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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붑붑님♥
* 팬아트나 로고, 이미지 선물 언제나 감사히 받고 있어용'ㅅ'♡*
옆집에 애아빠가 산다
16
* * *
사주겠다는 김민규의 고집보다 손에 비타민음료를 꼭 쥐고 고개만 저은 내 고집이 더 셌고, 결국 김민규는 제 몫의 커피 한잔 만 주문했다.
뭐가 그렇게 불만인지 아랫입술을 뚱하니 내밀고 커피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서 있는 김민규 옆에 멀뚱멀뚱 서 있다가 컵을 받아드는걸 확인하고 카페 문 쪽으로 앞장섰다.
막 카페 문을 밀고 나가려는데 갑자기 뛰어들어오던 남자손님과 맞닥뜨렸고, 놀란 내가 어떻게 피할 새도 없이 나는 뒤따라오던 김민규의 품에 안겼다.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자 한 팔로 내 어깨를 감싸 안은 김민규와 죄송하다 사과하는 남자가 보였다.
대충 고개를 까딱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한 김민규는 내 양 어깨를 붙잡고 연신 괜찮냐 물었고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 진짜 어디 안 부딪혔어? "
" 어, 진짜 괜찮아. "
" 조심 좀 하지. 뭐가 그렇게 급해. "
" 그러게, 조심할게. "
" ...근데 너, 이제 반말하네? "
뭐, 난 그게 훨씬 더 마음에 들지만.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에 그제야 알아채고 얼른 입을 다물었다.
입을 앙 다문채로 발만 움직여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내 뒤를 졸졸 쫓아오는 김민규가 투덜거리며 중얼대는 목소리가 들렸지만 애써 모른 척 하며 엘리베이터를 잡아 탔다.
엘리베이터 안에 나란히 서서 층 버튼을 누르고 나서도 올라가는 숫자만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잠깐이라도 고개를 돌리면 나를 빤히 내려다보고 있는 김민규와 눈이 마주쳐 버릴 것만 같아서.
경쾌한 소리와 함께 도착한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마주치는 출판사 직원분들께 인사를 하며 빈 회의실 안으로 들어가 앉는데
뒤따라 들어오는 김민규는 아직도 투덜거리는 중이었다.
" 아니, 눈 한번 마주치는게 그렇게 피할 일이야? "
" ...얼른 일 끝내고 헤어지죠. "
" 허, 이것 봐. 또 존대야. 반말 좀 하면 뭐 세상이 무너지나? "
" 여기선 사진작가 김민규랑 작가 김여주로 만나는거라고 직접 말씀하셨잖아요. "
" 그럼 여기 나가면? "
여기 나가면, 그냥 사람 김민규랑 김여주로 얘기할 수 있어요?
답지 않게 진지해진 표정과 목소리에 마땅히 답은 하지 않고 노트북을 꺼내 세팅을 하자 김민규가 피식 웃음을 터뜨리곤 존댓말로 말을 걸었다.
딱히 내 대답을 기대한건 아니었는지 제 노트북을 꺼내 회의실 스크린과 연결하며 '사진이 좀 많아요, 한 5년 정도 돌아다니면서 찍은거라.' 하며 고개를 끄덕거린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그 시간동안 너는 그렇게 잘만 지냈구나, 하는 생각에 쓴웃음만 지었다.
곧 밝아진 스크린에 천천히 지나가는 사진들은 저절로 감탄을 불렀다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찍은 사진들 속에는 그 각각의 향기를 가지고 있었다.
사진들 틈틈히 덧붙여지는 설명을 메모하며 사진을 보고 있는데, 한 사진에서 화면이 멈췄다.
" 자기들끼리 셀프웨딩을 하는데 한 컷 찍어줄 수 있겠냐고 부탁을 받아서 찍은 컷이예요. "
" ...예쁘네요, 되게 행복해 보이네. "
" 이 사진 찍을 때 특히 생각이 많이 나서 힘들었어요. "
김민규의 말에 고개를 돌려 쳐다보자 나를 빤히 보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입만 벙긋거리며 한참을 말을 잇지 못한다.
갑자기 내려앉은 분위기에 아무 말도 못하고 가만히 시선만 마주치고 있었다.
