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지호/이태일] 우지호가 물고기가 되는 날까지
written by.엘성러
벚꽃이 다 져버릴 때쯤 태일이형과 벚꽃나무가 늘어진 강가에 놀러왔습니다. 콩콩 뛰며 먼저 달려나가니 저러다 어디 다쳐서 돌아오면 속상한데 걱정이 됩니다. 또 넘어져서 제 이름을 부르며 찡찡 울겠죠. 안쓰럽기도 하지만 아기같아서 더 귀엽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평소에 안귀엽다는게 아니고요. 벚꽃이 활짝 폈을 때 왔으면 더 좋았을 텐데 안타까운 마음 뿐입니다. 안타깝게도 우리 둘 다 시험준비 때문이었습니다.
"그만 가요. 멀어지지 말고."
"난 괜찮아. 빨리 와봐! 여기 강에 물고기 있어."
강가에 쭈그려 앉아서는 물속을 빤히 들여다 봅니다. 저도 다가가서 같이 보지만 잘 보이지도 않고 그냥 강에 사는 물고기 같습니다. 그게 뭐가 좋다고 신이 난건지. 나는 안봐? 나 안 볼거야? 괜히 신경질이 나서 어리광 부리듯 물었습니다.
가끔씩 이런거 해주면 태일이형이 응석 받아주는 거 좋다고 안아주거나 쓰다듬어 줘요. 나보다 덩치도 작고 훨씬 애기같고 응석이 잘 어울리는데 말이죠. 그런데 오늘따라 듣는 척도 안하는 평소와는 조금 다른 태일이형 입니다.
"응."
장난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뒤늦게 대답합니다. 허, 아무리 물고기에게 정신줄 놓고 빠져 있다지만 하나뿐인 애인에게 너무한 거 아닌가요?
턱을 잡아 돌릴까 생각해 봤는데 그러면 싫다고 찡찡댈 거 같습니다. 물고기 볼 때 건드리면 안되니까요.
그깟 생선이 뭐라고.
"형."
"응?"
"여기까지 와서 물고기랑 노는거야? 나 두고?"
"응."
아까부터 응응응응. 굉장히 거슬립니다. 허탈함에 가득찬 내 표정을 슬쩍 곁눈질로 보더니 다시 물고기를 봅니다.
오호라, 일부러 그런거 였어? 나 엿먹일려고? 도대체 무엇에 짜증이 나서 그런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곁눈질 하는게 귀여웠으니까 봐주기로 합니다. 그리고 일어나서 손을 잡습니다. 제 손안에 폭 들어오는 태일이형 손은 작습니다. 코 끝에 닿는 태일이형 샴푸향도 좋구요. 좀 더 작으면 가방 안에 넣어서 보고 싶을 때만 꺼내 보고 싶습니다. 주머니 안에 들어갈 정도로 작으면 잃어버릴 수도 있으니까요.
"벚꽃 지니까 봄 다 지나갔나봐. 나 아이스크림 사줘. 더워죽겠다, 지호야."
"조금만 걸어가면 마트 있으니까 거기서 사줄게. 사람 없으니까 볼에 뽀뽀 한 번."
검지손가락으로 볼을 톡톡 두드렸습니다.
"으에, 싫은데……."
말꼬리를 늘이며 입술을 삐죽이다가 꼬물거리더니 결국 해줬습니다.
세상에 공짜가 어딨나요?
뽀뽀 한 번 했다고 귀가 다 빨개져서는 고개를 숙이고 있습니다.
"애기네, 애기야."
"아니야!"
아니라고 떼써도 애기니까 떼를 쓰는거다. 아는지 모르는지 찌르면 터질 듯, 복어처럼 볼에 바람을 빵빵하게 집어넣었습니다.
또 이런다, 또. 그래요. 또 귀여우니까 봐주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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