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잠깐만, 그러니까 뭐라고?"
이럴줄 알았다. 나는 얼굴을 한손으로 가리고는, 내 말 못 이해 한거 아니지 하고 손을 쳐내리듯 빠르게 내렸다. 우리 둘밖에 없는 숙소가 빠르게 가라앉자, 자철이 형은 나를 지나쳐 주방쪽으로 걸어가, 정호야 배고프지? 따위의 말을 꺼내며 찬장에서 라면을 꺼냈다.
[정호자철/홍구] 시점 전환의 필요성.
그 고백이 있고나서 일주일째, 우리는 똑같이 살고있었다. 똑같이 자철이형이 밥을하면, 나는 느릿하게 일어나 수저를 들고 웃으면 그제서야 자신도 덩달아 웃으며 밥을 퍼주고, 그리고 밥을 싹 비우게 되면 형은 들어가 모자란 잠을 다시 채우고, 나는 설거지와 방청소를 시작한다. 그리고 11시가 되면 서로 집을 나서, 형은 경기장으로, 나는 재활훈련소로 향하여 재활치료를 받는다. 솔직히 나는 안다, 내 왼쪽 무릎은, 다시는, 그냥 다시는 아무것도 할수없는 상태란것을 한국의사에게 들었다. 걸어다닐수는 있지만, 다시는 상대팀의 공을 뺏을수도, 공을뺏어 어느선수에게도 패스를 하지 못할것임을 이미 익히 알고있었다. 나는 막상 들었을때는 현실로 다가오지를 않아서 아, 다시는 축구 못하겠구나 한라봉 장사라도 해야 하나하고 넌지시 속으로 선수들에게 할 농담을 생각하던 도중, 자철이형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리고 그날, 핸드폰을 부여잡으며 한참을 울곤, 급하게 독일행을 마음 먹었던 날이고 그리고 올림픽 국가대표팀 주장도, 해외진출의 꿈도 모두 허울없이 무너져내린 날이었다.
결국 올대 주장은 자철이 형이 되었다. 형이 주장이 되어서 기쁘다 생각을 했고, 형이 한일전에서 골을 넣었을땐, 마치 내 일처럼 기뻐했다. 하지만 거기서 나는 기뻐하는것을 그만 두고 씁쓸하게 웃어버렸다. 다치지만 않았으면 그 자리, 그 영광, 그 행복, 그 명예-. 다 내꺼라고...
"정호야"
익숙한 목소리가 내 생각을 비집고 들어왔다. 자철이 형이 어딘가 부자연스럽게 웃으며, 준비를 다했다며 일어나라고 손을 내밀어 나를 부축했고, 나도 식탁을 지지하며 일어나 내 목발을 찾아짚어 차로 가자 항상 앉던 조수석의 문을 열어주며 오늘은 나 늦어서 못 데리러 올것같다고 넌지시 내게 말한 형은 운전석에 앉으며 몸을 내게 기울여 안전벨트를 늘여트려 매주곤, 자신도 안전밸트를 맸다. 아무말도 하지않는 고요한 차안에서, 나는 감히 그의 눈을 처다보지도 않았고 그는 나를 슬쩍 흘끔 거리며 처다볼뿐 입을 열지는 않았다. 형, 나 저기서부턴 걸어갈께. 내 말이 입에서 떨어지자마자 기다렸다는듯 세워지는 차를 벗어나 문을 세게 닫고는 이따봐, 하는 상투적인 말을 남기곤 걸었다. 이제 완연한 가을인듯 가디건 밖으로 부는 바람이 찼다.
의사는 또 왔냐는듯 나를 보고 얼굴을 찌푸리며 도대체 낫지도 않을다리, 뭣하러 이리 돈 들여가며 재활을 하냐고 물어보았다. 그 질문에 대답을 하지 않는 나를 보며 답답하다는듯, 당신에게 해줄수 있는건, 이제 당신이 무심코 뛰었을때 당신에게 다가올 격심한 고통을 잊게해줄 마약류 진통제밖에 남아있지 않다고 설명하며 내 왼쪽 무릎을 엑스레이 촬영후 알려주는 봉으로 꾹꾹 눌러왔다.
"윽..."
단말마의 비명을 내지르자 의사는 쯧쯧 하고, 혀를 내차더니 소견서와 진단서를 주며 약이나 먹고 근처 공원을 산책하라고나 일렀다. 그리고 약을 받으러올때 빼곤, 자신의 병원에 오지 말라는 말도 남겼다. 병원 문을 열고 나서자 아까보다 더한 바람이 불며 나를 맞이했다. 집으로 돌아오는길은 나를 사색에 잠기게하고, 또 많은것을 생각하게 해서 이젠 아무것도 할수없는 나를 원망하게 되버렸다. 그토록 사랑했던 축구도, 사랑하는 사람도 차지하지 못하는 내가 독일에 남아있을 필요가 없음을 느꼈다. 엄마가 보고싶었다.
"나왔... 너 지금 뭐하는거야?"
