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작. 우리 엄마는 날 그렇게 불렀다. 너무나도 어릴 때 일이었지만 난 아직도 그 말만 들으면 목이 메이며 텁텁해지고 귀에 가시가 박혀버린 듯 따가워서 잘라내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기어코 아직 자살이라는 개념을 제대로 인지하지도 못한 7살의 나이에 내 왼쪽 귀를 잘라내었다. 그 때 내가 얼마나 어렸는지, 얼마나 괴로웠는지 어쩌다 그런 상황이 온 건지는 잘 생각나지 않았지만 놀라서 뒤로 넘어져 기어가던 엄마의 얼굴은 똑똑히 기억난다. 그리고 그 날 나를 발로 차버리며 도망갔다. 아직 엄마의 품에서 자라나야 했던 내가, 나를 보고 놀라 집을 뛰쳐나가버린 엄마에게 어떠한 감정을 느꼈는지도 잘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나는 엄마가 밉지도, 싫지도 않다. 그리고 그 여자를 여전히 엄마라고 부르고 있었다. 끓는 물안의 라면이었다면 이미 부르틀만큼 부르터서 어쩔 수 없을 정도로 그만큼 나는 미련한 놈이었다.
어찌되었든 엄마는 엄마니까. 나를 매일 실패작이라 부르고 '엄마' 라는 단어보다는 '실패작' 이란 단어를 먼저 알려주었고 나를 몰래 죽이지 못해 안달이던 엄마지만 엄마는 엄마였으니까. 사실 엄마가 내 곁을 떠나지 않고 내가 계속 엄마 곁에 있었더라면 난 이미 죽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엄마라는 존재에 대한 압박과 실패작이라는 내 존재에 대한 절망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남은 한 쪽 귀도 그어버리며 자살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내가 하고싶은 말은 고작 어릴적의 나는 지금의 나를 위해 스스로 귀를 잘라냈다는 거다. 그게 아니였다면 난 엄마를 잘라내지 못했을 테니까. 나에게 왼쪽귀란 언젠가 나를 파멸시킬 엄마였다. 엄마가 떠나간 뒤 내가 어떻게 살았는지는 모르겠으나 그 이후 처음으로 나는 기억은 초등학교 6학년 때 한쪽 귀가 없어 왕따를 당하던 시절이었다.
난 그 때 7살이 될때까지 한 번도 보지못했던 '아버지' 라는 존재의 품에서 자라나던 때였다. 아버지께선 제대로 이야기 해주신 적이 한번도 없지만 14살에 아버지의 책상서랍을 뒤지던 중 입양서류를 보고 고아원에나 있던 나를 입양했다고 나 혼자 추측했다. 아버지의 아내이자 나의 새로운 엄마는 날 꺼려하는 것으로 보아 두 분의 동의 하에 이루어진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 곳에 살던 동안 그 누구도 내게 진실을 말해주지 않았었다. 그랬기에 나는 그 어떤 것도 물어보지 않았고 언젠가 때가 되면 말해주시겠거니 하며 입을 닫았다. 그리고 그 동안 그 누구도 나에게 말을 걸거나 나에 대해 물어보지 않았다. 나 역시도 나에 대해 이름 석 자 밖에는 아는 게 없고 그들도 그걸 알고 있으니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 였을지도 모른다.
내 오른쪽 귀는 살아 숨쉬고 있었지만 정작 내 오른쪽 귀가 들을 말은 하나도 없었다. 이 오른쪽 귀는 쓸모가 없으니 잘라내는 게 옳은 일 일지도 몰랐다. 어릴 적 나는 현명했지만 지금의 나는 너무 어리석었다. 어릴 적 나는 용감하고 결단력 있었지만 지금의 나는 약하고 소심하며 유유부단했다. 아버지마저 날 외면하셨으니 말 다 했다.