" 이 사진들, 한 컷도 빠짐없이 다 그 쪽. 김여주 생각하면서 찍은 사진들이예요. "
" ... "
" 여주가 이 하늘을 봤으면 예쁘다고 좋아했을텐데. "
" ... "
" 여주가 바다를 가고 싶댔었지. "
" ... "
" ...이 웨딩드레스를, 김여주가 입었으면 훨씬 더 예뻤을텐데. "
눈을 느리게 깜빡이며 툭툭 뱉는 김민규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귀에 날아와 박혔다.
흔들리는 내 눈빛이 스스로도 느껴져 얼른 두 눈을 감고 고개를 푹 숙였다.
천천히 다가오는 발걸음 소리가 들리는데도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머리로는 당장 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이 회의실을 나갔는데, 몸은 말을 듣지를 않았다.
" 내가 얼마나 미울 지 알아. 다 아는데... 내 얘기도 좀 들어줘. "
" ... "
" 내가 널 버리고 떠난게 아니라는거, 나는 정말 가고 싶지 않았다는거. "
" ... "
우는걸까, 흔들리는 목소리를 들으며 그 간절한 목소리에 마음이 덜컹 내려 앉았다.
그동안 수도 없이 원망하고 욕했던 사람인데, 나는 또 바보같이 이 사람 앞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슬그머니 고개를 들자 나만큼이나 아프다는 듯 한 표정을 짓고 있는 김민규가 보였다.
" 아직은. "
" ... "
" 아직은 내가 좀 더 널 원망하게 해줘. "
" ... "
" 네가 얼마나 대단한 사연이 있어서 그랬든지 간에. "
" ... "
" 아직 난 네 말 듣고싶지 않아. "
더 말을 꺼내면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만 같아서, 고개를 푹 숙인 김민규를 애써 모른척 하고 얼른 짐을 챙겨들고 회의실을 나갔다.
회의실 문을 닫자마자 이 쪽으로 오고있던 승관이를 마주쳤다.
내 얼굴을 보자마자 놀란 얼굴로 다가오는 친구를 보자마자 참았던 눈물이 고여 맺히는 눈물을 얼른 꾹꾹 눌러 닦아내고 그 품에 안겼다.
토닥이는 손길을 받고 있자니 기운이 쭉 빠지는 기분이었다.
그냥 지금은 아무 생각 말고 집에가서 한숨 푹 자. 귀에 속삭이며 몇번 더 등을 토닥이는 손길에 고개를 끄덕여 대답하고
손인사를 하며 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어갔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기 직전 마지막으로 본 모습은
김민규가 홀로 남아있는 회의실로 들어가는 승관이의 뒷모습이었다.
* * *
출판사를 빠져나와 무슨 생각을 하며 집까지 걸어왔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집에 도착하자 마자 바로 옷을 갈아입고 씻은 뒤 정말 푹 잤다.
꿈도 꾸지 않고 정말 푹.
승관이의 전화를 받고 눈을 떴을때는, 하늘 한 가운데 떠있던 해가 사라지가 하얀 달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나오라는 말에 아직 몽롱한 정신으로 대충 눈에 띄는 옷을 주워입고 집을 나섰다.
나는 제대로 기억 나지 않지만 저번에 취해서 김민규를 만났던 날 앉아있던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아있는 승관이의 앞자리에 말없이 다가가 앉았다.
" 아 뭐 처녀귀신이야? 기척도 없이... "
" 뭐, 잔이나 채워. "
" 또 혼자 울었구만, 잔뜩 부어가지고. "
" 아니거든... 자서 부은거야. "
" 그럼 그렇다 치던가. "
웃으며 장난스럽게 말을 건네는 승관이 덕분에 나도 작게나마 웃을 수 있었다.
채워지는 술잔을 물끄러미 보고 있는데, 한참을 망설이며 입만 뻐끔거리는게 느껴져 먼저 입을 열었다.
" 말을 해. "
" 어? "
" 너 김민규한테 무슨 말 들은거잖아. 그 얘기 하려고 온걸테고. "
그니까 해보라고,
여전히 술잔만 만지작대며 말하자 한숨을 푹 쉬곤 제 손에 들린 잔을 마저 비운다.
