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편. 잡았다.
남준이와 윤기가 같이 길을 걷고 있었으면 좋겠다.
평소처럼 소소한 일상, 소소한 하루의 일과 중 하나.
오늘 저녁은 뭘 먹고, 먹고 나서 지난번에 다운 받았던 미드를 보는 게 어떠냐는 둥, 그 전에 본 건 뭐였더라. 등등.
그런 대화를 나누면서 걸음을 맞춰갔으면 좋겠다.
그러던 도중에,
남준이를 알아보는 한 무리의 사람들과 만났으면 좋겠다.
자연스럽게 윤기의 걸음은 느려지고, 남준이는 한발자국 앞에서 그 무리의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누었으면 좋겠다.
알고보니 그들은 남준이와 같은 대학 동기, 그리고 선배들이었으면.
개강 직전에 몇몇이 모여 술을 마시러 가는 길이라면서,
남준이에게도 자연스럽게 같이 놀자고 이야기가 흘러갔으면.
윤기는 몇 발자국 뒤에서 멀뚱히 그 광경을 보고만 있었으면 좋겠다.
인사만 하고 가려던 남준이가 저를 붙잡는 손길에 잠시 고민하는 사이에 윤기가 다가가서 남준이의 등을 툭 건들였으면 좋겠다.
마시고 와. 나 먼저 갈게.
아, 형. 저기...
남준아, 네 친구야? 친구도 같이 마시자 그래.
아뇨, 저...
남준이가 쉽게 윤기를 뭐라 소개해야 될지 몰라서 머뭇거렸으면 좋겠다.
동거인이라기엔 너무 가깝고,
친구라기에는 무언가 다른 사이니까.
스스로도 거부감이 드는 단어들을 나열하다가 머뭇거리는 그 사이에 윤기가 먼저 나서서 괜찮다고 말하고는 걸음을 옮겨 집으로 향했으면 좋겠다.
무리가 이끄는대로 남준이는 그 안으로 스며들어가고,
윤기는 홀로 떨어져나와 집으로 향했으면 좋겠다.
오늘 저녁 날씨가, 이렇게 쌀쌀했나.
새삼스럽게 쌀쌀한 날씨를 느끼며 팔뚝을 손으로 두어번 슥슥 부빈 후에 길거리 한 켠으로 모습을 감추었으면 좋겠다.
아까 남준이의 동기들 중 하나가 말했던 친구라는 단어가 우리 둘의 사이인지 모르겠어서,
윤기의 고개가 느릿하게 기울어졌으면 좋겠다.
야,
너는 어떻게 생각해?
우리 사이.
슬쩍 무리 속으로 들어가버린 남준이의 뒷모습을 떠올리며 질문을 삼켜내었으면 좋겠다.
남준이는 꽤 늦은 시간이 되어도 집에 오지 않았으면.
윤기는 혼자 집에 들어와 몸을 씻어내리고,
옷을 갈아입고,
노트북으로 게임을 하다가 그냥 덮어버리고,
저녁을 대충 챙겨먹은 뒤에
침대에 누워있었으면.
조용한 방 안에는 바깥의 옅은 소음과 얇은 벽을 뚫고 들리는 어느 집에서의 소음, 그리고 냉장고가 돌아가는 소리가 고작이었으면.
흰 귀를 축 늘어뜨린 채로 멍하니 누워있다가 반쯤 잠에 들 즈음에 문이 열렸으면 좋겠다.
술냄새와 다른 기름진 냄새까지 끌어온 남준이가 느릿한 걸음으로 집 안으로 들어왔으면 좋겠다.
냄새.
안 자고 있었어요?
깬거야.
금방 씻고 올게요.
남준이의 말에 윤기는 침대에 걸터앉아 헝클어진 머리를 쓸어올렸으면 좋겠다.
고작 그 질문 하나가 뭐라고 이렇게나 혼자 신경을 쓰는 자신이 짜증이 나서 미간을 찡그렸으면 좋겠다.
