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윤서와 만나 떡볶이를 먹은 승철이 시간을 확인하더니 윤서에게 "오늘 학원가는 날이지?"라고 말했다. 승철의 말에 윤서가 "오늘 아니거든요-." 라고 반박하고는 집에 간다고 하자 승철은 어색하게 그랬나? 라는식의 표정을 지어보인다. 평소와 다른 윤서의 표정에 승철이 눈치를 보자 윤서는 살짝 고개를 돌려버린다.
"잘가 오빠."
"응"
"...내가 이런 말은 안하려고 했는데."
"응?"
"데려다 주라."
여자의 직감이란 참 무서운 것이다.
윤서는 성격이 털털하고 쿨해서 다른 여자애들처럼 하루가 멀다하고 사랑 확인이라거나 매달리는 것도 밀어내는 것도 잘 하지 않는 아이였다. 데려다 줄까? 라고 물어도 손사래를 치며 '됐어. 오빠 집 반대편인거 내가 뻔히 아는데'라며 승철의 엉덩이를 토닥토닥 쳐주는 그녀였다. 그런데 오늘따라 그녀는 집에 데려다 달라며 승철의 팔짱을 껴오는 것이다. 승철은 이녀석이 뭔가를 느낀걸까 살짝 흠칫했으나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 됐어. 그냥 혼자 갈래."
"왜? 데려다 주라며. 같이 가자."
"...내가 욕심 부린것 같아. 오빠 집 반대편인데."
"왜- 가끔은 괜찮잖아."
승철이 살짝 토라져 보이는 윤서에게 집에 데려다 주겠다며 어깨를 감싸 안았다. 고개를 끄덕이는 윤서의 모습을 보고 나서야 승철이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고는 함께 나란히 걸었다. 그러다가 중간에 울리는 진동소리에 잠시 윤서를 안은 팔을 내려 문자에 답장을 하는데 앞에서 "승철아-"라는 문득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는게 아닌가. 고개를 들어 확인한 승철이 당황하지 않은채 "어, 누나."라고 답한다.
다른 말은 하지 않고 손을 흔들고는 지나치는 수영이의 모습에 승철이 잠시 멈칫 했으나 곧이어 들려오는 윤서의 목소리에 승철은 수영을 향하던 눈을 돌려 윤서를 바라 보았다.
"누구야?"
"아는 누나."
"그렇구나. 이쁘네."
"질투해?"
승철의 말에 윤서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승철은 그런 윤서의 볼을 잡아당기며 장난치며 아무렇지 않은 척 했지만 잠시 동안 윤서의 어깨를 감싸고 있던 팔을 내렸던 것에 대해 다행이라며 속으로 외치고 있었다. 윤서를 안고 가는 모습을 들키면 다시는 수영에게 대시할수 없을테니까.
윤서를 집에 데려다 준 승철이 윤서가 사라질때까지 그녀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나름 대처는 잘 했다고 생각했지만 자꾸만 아까 손인사를 했던 수영이 생각났다.
"아 못봤겠지? 아씨-"
못봤을것이라고 확신도 잠시. 어쩌면 멀리서 봤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승철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었다. 문자를 보내볼까? 싶다가도 혹시 너무 의식하는 것 같아 보일까봐 선수중의 선수인 그도 안절부절하긴 마찬가지였다. 관건은 수영이 보았을까 말았을까, 였기 때문에. 이럴땐 그녀가 묻기 전에는 절대 언급 하지 않는게 최고다. 라고 결정지은 승철이 쥐고 있던 핸드폰을 주머니로 넣어버리고 집으로 향하던 발길을 재촉했다.
".....에"
"어? 또 만나네."
"아. 누나 뭐 사가지고 가는 길이야?"
집으로 돌아가던 중 승철은 다시 수영과 마주치고 말았다. 수영은 무언가를 사고 돌아가는 길이라고 치고 승철은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고민이 됐다.
"응. 필요한게 있어서. 넌?"
"동생 데려다 주고 집가는 길이야."
"동생?"
"응 친한 동생."
"아-. 아까 그 여자애. 친한 동생이였구나. 집 가?"
수영이의말 에 승철이 뒷머리를 긁적이더니 대답했다.
"...아니, 누나 집가."
-8-
"니가 내집에 왜와?"
"가면 안돼? 누나 혼자 살아?"
"응. 나 자취."
수영이의대 답에 승철이 "그럼 너무 부담스러워?"라고 물었다. 자신이 사들고 온 먹을거리를 잠시 바라보던 수영이 승철을 보고 "아니 뭐, 괜찮아."라고 대답했다. 씩 웃어보인 승철이 아까 윤서옆에 서서 거닐던 것처럼 수영이의 옆으로 가서 나란히 걸음을 걸었다.
수영이의 집에 도착한 승철이 그녀보다도 먼저 집안으로 들어선다. 가지런히 정리된 수영이의 방 이곳저곳을 살펴보던 승철이 수영과 눈이 마주치더니 예쁘게 웃어보인다. 절대 거절할 수 없도록.