13살 때 괴롭힘을 받던 도중 가슴이 밟혀 폐가 무너지는 일이 있었다. 그 날 이후로 간신히 살아난 나는 폐의 거의 반절을 완전히 잃어버리고 아버지의 말씀에 따라 개인 선생님이 붙어 가정교습을 받으며 자랐다. 귀를 보이지 않기 위해 옆머리는 잘 자르지 않았고 미용실에 가는 것도 두려워 머리도 내가 잘랐다. 모자를 꼭 섰고 되도록 모자가 달린 후드를 입었다. 그게 내가 살아나가는 방식 이었다.
실패작 인간 김성규가 살아가는 방식.
1.
나는 할 일이 없었다. 13살의 어릴 적 집단 따돌림과 폭력으로 인해 폐가 반 쯤 없어져 버려서 였다.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서 운동이란 수영, 달리기, 축구, 농구 등 전혀 못했고 웃거나 울다가 숨이 차서 죽을 수도 있었다. 물론 그 정도로 웃거나 울 일은 없었다.
중학교 때는 노래 부르는 걸 좋아했다. 집에서 아무도 없을때면 방 안에서 혼자 노래를 불렀다. 하지만 그 조차도 숨이 차서 포기하고 그 대신 노래듣는 걸 좋아했다. 작곡이나 작사도 해보고 싶었는데 그 쪽으로는 재능이 없던 거 같다. 가끔씩은 내가 노래 부르는 상상을 하고는 했는데 그럴때면 노래를 부르지 않아도 숨이 찼다. 기분이 좋았다. 그런 식으로 숨이 차는 건 좋았다. 이식을 받고 싶었지만 위험하다해도 잘 살고 있던 터라 대기자 순서도 낮고 포기한 지 오래였다.
여태 이 집에 적응하지도 못한 채 오랜시간이 지나갔고 어느새 나는 19살의 초가을을 맞이하고 있었다. 늦여름이 지나간지 얼마 안된터라 아직 더위가 남아 마냥 시원하지만은 않은 날씨였다. 그래도 오후 12~3시 쯤의 더위가 조금 사그라 들어가면 선선한 바람이 불어와 창문을 열어두었다. 사실 바람이고 뭐고 상관없었다. 나는 그저 노래를 들을 수 있다면 좋은 사람이였으니까. 그래서 내 방 책상 위에도 벽에도 cd들이 가득 진열되어 있었고 컴퓨터와 mp3에도 파일들이 가득했다. 나는 노래면 좋은 사람이었으니까. 노래가 아니면 살 이유가 없었다.
5~6시 즈음에는 학교를 마치고 남자친구와 돌아오는 여자에가 한명 있었다. 여동생이라고 해야하나? 그 애는 타칭 내 어머니의 딸이었다. 지금의 내 아빠, 엄마의 진짜 딸 말이다. 그 애가 날 오빠라고 인정하지 않았기에 나 역시도 그 애를 모른척하고 말도 걸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창문을 여는 이뉴는 여동생의 남자친구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왜 그런 놈을 사귀나 싶었다. 얼굴이 잘생긴 것도 아니고 키가 큰 것도 아니었다. 아무리 여동생도 아니라지만 한 집에 사니 남자보는 눈이 저렇게 없나 싶기도 했고 한심해 보이기도 했다. 가끔씩 방 안에서 나오면 그 남자친구를 자랑하거나 그 남자친구와 전화하고 있는 여동생을 보면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 이후로 가끔 창문을 열어보곤 했다. 벌써 그게 1년이었다. 그 둘은 오래 사귀고 있었고 사랑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도 어느새 매일 그 시간 쯤 문을 열어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었다. 그 남자친구의 이름이 '남우현' 이라는 것은 얼마 전에야 알았다.
정말 웃기는 일이었고 도덕적이지 못한 일이었지만 난 법적관계의 여동생의 남자친구를 좋다고 느끼고 있었다. 어차피 전하지도 못할 마음이었으니 상관 없었지만 그래도 자책감을 느끼며 갈등했다. 그러면서도 매일 창밖의 남우현을 보는 건 노래외의 내 또다른 낙이었고 내 갈등이 멈추는 잠깐의 휴식이었다. 오늘도 우현이와 내 여동생 김지율이 함께 집에 오는 걸 몰래 지켜봤다. 나는 미련했다.
창문을 닫았다.
.
