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그때 보았던 내 이름 석 자 때문에. 그것 때문에 나는 이렇게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02 w. 행운의향로 같은 공동체에 소속된 표지훈이 나에 대한 일말의 생각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나는 블락비의 리더이고 표지훈은 일원이다. 그렇다면 그가 나에 대하여 어떠한 감정이라도 갖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음식을 먹음으로서 주로 통찰하는것은 요리한 사람의 감정이지 생각이 아니다. 그리고 그런 내가 그에게서 읽어낼 수 있었던 것은 내 이름이었다. 내 이름 우지호는 감정의 종류가 아닌 그저 한 사람의 이름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 내 기분 완전 우지호야' 같은 말은 우지호가 어떠한 감정에 비유되지 않는 이상 있을 수 없는 표현이었다. 내가 그의 감정에 깊게 영향을 끼쳤거나 나 모르는 사이 국어학계에서 무언가 바뀐 것이 아니라면, 표지훈에게서 내 이름을 읽어낸 것은 이해할 수 없었다. - 근 며칠간 극도로 예민해져 있었던 탓에 일에도 집중하질 못했다. 차라리 몰랐으면 더 나았을 것을 알게 한 내 혀도 미웠고 쓸데없이 태연한 표지훈도 미웠다. 내 앞에서의 변함없는 그 아이의 태도가 나의 혼란을 두 배 세 배 가증시켜서, 가사를 쓰려고 펜을 잡든 카톡을 확인하려 폰을 잡든 잠시동안 멍하니 그때를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게 너무 싫었다. 짜증이 늘어난 나 때문애 피해를 본 것은 나와 표지훈의 관계였다. 표지훈의 작은 실수에 펑 터지듯 화를 낸 나와, 차별하냐며 소리치고 녹음실을 빠져나가버린 표지훈 때문에 박경은 관계를 회복하려 갖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리고 까칠해진 우리 둘의 관계를 회복시킨 것은 박경의 고전적 수법이 아니라 표지훈의 라면이었다. 모든 일의 도화선이나 마찬가지인. 그에게 끓이라 말한 것은 나였다. 표지훈은 달걀을 풀었고 적당한 온도에서 라면을 끓였으며 난 조용히 맥주 캔 두 개를 땄다. 말없이 마주 앉은 표지훈의 눈을 마주보며 그의 라면을 한 입 물었다. 라면은 내 입 속에서 헤엄치며 화를 냈고, 나에게 속상한 마음을 잔뜩 드러냈다. 꼭 흥분했을 때의 녀석처럼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발을 구르는 면발을 우물거리다 몇 번 씹지 않고 톡 쏘는 맥주와 넘겼다. 말이 없었다. 화라도 내야 덜 답답할 텐데 표지훈은 답잖게 조용했다. 어서 화를 내는 네 라면처럼 감정을 분출해 봐. 속으로 제아무리 외쳤지만 그뿐이었다. 자리를 마련한 이유는 화해의 장을 마련하고자 한 것이었는데 정작 나도 아무 말이 없다. 시간은 가고 라면과 맥주만 점점 줄어들었다. 표지훈이 먼저 두 번째 캔을 땄다. ㅡ형. 가라앉아 듣기 좋은 저음이 울렸다. 다음 편에 마무리 지을게요 그것도 짧을듯...^^ 하 뭔가 생각했던거 다 못담아낸거같아요ㅠㅠ 너무 급하게 써서 그런가..ㅠㅠ 그럼 내일도 좋은 하루되세용 하투하투 +암호닉 환영해여...나 쉬운 여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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