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00
갈색, 아니 똥색인가 구분이 가시지 않는 똥색 커피를 겨우 들이마셨다. 이미 식은지 오래여서인지 오늘따라 더 쓰게 느껴졌다. 대체 이딴 아메리카노를 왜 마시는건지에 대한 의문은 끊이지 않았지만 내 손은 수동적으로 계속 커피잔을 기울였다. 습기찬 유리창 너머로는, 곧있을 크리스마스를 대비해 화려한 조명들이 늘어진 거리 그리고 마냥 행복한 웃음을 만면에 띄운 연인들이 가득했다. 한시간 전만해도 나도 저들중에 하나였는데 거기까지 생각을 마치고 나니 방금 목을 넘긴 똥맛커피가 쓰레기로 진급했다. 3년, 길지도 짧지도 않은 3년의 세월을 지나 오늘 너는 나를, 나는 너를 보냈다. 어쩌면 너는 나를 훨씬 전에 보냈을지도 모르겠다 예상대로 너는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며 헤어지자 했으니까.이미 알고있는 웃기지도 않는 소리를 박찬열은 구구절절 늘여놓더니 미안하다며 카페를 나섰다. 얼마 전, 우연히 페북을 하던 수정이가 호들갑을 떨며 보여준 사진들에 이미 훨씬 전부터 알고있었는데, 그럼에도 커피는 썼다. 무엇이 잘못됬던 걸까 내가 페북을 안해서 너한테 치근덕대던 선배를 몰랐다는 것? 웃기지도 않은 변명이다. 서서히 바닥을 드러내는 커피잔에 슬슬 자리에서 일어날 채비를 했다. 붉은 목도리, 언젠가 목도리좀 하고 다니라며 네가 감아줬던 것이 평소에는 기억도 안나더만 이럴때서야 기억이 났다. 그러고보니 오늘 넌 무슨 색의 목도리를 감았더라? 3번의 겨울동안 너는 나와 같은 붉은 목도리를 매고 다녔는데 오늘은.. 그래 무슨 색이든 적어도 나와 같은 붉은 목도리는 아니였다, 그리고 카페를 나가 환하게 웃던 얼굴도, 손을 잡던 너도 더이상 아닌였다, 나를 향한것이. 카페 입구에 걸려있던 작은 종소리가 멀리 아득해졌고 날이 추워서였을까 목도리를 하고 있음에도 목부터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허 하고 한숨을 토해내니 뿌연 입김이 나오다 금새 사라졌다.혀끝에 남아있는 씁쓸하디 쓴 커피맛도 사라졌다.언젠가 블랙커피를 마시는 모습이 멋있다 한 네 모습도 뿌옇게 떠오르고는 사라졌다. 우선 집에가면 커피믹스부터 다 버려야지 당분간은 커피는 입에도 대지 않을거다. 많은 사람들이 밞고 지나간 탓에 어느새 검어진 눈밭을 뽀득뽀득 소리를 내는 내 신발코를 보며 걸어가고 있으니 또다시 머리 저 한편에서는 네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겨울방학에였나, 아무도 밞지 않은 눈밭을 보여주겠다며 나를 끌고 학교 뒷편에서 구르고 굴렀던 기억이 났다. 추위를 많이 타는 나를 위해서 파카를 덮어주고는 이를 딱딱 떠는 네 모습이 생각나자 풋하고 웃음이 나왔다. 그래서였을까, 웃음이 나와서였을까, 내가 웃음을 참지 못해서였을까. 목울대가 울리고 귓가가 멍멍해지면서 시야가 뿌옇게 흐려졌다. 한번 튼 생각은 끝을 모르고 뭉개뭉개 꼬리를 물며 어느새 저 한편이 아닌 머리 속 가득 네가 피어올랐다. 태엽이 풀려가는 인형마냥 어느새 멈춘 내 발등이 또렷히 보였다. 매번 바라보기만 하고서 한번도 제대로 신은 적이 없던 구두, 네가 처음 사줬던 구두 위로 내 눈물이 제대로 잠구지 않은 수도꼭지마냥 똑똑 떨어졌다.
톡톡-
".....? "
하염없이 눈물만 똑똑 흘리고 있었을까 내 신발코 앞으로 넓직한 반원의 털뭉치에 잠시 눈물을 멈췄다. 고개를 드려니 순식간에 눈앞을 가득 매운 풍선무리.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몇초간 깜박이고 있었을까 커다란 하얀곰이 내게 풍선더미를 내밀고 있었다. 갈 곳을 잃은 것마냥 엉거주춤 풍선끈을 받아드니 곰이 내 머리를 쓰다듬고는 나를 꼭 안아 주었다. 마치 괜찮다는 듯이. 하얀 털들에 눈물자욱이 묻어났고 나를 계속 안고있던 곰은 어색하게 나를 놓아주더니 양손을 펴보이며 기다리라는 듯 허둥지둥하더니 멀찍한 음식점 앞으로 달려가 커다란 바구니를 가져왔다. 그리고 내미는 바구니 안에는 검은 색의 핸드폰과 급하게 갈겨썼으나 정갈한 글씨체. 평소에는 믿지못할 일들의 연속에 나는 어리둥절하게 핸드폰의 홀드를 풀어 번호를 저장해주었다. 그러자 그제서야 만족한듯 바구니를 받아 한손을 흔드는 하얀 곰. 곰의 출현은 순식간이였다. 멍하니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평생 받을 사람들의 시선을 다 받은 것 같았다. 그럼에도 기분은 산뜻하고 풍선마냥 조금 부유하는 기분이였다. 허둥지둥하던 하얀 곰이 다시 기억나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 이상한 ㄱ 사람 아닙니다 번호좀 알려주세요
기분이 좋았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
안녕하세요 글잡담은 처음이네요( 사실 인티에 쓰는 글 자체가 처음이라 굉장히 떨립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프롤은 짧아야 한다는데 분량조절 실패네요 ㅎ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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