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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열x준면]과수원 

 

 

 

 

 

 

 

 

 

 

 

저는 준면입니다. 저는 열 여덟이고요, 과수원 뒤에 빨간 지붕 집에 삽니다. 우리 집에는 엄마랑 나만 사는데 가끔 동네 아저씨랑 형아들이 들어 와서 자고 나가기도 해요. 그런데 엄마가 쌀 구하러 간다구 하고서 보름 째 집에 안 들어온 후로는 아저씨들도 오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심심하지 않았어요! 제 친구는 딱 한 명 있는데,(다른 아이들은 저만 보면 돌맹이를 던져요. 아주 아픕니다.) 바로 찬열입니다. 찬열이는 박씨 아저씨 댁 아들인데, 공부도 아주 잘 하고 훤칠하니 잘 생겨서 1등 신랑감이랬어요. 이런 시골 구석이 아니라, 종로 시내에 나가서두 빛을 발한다나 뭐라나. 그래도 찬열이는 저를 버리고 아무데도 가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새끼 손가락두 걸었으니 거짓부렁이는 아닐 거에요! 

 

 

 

 

 

 

 

 

 

 

 

 

 

 

 

 

 

 

 

 

 

 

 

 

 

 

찬열이가 조오기 바닷가 마을로 떠난 지 서른 날이 지났습니다. 이제 밖으로 나가도 아무도 돌을 던지지 않아서 가끔 나가보기도 합니다만, 하늘이 항상 까매요. 왜 그런 걸까요? 가끔 귀가 찢어지는 소리 때문에 가슴이 콩당콩당 뛰기도 합니다. 찬열이는 전쟁이란 게 났다고 했어요. 조기 아래로 갔다가 다시 온다고 했으니까, 저는 집에서 계속 기다릴 작정이에요. 솔직히 저도 찬열일 따라 바닷가 구경도 하러 아래로 가고 싶었지만, 엄마도 올 테니까요. 저는 착한 아들이니까, 엄마를 기다릴 거에요.  

 

 

 

 

 

 

 

 

 

 

 

그런데 오라는 엄마는 안 오시고, 얼마 전부터 이상한 형들이 보입니다. 그 형들은 말투도 엄청 이상하고, 옷도 다 똑같은 것만 입었어요. 그리고 우리 집까지 들어와서 요전에 마을 형아들이 엄마에게 했던 걸 저한테도 합니다. 요상한 형들이라 그런지 고추도 이만큼 커서 제 엉덩이에 마구 찔렀어요ㅡ너무 아팠지만 형아들이 아프게 때려서 가만 있을 수 밖에 없었어요ㅡ 찬열이가 너무 보고싶었습니다. 많이 보고 싶으면 사랑한다고 하는 거라고 찬열이가 그랬는데, 그러면서 찬열이는 저를 사랑한다고 했어요. 그러고 보면 저도 지금 찬열이를 사랑하는 것 같습니다. 사랑해 찬열아, 얼른 와야 해. 

 

 

 

 

 

 

 

 

 

 

 

 

 

 

 

 

 

 

 

 

 

 

 

 

 

 

 

 

이제는 날짜를 세기도 힘듭니다. 숫자가 두 줄 있는 것 까지는 셀 수 있는데, 구십 구에서 하나가 더하니 뭐인지 도통 모르겠어요. 엄마는 구십 구까지 가르쳐 주셨거든요. 저는 이제 많이 아픕니다. 찬열이도 많이 보고 싶어요. 엉덩이에서 노란 물이 나온 지 열 밤이 지났습니다. 팔에도 다리에도 분홍색 점이 났어요. 매우 가렵습니다. 배도 고프고, 목도 따끔거립니다. 형들은 이제 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아요. 동구 밖도 조용하구요, 과수원에도 썩은 사과밖엔 남지 않았습니다. 찬열이가 보고 싶은데, 찬열이는 바닷가가 너무 좋았나봐요. 아, 바닷가엔 인어 공주라고 물고기 꼬리를 한 예쁜 계집애가 산다구 그랬는데 찬열이는 그 아이를 만났을지도 모른다고 그렇게 생각했어요.  

