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없었다. 화라도 내야 덜 답답할 텐데 표지훈은 답잖게 조용했다. 어서 화를 내는 네 라면처럼 감정을 분출해 봐. 속으로 제아무리 외쳤지만 그뿐이었다. 자리를 마련한 이유는 화해의 장을 마련하고자 한 것이었는데 정작 나도 아무 말이 없다. 시간은 가고 라면과 맥주만 점점 줄어들었다. 표지훈이 먼저 두 번째 캔을 땄다. ㅡ형. 03 w.행운의향로 듣기 좋은 저음이 울렸다. 입을 오물거리며 갓 딴 맥주잔을 만지작대는 녀석은 운을 떼고도 말을 하지 않았다. 쓸데없이 자신있게 라면을 권하던 모습과는 다르게 불어가는 라면을 젓가락으로 휘휘 젓는 것이 녀석이 하는 다였다. 지금 입을 열면 혹여나 말이 부딪힐까 싶어 뜸을 들이려니 오늘 안으로 대화가 끝날 것 같지는 않았지만, 자신 없이 수그려진 어울리지 않는 녀석의 뒤통수에 답답해진 나는 성질을 이기지 못하고 지훈이에게 쏘아붙이고 말았다. ㅡ너. ㅡ...네, 형. ㅡ나 어렵냐? 오 개월 차이. 아마 내가 유월에 태어났다면 녀석은 내게 반말을 해도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엄연히 녀석은 내가 태어난 다음 해에 태어났다 그것은 곧 녀석이 나에게 형이라고 불러야 하는 것을 의미했는데, 만약 정말 그것 때문이라면. ㅡ형들이나 경이 권이, 그런 애들은 모르겠는데, 유독 너가 그래. 미묘하게 씰룩이던 녀석의 입꼬리가 위로 올라갔다. 표지훈은 생각을 쉽사리 읽기 힘든 놈이라는 것이 새삼 느껴졌다. 아아. 차라리 애초에 생각을 읽을 수 있었더라면. ㅡ그쵸. 맞아요. 저한테 형 어려워요. ㅡ...나 솔직히 노력 되게 많이 했거든. 막 애교도 부리고, 그리고... ㅡ형 나이 때문이 아니에요. 내 장황할 뻔한 설명을 녀석이 끊었다. 당연히 나이 때문이겠거니 싶어 표지훈을 달래려 현란한 손동작과 함께 말을 늘어놓는 나를 덤덤하게 가로막는 표지훈에게 한 방 먹은 듯한 기분이었다. 그러면? 이라도 받아쳐야 하는데, 알코올이 들어가서인지 아니면 너무나 계산 밖인 대답이라서인지 나는 말문이 턱 막혀 손을 공중에 띄운 채로 굳어 버렸다. ㅡ그냥. 형 자체가 저한테 너무 어려워요. ㅡ... ㅡ형은 뭐든지 다 잘 하고, 그, 다가갈 수 없는 벽이 있는 거 같아요. 리더라는 포지션이라던지, 아니면 형이 짊어진 책임감. 그런 게. 표지훈이 나를 바라봤다. 분명 성숟해져 있다. 장난기를 거둔 녀석에 나도 모르게 손을 뻗어 지훈이의 볼에 갖다대었다. 달아올라 있다. 끔뻑 끔뻑. 크지 않은 눈이 몇 번 깜빡이고, 표지훈은 입을 열었다. 무엇보다 나에 대한 감정이 아프다며, 내 손을 붙잡고 일종의 고백 따위를 하는 표지훈에게 입술을 대었다. 그는 받아들였다. 표지훈의 입에서 라면국물과 맥주가 뒤엉킨 맛이 났다. 묘했다. 그때의 라면처럼. . . . 끝 하 겁나 허무하네요 ㅠㅠ사실 연재 준비하던거 언능 스타트 끊을라고 더 급해지긴 했는데ㅠㅠㅠ아니 이게뭐야ㅠㅠㅠ이게무슨 똥결말이야ㅠㅠㅠ이게무슨 급전개야ㅠㅠㅠ 아 쓸데없지만 저 마지막 문장은 지호가 능력을 잃고 원래대로 되돌아 온 걸 뜻한답니다. 제가 저거 하나 쓰려고 달렸는데 (쩝) 뭔가 전체적으로 마음에 안 들게 그려졌어요...구상할땐 안 저랬거든요. 화가난다'^' 아쉽다고 하신 분들께 심심한 사죄의 말씀 드리겠구요 그럼 곧 다시 뵙죠! ♥!♥ ~매운치킨/쇼파/우산/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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