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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은사람_라미로아



-3- 


 


 

윤하의 집 앞 공원 벤치. 


 

영화관에서 죽치고 이야기 할 내용은 아닌것 같아 어떻게 데려오긴 했는데, 더 이상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입밖으로 말이 나오질 않았다.  

모호하긴 하지만 윤하와 연락하고 싶다고 말하는 지수의 말은 적어도 그녀에게 관심이 있다는 말인데 그렇다고 사귀자고 고백한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여기 가만히 앉아서 뭘 하자는거예요. 오는 내내 말도 없고.” 


 

“…” 


 

“누나가 싫다고 하면 안해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맘 복잡해지는거 싫어요.” 


 


 


 


 

결국 ‘좋아한다’라는 말을 꺼내는 지수. 이 솔직하고 적극적인 어린양을 어떻게 해야 할까. 윤하는 지수의 마음을 함부로 받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수영이 힘들어하는 모습이 눈앞에 선한데 어떻게 그의 친구와 연애를 한단 말인가. 윤하의 한숨에 지수가 그녀의 마음을 알아챈건지 체념하듯 고개를 떨궜다. 


 


 

“내 친구가 안행복한데, 어떻게 내가 행복하겠어.” 


 

“그쵸…?” 


 

“미안해.” 


 


 

앉아있던 윤하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예상은 했지만 지수는 가슴이 콕콕 아파오는걸 느꼈다.  

눈썹은 아래로 쳐졌으면서 입은 기어코 웃어보이며 윤하는 먼저 들어가보겠다면서 먼저 발걸음을 옮겼다. 


 


 

“그 둘이 행복하면요? 그 둘이 행복해지면 누나 나랑 행복해 질 생각 있어요?” 


 


 


 

지수의 말에 발걸음을 멈춘 윤하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생각해 볼게” 


 


 


 


 

-4- 


 


 

몇일 뒤 일요일. 


 

수영의 표정이 좋지 않았고, 지수에게 들은 바가 있던 윤하는 살짝 긴장해버렸다. 그 최승철이란 녀석 양다리라더니 걸린걸까- 하고 수영을 찔러보니 맞았다.  

미리 말해줬어야 했나 싶다가도 지수의 고백을 받았던 그날 밤이 생각나 쉽사리 말할 수가 없었다. 혹시나 수영과 자신 둘 다 행복해 질 수 있지 않을까. 작은 희망을 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최승철의 양다리가 걸리다니. 혹시나 했지만 윤하는 속으로 마음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지수 말로는 승철이 그녀보다 수영을 더 챙긴다고 했었는데- 몇일 만에 이게 뭐람. 윤하는 야속한 마음에 자신이 지수에게 들었던 여자의 존재를 애써 지우고 말했다. 


 


 


 

 "그 여자가 누군데?" 


 

"몰라." 


 

"친동생 아니야?" 


 

"당황하던걸. 아닐거야." 


 

"어림짐작 하는건 좋지 않아. 물어봐. 그녀가 누구인지." 


 


 


 

윤하의 말에 수영이 그럴듯 하다며 마음을 먹은듯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면 그녀가 최승철의 양다리를 확실히 확인사살을 하고 최승철에게 실망하게 된다면 일을 더더욱 돌이킬수 없게 되겠지만 윤하는 기회를 한 번 더 주고싶었다.  

수영이 승철과의 일을 잘 풀 기회와, 자신이 지수에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회. 


 


 


 

-. 


 

몇일째 수영은 이야기가 없었다. 윤하는 당장이라도 어떻게 되었느냐고 물어보고싶은 마음이 한 가득이였으나 입을 열지 않는 수영이에겐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혹시나 그 둘이 헤어져버린거면 어쩌나, 걱정도 되고 궁금해진 윤하는 조심스럽게 지수의 카톡방을 눌렀다. 


 


 


 

- 혹시 승철이랑 수영이 무슨 일 있어? 


 


 


 

자존심 상하지만 어쩔 수 없지. 그래도 알만한 녀석은 지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만약 이녀석이  

‘네 누나 승철이랑 수영누나 헤어졌어요.’ 라고 말한다면- 자신도 이녀석을 맘속에서 떨쳐내야지, 하고 맘을 다잡았다. 


 


 


 

- 뭐 들은거 있어요? 

 

-아니 없어서 물어보는거야ㅠㅠ 무슨 일 있어? 