남준이가 씻고 나와서는 윤기 옆에 앉아 그런 윤기를 빤히 바라봤으면 좋겠다.
아직 술기운이 덜 가셔서는
멍한 얼굴로,
느릿한 말투로,
윤기를 꼼짝못하게 붙잡았으면 좋겠다.
아까는 미안했어요.
뭐가.
혼자 두고 가버린 거.
뭘 혼자 둬. 넌 친구들을 만나러 간거고, 난 그대로 집에 온 건데.
그리고 또... 제대로 말 못 한거요. 형이랑 내 사이.
남준이의 시선에 멋쩍게 손 끝을 꼼지락거리던 윤기가 모든 행동을 뚝 멈췄으면 좋겠다.
잠시 아무 말도 없다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으면 좋겠다.
그럼 거기서 뭐라고 말해. 기르는 토끼라고 할 수도 없잖아.
형이랑 내 사이는 그런 사이에요?
뭐가.
토끼랑, 주인. 우리 사이 그런 사이에요?
그럼 우리가,
무슨 사이인데?
윤기의 질문으로 정적이 흘렀으면 좋겠다.
남준이는 아직 멍한 머리를 추스리려하면서 길게 숨을 내쉬고, 윤기는 손을 들어 제 흰 귀를 천천히 잡아 쓸어내리기 시작했으면.
불편한 정적이 계속 이어지고, 이어지다가 남준이가 몸을 살짝 돌리면서 시트와 스치는 소리를 내면서 그제야 끊겼으면.
남준이의 입술이 열리고, 느리게 남준이의 마음이 내보여졌으면.
나는 그 사이 별로인데. 다른 사이해요, 우리.
무슨 사이하자고. 넌 술 취했으면 자기나 해라, 좀.
토끼야.
왜.
윤기 형.
...
민윤기.
...
또 한 번의 정적.
윤기가 남준이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몰라 당황했으면.
갑자기 저와 남준이를 감싼 분위기에, 정확히는 남준이가 꺼내보이려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마음인지
알 것 같기도,
모를 것 같기도해서
더 당황스러웠으면.
이거 술기운에 덜컥 말하는 건 아니에요. 좀, 빌리긴 한 거지만.
야, 야. 너. 왜 갑자기 분위기를 잡고 그래.
민윤기.
...
우리 사이, 토끼랑 주인 말고 다른 거 해요.
...
우리, 그거 말고...
윤기가 손을 들어 남준이의 입술을 막아버렸으면.
스스로도 제 행동에 자각이 없던지라 더 놀라서 손을 떼지도 못하고 늘어뜨렸던 귀만 바짝 세웠으면.
남준이가 느릿한 시야로 본 윤기의 얼굴은
한없이 붉었으면.
그만, 잠깐. 갑자기 이러는 법이 어딨어.
반칙이잖아.
나한테 맞춰서 열심히 뛴다며.
근데 왜 갑자기 날 추월해서 잡으려고 하는건데.
입술을 벙긋거리면서 겨우 말을 이어하는 윤기를 보고 윤기의 손에 막힌 남준이의 입꼬리가 올라갔으면.
윤기의 손목을 잡아 내리고
천천히 다가갔으면.
멍하니 남준이와 시선을 마주하고 있던 윤기가 고개를 돌리면 남준이가 작게 웃으면서 속삭였으면 좋겠다.
형. 지금은 고개를 돌리는 게 아니라,
눈을 감아야 해요.
남준이의 말에 윤기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남준이를 바라봤으면.
미간이 잔뜩 찡그려질정도로 눈을 꽉 감은 채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심지어 잡힌 손목에까지 두근거리는 몸을 견디려 했으면 좋겠다.
남준이의 고개가 다시 움직여 윤기에게 조금 더 가깝게 다가갔으면 좋겠다.
형광등도 제대로 키질 않아 어두운 집 안에서
얼핏 비추는 두 실루엣이 조심스럽게 겹쳐졌으면.
처음으로 마주본 채 두 사람의 마음이 솔직하게 닿았으면 좋겠다.