"맛있는거 해줄거지, 누나?"
"저녁 안먹었어?"
"배고프니까 해달라고 하지이"
"앉아있어."
승철에게 틱틱대며 말하는 것 같아도 그녀는 고분고분 승철의 말대로 부엌으로 향했다. 무얼 해줄까 하다가 간단하게 떡볶이나 해야겠다고 생각한 그녀는 곧장 행동으로 옮겼다. 이미 떡볶이를 먹고온 승철의 마음도 모른 채. 한참이나 달그락 대는데 녀석은 무얼할까 하고 뒤돌아본 수영이는 식탁에 앉아 그녀를 빤히 바라보고 있는 승철의 모습에 놀라 "뭐 해-."라고 말을 걸었다.
"요리하는 누나 감상"
"텔레비전 봐-. 그러고 보니까 너 고3아니야? 이렇게 놀아도 돼?"
"누나 보는게 더 재밌어. 결혼하면 요리하는 아내모습이 그렇게 이쁘다더니~ 왜 그런줄 알겠다."
"뭐?"
중얼대는 승철의 말에 수영이 못들었다는 듯이 인상을 찌푸리며 되물어오자 승철은 아무것도 아니라는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승철은 여자를 꼬실때 아직 애인도 아니고 그저 아는 사이도 아닌 애매한 이 순간이 가장 두근대기도 했지만 수영과의 관계의 진전은 너무 느리다고 생각했다. 시기상 당장 자신에게 빠지기 힘든 상대였다. 이런적은 처음이라 묘하게 승부욕이 생기는게 절대 그녀를 포기할수 없다고 생각했다.
"언제쯤 가질수 있을까."
"뭐? 아까부터 너 목소리가 너무 작아."
"누나."
"응."
"언제쯤 누나 맘이 아물까."
승철의 말에 수영이 모른척 다시 고개를 돌려 요리에 집중했다. 녀석의 말이 너무 적나라 해서 무슨 의도인지 바로 알아챈 그녀는 승철에게 해줄 마땅한 대답을 찾지 못한채 후라이팬에 열심히 떡을 끓이며 딴청을 부렸다. 승철도 어느정도는 예상은 했는지 별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그렇게 정적이 잠시 흘렀고 수영이는 다짐한듯 침을 한번 꿀꺽 삼키고는 입을 열었다.
"이미 아물었어."
"..."
"그녀석은 맘에서 떠난지 오래야. 다만, 예의를 차리는 중이야. 적어도 그녀석을 사랑했던 여자로서."
"...참으려고 했는데 안되겠네"
그녀의 말을 들은 승철이 식탁의자에서 일어나더니 그녀의 옆으로 다가섰다.
간지럽고 이상한 말을 뱉은 그를 경계하는 듯 수영이는 한발자국 뒤로 물러선다. 승철은 아랑곳 하지 않고 그녀의 손에서 뒤집개를 내려놓게 하고는 말했다.
"떡볶이 그만 쳐다봐. 그것도 질투나, 난."
-.
식탁위에 떡볶이를 올려놓고 아무말없이 떡볶이를 한참이나 먹던 두사람의 정적을 깬것은 승철이었다. 말 없이 먹고있는 그녀에게 승철이 어색하게 웃으며 그녀를 부르자 수영도 어색하게 그를 바라봤다. 어색한 기류가 계속 흐르자 승철이 안되겠다는 듯이 목소리를 키운다.
"에이- 뭐 이렇게 어색하게 구냐."
"...맛있어?"
"응. 누나 사랑이 가득 담겨있어서 그런가 완전 맛있다."
"...어?어-."
"날 사랑하는건지 떡볶이를 사랑하는건지는 몰라도."
"너 진짜-."
수영이조 금 받아쳐 주면 금세 다시 본론으로 치고 들어가는 승철때문에 수영이는 정신이 없었다. 괜히 이녀석을 집에 들여놓았나 싶으면서도 몇번이나 바람피던 전남친 때문에 자신이 그렇게 매력이 없나- 라고 고민하던 그녀의 걱정을 싹 날려주던 승철이었다. 녀석과 있으면 괜히 내가 사랑받고, 매력있는 여자가 되는것만 같았다.
괜시리 승철에게 막대하다가 그가 떠나버리면 아쉬울까 갈팡질팡한 수영의 마음을 승철은 아는건지 어느새 그녀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는 수영이의 마음을 자꾸 건드렸다.
"나 이렇게 누나 좋다고 말하는데 자꾸 피할래?"
"..."
"내가 어려서 싫어?"
"그런게 아니라..."
"아니면 사귀자. 나 강수영 남친 하고싶어서 못참겠으니까."
이렇게 갑자기 말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결국 얼마나 기다려야 할까 혼자 앓던 승철이 쏟아내듯 그녀에게 고백해버렸다. 아무말도 못하고 갈팡질팡하던 그녀도 승철의 진지한 얼굴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거려버렸다. 옳은일일까, 싶으면서도 그를 놓치고 싶지 않았던 그녀의 선택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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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아 앞머리 + 똥머리 처음봐 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