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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마트에디터3 타이틀 제거 임시 적용 -->




새로운 이웃이 이사온 이후로 나는 어떠한 것에도 불만을 갖지 않았다. 정정하자면, 지금 내 옆에 있는 권순영을 제외하고는 불만을 가질 만한 일도 없었다. 그런데 유일한 불만거리인 권순영은  내 기분이 안 좋은게 저 때문이라는 걸 알긴 하는지, 계속 말을 걸어왔다. 그러니까 말 안 걸면 기분 안 좋을 일도 없을 거라니까.





"왜 기분이 안좋아? 혹시 나 때문이야?"

"너 때문이라고 하면 조용히 해줄거야?"

"아니, 그건 좀 ……."





신경질적으로 고개를 팩 돌렸다. 해줄 수 있는 것도 없으면서 따라오지 마. 뭐라고 대꾸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권순영은 아무 말 없이 졸졸 따라오기만 했다. 벌써 시야에 우리 아파트가 보이기 시작했다. 결국엔 끝까지 따라올 생각이겠지. 아 진짜, 나는 쟤가 너무 싫어. 진심으로.












지긋지긋한 악연은 중학교 때부터였다. 그 전까지만 해도 그냥 모자란 엄마 친구 아들로, 가끔 만나면 인사나 하던 사이였다. 그러던 중에 권순영네 가족이 이사를 온 거고, 그게 하필 내가 사는 아파트였던 거고. 그냥 모지리인줄로만 알았던 권순영은 알고 보니까 뇌가 있는지 의심스러운 수준이었다. 무슨 말을 해도 싱글싱글 웃기만 하고. 화를 내도 알아듣지를 못하니 나 혼자 바보되는 기분마저 들고. 설상가상으로 엄마마저 우리 지훈이가 순영이 좀 잘 챙겨서 데리고 다닐 수 있지? 라고 하시는데 그럼 내가 도대체 어떡할까.



그래도 순순히 데리고 다닐 생각은 없었다. 권순영이 덩치에 맞지 않게 질질 짜지만 않았어도 아마 그랬을 거다. 권순영이 따라오는 게 너무 싫었던 어느 날은 권순영에게는 청소를 하고 가야 한다고 말한 뒤에 먼저 집으로 간 적이 있었다. 그런데 한참 후에 엄마한테 전화가 와서 순영이가 안보인다는 말을 들었었다.  우리 반 교실에 사람 아무도 없으니까 어련히 갔겠지, 생각하며 마음 놓고 있다가 서둘러 학교로 뛰어갔었다. 그리고 권순영을 볼 수 있었다. 교실 앞에서 주저앉아 있는 권순영을.







"너 바보야? 사람 없으면 집에 갔겠거니 생각 못 해?"






막상 권순영을 보니까 한심하기도 하고 내가 얘 떄문에 쉬지도 못하고 학교에 나왔나 싶어서 절로 짜증이 났다. 발로 권순영을 툭툭 건드리며 말을 걸었는데 권순영 주제에 대답이 없었다. 얘가 지금 나랑 뭐하자는 거지? 싶어 억지로 권순영을 일으켰다.






"아 귀찮게 하지 말고 빨리 일어나기나 해."

〈!--StartFragment-->

"……."

"빨리 일어나라니까?"

"... 싫어"







힘주어 권순영의 팔을 당기자그동안 보여줬던 힘이 무색하게 권순영이 끌려 올라왔다. 권순영에게 쪼아 붙일 생각으로 권순영의 얼굴을 지긋이 응시했다. 그리고 눈을 마주친 순간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 없는 얼굴로, 권순영이 울고 있었기 때문에. 순간 하려던 말도 잊은 채 가만히 눈만 마주치고 있었다. 나를 응시하는 시선이 부담스러워져 고개를 돌리려던 순간 권순영이 내 얼굴을 본인 쪽으로 돌려 놓고 입을 열었다.






"너는 나 귀찮아하는 줄만 알았지, 이렇게 나한테 거짓말해야 할 정도로 날 싫어하는 줄은 몰랐어."

"……."

"미안해. 앞으로는 같이 가자고 하지도 않고 귀찮게 따라 붙지도 않을게."






울음이 섞인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면서 토끼같이 새빨개진 눈으로 나를 보는데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었다. 진심이 가득 담긴 눈이었다. 권순영이 나를 이런 눈으로 봤던가. 생각해보면 어렸을때는 오히려 내가 권순영을 많이 찾았던 것 같기도 하고. 옛날 생각을 하게 되니 한편으로는 내가 참 못할 짓 했구나 싶기도 하고. 복잡한 기분으로 고개를 젓자 어떻게 이해했는지 권순영이 손을 놓고 반대편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이대로 보내면 나중에 후회하게 되겠지.