맞아, 들었어. 길고 긴 한숨과 함께 승관이가 말을 시작했다.
" 그 때 갔던거... 자기는 가고 싶지 않았다고, 연락할 수 있는건 다 뺏기고 짐 하나 제대로 못 챙기고 납치 되듯이 간거라더라. "
" ... "
" 자기도 처음 미국 간 1년은 아무것도 안하고 밥도 제대로 안먹고 버텼는데, 대학만 졸업하면 한국 가는거 붙잡지 않겠다셔서, 졸업하자마자 이번에 한국 들어온거래. "
" ... "
" 들어오자마자 너부터 찾았대. 너한테 다 설명하겠다고. "
사실 나도 어느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을지 모른다.
적어도 내가 알던 김민규는 그렇게 모질게 떠날 사람이 아니었다.
분명히 무슨 사정이 있겠지,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다.
그냥 그동안, 그가 없는 동안 미워하고 욕할 누군가가 필요해서
애써 그걸 무시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술이 들어가서인지 청승맞게 자꾸만 눈가가 붉어졌다.
그런 나에게 모른 척 티슈 몇장을 건네는 승관이는 이 세상 누구보다도 나를 잘 아는 사람이니 지금 내 이 혼란스러운 마음도 눈치 챘을 것이다.
" 하여간 눈물만 많아서는. "
" 시끄러... "
" 오늘 김민규 운거 모르지? "
" ...울었어? "
" 어, 나 김민규 우는거 처음 봤잖아. "
" ... "
" 그거 보고 진심이구나 했지. "
고개를 끄덕이는 승관이에게 아무 대꾸도 않고 연신 술잔만 넘겼다.
김민규 얘기를 들으며 내 눈치를 살살 보는 승관이의 속은 안 들어도 뻔했다.
내가 얼마나 좋아했는지, 내가 그동안 얼마나 힘들어했는지 가장 잘 아니까.
...흔들려?
승관이의 질문에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온갖 감정이 다 뒤섞이는 느낌이었다.
내가 지금 김민규한테 흔들리고 있나?
그 전에, 아직 나는 김민규를 못 잊었나?
복잡한 머릿속이 도통 정리가 되질 않아 결국 또 아무 말 없이 술잔만 비워댔다.
그런 나에게 더 이상의 질문 없이 그저 빈 술잔을 다시 채워주는 승관이였다.
" 흔들리고 싶으면 흔들려. 네 마음 가는대로 해. "
" ... "
" 네가 얼마나 좋아했는지도 알고, 얼마나 마음고생 했는지도 알아서 더 뭐라고 해줄 말이 없네. "
" ... "
" 나는 그냥 이젠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너 행복하게 해주는 사람 만났으면 좋겠어. "
그러곤 씩 웃는 승관이를 보며 같이 웃어보였다.
나도 이제는 좀 행복하고 싶은데,
어떤 선택을 해야 내가 행복할 수 있을지 사실 잘 모르겠다.
이제 진짜 그만 마시고 들어가라는 승관이의 재촉에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직 알딸딸 하기만 한게 별로 안 취한 것 같은데.
그러다 일어서면서 발을 헛디뎌 크게 한번 휘청였다.
아, 좀 취했나.
집까지 데려다 주겠다는걸 코앞인데 필요 없다며 손사래를 쳐가며 보내고 홀로 걸었다.
집업 주머니에 손을 푹 꽂고 얼굴도 옷깃에 묻은 채 느릿느릿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가는데,
바닥만 보고 걷던 내 시야에 왠 운동화 하나가 들어왔다.
깜짝 놀라 몸을 곧추세우고 고개를 들자 엄한 표정을 지은 권순영씨가 서 있었다.
" 혼나야겠어 아주- "
" ...에? "
" 늦으면 전화하라니까 그 말도 안듣고, 위험하게 혼자 오면서 앞도 제대로 안보고 다니고. "
" ... "
" 어, 술도 마셨네? 오늘은 또 누구랑 마셨나, 설마 저번에 그 기분나쁜 놈은 아니겠지? "
" 아니, 승관이랑 마셨어요... 내 기분 풀어준다고 와서... "
내가 왜 이렇게 열심히 변명을 하고 있는건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그래야 할 것만 같아 열심히 손짓까지 해가며 설명을 했다.
