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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몬스타엑스 샤이니 온앤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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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많이 왔던 것 같다. 나는 그렇게 기억한다.

또 내 기억 속 그 날은 어두컴컴하게 드리운 먹구름이 나를 잡아먹을 듯 비를 쏟아내고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날에 대해 네게 물어본다면 아마 너는 기분좋은 시원함을 동반한 모다깃비라고 기억할 것이다. 우리 둘의 기억은 이렇게도 많이 엇갈린다.

그야 그 날은 나에게 있어 최악의 날이었고, 너에게 있어 최고의 날이었으니, 그럴만도 할 것이라고 짐작한다.


진부해 빠진 드라마속 비련의 주인공은 참 싫다.

흔해빠진 이야기 속 주인공은, 상대방은 마음도 주지 않았지만 스스로 사랑에 목을 매다가도 스스로 사랑에 상처를 받는다. 멍청하기 짝이 없다고 생각했다. 물론 아직도 그 생각엔 변함이 없다.

바보같은 사랑을 자신의 인생에 있어 최고의 사랑이라고 생각하며 가슴속에 그 사람을 묻어두고 살아간다. 그것만큼이나 미련한 일이 또 있을까...




동기들은 하나같이 불평불만을 늘어놓았다. 이렇게 비가 오는 날 꼭 날을 잡았어야 하냐면서도 서로서로 오랜만에 만나는 얼굴들이 잔뜩 상기되어 있었다. 이런 일이 아니면 또 언제 만나겠느냐며 제대로 된 시작이 있기도 전에 다들 정신없이 떠드느라 바빴다.


그 날이 나에게 있어 엉망인 날이었다고 얘기했었나, 아침부터 나는 계단에서 발을 헛디뎌 발목에 깁스를 감아야 했고, 갑작스레 내린 비를 피하려 들어선 가게의 낡은 천막에서 빗물이 잔뜩 쏟아져 내리질 않나...

더욱 최악인 것은 제일 오기 싫었던 곳에 와서 억지로 동기들과 웃으며 이야기를 나눠야 했다는 점이다.

그냥 얼른 돌아갈 수 있도록 늦게 도착해버릴 걸...




멍청한 드라마 주인공보다 더 싫은 건 뭔지 아는가? 바로 멍청한 드라마 주인공보다 더 멍청하고 바보같고 미련한 바로 나다.

내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짧게 얘기하자면 처음부터 이루어지기 힘들었던 만남이다. 알고 있었지만 시작한 건 다름아닌 나였다.

그것 봐라. 상대는 나를 거들떠도, 친구 이상으로도 생각하지 않았지만 스스로 사랑에 빠져 스스로 상처받고 스스로 아파하는 꼴이었다.

이제 남은 건 스스로 상대를 버리느냐, 상대를 가슴에 묻고 평생을 살아갈 것이냐. 멍청해지지 말자, 멍청해지지 말자, 생각하면서도 미련은 구질구질하게 붙들고 늘어진다.

지저분하기 짝이 없는 사랑이었다.




후회를 하곤 한다. 너를 만나지 말 걸, 너와 친구를 시작하지 말 걸, 너와 같은 학교를 들어오지 말 걸, 너와 같은 동아리에 들지 말 걸.

꼬리에 꼬리를 무는 멍청한 후회를 하면서도 잊지 못하는 내 자신이 싫어 엉망진창으로 술을 마신 적도 있다. 그렇게 몇날며칠을 술에 절어 살다가도 그런 제가 한심하고 미운 것보다 제가 망가지는 걸 누구보다 싫어했던 네가 볼까 얼른 제자리로 돌아와 아무것도 아닌 듯 살아가곤 했다.

멍청한 주인공은 상대의 작은 호의에도 큰 기대를 하게 된다. 그리고 그가 준 기대에 망상을 더해 제 독한 사랑에 찌들어간다. 마치 마약처럼.



제가 좋아하는 동기들도 잔뜩 있었고,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도 잔뜩 있었다. 그럼에도 들어가지 못한 것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네가 있기 때문이다.

너를 잊고 싶어 나온 자리가 확실했다.

제 옆이 아니어도 행복한 너를 확인하고 싶었다. 그렇게 하면 너를 완전히 잊을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지저분한 나의 마음은 한 켠에 너를 보고 싶어 나온 이유를 추가시켰다.

