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금 힘들게 초이쑤 했으니 들어주세요 ^ㅁ^)
집밖으로 그 천쪼가리 걸치고 기어나오기만 해봐
ㅡ Written , 과녁
일년이나 지난 일이라서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억지로 꺼내어 펼쳐놓은 기억에 따르면, 그날도 아무런 문제없이 평화로웠다. 박지민은 아침 댓바람부터 수학문제를 알려달라며 찡얼거리는 카톡을 남겨두었고, 김태형은 간밤에 잠을 설쳤는지 새벽내내 혼자 떠든 카톡으로 가득했으며, 전정국 역시 별반 다르지 않게 우리집 문앞에서 날 기다리고 있었다.
확실한 것은 이날 등교하기 전 까지만 해도 전정국은 내게 개만도 못한 존재였다는 것이다. 카톡 저장명은 '쓰레기 같은 놈.' 아니 내가 무슨 실언을...! 쓰레기야 미안해...!
아, 등교를 못했으니 윗 말은 취소. 아무튼 이날 아침 현관문 앞에서의 일이 일어난 후로 전정국이 남자로 보이게 되었다는게 팩트다, 팩트.
ㅡ 아 싯발. 김탄소 또라이야 뒤졌냐? 시간이 몇신데 안 기어나와!
ㅡ 미친놈아 조용히 좀 해!!! 옆집에서 욕한다고!!!
ㅡ 아니 집에 들여주던가 존나 더운데 빨리 안 기어나오잖아!!
ㅡ 아 쫌 기다리라고 병신아!!!!!!!
저 새끼는 지금이 몇신데 저렇게 지랄인가 하여 시계를 보니, 한가지 확실해졌다. 아 집문을 열고 전정국과 마주치는 순간 최소 사망이겠거니. 시계바늘은 8시 1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등교가 8시 30분까지인데 버스 타고 20분 거리. 길게 글로 나열해봤자 쓸모 없다. 결론은 좆됐다는거다.
전정국 새끼는 세상에서 제일 잘나가는 양아치같이 생겼지만 생활기록부 출석에 목매는 놈이었다. 좀 어이없겠지만 공부는 신경 안쓰는 새끼가 출석에 그렇게 목을 맨다. 미친놈 진짜.
ㅡ 김탄소 10초 셀 동안 안 기어나오면 현관문 조진다.
ㅡ 아 시ㅂ, 잠시만 정국아 제발 야 나 옷만 입자.
ㅡ 볼 것도 없는게, 늦었는데 걍 벗고 가 아무도 너 신경 안쓴다.
ㅡ 더위 먹고 돌았냐? 뭘 벗고 가 또라이야.
ㅡ 빨리 나오란 소리지. 야 씨, 너 나온다고 한지 15분째야.
문득 현관문을 열기 무서워졌다. 이 새기라면 지각을 피하기위해 나를 충분히 들처매고 달릴 것만 같아...! 사실 들처매고 달리는게 원투데이 있는 일은 아니지만 지금 내가 전정국의 눈치를 봐가며, 화내는 것을 참아가며 학교가는 시간을 자꾸만 늦추는건 다 이유가 있다.
주말 사이 교복을 수선집에 맡겨두었다. 고로 내 치마는 지금 학교 교칙을 한참 벗어나다 못해 지구를 뚫어버리는~! 상태다 이말이다. 아니 이렇게 짧은걸 원한건 아닌데 세탁소 아주머니 말씀은 '요즘 애들은 교복 딱맞게 입던데 그게 예쁘잖아 학생꺼 내가 알아서 예쁘게 줄일게~!' 이러하였고, 세탁소에서 찾아온 내 치마 꼬라지는 지금과 같다. 무릎에서 한뼘+거의 한뼘 올라간 길이에 주름은 정말 조금... 정말... 조금... 한 새끼손가락 두마디...? 빼고는 자취를 감춰버린 것이다.
일요일 늦은 밤에 치마를 찾아온 덕에 손 댈 수 없는 상태의 치마를 그냥 입고가는 수 밖에 없다. 지각으로 잡히건 교칙위반으로 잡히건 벌점을 받을 것이 분명하지만 [지각ㅡ벌점1점, 교복 수선ㅡ벌점3점] 지각이 더 현명한 선택이 맞는 것이므로... 지금 전정국과 문 하나를 두고 대치상태인 것이다. (혼자 대치상태이다.)
ㅡ 김탄소 내가 10초 세고나서도 안 기어나오면 현관문 조진다 했냐, 안했냐.
ㅡ 신발끈 매고 있다 기다려봐라...
ㅡ 아 신발끈을 왜 지금 매냐고 정류장 가서 매 병신아.
ㅡ 야 자꾸 병신거리지마라. 듣는 병신 기분나쁘니깡...
ㅡ 자제하고 빨리나와.
ㅡ 넹
현관문을 열고 멋쩍게 웃으며 '정쿠우~' 불렀는데 이 새끼 표정이 존나 살벌하다. 오호라 거의 김연아 선수 피겨화급으로 날카로운걸~ 아 지각해서 화났나보다. 좆됐다. 이 새끼의 화남 (혹은 삐짐)을 풀기 위해서는 지갑사정을 봐줄 여력없이 맛있는걸 잔뜩 사먹여야하는데...(이마짚)
ㅡ 정구가...? 학교 안가니...?
ㅡ 허,
ㅡ ...
ㅡ 야. 나랑 장난치냐?
ㅡ ...
ㅡ 너 치마 꼬라지가, 시발, 그게뭐야.
ㅡ ...
ㅡ 그게 옷이냐? 옷이냐고, 진짜 벗고다니지 그러냐. 천쪼가리 왜 걸치고 다녀.
ㅡ ...
ㅡ 너 학교 가지말고 집에있어. 치마 단 다 뜯어놓고 주름 다 풀어라.
ㅡ ...
ㅡ 내가 학교에 알아서 말할꺼니까 집밖으로 그 천쪼가리 걸치고 기어나오기만 해봐. 다리 못쓰게 할꺼니까.
머리 속 전정국의 이미지. 핀트가 나갔다.
과녁 (안 읽으셔도 되는데 왠만하면 읽어주세욤 '^') |
과녁입니다. 음 이글은 예전에 암것두 모르고 막 휘갈겨두었던 텍파를 조금 수정하여 올린 글 입니다. 원래 장편이에요. 원 제목은 '음란마귀는 다 니들 마음속에 있는 거예요.' 입니다. 제 글에서 몇 안되는 정국이 남주 글이라서 꽤 아끼던 글이었는데 금방 꺼내 읽어보니 필체가...(절레절레) 가망이 없길래 장편연재는 불가피 할 것 같아서 그냥 일부분 꺼내 놓아 봅니다.
글 하나 더 올라옵니다. 이거 후편은 아니고 아무튼. 독자님들 원하시면 한편이나 두편정도 연장 계획은 있습니다~^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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