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2일. 정말 오지 않기를 바랐던 개강 당일,
나는 총회 도중 밀려오는 구토감에 화장실에 가려고 일어나려던 그 순간,
"거기. 조용히 좀 하지."
"좀 시끄러운데."
최승철, 그를 처음 만났다.
괜찮아, 예쁘니까.
01
*
"안녕하세요. 이번에 복학한 13학번 최승철입니다."
와아아아!!!! 그 선배의 말에 사람들은 하나같이 환호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13학번 선배들뿐만 아니라 12학번, 11학번 등 고학번 선배들도 그의 이름을 외치고 있었고. 뭐지. 그 밑학번들인 14학번이나 나와 같은 15학번, 그리고 이번에 새로 들어온 16학번들은 무슨 상황인지도 모른 채 대충 분위기를 보며 같이 박수를 치기에 바빴다.
"잘생겼다. 최승철!!!"
한 남자 선배의 말에 승철 선배는 안다는 듯이 픽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휴, 재수 없어. 말은 재수 없다고는 하나 말과는 다르게 그 선배도 승철 선배를 따라 웃을 뿐이었다. 승철 선배는 옆에 서 있는 다른 선배한테 인사를 하라는 듯이 눈짓을 하자 조금은 부끄러운 듯 머뭇거리던 선배가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이번에 같이 복학한 13학번 윤정한입니다."
방금 승철 선배를 보고는 잘생겼다! 라는 말이 나왔다면 이제는 예쁘다! 라는 말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 말라는 식으로 고개를 저으며 손사래를 치고 있는 선배를 보고 있는데 정말 화가 나게도 그 선배는…, 예뻤다.
김여주. 이제 남자한테도 외모가 밀리는구나, 허허.
"아, 저 선배들이 그 선배들이구나."
"너 알아?"
"저번에 권순영이 선배들하고 얘기하는 거 대충 들었어. 이번에 복학하는 선배들이 진짜 대단한 사람들이라고."
그때, 옆에서 들려오는 이지훈과 전원우의 대화에 나는 귀를 기울였다. 뭐가 대단하다는 거지? 나처럼 전원우도 궁금했는지 이내 '왜?' 하고 이지훈에게 물어본다.
"술을 엄청 잘 마신대. 저 승철 선배라는 사람은 기분 좋으면 여서 일곱병은 그냥 마시고, 정한 선배라는 사람은 막 말아먹는다는데? 그래서 1학년 때 엄청 유명했대. 잘생긴 신입생들이 술도 잘 마신다고."
"오…. 너는 무조건 저 선배들은 피해야겠네. 너 소주 네 잔 마시면 바로 뻗잖아."
"대체 그 맛없는 걸 왜 먹는지 모르겠어. 으으."
정말 이해를 할 수 없다는 듯이 몸을 부르르 떨며 말하는 이지훈을 보다가 다시 앞을 바라보았다. 서스럼없이 학과 사람들이랑 얘기를 하고 있는 그 둘.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괜히 마음이 울적해지기 시작했다. 사람들도 저 둘이 잘생겼으니까 저렇게 좋아하는 거겠지. 내 말이 증명되기라도 하는 것처럼 나머지 한 명의 복학생한테는 전혀 포커스가 맞춰지고 있지 않았다. 그 선배가 자기소개를 하든 말든, 사람들은 오직 그 둘만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자, 그럼 다음은 1학기 행사 계획을 말씀해드리겠습니다."
복학생들의 소개가 끝나고 난 뒤, 그들은 자리로 돌아갔다. 앞에서는 1학기에는 1,2 대면식과 1,3,4, 대면식. 그리고 MT, 중간고사 등 작년에도 했던 행사들을 쭈욱 나열하고 있었지만, 나의 신경은 그 둘에게로 쏠려 있었다.
솔직히 잘생겼다.
외모지상주의를 비판하는 나였지만, 솔직히 저 둘은 진짜 잘생겼다.
그래서 왠지 모르게 더 화가 난다고 하면 이해가 되는 사람들이 있으려나. 날 때부터 타고난 외모로 저 사람들은 지금껏 편하게 살아왔겠지. 복학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2년 동안 쉬지 않고 학교를 다녔던 나보다, 2년을 쉬고 온 그들은 우리 과 사람들이랑 더 잘 지내고 있었으니까. 그래. 이게 다 열등감 때문이라는 거 다 안다. 그런데… 어쩔 수가 없는 걸. 나는 성격까지 글러먹은 아이라.
