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https://instiz.net/writing/2564904주소 복사
   
 
로고
인기글
필터링
전체 게시물 알림
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혹시 미국에서 여행 중이신가요?
여행 l 외국어 l 해외거주 l 해외드라마
세캐 전체글ll조회 599


등장인물 이름 변경 적용

 뭉툭하게 자라버린 손가락에 물감을 찍어 벽만한 캔버스 한 가운데에 문질렀다. 같은 초록색들과 같은 파란색들이 모두 모였을 때 나는 작품을 완성했다. 나의 원래 손은 무슨 색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내 손은 초록색으로 혹은 파란색으로 변해버렸다. 저 넓은 캔버스에 작품을 완성할 때 까지 나는 하나의 캔버스와 세 개의 물감과 열개의 손가락이 필요했다. 매일 나에게 와서 건내준 노랗게 변한 캔버스, 유일하게 버리지 못했던 세 개의 물감과 할 일 없던 열개의 손가락은 각기 다르게 움직였다. 마치 피아노를 치듯이, 마치 악보를 쓰다듬듯이 나는 색을 그렸다. 손톱 사이사이에 껴있는 물감들을 흘러가는 수돗물 아래에 내려놓았지만 쉽사리 흘러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밥을 먹을 때 풍겨오는 물감의 냄새는 밥맛을 떨어지게 했고, 그대로 다시 그림을 그렸었다. 이대로 세균이 되어버릴 것 같은 몸을 이끌고 샤워를 하다가도 하고 싶은 표현이 있으면 즉시 나와 손에 물감을 뭍혔었다. 그렇게 나의 수많은 작품 중 하나가 또 완성됐었다.

 

나의 고등학교 시절은 그저 대학을 위해 달렸었다.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도 모르면서 그림을 그렸다. 고등학교 1학년 때 까지만 해도 너는 대학은 걱정말라며 학원 선생님들께서 말씀해 주셨었지, 참. 정물과 정물. 맥주병이 세워져있는 사진들과 여러가지 음식이나 사물들. 주변 아이들은 모두 하얀 도화지와 높은 이젤을 앞에 두고 무거운 붓을 들었다. 그림을 그리면 배가 고프다는 할머니의 말씀도 그저 그러고 말지, 하며 그림에 몰두할 시절은 이미 지나쳐온지 오래였다. 다들 고개를 내밀어 대학의 문턱을 구경할 때 나는 옆길을 찾았다. 아마 그때부터 붓을 놓았던 것 같다.

 

나는 할 수 있는게 뭘까, 고민하면서도 붓을 들지 않았다. 저 붓으로 그림을 그리면 내 옆에 앉아있던 아이들과 다를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걸어오게 되었는지 침대에 누워 생각하다가 꿈으로 이어진 경우가 다반사였다. 밥 대신 과자나 먹으며 아무 생각없이 지낼때 쯔음에, 엄마가 나에게 아주 작은 캔버스를 주며 말했다. 그림을 그려라. 그리고 고등학교 때 차마 버리지 못했던 물감들을 하나씩 쏟아 주었다. 다 망가져버린 붓들까지 엄마는 내 방에 쏟아내었다. 그때 처음으로 물감과 함께 울었다. 세상이 빙글빙글 돌아 머리가 아플 때까지 울고 또 울었다. 예전에는 나에게 펼쳐진 햇빛을 보여주더니, 이제는 먹구름을 칠해주는 구나. 

 

물감들을 모두 버렸다. 복귀할 수 없는 붓까지 방에 있던 작은 쓰레기통에 꾹꾹 눌러 담았다. 쓰레기통에 눌려진 물감들을 버리고 방으로 돌아왔을 때는 아주 작은 캔버스 하나와 그 캔버스를 잡고있는 아주 작은 이젤 하나, 그리고 그 뒤에 쓰러져 있는 세가지 물감까지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그때는 다 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아니 어쩌면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하고 싶었던 건지. 아마 그때 처음으로 울면서 그림을 그렸던 것 같다. 

 그 후로 엄마는 매일매일 조금씩 커져가는 캔버스를 나의 방문 앞에 놓아주었다. 그리고 나의 그림들에게 제목을 붙이는 대신 각자에게 각자의 액자를 선물해 주었다. 하루에 하나씩, 안되면 이틀에 하나씩 완성되어가는 그림을 늘 나의 방에 예쁘게 전시해 주었다. 

 나의 그림들은 나의 기분에 따라 액자의 색도 달라졌다. 기분이 좋을때는 하얀색, 그저 그럴때는 갈색, 우중충할때는 검은색, 슬플때는 액자를 걸지 않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울면서 그리는 그림에 걸려진 액자는 색색별로 걸려졌다. 빨간색, 초록색, 파란색, 핑크색 처럼 울면서 그리는 그림은 그렇게나 많아지는데 겹치는 액자를 찾기 힘들 정도로 엄마의 액자는 더 다양해져만 갔다.


 

 "음, 그때 좀 당황스럽기도 하고 사실 제일 먼저 생각난건 무섭다? 네, 무서웠어요."

 

 "진짜? 내 첫인상이 그런 이미지에요?"

 

 "아아, 아뇨아뇨. 그때 분위기가 그랬어요. 사장님이랑 같이 왔잖아요."

 

-


 "여주야, 예전에 아빠 친구분이 오실거야. 좀 씻고, 준비하고 있어."

 

 "..아빠 친구? 왜?"

 

 "......너 그림 보러 오신대."