 

둘이 헤어졌는데, 승철이가 너무 슬퍼해서 같이 술마시러 가는중이예요. 


 

야, 미자가 무슨 술이야. 


 

내가 술 먹는거 싫어요? 


 

-당연하지. 

아 됐다, 이제 무슨상관이야. 잘지내라. 


 


 


 

바로 답장이 온 듯 핸드폰 진동소리가 울렸지만, 윤하는 보지 않고 핸드폰을 엎어버렸다.  


 


 

“씨잉… 결국 헤어졌구나…” 


 


 


 


 

그 시각 승철과 지수는 술집에 도착해 앉자마자 열심히 술을 들이키는 중이었다. 지수는 승철에게 천천히 마시라고 잔소리를 했지만 승철은 들리지 않았던 것 같다.  

빠르게 비워가던 술잔의 속도가 점차 느려지고 승철은 잔뜩 취해보였다. 지수는 이녀석이 생각보다 누나를 좋아했던 걸까, 하고 옆구리를 콕콕 찔러보니 이녀석- 꽤나 빠져버렸나보다. 


 

지수는 옳다구나 승철을 위해 진심으로 조언해주었다. 


 

꼭, 수영과 다시 행복해지길 바라면서. 


 

그리고 수영을 다시 붙잡기로 한 승철을 보면서 지수는 서둘러 짐을 챙겼다. 녀석의 사랑을 응원해 주었으니 이제 자신의 사랑을 챙길때라고 생각했다.  

지수는 처음으로 사랑에 빠진 귀여운 승철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는 계산대로 향한다. 붙잡는 승철을 매정하게 버리고서. 


 


 

"아 진짜 뭔데!" 


 

"누나가 나 술마시는거 안좋아해." 


 

"...아 뭐야, 너 누구 사귀냐." 


 

"응. 수영 누나 친구. 그니까 빨리 수영누나랑 합쳐. 나 상황 애매하게 만들지 말고 새꺄." 


 


 


 


 

-5- 


 


 


 

“누나, 지금 어디예요?” 


 

-“이밤에 왠 전화? 술취했어?” 


 

“아닌데. 나 안취했는데.” 


 


 

전화를 건 지수의 목소리에 웃음기가 가득하다. 

술 기운이 조금 곁들어져서인지 목소리도 한톤 올라간 것 같았고 그의 생글생글 웃는 눈웃음이 눈앞에 보이는것처럼 다정하고 밝은 목소리였다. 


 


 


 

-“… 무슨일인데?” 


 

“직접 만나서 이야기 하고 싶어요. 누나 집이면 잠깐 나올 수 있어요?” 


 


 

윤하는 보이지 않는 지수를 향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끄덕임을 볼 수 없는 지수는 다시한번 “안돼요?” 라고 물었고 윤하는 겨우 소리내서 알았어- 라고 대답할 수 있었다. 


 

집 앞, 윤하가 집 밖으로 나오자 지수가 손을 크게 휘둘러 그녀를 불렀다. 

살짝 꺼림칙 했지만 윤하는 지수에게 다가갔고 마냥 예쁘게 웃던 지수는 그녀가 가까이 다가오는 순간도 너무 느렸는지 달려가 그녀를 안았다. 


 


 


 

“나랑 행복해질 생각 있다고 했죠?” 


 

“응?” 


 

“나랑 행복해져요, 누나.” 


 


 


 

세게 안아오는 지수의 등에 머뭇거리며 손을 올려놓는 윤하. 대체 뭐가 어떻게 된 상황인지 알 수 없었지만 윤하는 일단 지수를 안아주기로 했다.  

지수에 말에 따르면 혹시 수영이가 승철이와 다시 합친걸까- 유추만 해 볼뿐이였다. 


 

그렇게 한참이나 안고 있었던 것 같다. 누구 하나 먼저 입을 열지 안은 채 서로를 감싸 안고, 토닥여주며 서있었다.  


 


 

“이제 말 좀 해줘. 무슨일이야?” 


 

“사실 자신이 없었어요. 승철이 녀석은 워낙 여자에 목마른 애라고 생각해서. 그런데 술마시면서 느꼈어요, 

승철이가 수영누나를 진심으로 좋아하는거. 그리고 그 느낌이 강해질수록 확신이 들었던것 같아요.” 


 

“확신?” 


 

“내가 누나랑 행복해질 수 있다는 확신.” 