"야. 아까 쟤 이름이 뭐라고? 최승철?"
"어."
"씨바, 존나 짜증 나네. 마음에 안 드는 새끼."
그때, 뒤에서 나를 욕하던 동기 남자애가 중얼거리는 게 들려왔다. 두 학번이나 높은 사람한테 어떻게 저런 말을 할까 생각을 하면서도, 나는 이내 생각하던 것을 멈추었다. 아까 그 선배 덕분에 이 남자애가 나를 놀리는 게 멈춰진 건 정말 고마운 일이었지만, 그래도 뭔가… 나도 저 선배가 마음에 들진 않았다.
개강 총회가 끝나고 나서 나는 얼른 집에 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변에서는 뒤풀이를 하러 가네, 마네 하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나한테 물어봐 주는 이는 아마 하나도 없을 것이기에 나는 백팩을 둘러 메고 문을 나서려고 할 때였다.
"여주야!"
내가 나가는 건 어떻게 안 건지 뒷정리를 하던 권순영이 내게 뛰어왔다.
"…어?"
"어디 가? 설마… 집?"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며 '에이- 설마!' 하는 권순영에 나는 뭔가 싶었다. 당연히 집 가지, 내가 거기 껴서 뭘 하겠니. 차마 그 말은 못하고 나는 어색하게 하하 웃으며 말했다.
"어… 집에 가려고."
"같이 뒤풀이하러 가자! 이번에 복학한 선배님들도 오신대."
얘는 정말 나를 놀리려고 이런 말을 하는걸까, 아님 정말 모르는 걸까. 그런데 바보가 아닌 이상 다 알지 않나, 동기들이랑 선배들이 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가봤자 나는 그들의 안줏거리가 되어 별의별 말은 다 듣게 될 것이다. 내가 조금이라도 먹는 모습을 보이기라도 한다면 '저렇게 먹으니까 살이 찌지', 이런 말들을 말이다. 나도 돈은 똑같이 내는데 말이야. 그리고, 복학한 선배들도 온다고?
그럼 더더욱 가기가 싫다.
"미안… 내가 속이 좀 안 좋아서."
"왜? 어디 아파?"
걱정스럽다는 듯이 나를 쳐다보며 묻는 권순영에 어어… 하고 말끝을 흐리는데, 그 순간 권순영의 뒤에서 나를 보며 수군대는 여자 동기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보는데 거짓말이 아니라, 진짜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아… 이래서 내가 권순영이랑 이야기하기가 싫다. 권순영이랑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항상 좋은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거든.
"미안. 나 진짜 가볼게."
"그래. 푹 쉬고 내일 보자!"
씨익 웃으며 손을 흔들어주는 권순영을 무시하고 나는 도망치듯이 강의실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건물을 나서려고 하는데….
"…아!"
정신없이 뛰느라 앞에 사람이 있는지도 모르고 퍽- 부딪히고 말았다. 뒤로 발라당 넘어져 아픈 엉덩이를 문지르다가 누군가 하고 고개를 들어 보니,
"아오… 아파라."
헐. 미친.
이 사람이 왜 여기 있어?
나랑 부딪힌 탓에 넘어진 건지 미간을 찌푸리고 팔을 주무르고 있는 최승철, 그 선배를 보자마자 나는 너무 놀라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 선배는 팔을 주무르다가 벌떡 일어난 나를 보더니 뭔가 생각이라도 난 듯 미간을 더욱 찌푸리며 말했다.
"…너."
"죄송합니다! 앞에 사람이 있는지 몰랐어요, 정말 죄송합니다!"
그 말을 끝으로 나는 그 자리를 후다닥 벗어났다. '너' 라는 말 뒤에 나올 말들이 무서워서, 나는 그 말을 채 듣기도 전에 도망을 쳐야만 했다. '너는 아까 시끄러웠던 그 애?' 아니면… '너는 아까 그 돼지?' 이런 말일 게 뻔하지, 뭐. 아오, 망했다. 하필 마주쳐도 왜 저 사람이야! 나는 내 머리를 퍽, 퍽 때리며 수도 없이 자책했다.
