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과외
김여주
언제나 혼자였다.
바쁜 부모님은 늘 여주를 혼자 두었고, 외동이었기에 늘 외롭기만 했다.
그런 여주에게 정국은 부모이자 오빠이자 남자친구였다.
고등학생들의 연애가 뭐 그리 대단하냐 여기겠지만, 여주에게 전정국은 세상 전부였다.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인해 가정형편이 어려워졌고, 그로인해 매일 싸우시던 부모님은 급기야 이혼을 선택하셨다.
두분 모두 여주를 짐처럼 여겼고, 서로 데려가기를 꺼려했다.
언제나 그녀를 혼자 두었던 부모였고, 곁에 있어주지 않는 게 당연한 부모였지만, 그런 부모에게라도 버림받는 건 크나큰 상처였기에 여주 인생에 있어 가장 힘든 시기였다.
하지만 정국이만 곁에 있어주면 견딜 수 있을거라 여겼다.
그런데 그런 정국은 자신의 꿈을 향해 망설임없이 전진했고, 그런 그를 보는 여주는 더욱 불안하기만 했다.
자신을 두고 멀리 날아가버릴 것 같은 정국의 모습에 겁이 났다.
더 이상 버림받는 건 싫었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의 세상이나 다름없던 그를 스스로 저버렸다.
전정국
가수라는 꿈을 향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렸다.
그 꿈을 이루기위해 죽을만큼 노력했고, 결국 그 꿈을 이뤄냈다.
그리고 그 꿈속에 김여주도 언제나 함께 있을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혼자만의 착각이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여주는 정국에게 말 한마디 없이 떠나버렸다.
가수가 되었고, 모든 걸 얻었지만 그런 그의 곁에 여주는 없었다.
*
고급 아파트 단지 앞에서 깊은 숨을 한번 내쉬고는 공동현관 벨을 눌렀다.
'무조건 입이 무거운 학생으로 과외부탁하신다고 하셔서 너 추천한거야.'
조교언니의 말이 다시금 귓가에 멤돌았다.
뭐 얼마나 대단한 집안이기에 입단속을 철저히 하시는걸까 싶은 마음에 입술이 조금 삐죽거려왔지만 이내 표정관리를 하고 기계를 통해 누구세요, 라고 묻는 인자한 목소리에 과외하러 왔습니다. 라는 대답을 건넸다.
곧 굳게 닫혀있던 공동현관 문이 열렸다.
내가 맡게 된 학생은 이제 고2에 올라가는 예쁘장하게 생긴 이과 여학생이었다.
새초롬한 표정과는 달리 살갑게 인사를 하는 모습에 제법 안심이 됐다. 부잣집 딸이라고 까탈스럽게 행동하면 어쩌나 싶었는데 금새 언니라 부르며 날 잘 따랐다.
"전정은, 그만 방으로 들어가 있어. 엄마 선생님하고 얘기좀 하게."
그 말에 입술을 삐죽이며 정은이 방으로 들어가자, 정은의 어머니가 거실 소파로 가 내게 앉길 권했다. 곧 도우미 아주머니가 차를 내와 내 앞에 내밀었고, 그와 동시에 정은의 어머니가 흰 봉투를 내미셨다.
"이번달 과외비인데, 말씀드렸던 금액보다 조금 더 담았어요. 그만큼... 아시죠?"
"네. 이 집에 관한 그 어떤 말도 타인에게 말하는 일은 없을거에요."
"우리 좋자고 그런것도 있지만 사실 그게, 선생님한테도 좋을거예요."
"네. 걱정마세요."
도대체 무슨 큰 이유가 있어서 저러는 건가 호기심이 일긴 했지만 뭐 이유가 뭐가됐든, 나에겐 큰 상관은 없었다. 내게 지금 이 과외는 방세와 생활비를 원샷으로 해결할 수 있는 꿀알바중 꿀알바였다.
그러니 무슨 일이 있어도 입을 꾹 다물 생각이었고, 오래 하게됐으면 하는 바람이 컸다.
당장 오늘이 방세를 내야 하는 날인데 이 돈이 아니면 주인 아주머니에게 또 한차례 욕을 들어먹어야 하니 내겐 단비같은 일자리였다.
"곧 알게 되실테니 미리 말씀드릴게요. 제 아들이, 그러니깐 정은이 오빠가 가수예요. 그래서 이 집이 누구집인지 알려지면 좀 곤란해요. 그러니 꼭 좀 부탁드려요."
가수라니? 전정은의 오빠라는 사람이 가수라고? 이름이 묘하게 기시감이 돈다 했는데 설마 아니겠지?
그제야 긴장한 채 소파 테이블만 바라보던 난 주변을 살피며 장식장에 시선을 두었다. 그리고 모든 것이 눈에 들어왔다. 왜 몰랐을까. 음악방송 1위 트로피들과 앨범이 저렇게 버젓이 놓여 있었는데.
갑자기 손끝이 떨려오기 시작했다.
여긴,
"방탄소년단이라고 아시죠? 그 그룹에 있는 정국이가 제 아들이에요."
그래, 전정국의 집이었다.
내가 버린, 그리고 날 버린 전정국의, 집.
*
정식 연재는 아니고 인물소개와 맛보기 정도입니다.
소심소심 쭈굴이라 반응 보고 연재 시작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