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크버스 세계관
윗사람에게는 깍듯이 하며,나름대로 발랄한 성격에
회식 분위기도 맞출 줄 아는 태형이를
아직도 언짢아하는 다른 부서의 팀장이 있어.
"..."
까다롭기로 소문난 B부서의 팀장 호석이.
호석이는 노력의 노력을 하면서 팀장 자리를 꿰찼는데,
태형이는 하루 아침에 팀장이 되었잖아.
그래도 같은 회사에 가까운 부서, 같은 팀장인데
언제까지 안 좋게 볼 수는 없지.
태형이를 좋게 보려고 노력하는 호석이지만은...
"호석 팀장님, 향 좋네요."
"같이 밥 먹으러 나갈까요?"
"같이 퇴근합시다. 저희 집으로 갈까요?"
(어이없음)
태형의 능글맞은 행동들에 호석이는 좋게 볼 수 없는 녀석이다, 하고 관심을 꺼버렸지만
태형이는 호석이 앞에 계속 알짱거려.
호석이는 자신이 케이크인 것을 알아. 태형이가 포크인 것도 알고 있지.
그래서 태형이가 저의 향을 맡고 졸졸 따라다니는 것을 당연히 알고 있는 상태.
#2
오늘은 호석이가 다른 회사와의 미팅이 있어.
그런데 상황이 안 좋게도 다른 회사 쪽에 포크가 있는 거야.
특출나게 달달한 향을 뽐내는 호석이를
바로 핥아버리고 싶은데 사람이 많은 카페인지라
뭘 하지는 못하고 말만 툭툭, 호석이 기분 나쁘게 던져.
"왜 이런데서 미팅을 잡아. 모텔에서 잡거나 하지."
"향 진짜 좋다. 내가 맡아본 케이크들 중에 제일."
"화장실 좀 같이 가자. 핥아보기만 할게. 어?"
(언짢) (김태형보다 더 하네)
사람 많은 카페 안에서 뭔 짓이라도 하면 포크만 안 좋은 일이라
호석이는 그렇게 두렵지 않아.
미팅은 성사됐지만 계속 저를 붙잡는 포크에
화가 점점 나려던 찰나에,
"정호석 팀장님?"
곧 미팅이 끝날 호석이를 위해 커피를 사주러 온 카페인데 딱 마주친 태형과 호석.
"김태형 팀장? 회사 일 냅두고 뭐하러 나왔습니까?"
"예? 저야, 우리 호석 팀장님 목 마르실까봐 커피 한 잔 사갖고 들어가려했죠."
"그런 건 저희 부서 사원들도 할 수 있는 거 아실텐데요?"
"뭐, 그럴 수도 있겠지만은..."
"같이 나와서 사먹는 것도 좋잖아요. 갑시다, 커피 사러."
어느 날은 옆 부서에서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 호석이를 대놓고 관찰하는 태형이.
(짜증) (신경 쓰임)
호석이는 몇 번이고 눈치를 줬지만
그것도 모르는 태형이에게 날이 선 말투로 물어봐.
"김태형 팀장. 본인은 할 일 없습니까?"
"저요? 예. 이미 다 해놓고 없습니다."
"아, 이제 정호석 팀장님이 칭찬해줍니까?"
(?)
"아니요? 해줄 리가 있겠습니까.
없으시다면 만들어서 저 좀 그만 관찰하시죠. 그리고,"
"예쁜 짓을 해야 칭찬을 해주든지 할 거 아닙니까?"
"..."
나름 도발해보니 잠시동안 아무 말 않는 태형에
호석이는 속으로 태형이를 비웃기도 잠시,
"그런 짓은 정호석 팀장님이나 하는 거 아닙니까?"
"사람 미치게 좋은 향은 정신없이 풍기시면서,
항상 튕기는 꼴 재밌습니다. 정호석 팀장님."
주변 사원들 다 듣는데 오해 받을만한 소리를 잘도 하는 태형에
호석이는 인상을 살짝 찌푸리다 태형이를 이끌고
사람들이 잘 지나다니지 않는 곳으로 자리를 옮겨.
"김 팀장. 마침 그 말 잘 나왔습니다."
"김태형 팀장 포크인 거 굉장히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대놓고 티 좀 내지 마시죠?
좋을 거 하나 없습니다."
평소 태형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드디어 하는 호석이.
태형이는 호석이 말에 어깨를 들썩거리다가 대답해.
"제가 병신도 아니고...
저는 정호석 팀장님 앞에서만 티냅니다."
"이유는 본인도 굉장히 잘 알고 계시잖아요."
#4
포크가 된 후로 케이크는 셀 수 없이 여러 명 맛 봐본 태형이였지만
먹어보고 싶다는 관심만 가졌던 태형이가
가지고 싶단 마음을 갖게 한 건 호석이가 처음이야.
"먹고 싶습니다."
"항상 찌푸리시는 미간, 핥아보고 싶어요."
"... 김태형 팀장."
"그만하시죠. 내줄 마음 없습니다."
"아, 그러십니까?"
"예, 뭐. 먹고 싶다는 생각만 가지고 있는 건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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