아, 앞으로는 저 선배랑 마주치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다.
*
잠시 나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다.
이름, 김여주. 나이는 21살. 가족 구성원은 아빠, 엄마, 나, 그리고 고딩 남동생 하나. 나는 일단 서울의 유명한 대학교 국문과를 재학 중이고, 헤어스타일은 앞머리에 어깨에 조금 못 미치는 단발머리? 그래. 여기까지는 뭐, 괜찮다. 그런데…
키는 162cm이고, 몸무게는 무려 80kg.
지금 이게… 나의 모습이다.
어렸을 때는 이 정도까진 아니었다. 중학교 때까지는 그래도 과체중 정도였는데 고등학교를 입학하면서부터 점점 차오르던 살들은 고3이 되고 나서 절정을 찍고야 말았다. 그래도 뭐, 지금은 말하면 다들 알만한 그런 대학을 다니고 있는 터라 그때 쪘던 살들은 지금의 나를 위한 일종의 노력한 증거? 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이쁘고 날씬하기까지 한 애들도 좋은 대학에 잘만 오더라. 나만 어리석었던 거지.
고3 때 찐 살을 빼기 위해서 겨울 방학 때 쌩으로도 굶어보고, 그랬다가 안되겠다 싶어서 원푸드 다이어트, 디톡스 다이어트, 황제 다이어트 별의별 거를 다해봤지만 빠지는 건 한순간이고 바로 요요가 오더라. 그래서 운동을 해야겠다 싶어 저녁에 운동장을 막 뛰어봤지만 빌어먹게도 내 몸뚱이는 보기와는 다르게 너무 허약해서 조금만 뛰어도 심장이 미칠 듯이 뛰어 죽을 것만 같았다.
그렇게 해서 딱히 살을 빼지 못하고 대학에 입학을 하니, 주변에는 하나같이 다 멋있고 예쁜 애들 투성이었다. 그 속에 있는 나는 차마 그들과 끼지 못하고 마치 이방인처럼, 그렇게 겉돌았었다. 고등학교 때는 그래도 외모를 이 정도로 평가하진 않았던 것 같은데 대학에 오니 첫인상을 판단할 게 외모밖에 없어서 그런지 나는 1학년 때부터 아싸가 되었다. 선배들은 다 얼굴 예쁜 애들만 챙기기 일쑤였고, 동기들은 나를 피했으니까. 대놓고 욕을 하는 애들도 있었고.
그런 나와 다르게 15학번 중에서 눈에 띄게 주목을 받는 애들 3명이 있었다. 그 셋의 이름은 권순영, 이지훈, 전원우.
권순영은 일단 '얘도 내 친구, 쟤도 내 친구' 라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녀석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미친 친화력으로 동기들은 물론, 선배들까지도 친한 사이가 되었고, 그랬기 때문에 1학년 과대도 그 애가 자연스럽게 하게 된 거다. 이번에 복학한 13학번 선배들의 존재를 알고 있었던 것도 다 그가 선배들이랑 친했기 때문이었지.
이지훈은 체구가 조그맣고, 첫인상이 귀여워서 여자 동기들이 다가갔다가 생긴 거와는 다르게 한 까칠하는 성격에 여자 동기 여럿을 울린 녀석이었다. 그리고 정말 남한테는 관심이 없는 애라 동기 중에서도 권순영, 전원우 말고는 사적에서 누군가와 이야기하는 걸 딱히 본 적이 없다.
전원우는 정말 키도 크고 잘생겨서 유명한 녀석이었다. 그런데 얘도 딱히 남한테는 관심이 많은 애가 아니라 위에 말한 저 둘 말고는 잘 얘기를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원우는 인기가 참 많았다. 왜냐하면 그 녀석은 여자들이 껌뻑 죽는다는 중저음 보이스를 가지고 있었거든. 그래서 15학번 남자들의 인기 투표를 한다면 아마 전원우가 부동의 1위이지 않을까 싶다.