 

 

 

이젠 머리가 너무 아픕니다. 뜨거운 가마솥에 대고 있는 것 같아요. 온통 하얗고, 까맣고, 흐릿합니다. 찬열이가 보고싶은데, 찬열이는 없습니다. 전에는 몰랐지만 이제는 사랑해 하고 해줄 수 있는데. 찬열이가 오면 꼭 사랑해, 하구 말 해줘야지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너무 졸리네요.. 일어나면, 앞엔 찬열이가 있겠지요? 

 

 

 

 

 

 

 

 

 

 

 

 

 

 

 

 

 

 

 

 

 

 

 

 

 

 

 

 

 

 

 

 

 

 

 

 

"...준면아." 

 

 

 

 

 

찬열은 다 썩어 문드러져가는 나무 문을 거세게 열어제꼈다. 준면을 찾는 눈동자는 날래게 좁은 구석을 훑었다. 그리고 곧 멈췄다. 준면이, 저기에 있다. 

 

 

 

 

 

"..왜 그러고 있어, 준면아.. 일어나야지.. 나, 왔는데.." 

 

 

 

 

 

 

 

 

 

 

 

찬열은 차마 말을 잇지 못해 꺽꺽대며 숨을 멈추었다. 준면의 꼴은 처참했다. 피며 정액이 엉겨붙은 비부에서는 고름이 터져 누런 물이 굳고, 온 몸에는 생체기와 붉은 점이 가득했다. 허옇게 버짐이 인 얼굴과 부어 터진 입술에도 불구하고, 준면은 가장 편한 표정으로 잠든 듯이. 그렇게 누워 있었다. 찬열은, 준면의 때가 낀 손가락 끝을 보고, 결국 뜨거운 눈물을 쏟아 붓고 말았다. 아무것도 먹지 못해 비쩍 마르고 깨진 비루한 손가락은 마지막 그 순간의 준면의 감정을 삐뚤빼뚤한 글씨 안에 오롯이 담고 있었다. 

 

 

 

 

 

 

 

 

 

 

 

 

 

 

 

 

 

 

 

 

 

'찬여라 보고십어' 

 

 

 

 

 

 

 

'아파 아프다' 

 

 

 

 

 

 

 

'바닷가 가고십다 준면이도' 

 

 

 

 

 

 

 

 

 

 

 

 

 

 

 

 

 

 

 

 

 

 

 

 

 

 

 

 

 

 

 

 

 

 

 

 

 

 

 

 

'사랑해 찬여라' 

 

 

 

 

 

 

 

 

 

전쟁으로 척박해진 쇠붙이의 땅, 그 곳에서 준면의 사랑은 숨을 거두었다. 

 

 

 

 

 

 

 

*** 

 

 

 

전 아이디(필명)에서 글 옮기는 중입니다! 조만간 전 아이디에 쓴 글은 삭제할거에요 여기서 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댓글 달면 포인트가 돌아온다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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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준면아...준면이저능아였구나 찬열이는뭐하다늦은거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준면아..
10년 전
독자2
ㅠㅠㅠㅠㅠ둘다 너무 불쌍해요ㅠㅠ 준면어ㅠㅠ
10년 전
독자3
아 아련하고 먹먹하네요ㅠㅠㅠㅠ이런 분위기 진짜 좋아요 ㅠㅠㅠ근데 제목에 오타나신거같아요!!카준이라 되있어요~~
10년 전
슬래머
헐 그러네요 ㅠㅠ수정했어요!감사합니다~
10년 전
독자4
헐 제가 좋아하는 열준인데...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런 아련한 열준ㅠㅠㅠㅠㅠㅠㅠㅠ 작가님 문체가 되게 예뻐요..♥ 앞으로 자주 보러 올게요! 요런 아련아련한 것도 좋지만 다음엔 행복한 결말로도 와주세여..작가님 짱짱! 잘 보고 갑니당^.^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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