두개의 마음이 충돌하는 순간 당연히 들어갈까, 말까를 고민할 수 밖에 없었다. 잊어야 한다는 지배적인 생각을 기반으로 한 너에 대한 나의 사랑은 그런 고민을 하기에 충분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지 않은가. 너는 나의 사랑이기 이전에 나의 친구였으니. 네가 있더라도 들어가는 것이 맞았다.



"야, 뭐가 이렇게 오랜만이야!"

"호들갑은. 잘 지냈지?"

"그럼! 너는? 잘 지냈어? 살 많이 빠진 것 같은데."

"그런가... 너는 못 본 사이에 더 잘생겨졌네, 새끼."

"워낙 인물이 훌륭하시니까."

"닥쳐. 야, 이따가 보자."


아무렇지도 않게 네 어깨를 툭툭 쳐주고는 다른 동기와 인사를 나누는 널 뒤로하고 얼른 자리에 앉아 물을 들이켰다.

아무렇지 않은 척 했지만 아무렇지 않지 못했다. 괜찮지가 못했다.

놀랐다고 해야할지, 당황스럽다고 해야할지, 형용할 수 없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한참을 멍하니 앉아있다 한숨을 푹푹 쉬었다.



참 이상한 것은 한평생을 그냥 이렇게 살아온 나에게 꼭 하늘은 쓸데없는 기회를 주시곤 한다.

계속 잘 숨기고 살아왔던 내 마음을, 사랑을 꼭 오늘같은 날 말하고 싶어진다. 너무나 잔인하지 않은가.

되도록이면 그냥 그렇게 하고 싶은 욕심으로 남아주길, 그냥 한번 쯤 뱉고 싶은 생각으로만 남아주기를 먹구름에 닫힌 하늘에 빌고 또 빌었다.




"야, 나 잠깐 할 말 있어. 이따가 나 좀 보자."

"야. 돈은 못빌려준다."

"나 너보다 잘 살아."



후회하겠지, 후회할 것이다. 결코 후회할 짓을 저질렀다.

이제와서 아무것도 아니라고. 그냥 앞으로도 잘 지내라고 말해줄까, 하려다가 짓궂은 마음은 그럴 생각이 없다는 듯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런 일에 확신을 가지고 행동하려고 한다.

너무나 내 생각과 동떨어진 마음의 행동에 진절머리가 나 머리를 쥐어뜯어봐도 이미 마음은 그렇게 하기로 굳힌 듯 보인다.

또다른 자아가 있는 것은 아닐까, 의심해보기 충분하지 않은가.



"뭔데?"

"그냥. 잘 살으라고."

"실없긴. 너 이러려고 나 부르는 그런 스타일 아니잖아."

"꺼져, 니가 뭘알아."

"너에 대한 거면 다 알아."

"진짜?"

"어? .. 야, 그냥.. 어느정도..? 왜그러냐?"

"그럼 그것도 알아?"

"말했다. 난 너 돈 못빌려줘."

"내가 너 좋아하는 것도? 사랑해."




할 수만 있다면 혀깨물고 죽고싶은 심정이었다.

벙찐 네 표정앞에서 할 수 있는 거라곤 멍청하게 웃다 그냥 네 손을 한 번 잡아 악수를 하고 놓는 것이었다.

기네스 기록에 등록할 수만 있었더라면 세상에서 가장 멍청한 짓에 올랐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실없이 웃다 급히 비상구를 빠져나왔다.

아직 다 태우지 못한 담배를 끌 생각도 못하고 그대로 실내로 들고 들어왔다가 갓난아이의 엄마가 기겁을 하는 눈을 하고 저를 쳐다보자 얼른 도로 바깥 쓰레기통에 버려두고 다시 들어왔다.


비가 많이 왔다.

아까는 까맣고 틈도 없어보였던 먹구름이 서서히 만만해보이기 시작했다. 객기겠지만 한번 붙어보자고 하고 싶었다. 까불지 말라는 듯 번개를 내리치고 있었지만 그래도 아까만큼 무서워보이지가 않았다.

왜냐, 제 무서움을 네게 다 덜어줘버렸기 때문이다. 아무 죄 없는 네게 이런 걸 떠넘겨서 미안하게 생각한다.






"신랑 입장!"


그래도 네 결혼식을 지켜보는 날 어느정도 이해한다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





아, 기억을 더듬어 다시 생각해보니 나에게 있어 그 날은 그렇게 많이 어둡진 않았던 것 같다.

신혼여행을 떠나는 네 얼굴에서도 먹구름이 보였던 걸 봐선 제 어둠과 무서움을 네게 어느정도 덜어줬으니 너와 나는 나눠가지지 않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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