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지용이 형이랑 사귀기로 했어요."
아침에 일어나 물 한잔 마시는 것처럼, 당연한 수순이라는듯 가벼운 말투로 비수어린 말을건네오는 이승현.
홀짝 홀짝 늘 좋아하던 달달한 프라푸치노를 마시며 눈을 끔뻑인다.
"못 알아 들었어? 얘 이제 내꺼니까 그쪽 꺼지라구요. 이승현 내남자니까."
내가 말이없자 초조한듯 책상을 손가락으로 두들기던 권지용이란 남자가 나를 노려보며 한마디한다.
이 남자가 승현이가 새로 선택한 남자구나. 말은 거칠지만 사실 좋은 사람이겠지
네가 나를 버리고 선택한 남자니까.
"그래서?"
주섬주섬 가방을 챙기며 아무렇지 않다는 표정으로 둘을 흝었다.
이승현은 당황해서 몸을 바르르 떨며 권지용의 옷깃을 꾸욱 눌러 잡았다.
권지용은 내가 주먹질이라도 할 것이라 생각했는지 방어 태세로 여전히 나를 노려봤다.
"나한테 뭘바라는거야? 이미 다 끝난것 같은데 이만 가도되겠나?"
일방적 통보인데, 내가 더이상 뭘 어쩔수 있겠어.
무릎 꿇고 싶고 잡고 싶고 내 곁에 두고 싶어도
네 마음이 떠났는데 내가 못해줬는데 무슨 염치로 너를 잡겠니.
내 작은 승현아
"형...혀엉..."
가방을 들고 터벅터벅 문가로 다가서는데 너의 작은 부름이 들린다.
애써 침착한체 하지만 내 표정으론 뒤돌지 못해 문 코앞에서 걸음만 멈춰 기다리는데
그 작은 입으로 무슨 말을 할까 기대하지만 여지없이 그 기대는 무너진다.
"고마웠고...형...진짜 좋아했어요...."
그래, 하고 작게 대답하며 문을 나섰다.
이제 네가 없는 겨울이 빠르게 돌아오려는지 벌써부터 참 춥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