 며칠간 우울한 마음에 해가 언제 뜨는지도 모르고 이젤 앞에 가만히 앉아있던 날이었다. 밥도 안먹고 무작정 물감을 들고 하얀 캔버스만 바라볼 때 엄마가 나에게 말을 걸어 주었다. 내가 무엇을 하던, 뭔 짓을 하던 알아서 하라던 엄마는 평소 나에게 말을 걸어주는 횟수가 많지 않았다. 의무적으로 말해주는 말을 제외하고는 하루에 한번도 대화를 하지 않은 적도 생각해보면 더러 있었던 것 같다. 그런 와중에 엄마의 말은 의외였다. 아빠친구라는 말 또한 의외였지만, 나의 그림을 보러 오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더 의외였다. 

 

원래부터가 인맥이 많은 집안이었다. 그렇게 못살지도 않았고 구태여 비교하자면 꽤나 잘사는 층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아빠가 돌아가시고 나서도 꿀리지 않게 살아가고는 있었지만 예전에 비하면 인맥으로도 금전적으로도 나에게 정신적으로도 피해가 컸다. 어쩌면 덕도 있었다. 우리에게 잘 보일 필요가 없어진 사람들은 모두 등을 돌려 다른 곳을 찾고 있었고, 함께 술을 나눌 수 있던 사람들은 벌써부터 약간의 거리감이 느껴져왔다. 엄마가 지금 말하는 '아빠 친구'들은 진심으로 '친구'인지 몰랐기에 처음은 꺼리깜이었다. 

우리를 찾는 사람들은 극 소수가 되어버렸다. 하긴 왜 굳이 우리에게 찾아올까. 아마도 아빠의 초상이후로 첫번째 손님이었을 것이다.

 

첫번째 의외는 불신이었다면, 두번째 의외는 당황이었을까. 내 그림을 보러 오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어떠한 공모전도 아니고, 어떠한 연락도 가지 않았는데 단지 나의 그림을 보기위해 오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내가 유명해 진 것도 아니고, 엄마와 친한 사람도 아닌 것 같고. 나의 그림을 보러 온 사람에게는 어떤 설명을 해줘야 할까, 격식있는 옷을 입어야 할까. 사실 머릿속은 금방 깨끗해졌다. 


 '나 주제에 쓸데없는.'



-------------------------


안녕하세요 세캐입니다 요즘 기홍이에게 푸우우우욱 빠져버려서 자급자족하기위에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처음 제목이 '아무도 안볼꺼니까 아무렇게나 제목할거야 이래봤자 아무도 안볼꺼잖아' 라고 하려고했는데 나중에 까먹을 거 같아서 대충 지어버렸슴다.. 

음 부족한 작품이니ㅣ까,, 그냥,, 흐엉 모르겠어 몰라 그냥 ..

혹여나 저엉어어엉말 혹시나 보신다면 댓글 하나만 남기고 가주셔요 (포인트 회수받아야지..!

어쨌든 여기까지 스크롤 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ㅠㅠㅠㅠㅠ 


이 시리즈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현재글 [이기홍] 일상을 벗어날 수 있는 모든 것 00  2
9년 전

공지사항
없음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대표 사진
독자1
헐 미쳤어 완전 재밌어요.....! 신알신..!
9년 전
대표 사진
세캐
감사합니다ㅠㅠㅠㅠㅠㅠ 비루한작품.. 읽어쥬셔서 감사해요..
9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확인 또는 엔터키 연타


이런 글은 어떠세요?

전체 HOT댓글없는글
[피어있길바라] 천천히 걷자, 우리 속도에 맞게2
10.22 11:24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사랑만큼 중요한 것이 존재할까
10.14 10:27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쉴 땐 쉬자, 생각 없이 쉬자
10.01 16:56 l 작가재민
개미
09.23 12:19
[피어있길바라] 죽기 살기로 희망적이기3
09.19 13:16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가볍게, 깃털처럼 가볍게
09.08 12:13 l 작가재민
너의 여름 _ Episode 1 [BL 웹드라마]5
08.27 20:07 l Tender
[피어있길바라] 마음이 편할 때까지, 평안해질 때까지
07.27 16:30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흔들리는 버드나무 잎 같은 마음에게78
07.24 12:21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뜨거운 여름에는 시원한 수박을 먹자2
07.21 15:44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사랑은 찰나의 순간에 보이는 것들이야1
07.14 22:30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사랑이 필요하면 사랑을2
06.30 14:11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새끼손가락 한 번 걸어주고 마음 편히 푹 쉬다와3
06.27 17:28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일상의 대화 = ♥️
06.25 09:27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우리 해 질 녘에 산책 나가자2
06.19 20:55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오늘만은 네 마음을 따라가도 괜찮아1
06.15 15:24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세상에 너에게 맞는 틈이 있을 거야2
06.13 11:51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바나나 푸딩 한 접시에 네가 웃었으면 좋겠어6
06.11 14:35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세잎클로버 속으로 풍덩 빠져버리자2
06.10 14:25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네가 이 계절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해1
06.09 13:15 l 작가재민
[어차피퇴사] 모든 것을 손에 쥐고 있지 말 걸1
06.03 15:25 l 한도윤
[어차피퇴사] 회사에 오래 버티는 사람의 특징1
05.31 16:39 l 한도윤
[어차피퇴사] 퇴사할 걸 알면서도 다닐 수 있는 회사2
05.30 16:21 l 한도윤
[어차피퇴사] 어차피 퇴사할 건데, 입사했습니다
05.29 17:54 l 한도윤
[어차피퇴사] 혼자 다 해보겠다는 착각2
05.28 12:19 l 한도윤
[어차피퇴사] 하고 싶은 마음만으로 충분해요
05.27 11:09 l 한도윤
[어차피퇴사] 출근하면서 울고 싶었어 2
05.25 23:32 l 한도윤


12345678910다음
전체 인기글
일상
연예
드영배
13: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