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락비/피코] 표지훈 우지호 그리고 우리 season 2 06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e/a/0/ea06eb52666d56e603a97a6434103680.jpg)
표지훈 우지호 그리고 우리 season 2 06
어느 순간부터 텅 빈 우지호의 마음을 육체적으로 채워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정신적으로 어떻게 채워줄 수 있을까 한참을 고민한 끝에 나온 결과는 이벤트를 해 주는 것. 며칠 전부터 머릿속을 가득 채운 이벤트 생각. 시간이 흘러 D-day가 다가왔고 저녁 9시가 되자 약속이 있다며 처음으로 같이 가자는 우지호의 말을 거절하여 밖으로 나왔다.
곧 있으면 여름이 오겠구나.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이 반팔을 입고 있었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이다. 이벤트 준비물을 사러 가야 하는데 자꾸만 편의점에 눈이 간다. 아이스크림 하나 먹고 갈까 말아야 하나 아 먹을까? 돈 부족하진 않으려나 먹을까? 고민 끝에 편의점 안으로 들어가 맛있는 더위사냥 하나를 집고는 계산을 한다. 반으로 나누지 않은 체 포장지를 벗겨내자 마치 갈색 광선검을 들고 있는 기분이 든다.
“슈슈슈슉”
편의점 구석에서 포장지를 버리며 작게 내뱉은 말이었지만 아르바이트생에겐 들렸는지 나갈 때까지 이상한 눈으로 쳐다본다. 혀에 차가운 아이스크림이 닿자 혀가 자꾸 붙는다. 한입 베어 물자 차갑게 녹는 아이스크림. 광선검 같은 더위사냥을 먹고 있자니 나머지 반을 우지호에게 주었다면 더 맛있게 먹었을 텐데 자꾸만 집에 혼자 남은 애인 생각이 든다.
나 참 낭만적이야. 멋져. 집 근처 문구점으로 향하다 은은하게 내 모습이 비치는 유리 앞에 서 오랜만에 내 모습을 바라본다. 턱 선… 멋진데? 문구점으로 가 스케치북과 하트 모양 작은 양초와 주머니 속에 접어두었던 쪽지에 적어둔 물건을 산다. 그리고는 근처 커피숍으로 향해 스케치북을 꺼낸다.
새벽. 나름대로 추억이 많은 장소인 집 앞 놀이터. 오늘은 양초도 사고 스케치북도 사고 아무튼 뭘 많이 샀다. 하 뿌듯해 표지훈 멋있다니깐, 폰을 들어 우지호에게 전화를 건다. 하지만 받지 않는 우지호. 좆됬다. 어떡하지. 촛불로 하트도 만들고 이렇게 스케치북을 들고 서있는데….
“아…. 어떡하지”
다시 한번 전화를 걸어 받아라 받아라 제발. 분명 자고 있을 리는 없는데…. 받아라 받아라 받아라 받아라… 받았다. 하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는 우지호. 여보세요 하고 말해봐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다. 이렇게 준비했는데 솔직히 말하면 삐쳐서 전화를 끊었다. 그러자 20초 후 우지호에게서 걸려온 전화. 귀여워. 소리 없이 웃고는 전화를 받는다.
“뭐”
“봉 밖으로 나와요”
“술 마셨어?”
“나와요”
나와요. 최대한 애교스러운 말투로 말하고는 전화를 끊어 우지호를 기다린다. 잠시 후 후줄근한 옷차림으로 밖으로 나와 대충 슥 훑어 보더니 역시 도도한 공주님 아니랄까 봐 놀란 기색도 없이 내 앞에 있는 벤치로 가 앉아 팔짱을 낀다. 그리고 열심히 준비한 스케치북을 한 장 넘긴다. 그러자 보이는 글씨 “표지훈한테 우지호가 없으면” 어색하게 따라 읽자 입꼬리를 올려 미소를 짓는다.
“표지훈도 없어.”
한 손으로 스케치북을 들고는 손가락으로 엑스 표시를 그리자 소리 나게 웃고는 말없이 스케치북에 집중을 한다. 한 장을 더 넘긴다. “우린 하난데 형이 힘드니깐 나도 힘들어” 열심히 준비한 재롱. 스케치북을 내려놓고는 허리에 손을 하여 아빠 힘내세요 노래를 개사하여 지호 힘내세요에 맞추어 어설프게 율동을 하자 비웃는 것인지 마음에 드는 것인지 큰 소리로 나를 보며 웃는다. 마지막으로 웨이브를 하여 율동을 장식하여 나는 뿌듯한데 이상하게 웃고 있는 우지호 탓인가 기분이 조금 나쁘다. 예상한 결과였기에 스케치북을 다시 쥐고는 한 장을 넘긴다.