놀란듯 커다랗게 눈을 키운 형이 방바닥에 널브러져있는 내 옷가지를 보고 내게 다가왔다. 응, 나 한국가려고. 나는 최대한 덤덤하게 내뱉으며 자철이 형의 눈을 피했고, 형은 자신의 발 밑에 있는 내 옷을 집어들며 갑자기 왜 그러냐고 반문했다.
"나 못고치는거 알잖아, 얼른 한국가서 자리잡아야지. 제대로된 스펙도 없으니까 다시 직장잡으려면 일찍 가는게 좋을것같아서."
형의 손에 들려있는 내 옷가지를 뺏어와 옷을 접자, 형의 얼굴이 알수없는 표정으로 자꾸 구겨졌고 결국엔 다시 내 옷을 빼앗으며 말했다. 가지마.
"왜, 이제 형도 바쁘잖아. 방해 안되게 얼른 한국으로 가야지"
"방해안되니까, 그냥 여기있어"
"갈께, 나 오랫만에 가족들도 보고싶으니까..."
"가지말라고!!!"
"형이 뭔데!!!!"
나도 모르게 나온 큰소리에 형이건 나건 할것없이 크게 놀라버렸다. 자철이형이 동그랗게 뜬 눈을 감았다 뜨며 나를 응시했고, 나는 그런 형의 눈길에 눈을 질끈 감으면서 가방의 자크를 올렸다. 그리고 살며시 눈을떠 캐리어의 손잡이를 잡고 문 쪽으로 걸어나가자 강하게 내 어께를 잡아채 손에 들린 캐리어를 빼앗아들며 어딜간다는거야 빨리 밥먹자 배고프지? 하고 내 캐리어를 자신의 방에 던져 넣고 오랫만에 정호라면 좀 먹어볼까? 하고 내게 고개를 돌렸다.
"형..."
"지난번 처럼 한강수 만들지마라"
"형"
"난 계란 푼거 싫어하는건 알지?"
"형, 진짜..!"
찬장을 열던 형의 움직임이 멈추고, 이내 나를 처다보았다. 그래서, 뭐. 하고 차갑게 내뱉은 형이 저번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생활해, 넌 평소같이 재활센터가고, 난 축구해서 돌아오면 저녁이나 먹고 멍청한짓이나 일삼고 살자. 너 그때부터 이때까지 그렇게 잘 살았잖아 근데 왜그래. 비웃는듯한 목소리가 내 귓전을 스쳐지나가면서 어딘가가 끊어진듯한 느낌이 들었다. 매섭게 올라갔던 눈이 한껏 처지면서, 정호야 이따가 공원 갔다오자. 그 해맑은 얼굴에 나는 주체할수없는 화를 느꼈다.
"다 가졌잖아, 형은. 근데 난 아무것도 없어.. 약속된 미래 보장된 풍요로움? 그딴게 없어 난!! 독일로 가자며 방법이 있다며!!! 근데 왔는데 한국같은 입 바른 말도 나한테 해주질 않아..."
화를 한꺼번에 내버려, 머리가 한대 맞은것 처럼 얼얼하게 아려오고 나는 자철이형 방에서 내 가방을 꺼내 문을 잡았다
"형 한국 가면 연락할께"
쾅. 문이 닫혔다.
몇일간 호텔에서 묵다가 돌아온 한국에서, 도저히 가능성이 없는 나에게 돌아오는 플레쉬 라이트는 없었다. 그저 나는 아무것도 할수없는 전직 축구선수이고, 감독님에게 재활은 끝났고, 더 이상 축구를 할수 없음을 알렸다. 수고했다고 등을 두드려 주시는 감독님의 품에 안겨 울던 나는 자철이 형의 안부를 묻는 감독님에게, 네, 썩 잘지내요 하고 마무리 지었다. 사실 그의 자취를 보지않으려, 듣지 않으려 일부러 스포츠 뉴스란은 처다보지도 않았고, 그의 얘기를 하려는 동료들이 있으면 귀를 막거나 딴 말로 돌리기 일쑤였다.
"자철이 발목 인대 다쳤다며, 괜찮아?"
"예?"
처음 듣는 소리였다. 그가 다쳤다는 말에 조금 놀랐지만, 나는 괜찮다고 말하며 축구장을 나섰다. 오랫만에 느껴지는 제주의 뜨거운 햇빛에 몸을 묻고, 드디어 기다리던, 부모님의 곁으로 돌아가기 위해 공항으로 갔다. 얼마만의 보는 얼굴인지 지금 현실 빼고는 다 잊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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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 안쓰고 이거 쓰고 있었어요 삉삉....
출퇴근 시간에 조각조각 열심히 쓴 홍구 랍니다... 하 ㅠㅠㅠ
윤리는 예정대로 다음주 수요일 오전중에 올라올거구요... 직무태만... 아니랍니다 ㅠ
이건 뭐 재미로 쓴거니 재밌게 봐주세요 ^^
홍구 행쇼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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