 


 


 

지수가 웃으며 다시 그녀를 안았다. 이미 자신의 여자인것 마냥 껴안고 놓지 않을것 처럼 몸을 흔들어가며 그녀를 자신 안에 가두었다. 


 


 

“넌.. 내가 뭐가 그렇게 좋아? 몇번 보지도 않아놓구선.” 


 

“말했잖아요. 그건. 그래도 이유를 말하라고 하면…” 


 

“…” 


 

“예뻐요.” 


 


 


 


 


 

-6- 


 


 

누가봐도 완벽한 남친룩에 스윗한 얼굴이며 매너, 성적도 좋아 장학금을 받고 xx대학교 신입생 1학년이 된 홍지수는 단연 화제의 중심이였다. 

이미 xx대 남신으로 유명해진 그의 신입생 환영회 술자리는 지수를 위한, 지수에 의한, 지수의 술자리가 되어있었다. 


 


 


 

재밌나보다. 

 


 

한참 즐거운 술자리 도중에 지수의 핸드폰이 울렸다.  

화가 났는지 이모티콘 하나 없이 딱딱하게 이뤄진 다섯글자. 지수가 주변을 두리번 거리더니 건너편 테이블의 윤하를 발견한다. 


 


 


 


 

왜 거기있어요. 이리와요. 


 

잘도 1학년 사이에 끼겠다. 


 

귀엽네. 잠깐 나와요. 

 

 


 


 

핸드폰을 집어 넣은 지수가 일어서자 주변 사람들이 또 한번 술렁였다. 한 여자동기가 지수의 팔목을 붙잡더니 벌떡 일어서고는  

“나도 어지러운데, 같이 나가자” 라고 말했다. 팔에 살짝 힘을 주어 여자의 손을 떼어놓는 지수. 


 


 

“아니, 나 화장실.” 


 


 

먼저 나간 윤하를 시선으로 쫒은 뒤 살짬 텀을 두어 그녀에게 갔다.  

웅성웅성한 가게 안과는 다르게 조용하고 찬 밤공기가 새어 들어오는 기분 좋은 1.5층 계단. 살짝 뾰롱퉁한 그녀의 얼굴이 귀엽다. 


 


 


 

“너 인기 많다.” 


 

“질투하는거 귀엽다.” 


 

“씨잉…” 


 


 


 

지수의 품에 고개를 묻는 윤하. 지수는 연신 귀엽다며 그녀를 안았다. 그리고 귓가에 속삭였다. 


 


 

“술 많이 마셨어요 누나? 누나 몸이 따끈따끈해.” 


 

“별루-.” 


 

“그래요?” 


 


 

말을 마친 지수가 윤하의 얼굴을 양손으로 붙잡아 올렸다. 볼이 살짝 눌린 윤하가 빠져나가려고 도리도리질을 하지만 놓아주지 않는 지수.  


 


 

“많이 마셨나 확인해봐야겠다.” 


 


 


 

지수의 입술이 윤하의 입술에 닿는다. 윤하는 약간 놀랐지만 거부하지는 않았고 그런 그녀의 반응에 지수의 키스는 좀더 짙어졌다.  

조용한 가운데 그와의 키스소리에 놀라 그를 밀쳐내는 윤하. 


 


 

“야, 남들이 봐-!” 


 

“누나 술 많이 마신것 같은데. 누나랑 키스하니까 취하는것 같애.” 


 

“무슨 소리야 너 정말…” 


 


 

약간 풀린 눈으로 자신의 팔 안에 가둔 윤하의 귀에 속삭이는 지수. 


 


 


 

“나, 더 취해도 돼요?” 


 


 


 

---------------------------- 


 

개인적으로 스킨쉽 씬을 매우 좋아합니다 

(변태 


 

이제 진짜 작별 인사를 드려야 할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드네요.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독자님들!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대표 사진
독자1
지수번외도 재밌어요ㅠㅠㅠㅠ작가님 또 좋은 글 있으면 돌아와주세요ㅠㅠㅠㅠㅠㅠ
9년 전
대표 사진
라미로아
댓글 감사합니다 :-) 또 뵐수 있게 되면 좋겠어요!
9년 전
대표 사진
비회원216.78
옴마 지수ㅠㅠㅠㅠㅠㅠ 오빠네오빠연하가아니라!
작가님 항상 열일하셔서 좋은글써주셔서 감사드립니다♥♥

9년 전
대표 사진
라미로아
저야말로 정성 담긴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할따름입니다 :)
9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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