그날따라 날이 좋았다. 얇은 가디건을 입고 있었지만 조금은 추운 기운에 노래를 들으며 창문을 닫았다. 그리고 노래 한 곡이 다 끝난 뒤에 잠깐 아주머니께 드릴 말씀이 있어 방을 잠깐 나왔다. 사실 내가 이방을 나오는 일도 없었고 나와서 좋아할 사람도 없었다. 하루에 한 번쯤 저녁을 먹으러 나올 뿐이다. 그렇게 잊혀질 듯한 얼굴을 익혀나갔다.
내방에는 화장실도 딸려있었고 냉장고도 있었다. tv와 컴퓨터도 옷장도 침대도 모두. 그래서 나갈 일이 없었다. 이 안에서 해결하면 되니까. 운동기구는 아령 몇 개가 있을 뿐이다. 다른 운동들은 함께 할 사람이 없거나 폐의 반절을 잃은 나에게 너무 위험했다. 하지만 그만큼 많이 먹지 않았기에 살도 찌지 않았다. 제대로 식사하는건 저녁 한 끼 뿐이었고 나머지는 아몬드나 땅콩 몇 알과 음료수나 두유 정도 였다. 배고픔이 사라질 정도로만 먹었다. 귀도 없는데 살도 찐다면 정말 보기 싫을 거라고 생각했다.
실패작. 그것은 내 트라우마 였다.
내 방은 한쪽 구석에 있었다. 하지만 그것에 대해 불만을 가진 적은 없다. 어쩌면 난 이걸 당연히 받아들이고 있었나 보다. 방 안에서 나와 부엌으로 갔는데 아주머니가 계시지 않으셔서 거실로 나갔다. 얼마만의 거실인지 낯설기만 한게 빨리 아주머니께 말씀을 드리려고 하는데 김지율의 방문이 열리더니 남우현이 나왔다. 그 뒤로 김지율도 같이 나오다가 나를 보고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날 숨기지 못해 안달이던 애니 예상한 반응이다.
"안녕하세요, 저… 지율이 남자친구 남우현입니다. 처음뵙겠습니다. 오빠 되시나봐요."
김지율을 쳐다봤다. 평소에 눈빛 대화를 해본적이 없었으니 쟤가 표정으로 무슨 말을 지껄이고 있는건지 도통 모르겠다.
말하기도 귀찮아서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귀찮은 게 아니라 쑥쓰러웠나? 그냥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억지로 풀었는데 그게 더 부자연 스러웠다.
"지율이가 형제가 있다고 한 번도 말을 안해서 몰랐어요. 잘 부탁드려요."
또 다시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김지율이 나를 째려보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남우현의 목소리는 예상대로 부드럽고 사근사근 했다.
사근사근. 좋은 목소리구나. 인사도 잘하고 말도 잘하는 게 예의 바르고 착한 놈인 거 같았다.
"그럼 난 갈게, 지율아. 안녕히 계세요."
남우현이 지율이를 보며 말하지 순간 김지율의 표정이 웃는 얼굴로 확 바뀌는 게 한심했다. 그리고 꼭 저렇게 가면을 써야하는 걸까 생각했다. 혹시 김지율에게는 김성규가 트라우마 인걸까. 그래서 자신의 트라우마인 나를 사랑하는 남우현에게 내보이고 싶어하지 않는걸까. 내가 왼쪽 귀를 가리고 사는 것처럼.
숨길 수만 있다면 숨기고 싶었다. 내 존재마저도 숨겨버리고 싶었다. 김성규는 현관에 서서 신발을 신고 고개를 숙이며 다시 한 번 인사하고 나갔다. 아, 김지율 그래도 남자보는 눈은 있구나. 잘 골랐네. 예의도 바르고 목소리도 부들부들, 사근사근. 아까부터 귀가 간지러웠다. 생각해보니 대답도 안하고 고개만 끄덕거려 남우현이 무안해 했을지도 모르겠다. 응 이라는 대답정도는 해줄 걸.
"야, 김성규."
하지만 그랬다면 이 기집애가 난리를 치지 않았을가. 지금보다 더더더.