마지막 말끝을 흐리며 시선을 피하는데 그 시선을 쫓아 허리까지 숙여가며 눈을 맞춘 권순영씨가
곧 씩 웃으며 내 머리에 후드집업 모자를 덮어 씌우고는 어깨를 감싸 안다시피 하고 걸음을 옮겼다.
갑자기 일어난 일에 정신없이 걸음을 쫓아가는데,
아무 설명도 없이 콧노래까지 부르며 신이 나서 걷던 권순영씨가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와- 하고 절로 탄성이 나왔다.
아주 어릴 적 엄마아빠 손을 붙잡고 시골에서 봤던 밤하늘 이후로 거의 처음 보는 밤 하늘의 별이었다.
나도 모르게 입을 헤 벌리고 목이 빠져라 하늘만 보고 있었나보다.
내 앞에 마주선 권순영씨가 풉, 웃고는 다시 내 옷을 정리해주고 야무지게 모자 끈까지 묶어버린다.
" 기분, 풀렸어? "
" 네? "
" 너 언제오나 기다리는데 왠일로 하늘에 별이 보이길래 너 보여주고 싶었어. 땅만 보고 걷느라 못봤지? "
" 네.. 와, 저 진짜 별 오랜만에 봐요. "
" 뭐 때문에 기분이 별로였는지는 몰라도, 풀렸으면 좋겠다. "
" ...히, 풀렸어요. "
정말이었다.
술기운으로 잊어보려 했던 그 복잡한 마음이 어느새 싹 정리되어 있었다.
이제야 진심으로 웃는 느낌이었다.
겨우 하늘에서 시선을 옮기자 나를 빤히 쳐다보며 웃고 있던 시선과 마주쳤다.
그리곤 내 양볼을 붙잡고 확 가까이 다가온 권순영씨가 내 눈을 똑똑히 마주보며 입을 열었다.
" 내가, 별을 되게 좋아해. "
" 네? 아, 네- 어, 근데, 좀 너무 가깝... "
" 별은 예쁘고, 보면 행복해져서. 그래서 되게 좋아하는데. "
" ...네에... "
" 근데 네가 별을 닮았네? "
씩 웃는 얼굴에 순간 숨이 멎었다.
흔히 연애소설을 쓸 때면 사용하는 숨이 멎는다는 표현을 실제로 느껴보는건 처음이었다.
그리고 그 얼굴을 보며 생각했다.
내가 흔들리고 싶은 사람은 누구인걸까,
별을 보면 행복해진다는 이 사람에게 흔들리면, 나도 행복해질 수 있는걸까.
*** 옆집쓰 ***
안녕하세요 요즘도 늘 변함없이 먹여주시는 독자님들의 사랑에 행복한 옆집쓰입니다!♥♥
일주일에 한번은 꼭 글을 올리리라 다짐을 했기에 꾸역꾸역 왔는데
사실 지금 졸려서 글에 오타가 있을수도... 혹시 발견하면 내일 조용히 수정할게요...(부끄)
그리고 오늘은 제 영혼을 갈아넣은 옆집에 애아빠까 산다 명대사 하나가 탄생했어요(셀프함성)
" 내가, 별을 되게 좋아해. "
" 근데 네가 별을 닮았네? "
제 글 속의 권순영씨 다운 마음의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워후!
오늘도 권순영씨에게 모두들 설레셨나요? 심쿵 좀 당하셨나?
ㅎㅅㅎ
그리고 이제 민규의 정체는 모두들 확실히 감 잡으셨죠?
나중에 언젠가는 정확하게 민규 에피소드 한편 올라올거니까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오랜만에 돌아온 저를 변함없이 따뜻하게 애정으로 맞아주신 여러분들 덕에
정말 감격...(입틀막)
열심히 글 쓰겠습니다!
입시? 그게 뭐죠? 다 꺼져! 일상 다 꺼져!
엄지 춱춱 추천 꾹, 댓글 한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