아싸인 나와 다르게 저 셋은 항상 주목을 받고 살았다. 그런데 나에게 꾸준히 말을 걸어주던 동기가 저 중 한 명이었는데, 눈치챘겠지만 그 동기는 권순영이었다. 그 애만이 입학했을 때부터 항상 나를 챙겨주고, 다가와 줬었다. 하지만 나는 그런 그가 부담스러워 매일 피해 다녔다. 당연히 별 뜻 없을 거라는 거 다 안다. 그는 과대였으니 학우를 챙긴다는 마음에서 그랬다는 것도 다 알고. 하지만 권순영이랑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항상 들려오던 그 수군거림. 내가 차라리 못 들으면 모를까,
권순영이 불쌍하다.
과대라서 참 고생이다, 저런 애까지 챙겨야 되고.
이런 말을 들은 게 한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에 나는 되도록이면 그와 말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차라리 나를 모른 척해줬으면 좋겠다. 이번에 복학한 13학번 최승철 선배랑 윤정한 선배도 지금의 권순영, 이지훈, 전원우 같은 사람이었겠지?
"…아, 진짜 살 빼고 싶다."
성형까지 바라지도 않으니까 일단 살이라도 빼고 싶다. 오늘 아침도 거울 속의 내 모습을 보며 한없이 우울해질 뿐이었다.
*
나는 교양 시간이 제일 좋다. 일단 우리 과 사람들을 잘 안 만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고, 교양은 개인플레이하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다. 물론 조별 과제나 이런 거 할 때가 조금 힘들긴 하지만, 그래도 뭐… 전공 수업보다는 훨씬 나은 것 같다. 이번에 선택한 교양은 미술의 이해라고, 시험 범위도 엄청 많고 외울 것도 많아서 딱히 선호들 하진 않는 교양이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나는 신청을 했다. 물론 시험기간에는 죽어나겠지만… 그래도 교수님이 양심은 있는지 조별 과제는 없다고 한다.
OT를 하기 위해 강의실에 앉아 교수님이 오시기 전까지 핸드폰을 하고 있었다. 사실 핸드폰은 내게 인터넷을 하는 용도에 지나치지 않는다. 나한테 카톡이나 문자가 오는 일은 아주 드물었으니까. 오늘도 어김없이 인터넷이나 둘러보다가, 어젯밤에 본다고 해놓고 까먹은 웹툰이 생각나 얼른 그 웹툰을 눌렀다. 그 웹툰은 정말 순정 만화의 정석, 같은 거였는데 그림체가 정말 샤랄라 해서 그런지 여성 독자들에게 인기가 엄청 많은 편이었다. 아, 오늘도 전개가 좀 꽉 막혔네. 악녀가 주인공을 괴롭히는 전개가 답답해 한창 인상을 찌푸리고 웹툰을 보고 있을 때였다.
"여기, 자리 있어요?"
읽어주세요♡ |
안녕하세요. 차차차입니다! 일단 신알신해주신 분들과 댓글 남겨주신 분들 모두 다 감사드려요ㅠㅠㅠㅠ♡♡♡♡ 여주 진짜 답답하죠... 하지만 이 모든 게 열등감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답답해도 조금만 참아주세요ㅠㅠㅠㅠ 제가 썼지만 답답하면서도 좀 불쌍하기도 하고ㅠㅠㅠㅠ 사실 괜찮아, 예쁘니까. 이걸 대충 틀만 잡아놨었는데 너무 쓰고 싶은 마음에 막 썼더닠ㅋㅋㅋㅋㅋㅋㅋ 00편을 읽는데 참... 수정하고 싶고... 또 수정하고 싶은 생각밖에 없네요 너무 두서없이 적기도 했고.. 뭔가 너무 정보도 없는 거 같고...ㅎㅎ... 이래저래 참 부족한 사람입니다, 제가ㅠㅠㅠㅠ 그런데도 많은 분들이 봐주시는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감동, 또 감동....ㅠㅠ♡
정리를 해보자면!
최승철, 윤정한 - 13학번 복학생입니다( ☞ ͡° ͜ʖ ͡°) ☞ㅎ 애긔,,, 옵하랑,,, 학식 머그러 갈까,,,,?ㅎ,,,
권순영, 이지훈, 전원우 - 15학번 동기입니다!
홍지수 - 의문의 교양남입니다.... 차차 밝혀지겠죠ㅋㅋㅋㅋㅋ
아직도 안 나온 세븐틴 멤버들이 많아요... 허허.... 이번 편도 재밌고 보시고! 15포인트인만큼 댓글 써주시고 다시 포인트 받아 가세요ㅎㅎ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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