로 사탕을 바꿔 먹은 것 같았다. 귀여운 것들. 그 둘 보다 더 뒤에 있는 이 찬에게 다가가 주머니에 있는 사탕을 건네자 이번에도 왜 주냐는 듯 쳐다보았다.
" 그냥 지금부터 입에 물고 있으라고 그거 계속 먹다 보면 중독된다. 이번에 내가 사줬으니까 다음에 너가 사줘. "
분식집, 노래방, 오락실까지 돌고 나서 알바 갈 시간이 다 되어 각자 갈 곳으로 헤어졌다. 편의점에 도착해 웬일로 점장님이 없었고 먼저 카운터를 보고 있던 알바생과 교대를 한 후 의자에 앉아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렸다. 교대를 한 알바생이 간지 얼마 지나지 않아 편의점 안으로 남자 무리가 들어왔고 교복을 보니 학생인 것 같았다. 직감으로 봤을 땐 쟤네 분명 술이나 담배 사러 온 것 같은데,
" 얼마에요. "
" 미성년자한테는 술 안 팔아, "
" 누군가 했는데 윤여주네. 같은 짓 하는 사람끼리 왜 이래, 빨리 계산이나 해. "
혹시나가 역시나였다. 예전에 모임 나가면서 몇 번 마주친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이름을 모르겠단 말이지. 이름 알면 얘네 학교에 바로 꼰지를텐데, 아쉬운 마음에 입맛을 다시며 자리에 앉았다. 계산을 안 해주냐고 술 병을 내려쳤고 점차 걔의 행동이 막장으로 변질되어 말리려던 찰나, 쨍그랑하고 술병이 깨져버렸다. 새끼, 술 병 약한 거 모르나. 편의점 안엔 술 냄새가 진동을 하였고 깨진 술병을 보며 당황스러워하던 남자 무리들은 도망치려고 편의점 문을 열었다.
" 이게 무슨 냄새야, "
" 아.. 타이밍 뭐 같네 진짜. "
남자 무리들은 들어오는 점장님을 보며 더 당황하더니 이내 욕을 하며 편의점을 빠져나갔다. 이번 일 내가 머리채 잡힐 것 같은데, 도망가는 무리 중 몇 명을 잡고 점장님이 그들을 몇 번이나 추궁했다. 추궁해서 나온 대답은 내가 술을 사도록 시켰다는 것. 말이 되는 걸까, 미성년자한테 술 팔면 잘린다는 거 잘 알고 있는데 어느 미친년이 팔겠는가. 하지만 그들은 날 그 미친년으로 만들었고 평소에 알바를 성실히 하지 않은 나이기에 점장님은 그들의 말을 쉽게 믿었다. 결국, 경찰서 간지 며칠이 지나지 않아 또 출석하게 되었다.
" 제가 윤여주 보호자입니다. "
" 정한 학생. 이 친구 좀 단속 잘해요. 이러다 경찰 내에 유명인사 되겠어. "
경찰의 말에 윤정한을 고개를 숙였고 나를 데리고 경찰서 밖으로 빠져나갔다. 나오자마자 잔소리할 줄 알았지만 아무런 말이 없었고 나도 그 상황에서 말할 처지가 되지 않아 입을 다물고 집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윤정한은 분명 알고 있을 것이다. 내가 학교를 짼 게 분명 윤정한 귀까지 들어갔겠지. 평소에 많이 하던 잔소리를 하지 않으니 익숙하지가 않았다. 차라리 아무 말 없는 것보다 잔소리를 듣는 게 더 편할 정도였다. 그렇게 아무 말없이 집에 거의 도착했고 갑자기 가던 걸음을 멈춰 서 날 돌아보는 윤정한이었다.
" 이제 좀 그만하면 안 돼? "
" ... .... "
" 부모님 때문에 너가 계속 엇나가는 것 같은데 이젠 알겠으니까 그만 좀 해라, 나도 사람인데 안 지칠 것 같아? "
" 그만 좀 징징거려! 나도 사람이야 지겨워 죽겠어! "
" ... .... "
" 그래, 미안해. "
윤정한 입에서 험한 말이 나왔고 그 말과 어릴 적 기억이 같이 플레이 되었다. 허탈하게 웃으며 윤정한이 좋아하는 포도맛 사탕을 꺼내 손에 쥐여주었다. 쌍둥이라고 좋아하는 맛도 비슷한가 봐. 그렇게 집을 먼저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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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봄내음입니다.
우선 인사하기 전 작품 먼저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블라썸 퍼퓸은 로코(로맨스코미디)가 아닌 순수 100% 청소년 로맨스물 입니다. 성장소설이라고 할 수도 있죠.
연재주기는 그렇게 딱딱 맞지 않을 것 같아요. 신분이 학생이다 보니 시험기간도 겹치고 쓸 시간도 없고, 아무튼 엄청 가끔 올 것 같습니다.
이번편은 지훈이가 나오지 않지만 다음편부터 아마 꾸준히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등장인물 한 명 한 명을 다 아끼고 좋아합니다. 그러니 안 좋은 발언은 자제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여주 시점이 아닌 다른 시점은 회원 공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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