사근사근한 남우현 목소리를 생각하며 방으로 가려는데 김지율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오른쪽 귀에 닿았다. 언제 들어도 남은 오른쪽 귀까지 찢어버릴 음성이었다. 아주머니께 할 말은 잊은지 오래였다. 웬만하면 피차 서로 귀찮고 마주서기 싫으니 그냥 무시하려고 했는데 내 팔을 잡아 돌려 세웠다. 이 망할 기집애는 힘만 쎘다.
"왜."
"너 왜 나왔어? 왜 하필 그 때 나오는데? 나 엿 먹이려고 아주 작정했니, 응?"
"아줌마한테 할 말있어서 나왔는데 부엌에 안 계시더라. 난 너랑 남우현이 여기 있는지도 몰랐어."
아, 변명 같았다. 김지율은 내가 저보다 두살이나 많은데 꿋꿋이 오빠가 아니라 이름을 불렀다. 솔직히 그 날카로운 목소리에 오빠든 이름이든 불려도 기분 나쁜 건 매한가지 일 듯하다.
"변명하지말고 똑바로 말해. 진짜야?"
"진짜야."
여자의 감은 정확하더라니 역시 김지율은 여자였다. 나는 코끼리같이 우렁찬 목소리도 그렇고 쓸데없이 쎈 힘도 그렇고 이 년이 중성일 줄 알았다. 하지만 내가 남우현 보러 나왔다는 걸 이렇게 금방 눈치채는 걸 보니 여자가 맞긴 한가 보다. 솔직히 변명 맞다.
평소 같으면 그렇게 지나간 뒤 남우현 혼자 돌아가야 하는데 그 모습이 보이지 않아 김지율과 남우현이 함께 이 집안에 들어왔을 거라 생각했고 언젠간 나가겠지 하며 날이 저물동안 기다린 것도 맞다. 그래도 남우현이 보이지 않으니 창문을 닫고 방을 나온 것이다. 혹시 아줌마를 마주치면 아몬드 좀 더 사오라고 할려고 했다.
김지율은 내가 망설임 없이 진짜라고 하자 내 팔에 죄인 힘을 살짝 풀었고 내가 그걸 뿌리쳤으나 그 년은 내가 탐탁치 않다는 눈빛으로 여전히 쳐다보고 있었다. 물론 내가 남우현의 앞에 나타나는 것도, 나서서는 안 된다는 것도 알고있다. 난 언젠가 여기서 쫓겨날 거고 영원히 이 집 안에서 없던 사람으로 잊혀져야 할 운명이었다. 다시는 남우현의 앞에 나타나지 않을게.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란 건 나 역시도 알고있던 사실이니까.
"당장 들어가버려."
나는 김지율에게서 등을 돌린 채 방 안으로 걸어갔다. 하하, 이 집안 사람들 말고 사람목소리 들어본 게 얼마만 인지.
사근사근 했다. 그냥 내 목소리도 사근사근해지는 거 같아서 기분이 묘했다. 사실 그런 건 아무 상관도 없지만.
quasimoto//
안녕하세영 엘성러에요⊙▽⊙!!!!!!!!!!
3달 전부터 인티눈팅만 하다가 드디어 오늘 가입했다는!!!ㅠㅠㅠㅠㅠ 내가 얼마나 여러분을 보고 싶었는 줄 아세요?ㅠㅠㅠㅠㅠㅠㅠㅠ
나도 댓글 쓰고 여러분과 눈팅이 아닌 손팅을 하며 소통을 하고 싶었어ㅠㅠㅠㅠ큐큐큐큐큐ㅠㅠㅠㅠㅠㅠ
사실 친구한테 초대번호를 달라고 했는데 이 기지배가 피코 떡설 15개 쓰면 준다고 약올리는데ㅜㅠㅠㅠㅠㅠㅠㅠㅠ
한편쓰고 뻐기고 있었는데 이렇게 가입을 하게되다니!!!!!!!!!!!!! 야 보이냐!!!!! 야이 음란마귀얗!!!!!!!!!!! 나도 이제 인티인이야!!^^^^^!!!!!!
여러분 반가워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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