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이에요 우리 열한시들, 그리고 이렇게나 오랜만인만큼, 오늘은 열한시분들과 함께 대화할 분을 한 분 더 모셨어요. 이 세상을 감성으로 살아가는 남자. 요즘은 활동안하고 작업만 하면서 바쁘다는 핑계대는걸 제가 겨우 모셨습니다. 김남준. 우리 열한시들한테 인사해주세요."
"뭐야, 소개가 너무 짧은 것 같은데요? 안녕하세요 열한시분들. 윤기형한테 말 많이 들었어요. 근데 이렇게 말하니까 되게 소개받는 것 같네요(웃음) 저랑 평소에 이야기도 그렇게 많이 안하면서 갑자기 윤기형이 저를 부르더라니, 다 라디오 데려오려고 한 거였나봐요"
"제가 이야기를 안한다뇨, 김남준씨가 큰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그건 그렇다 치고, 오늘 제가 김남준씨를 데려온 큰 이유가 있습니다."
"오늘 사연이 저랑 관련이 있는 건 가요?"
"바로 본론 들어갈까요? 김남준씨, 앞에 있는 사연 읽어주세요. 찢지는 마시고"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에 살고 있는 19살입니다. 익명으로 사연을 보내주셨네요. 저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고3을 보내고 있습니다. 항상 고3이란 타이틀은 너무나 힘든 것이어서 모든 고3들은 공부에 목을 달고, 하루하루를 끔찍하게 살고 있다고 여겨왔습니다. 그런데 저는 고3이 아닌 것 같습니다. 물론 실제로 힘드신 분들이 더 많겠지만요. 오히려 1,2 학년 때보다 더 공부를 하지 않고 그냥 아무런 생각없이 살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꿈이 있는지도 없는지도 모르겠고, 내가 어떠한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그냥 이렇게 아무런 활동도 안하며 나태하게 살고 싶다가도 열심히 살고 싶고, 도저히 제가 뭔지, 나는 뭘 해야하는지, 열심히 살자고 다짐해봐도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그냥 원상태로 돌아옵니다. 반복되는 시간표에 다음을 기약하고 있으며, 나보다 열심히 공부하는 친구들을 보며 그저 부러워하고만 있어요. 꿈을 확고히 가지고 열심히 노력해도 안되는 마당에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으며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는 저를 볼 때면 한심하지만, 그렇다고 상황을 바꿀 열정도 가지지 않는 저를 볼 때면 더욱 한심합니다. 물론 이러한 사연을 보내고 답변을 듣는다고 크게 바뀌지 않을 거라는 것도 잘 알고 있지만, 어디서 함부로 하지 못하는 이야기를 열한시에라도 보내봅니다."
"왜 저에게 어울린다고 하셨는지 알겠네요. 물론 저와 이야기는 다르지만(웃음)"
"저는 말해주고 싶어요. 그러한 시간도 언젠가는 다 무언가가 되어있을 것이라고. 설마 후회라고 해도. 그런거 있잖아요, 저런 시간을 다 보내고 무언가를 깨닫거나 확신을 가졌을 때, 바보처럼 보낸 시간이라고 여긴 시간들을 우리 모두는 후회하는 것. 그 때 왜그랬지? 왜 아무것도 안하며 그런 시간들을 보내버린거지? 근데 저는 좀 다른 것 같아요. 그 후회도 무언가를 깨달았다는 것이고, 과거의 상황에 있는 나와 지금 현재를 보내고 있는 나는 다르다는 증거이니까."
"저랑 하고 싶은 이야기가 좀 같으시네요. 왠일로 윤기형이랑 저랑 맞은 거 같아요. 저는 물론 부모님의 말씀도 그렇고 나중에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고 해서 공부를 열심히 했어요. 물론 그렇다고 공부만 한 건 아니에요. 게임도 열심히 했죠. 오히려 그런 시간들을 보낸건 데뷔 후였어요. 연습생때는 데뷔만 하면 다 이룰줄 알았는데, 막상 데뷔를 하니 제가 생각하는 만족감은 오지 않았어요. 오히려 제 주체성을 잃었다고 해야하나? 그래서 사연을 보내주신 분처럼 낭비하는 시간이 연습생때보다 더 많아졌어요.
