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에 00
쉽게 벗어날 수 없는 구속이나 억압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하, 부끄럽다. 오늘 만나자고 한 거 다 누나한테 고백하려고 한 거예요. 누나 많이 좋아해요."
사실 어느정도 예상한 발언이었다. 어제 밤에 갑자기 카톡으로 내일 꼭 만나자고 꼭 만나야 한다고 했을 때부터 눈치를 챘었다. 평소와는 조금 다른 정국이의 말투, 그리고 태도. 다 오늘 있을 일을 예상하게 만드는 행동들이었다.
"...저기 정국아. 누나는..."
"알아요, 누나 지금 내가 많이 부담스러운 거. 근데요 누나도 이미다 알고 있었잖아요. 제가 누나 많이 좋아하는거... 아니에요?"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정국이는 눈치가 빨랐다. 지금도 많이 어리지만, 그 어렸던 꼬맹이는 어느새 내 감정까지 파악하고 있었다. 사실 나도 정국이에게 아예 호감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난 이 호감이 단지 정국이를 유년시절부터 봐온 것으로 인한 단순한 호감인지, 아님 이성적으로 느끼는 호감인지 구별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나는 정국이의 고백을 한 큐에 결정할 수 없었다. 나에겐 시간이 필요했다.
"정국아."
"네?"
"나한테 생각할 시간을 줘."
"...그 생각이 나쁜 쪽으로만 흘러가지 않은다면 드릴게요, 누나."
"고마워, 그러지 않을게."
"저야 말로, 고마워요. 답 기다릴게요."
.
.
.
.
한참을 고민하던 나는 정국이의 고백을 받았다. 그렇게 우리는 연애를 시작했다. 하지만, 정국이와 나의 연애라는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는지 우리의 연애는 순탄치 않았다. 갈수록 나는 지쳐갔고, 정국이와의 연애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였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내가 정국이에게 가졌던 호감이 이성적 호감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점차 퍼져나갔다. 결국 나는 정국이에게 적어도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기 위해 이별을 통보 하기로 했다.
"정국아, 우리 여기서 그만하는 게 좋을 거 같아."
"누나, 장난치지 말아요. 이런 장난 재미없다. 만우절 지난지 한참 됐는데?"
"장난 아니야, 나 너랑 못 만나겠어."
"...누나?"
"정국아 미안해, 나 너 이상적으로 안 좋아하는 거 같아. 그냥 어렸을 때부터 봐온 정인 거 같아. 우리 그만하자, 나 너한테 더이상 상처주기 싫어..."
"...거짓말 치지 마요, 우리 좋았잖아요. 누나 나 사랑한다했었잖아요."
"다 내 착각이었어. 잠깐 혼돈이 온 거 같아, 이거 사랑 아닌 거 같아 정국아..."
"...누나, 진짜 잔인한 거 알아요? 그런 말 되게 아무렇지 않게 한다... 나는 지금 세상이 무너지는 거 같은데 누나는 담담해요 왜?"
"...이래야 너랑 끝낼 수 있으니까."
"붙잡아도, 안 잡혀줄 거죠..."
"...응."
"그래요. 누나가 하고 싶은 대로 해요..."
그렇게 우리의 연애는 나로 인해 나의 착각으로 인해 막을 내렸다. 하지만 헤어진 뒤에도 정국이는 나를 찾았고 나는 가장 모진 방법으로 정국이를 떨쳐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난 모르고 있었다, 나의 모진 방법들이 오히려 나에게 큰 화를 불러왔음을.
.
.
.
.
요즘들어, 내 메일함에 의문의 사람으로부터 온 메일이 쌓이기 시작했다.
'JK'
처음엔 똑같은 이니셜로 인해 정국이인가 싶었지만, 설마 정국이가 나에게 메일까지 보내진 않았을 것 같았기 때문에 그냥 메일을 어느 순간부터 무시하기 시작했다. 메일을 애써 무시해도 계속 오는 것이 상당히 찜찜했지만, 며칠 전부터 더이상 오지 않길래 나는 상대방이 자신의 실수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라 여겼다.하지만 이 또한 나의 착각이었다.그 날도 역시 나는 평소같이 일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아파트 주차장에 다다르자, 내가 항상 주차하던 자리에 처음보는 승용차가 주차되어 있는 것을 보고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외부 손님이 모르고 그랬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아무렇지 않게 넘겼다. 나는 평소와 다른 곳에 주차를 마친 뒤 엘레베이터를 타고 나의 집으로 향했다. 나는 엘레베이터에서 내리자 마자 누군가 내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나는 그 상대방이 누군지를 확인하자 마자 더이상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김탄소, 안 본 사이에 더 예뻐졌네."
"...여긴 왜 왔어."
바로, 내가 가장 피하고 싶었던 전정국이었다. 그리고 난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지금 제 앞에 있는 전정국은 내가 과거에 알고 있었던 아이와 완전히 다른 아이라는 것을 말이다. 전정국은 이런 내 반응을 애초에 예상했었는지 슬며시 미소를 띠우며 내 쪽으로 다가왔다. 전정국과 나 사이의 거리가 점차 가까워질 수록 나는 점점 더 표정을 굳혀갔다.
"나름 몇 년 만의 재회인데 이딴 반응이면, 섭섭하지 나도."
"왜 왔냐고, 여기."
"너 말고 이유가 더 있을까."
기가 찼다. 갑자기 느닷없이 찾아와서는 하는 말이 이런 말이니, 상대하기 싫었다. 어디서부터 잘못 됐는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나는 전정국을 그대로 무시한 채 뒤를 돌아 집 번호키를 눌렀다.
"너랑 놀아줄 시간 없어 당장 돌아가."
그 순간 내 몸은 전정국으로 인해 돌려졌고, 나는 그로 인해 전정국과 두 눈을 마주칠 수밖에 없었다. 전정국의 눈빛은 더이상 예전의 순수하고 맑았던 정국이의 눈빛이 아니었다. 마치 먹잇감을 발견한 듯한 한 마리의 맹수 같았다. 나로 인해 화가난듯 보였다. 애써 정국이의 눈빛을 피해보려했지만 피하면 다시 자신을 바라보게 하는 정국이 때문에 그러지 못했다.
"김탄소, 내가 아직도 그 때 그 애새끼로 보여?"
그 말을 들은 그 순간 나는 그대로 굳은 채 멍하니 전정국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내 앞에 닥친 현실이 너무나도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
안녕하세요! 독방에서 결국 고민끝에 정국이로 글잡오게 된 상흔이라고 합니다! 생각보다 독방에서 좋아해 주셔서 너무나도 감사드려요8ㅅ8
제 비루하고도 답없는 글을 글잡까지 오게 하시다니 몸둘 바를 모르겠어요8ㅅ8 그만큼 더 열심히 재밌게 쓰도록 하겠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 드리고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사랑합니다(하트)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없음


인스티즈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