“잠시 헤어졌을 때”
듣기도 전에 스케치북에 적힌 글씨를 읽고는 웃고 있던 표정을 굳힌다. 스케치북을 한 장 더 넘긴다.“매일 울었어”손으로 우는 시늉을 하는데도 굳어있는 표정은 변하지 않는다. “내가 진짜 느낀 게” 스케치북을 넘기지도 않은 체 말을 내뱉자 스케치북에 집중을 하고 있던 우지호는 눈은 나를 향한다. 스케치북을 한 장 더 넘기자 다시 스케치북으로 향하는 우지호의 눈. “우지호 없이 표지훈은 못 살아” 스케치북을 다시 내려놓고는 미끄럼틀 뒤로 가 PC방에서 뽑아놓았던 우울증 극복하는 방법을 프린터 해놓은 파일과 초콜릿이 가득 든 상자 그리고 3권의 책이 담긴 종이 백을 우지호에게 내민다.
“지금 먹어도 돼"
뒤돌아 가려던 도중 바람이 불자 촛불이 반 이상은 꺼져버려 뒤를 돌아 우지호의 눈치를 보자 자유시간 하나를 뜯어 입에 넣으며 나를 보고 웃으며 “허술해” 괜히 좋으면서 삐딱하게 말을 뱉는다. 다시 스케치북을 들고는 한 장을 넘긴다.
“근데 신기한 건”
두구 두구 두구 두구 두구 긴장감을 주자 초콜릿 하나를 뜯으며 웃는다. 스케치북을 한 장 넘긴다. “우울한 우지호 밝은 우지호 섹시한 우지호 까칠한 우지호 모든 우지호가 좋아. 다 사랑해 너니깐”이번에는 내가 다 긴장이 된다. 손가락에서 땀이 생길 정도로 긴장된다. 천천히 스케치북을 넘기자 보이는 문구에 우지호의 표정이 굳어진다. 장난기 가득한 분위기에서 어느새 차분해진 우리. 나는 그 문구를 따라 읽는다.
“아버지는 형 웃는 걸 원하실 거야. 이렇게 매일 우는 거 원하시지 않을 거야”
지호의 표정이 미묘하게 일그러지며 아랫입술을 깨문다. 그리고 더 긴장되는 문구 자꾸 손에 땀이 생긴다. 우지호의 눈치를 보다 한 장 더 넘기자 눈이 붉어지는 우지호.
“아버지도 좋은 곳 가셔야 하니깐 이제 그만 놓아주자 우리”
스케치북을 내려놓고는 미끄럼틀의 뒤로 가려다 다시 한번 고개를 빼꼼 내밀고는 눈시울이 붉어져있는 우지호를 향하여 “이거 근데 좀 오글거릴 수 있어 형” 다시 미끄럼틀 뒤로 들어가 돌로 날아가지 못하게 잡아 두었던 파란색 풍선을 쥐고는 우지호의 앞으로 다가간다. 그리고 풍선을 우지호의 손에 쥐여주고는 벤치 옆으로 가 앉는다. 어느새 바람 탓에 촛불은 꺼진지 오래였고 우리를 비춰주는 건 주황빛의 가로등뿐이다.
“형 아버지가 꿈에 나오셨어. 진짜. 너 평생 행복하게 지켜달래”
눈을 빤히 바라보며 내 말을 들어준다. 한결 차분해진 목소리로 “이제 웃어야지 울지 말고”걱정되는 내 마음을 아는 것인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사랑하는 아버지를 보내주어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일까.
“풍선을 아버지라 생각하고 이제 보내주자, 새롭게 웃으면서 시작하자”
그러자 손은 눈에 뛰게 강하게 풍선을 쥐고 있다. 마음 정리가 되지 않은 탓일까 고개를 아래로 숙인 채로 한숨을 쉰다. 고개를 들어 올리자 다행히 울고 있지는 않았다. “존나 오글거려” 미간을 찌푸린다. 찌푸린 이마에 입을 맞추자 금세 풀어지는 표정.
“이런 거 어디서 찾았어?”
말없이 다시 입을 맞춰준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 이미 풍선이 아버지라 생각하는 것인지 쉽게 놓지 못하고 손으로 풍선을 꽉 쥐고 있는 손. “아버지 좋은 곳 가셔야지” 한동안 놓지 못한 체 꽉 쥐고 있던 풍선이 마음 정리를 끝내고 손에서 힘을 풀자 아무것도 보이지 않은 까만 밤 하늘에 떠오른다.
그리고 풍선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는 우지호. 밤 하늘은 너무나도 어둡다. 별조차 보이지 않는 까만 밤 하늘. 그리고 풍선은 그런 밤 하늘을 밝게 밝히고 있는 달을 향해 다가간다. 풍선이 보이지 않음에도 하늘을 바라보고 있던 우지호의 어깨를 살짝 감싸자 그제야 고개를 내려 나를 바라본다. 이제 울지 않구나. 쇼핑백에 초를 담아 정리를 하고는 벤치에 앉아있는 지호에게 다가가 허리를 숙여 짧게 입을 맞춘다. 그 순간에도 두 눈을 감았는지 입술을 떼어낸지는 오래되었는데 천천히 눈을 뜬다.
“야”
“뭐”
아니. 그냥… 예쁘다고….
표지훈 우지호 그리고 우리 season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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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체적인 위로가 아닌 정신적인 위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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