이런 주제로 곡을 써볼까, 그래, 해보자, 하면서 바로 가사를 쓰다가도 무력해지고, 생각한답시고 앉아만 있다가 잠이 오고, 그러다가 열심히 작업하는 윤기형보면서 뭔가 해야겠다 싶어 다시 열심히 하다가도 무력해지고(웃음) 윤기형은 한번 집중하면 그 자리에서 왠만하면 안 일어나더라고요. 물론 지금 고3을 보내고 계시는 열한시분은 꽤나 스트레스이실 것 같아요. 일단은 수험생이고, 공부를 해야한다는 압박감이 가득 담긴 곳에서 거의 하루의 전체를 견디셔야 하니까. 그렇다고 제가 그래도 공부를 하세요! 아니면 취미라도! 독서라도! 이럴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조금은 무책임할지도 모르겠지만, 만약 제 동생이 저렇게 말한다면 저는 그저 공감해주고 들어주고만 있을 것 같아요. 저 시절은 일단 공부빼고 다 재밌거든요, 그냥 하늘을 바라보는 것도 재밌어요. 구름이 있네, 오늘은 구름이 없네? 이렇게."
"그저 들어주고 공감해준다, 뭔가 좋은 것 같아요. 자신이 고민을 말할 때 꼭 대답을 원하는게 아니라 그저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거 있잖아요."
"맞아요. 근데 윤기형은 꼭 막 뭐라해요. 이건 이렇게 해야지, 이렇게."
" 뭐라고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많잖아요? 거의?"
"아무튼, 지금 무력감으로 힘들어하고 계시는 우리 열한시분!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건 한심한 시간의 연속이던, 누가 들으면 헛소리라고 말하는 생각이라도 꾸준히 생각하시고 고민하세요. 물론 혼자 생각하는게 좋은 건 아니에요. 누군가에게 말하며 같이 공감하거나..아니면 쓴소리를 들을 지도 모르죠. 그러나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그리고 정말 중요한건 이러한 이야기를 열한시에 보냈다는 자체만으로도 변화를 요하고 있고 꿈틀대고 있다는 겁니다. 전 그 자체만으로도 무언가 있다고 생각해요"
"남준씨를 초대하기 잘했는데요? 지금 우리 열한시는 한심한게 아니에요, 어떠한 과도기를 지나고 있고 그 속에서 머물고 있는게 아닌, 조금씩 앞을 향해 걷고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고 싶은 일이라던가 그 일을 위한 강력한 동기가 바로 생기기는 어려워요. 아주 사소한 마음으로 시작되는 감정들 있잖아요. 그런 사소한 것들을 그냥 지나치지 마시고 함께 옆에 앉아도 있다가, 건드려보기도 하다가, 그렇게 동행하며 시작하는 건 어때요? 무엇을 시작할 때 강력한 동기는 흔하지 않고, 그렇게 오래가지도 않아요. 끊임없이 새로운 생각을 요구하죠. "
"역시 민피디네요. 무언가 얻고가는 거 같아요."
"그럼 남준씨가 오늘 노래 추천해주실래요? 아, 마지막 멘트도 해주세요"
"이렇게 갑자기요?"
"제가 추천할 곡은 저와 정국이 부른 like a star.
내내 봄이길 바래요. 결코 못난게 아닙니다. 아직 미성숙한거에요.
안녕히계세요, 열한시분들"
+
꿈은 별처럼 많지만 별처럼 멀고
내 기분은 범죄자 아들을 둔 형사
하늘로 가는 동아줄을 알지만 잡지 못해
범인을 알지만 영원히 닿지 못해
가사가 이렇게나 어떻게 마음을 후벼파는걸까요?
후벼판다는 표현이 좀 웃기긴하지만, 저는 원체 가사에 잘 공감하지 못하는 편인데
이 가사는 처음보고 너무 놀랬어요, 너무 공감가서.
저를 처음보는 분도 계시고 어쩌면 저를 아시는 분들도 있으시겠네요! 너무 오랜만이에요.
어쩌면 이 글은 제 이야기네요. 항상 그렇듯.
봐주셔서 너무 고맙습니다. 그저 위로받으셨으면 좋겠어요.
비지엠은 당연히 like a star 하려고 했는데 첨부하는게 오류가 걸려서..T_T
그럼 전 다시 갑니다. 너무 보고싶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