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글은 본의아니게 정주행을 했는데, 진짜... 진짜... 많네요...
한 편 한 편이 짧아서 그런 것도 없잖아 있겠지만
그래도 뿌듯.
차가웠던 겨울이 물러나고 봄이 성큼 다가왔으면 좋겠다.
풀려진 날씨가 이제 조금씩 열기를 머금은 채 활기를 띄기 시작하고,
새순이 피어오르다 못해 부지런한 싹들은 꽃을 피우고,
이제는 눈이 아닌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계절이 되었으면 좋겠다.
회색빛의, 혹은 하얀 빛의 거리가 그제야 자신만의 색을 피워낼 무렵에
남준이가 윤기를 데리고 어디론가 언덕길을 오르기 시작했으면.
도대체 어딜 가는건데?
제 모교요.
아니, 왜, 어? 학교를 가는데 날 왜 데리고 가는건데?
올라오면 알아요.
평지는 토끼일 때 잘 뛰어다니더니 역시 체력 자체는 크게 떨어지는건지, 윤기가 크게 숨을 고르면서 남준이를 째려봤으면.
남준이는 그 눈빛에 멋쩍게 웃으면서 윤기의 손을 잡아 끌어줬으면 좋겠다.
그렇게 결국 언덕 위에 있는 큰 고등학교에 도착했으면.
같이 들어갈래요? 아니면 여기서 기다릴래요?
기다릴게, 너, 다녀와.
학교 안에, 덩쿨나무가 지붕을 뒤덮은 곳 아래 있는 벤치에 윤기가 반쯤 눕다시피하면서 손만 내저으면
남준이 너는 알겠다면서 윤기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고 학교 안으로 걸음을 옮겼으면 좋겠다.
윤기는 가만히 눈을 감은 채로 있다가 바람이 불어 나뭇잎들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울리면
그제야 천천히 눈을 떴으면 좋겠다.
쾌청하다 못해 푸른 하늘,
지붕을 덮은 덩쿨나무 잎들 사이로 내려오는 햇빛,
잘게 움직이면서 생기를 더하는 그늘.
멍하니 윤기는 그 모습을 눈에 담았다가 어디에서인가 우르르 쏟아져나오는 학생들을 보고 흠칫 놀랐으면.
그리고 떠들썩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장난을 치면서 다른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에 홀로 이방인이 된 것 같아 멋쩍어했으면.
형.
아, 벌써 왔어?
인사만 가볍게 드리고 온건데요, 뭐. 그리고 다음 교시 수업 있으시대요. 갈까요?
원래 학교라는 곳은 나중에 졸업을 하고 나면 이렇게 인사를 오는건가. 윤기가 고개를 갸웃거렸으면 좋겠다.
왜 그래요?
남준이는 학교를 빠져나가면서 다시금 교복을 입은 아이들한테 시선을 뺏긴 윤기의 어깨를 톡, 건들이며 물었으면.
윤기는 그 모습을 끝까지 눈으로 좇다가 그제야 시선을 남준이에게 맞췄으면.
신기해서.
신기해요?
응. 나는 학교 다녀본 적이 없으니까. 이런 분위기, 낯설어.
담담히 나오는 윤기의 말에 남준이가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저,
윤기가 학교라는 곳을, 교복을 입은 아이들을, 그들만이 가지는 분위기들을
잔뜩 눈에 담을 수 있도록 걸음을 늦췄으면 좋겠다.
사실 보여주고 싶은 게 있어서 형을 데리고 온 거예요.
뭔데?
남준이가 올라왔던 길로 내려가려는 윤기의 손목을 잡고 반대편으로 향했으면 좋겠다.
올라왔던 후문 쪽이 아니라 정문 쪽으로 운동장을 가로질러 갔으면 좋겠다.
정문에 가까워질수록,
그리고 그 앞에 내리막 길이 훤히 보일수록,
윤기의 걸음은 다시 늦춰졌으면.
눈이 동그랗게 떠지고, 입술이 살짝 벌려진 채,
정문 앞에서부터 길을 따라 쭉 이어진 벚꽃길을 보고 놀랐으면 좋겠다.
우리 학교가 이 벚꽃길로 진짜 유명하거든요. 벚꽃놀이는 못 가도 여기 보여주고 싶었어요.
윤기는 느릿하게 눈을 깜박이면서 남준이의 손에 이끌려 벚꽃길 한 가운데로 걸음을 옮겼으면 좋겠다.
구름에 잠깐 가려졌던 햇빛이 다시 고개를 내밀고 길 끝에서부터 남준이와 윤기가 있는 곳까지 올라와 비추었으면 좋겠다.
바람이 질 수 없다는 듯 그 사이를 가로질렀으면 좋겠다.
윤기와 남준이의 머리 위로,
하얀 벚꽃잎이 하늘하늘 떨어지며 눈보다 가볍게 날아다녔으면 좋겠다.
온 세상이 벚꽃으로 된 것마냥, 윤기의 시야를 가득 채웠으면 좋겠다.
눈은 겨울에만 내리는 줄 알았어.
봄에도,
따뜻한 눈이 내린다.
윤기가 손을 펴서 떨어지는 벚꽃잎을 잡으려했으면 좋겠다.
몇 발자국 남준이보다 앞서가다가 바람이 또 한 번 더 불어 그런 윤기의 볼을 간질이고, 바로 앞에 꽃잎 몇 개를 안겨주고 떠나갔으면.
윤기가 그대로 뒤를 돌아 남준이를 올려본 채로 웃었으면 좋겠다.
고마워.
목소리가 닿지 않아도 그 마음이 닿아온 것 같아서 남준이도 웃으면서 걸음을 조금 재촉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둘의 걸음이 나란히 맞춰졌으면 좋겠다.
너무 덥지도, 춥지도 않았을 어느 날에
마음까지 벚꽃마냥 하얗고, 옅은 분홍색으로 물들인 채로 계속 같이 걸어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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