--
선물 자랑 |
귀여운 그림과 글씨 모두 감사합니다. 하트. |
| [암호닉] 확인부탁드려요. |
현 / 코카콜라 / 쮸 / 곰곰 / 윤기야 / 세계 / 구즈 / 망개떡 / 작가님워더 / 어른 / 미름달 / ★껌★ / 토토네 당근가게 / 별별이 / 시에 / 쿠키주주97 / 밀방 / 망개 / 사탕 / 0912 / 침침 / 0123 / 오리 / 연꽃 / 릴리아 / 꼬맹이 / 너나들이 / 스틴 / 희망찬란 / 코넛 / (비)초코파이 / 찹쌀떡 / 윤기나는 봄 / 두쥬나 / 자몽주스 / 1092 / 독희 / 꽃바람 / 초코파이 / 벨베뿌야 / 가슴이 간질질 / 여운 / 셩 / 2반 / 귤 / 야상 / 슈비누나 / 하앙39 / 공중전화 / 쿨밤 / 도식화 / 아카라카 / 연나 / 밤이죠아 / 스케일은 전국 / 부산의바다여 / 진진 / 침침한내눈 / 앨리 / 덜RUN / 탄콩 / 음표★ / 한소 / 봉봉 / 쌈닭 / 굥기 / 꽃봄 / 융기 / 감자도리 / 0103 / 솔선수범 / 안녕 / 로봇 / 만두짱 / 비바 / 페스츄리 / 광어회 / 매직핸드 / 호어니 / ♥옥수수수염차♥ / 멍뭉이 / 미역 / 슙크림 / 초코에몽 / 슙슙이 / 씰룩씰룩 / 머리에 윤기가 살아 / 초코엄마 / 으아이 / 글쎄글쎄글쎄 / 냉면 / 초희 / 당근 / 딸기빙수 / 윤이나 / 뜌 / 자몽소다 / 꾸쮸뿌쮸 / 삼월토끼 / 복숭아 / 라코 / 라즈베리 / 쿠잉 / 홉요아 / 620 / 다라다라달당 / 밐 / 스카이 / 흑슙흑슙 / 0419 / 기쁨 / 호시기호시기해 / 레어고기 / 멜팅 / 사랑현 / sweet / 허니비sss / 안녕 / 아가야 / 꾸잉진 / 0622 / 달토끼 / 렘 / 스물넷윤기 / 콩콩이 / 빰빠 / 고요 / 모찌 / 에이블 / 미키부인 / 솨앙 / 체리 / 몬실몬실 / 뀨 / 호빈이 / 언어영역 / 0901 / 슈가야금 / 변호인 / 누누슈아 / 샤넬 / 3912 / 오랑지나 / 다곰 / 슈랩슈 / 크롱 / 개미 / 석진이시네 / 대형견 / 푸른간판 / 봄날의 기억 / 햇님 / 뀽꾸큐 / 올림포스 / 스리알 |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인스티즈앱 ![[방탄소년단/랩슈] 윤기가 토끼인 썰 66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3/26/23/c1fbd3f37490782956415672d149bced.jpg)
![[방탄소년단/랩슈] 윤기가 토끼인 썰 66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1/09/20/c261e582e23812c06f071ab83d95db06.gif)
![[방탄소년단/랩슈] 윤기가 토끼인 썰 66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1/16/1/c545f856c4a6fe82ccecacbfad09c315.jpg)
![[방탄소년단/랩슈] 윤기가 토끼인 썰 66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1/26/4/5951ff1430e7640944cc4bf00de71d02.png)
![[방탄소년단/랩슈] 윤기가 토끼인 썰 66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1/31/19/d97d0d0510d1d080a46f475dec3fe9a0.jpg)
![[방탄소년단/랩슈] 윤기가 토끼인 썰 66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2/06/22/bb7025f9f34652773f27541d71e6740e.jpg)
![[방탄소년단/랩슈] 윤기가 토끼인 썰 66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2/06/22/ce78ecfe082ef03f8b89d020c4ae0146.jpg)

현재 인터넷 상황 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