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tterfly ; 만질 수 없는 그대 04
Written by 제주초콜렛
최승철은 떨고 있는 내게 와서 미안하다고, 계속해서 미안하다고 중얼거렸다. 뭐가 미안한 거야 승철아? 대체 넌 나한테 뭘 숨기는 거야? 물어보고 싶었지만 계속해서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애한테 차마 물어볼 수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괜찮다고, 난 정말 멀쩡하다고 승철이에게 위안을 주는 것이었다. 대체 난 뭐가 괜찮아서 괜찮다고 중얼거리는 걸까, 승철이는 뭐가 미안해서 미안하다고 하는 걸까.
최승철은 잠시 어디 갈 곳이 있다며 날 먼저 집으로 돌려보냈다. 아마 생각 정리가 필요한 거겠지. 차마 내 앞에서 근심 걱정을 털어놓을 수는 없는 거겠지. 나름 세포 친구라고 알고 지냈는데 늘 나만 털어놓고 최승철은 모든 걸 다 혼자 지고 가는 느낌에 괜히 심통이 나서 툴툴거리며 집으로 향했다.
*
터벅터벅-
내가 걸어갈 때, 뒤에서 같은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조금 걸음을 서둘러도, 나와 같은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전봇대 밑에는 나의 그림자와 어떤 남자의 그림자가 나란히 있었다.
차마 무서워서 뒤로 돌아볼 수도 없고 부들부들 떨며 집이 아닌 방향으로 계속 돌았다.
“ 살려주세요 ”
정처 없이 급하게 걷고 걷다보니 막다른 길로 들어와버렸다. 신도 야속하시지 내게 뭐 이런 고난을 주시는 거지. 그리고 내 뒤에서는 웃음 소리가 들렸다. 뭔가 이상한 게 아까부터 겹쳐 보이는 느낌이다. 전에도 이런 상황이 있던 것 같은데. 뭐지 생각이 안 나니까 더 무섭다. 자꾸 한 쪽 귀에서는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목소리가 들리고, 머리에서는 그 기억을 가져오지 못 한다. 점점 더 내 귀에서 나는 소리는 커지고 두려워서 눈을 꼭 감았을 때
“ 너 뭐해? ”
웃음 소리를 감추지 못 하며 내 어깨를 잡는 전원우가 있었다.
“ 진짜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
“ 아니 난 그럴 줄 몰랐지. 그냥 너인지 아닌지 헷갈려서 말도 못 걸었는데 ”
“ 아, 진짜. 사람 무섭게 그랬어야했어? 사람이 무서워서 주저 앉았으면 그게 내가 아닌지 맞는지 헷갈리더라도 잡아줘야 하는 거 아니야? ”
“ 아니 세봉아. ”
" 미안, 이번 행동은 이해가 안 된다 원우야. ”
아, 망했다. 기분이 너무 안 좋아서 원우한테 짜증을 부렸다. 정말 원우 말대로 헷갈려서, 혹은 망설이느라 말을 못 걸었을 수도 있는데. 아까 귀에서 나는 이상한 소리에 꺼름직해져서 예민하던 게 원우한테 갔나보다. 이미 시무룩 해져서는 날 지나쳐 걸어가는 전원우를 붙잡을 수 없었고,
그렇게 나는 그를 놓쳐버렸다.
*
괜히 기분이 꿀꿀해져서 집 앞 놀이터에 앉아 그네만 타고 있었다. 2명이서 이용할 수 있는 그네인데 옆 자리가 비어있어 공허했고, 놀이터가 비어있어 더 외로웠다. 난 왜 이러지. 아는 게 뭘까. 대체 왜 그랬지. 한참을 발로 돌맹이를 차며 자책했다. 그리고 차가웠던 내 옆자리가 채워졌다. 내가 평소에 좋아하던 초코우유를 흔들어 보이며 옆 그네에 털썩 앉아버리는 최승철이다. 이런 건 대체 어떻게 알고 온 거야. 아무리 봐도 타이밍이 대박이란 말이야.
“ 또 왜 팬더 같이 늘어져있어 ”
“ 아, 팬더 아니라니까? 나 아까 이상한 거 들었어 승철아. ”
“ 이상한 거? 뭔데. 너 뭐 들었어. 누가 뭐라고 했어? "
이상하게 이상한 걸 들었다는 나의 말에 크게 반응하는 최승철이다. 평소 같았으면 그래서? 안 듣고 싶어 이러며 장난을 쳤을텐데 얘가 왜 이러지. 지금 조금 예민한 것 같은데 나중에 말해야 될 것 같다.
“ 아, 아니야. 별 거 아니였으니까 나중에 말하자 ”
“ 앉아. ”
“ 아니, 별 거 아닌데. ”
“ 네가 별 게 아니여도 나한테는 별 게 맞으니까 앉아서 이야기 좀 해. ”
내가 알던 모습과는 다른 최승철이 또 나왔다. 이런 모습의 최승철은 아직 익숙하지 않아 무섭기에 자리에 앉아서 아까 이야기를 해줬다. 내 이야기를 들을수록 미간이 좁혀지며 이야기가 끝났을 때는 완전 얼굴에 오만상이 다 쓰여있었다. 봐, 그럴까봐 이야기 안 해주려고 한 건데.
“ 김세봉”
“ ... ”
“ 세봉아, 앞으로 등하교 나랑 같이 해. ”
“ 아, 왜. 나 너랑 하루종일 붙어있는 것도 지겨워 ”
“ 얼른 집에 들어가자 늦었네. 이모가 걱정하시겠다. ”
그래, 내 말 앞뒤는 다 잘라먹고 또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한다. 진짜 때리고 싶어 최승철. 내 생각해서 등하교 같이 하자는 건 알겠는데, 승철이랑 등하교마저 같이 하면 전원우는 언제 만나고, 언제 풀지. 아, 맞아 전원우. 아직도 많이 시무룩하려나. 평소와는 다르게 생각 정리가 안 되는 밤이다.
안녕하세요 제주초콜렛입니다!
제 사심을 채우기 위해 그리고 그저 끄적임으로 시작한 글이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을 줄 몰랐어요
아직 작가라고 불릴 자격도 없는데 이렇게 많은 사랑 주셔서 늘 감사합니다.
암호닉 신청은 나중에 암호닉 신청방에서 다시 신청해주세요ㅠㅠㅠㅠ 죄송합니다
지금까지 신청해주신 암호닉분들은 다시 안 해주셔도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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