"야."






권순영이 대답은 하지 않고 그 자리에 멈춰섰다. 다급한 마음에 뇌내 필터링을 거치지 않은 단어들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아냐. 그런 말을 하고 싶은 건 아니야. 잠시 동안 기다린 권순영이 다시 가려는 채비를 했기에, 순간적으로 권순영을 향해 외쳤다.






"그러니까, 내가 너를 지금까지 귀찮아했는데…"

"……."

"귀찮아했던 것도 맞고, 내가 지금 너랑 같이 안 가려고 거짓말한 것도 다 맞는데……."






이미 다 알고 있으니까, 그런 말이라면 굳이 안해도 돼. 권순영은 자조적인 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작은 한숨, 그리고 다시 이어지는 걸음.







"…근데 괜찮다고."

"…어?"

"근데! 너랑 같이 있는 것도 나쁘지 않으니까. 그러니까, 특별히 같이 다니게 해준다고. 권순영."






한 번 뱉은 말은 돌이킬 수 없다. 나는 그 말을 내뱉자 마자 후회했고, 아까와는 정반대로 내가 권순영을 등지고 걸어가기 시작했다. 아까 권순영의 걸음보다 좀 더 빠르게. 그러나 뒤에서 빠르게 따라오는 권순영이 느껴짐과 동시에 몇 걸음 걷지도 않았는데 팔이 잡혔고, 눈 앞에 권순영이 보였다.






"뭐라고 한거야?"

"못 들었으면 됐어. 다시 가."

"같이 있자고? 진짜 그런거야?"

"아니니까 가!"





계속 권순영을 쏘아붙여도 권순영은 그새 기분이 좋아진건지 싱글벙글했다. 나는 너랑 같이 다니기 싫다니까. 이런 내 말에도 나는 같이 다니고 싶어. 하며 씩 웃는 얼굴을 진심으로 한 대 치고 싶었다. 이게 바로 혹 떼려다가 혹 붙인 상황인가 싶기도 하고.



결론적으로, 그날 사이좋게 집에 돌아온 후로 권순영은 그 전보다 더 귀찮게 굴었다. 내가 미안한 마음이 남아있다는 걸 잘 알고 있는거지. 내가 싫다고 해도 자연스럽게 옆에 붙어있는데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결국엔 오늘도 이렇게 따라오잖아. 갑자기 말이 없어진 권순영을 찾아 뒤를 휙 돌아보았다.







"응? 다시 나 보고 싶어졌어? 너 옆으로 가면 안돼?"

"착각하지 마. 옆으로 오지도 말고."






고개를 돌린 걸 관심으로 해석하는지, 화색이 도는 얼굴로 옆에 오려는 것을 막았다. 그래. 이왕 같이 갈 수 밖에 없다면 거리를 두고 걷는 게 가장 최선의 방법이었다. 이제 곧 우리 집이다. 절로 발걸음이 가벼워지고 기분이 들뜨기 시작했다. 권순영도 집에 거의 도착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모양이었다.






"안녕. 그럼 오늘은 이만 여기에서 헤어져줄게. 내일 또 보자."





언제 옆으로 왔는지 권순영이 내 볼을 꾹 누르면서 말을 했다. 손이나 놓고 말해. 뚱한 눈으로 쳐다보자 권순영은 잠시 웃고, 귀엽다고 한 마디를 더하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제 진짜 안녕."






아, 진짜. 빠른 속도로 걸어가는 권순영을 따라잡을 수도 없고, 오늘은 뭔가 뜻대로 되지 않는 날이다. 권순영이 그런 식으로 행동하면 대체 무슨 말을 해야할 지도 모르겠다. 내가 얘를 어떻게 생각하는 지도 잘 모르겠는데, 오죽하겠냐만은. 그 와중에도 마지막으로 바라본 권순영의 뒷모습은 귀가 새빨개져 있었다.


























[세븐틴/권순영X이지훈] 구제불능 | 인스티즈




[세븐틴/권순영X이지훈] 구제불능 | 인스티즈





들이대는 순영이 때문에 할 말이 많은 지훈이8ㅅ8 학생들의 풋풋함을 쓰고 싶었는데 잘 표현됐는지 모르겠네요...

가볍게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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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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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작가님 잘 보고 가요 너무 잘쓰신것 같아요!! 순영이도 귀엽고 지훈이도 귀엽고..! 둘이 똑같애ㅋㅋㅋㅋㅋㅋㅋㅎㅎ
9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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