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곳은 방탄고등학교 학생회입니다. 01
부제 : 자랑스러운 학생회. 는 X발
w. 몽블랑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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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2016년 6월 3일 금요일.
방탄고 학생회 정기총회를 시작하겠습니다.
이번 회의 안건은 현충일 추모식과 6월 체육대회 입니다.
먼저, 학생자치회 회의 결과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충일 추모식에는 전교생 반장을 포함한 학생회만 참석하는 것으로 확정되었습니다.
각 반 반장분들께선 9시 10분까지 현충탑 앞으로 모여주시기 바랍니다.
다음은 6월 체육대회입니다.
6월 체육대회에선 반티 허용을 금지했었으나, 학생들의 잇따른 건의로 최종적으로는 반티를 허용하게 되었습니다.
다만 반티는 2만원이내로 해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지금부터 6월 체육대회에 대해서 회의를 진행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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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후회중이다.
동아리 지원서 한 번이라도 더 읽어보고 할 걸.
면접 때 그냥 남자만 지원가능한 것으로만 알 걸.
그리고 왜 난 서기가 되었을까. 서기 말고 다른 자리는 없었을까.
"각 학년의 서기는 남아서 회의록 작성 및 학생자치회 회의를 진행해주시기 바랍니다.
이것으로 방탄고 학생회 정기총회를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오 시발. 나 회의 하나도 안 들었는데
X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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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야, 회의록 양식서 좀."
"막내야, 회의 내용 녹음한 것도"
"막내야, 애들 물 좀 나눠줘라"
"막내야, 다음 주 체육대회 촬영 방송부한테 맡기고 오는 거 알지?"
"막내야. 오늘 석식 누군지 알아봐라."
"막내야, 각 동아리 회장들 내일 7교시까지 1층 본교무실로 오라고 전해줘"
그래, 내가 동네북이고 지들 시중이지.
이 학생회에서 1학년은 전정국과 나 단 둘이다.
근데 선배들은 아니 어떤 한 선배는.
"정국이는 1학년장이니까, 남은 서기인 방탄이가 수고해야지!^^"
얄미워죽겠어. 김X형 선배.
어쨌든 공식 직책은 서기이나 비공식적으로 잡일을 담당하고 있는 나는
"막내" 로 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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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X같은 아니 자랑스러운 학생회에 들어오게 된 이유에는 민윤기 선배가 큰 몫을 한다.
이번엔 총무를 뽑지 않겠다는 파격적 조건 덕분에 서기라는 학생회 자리는 71 : 1이었다.
난 그것도 모르고 그냥 지원을 한 것이었고.
어쨌든 다른 동아리들도 면접을 보길래 이 동아리 (정확히 학생회) 가 인기가 많은 줄 알았다.
어떤 애들은 울면서 면접장을 나오는가 하면,
어떤 애는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면접을 임하기도 하면,
어떤 애는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나는 이 동아리가 과연 어떤 동아리일까 머릿속을 굴려보았다.
굴려봤자 나온 답이 학생회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1학년 2반 26번 김방탄 학생 들어와주세요"
난 아직도 이 때 날 부른 전정국을 미워한다.
"안녕하세요, 김방탄입니다."
처음엔 형식적인 질문이었다.
왜 들어오게 되었냐, 관심있는 분야는 무엇이냐, 혹시 전공희망 학과가 있냐, 왜 그 학과를 희망하냐.
사실 동아리 면접일 뿐인데 굉장히 깊게 질문을 한다 싶었다.
나름대로 인기있는 동아리는 뭔가 다르구나~ 싶었다.
근데 슥 훑어보니 죄다 남자였다.
사실 내겐 나보다 잘난 오빠새끼가 있어 남자 선배를 별로 안 좋아했다.
의아스러운 마음에,
"저기, 여긴 남자만 들어올 수 있는 곳인가요? 면접보시는 선배분들이 다 남자분들이어서요."
라고 질문을 했다.
매끈하게 생긴 선배가
"남자만 들어올 수 있다면 어떻게 하실건가요?"
라며 내 가치관을 건드렸다.
"그렇다면 제가 들어올 이유는 없는 걸요."
"그럼, 이 자리를 박차고 나가실 수 있다는 말씀이시네요"
"말씀 안 하셔도 그럴려고 했어요."
기분 나쁜 마음에 나가려는데,
"하하. 대단하네. 앉아보세요 질문 하나가 더 있는데 대답이 듣고 싶어서요"
라며 머리가 형형색색인 선배가 물어왔다.
"뭔데요."
언짢은 마음에 말투가 틱틱 내뱉어졌다
"지금 남녀에 차이가 없고, 평등하다는 입장같은데. 여기 가끔 남자도 힘든 일 할 때 많아요. 그럴 때마다 저 여자라서요~ 하고 내뺄 건가요?"
"전 남자와 여자, 여자와 남자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일을 할 때에도 남자든 여자든 똑같이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 근데 여기 무슨 동아리인데 힘든 일을...?"
뭐야, 동아리 주제에 일을 시켜? 왜?
전교회장선배가 말했다.
"김방탄 학생이 무언가 착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여긴 동아리 면접을 보는 게 아니고 학생회 면접을 보고 있습니다."
"네?"
그 머리 형형색색 선배가 말했다.
"학생회 면접. 니가 지원동기에도 써 놨네. 학교 홍보때부터 들어오고 싶었다고."
내, 내가 언제.
"아, 아뇨. 여기 동아리 면접.."
"아니에요. 여기 전교회장만 몇 명인데. 진짜 몰랐어요?"
뭔 떡같이 생긴 선배가 저렇게 물어보는데 어안이 벙벙했다.
근데, 어이없네. 학생을 위한 학생회 어쩌구 저쩌구 했으면서
뭐? 남자만 들어오면 어떻게?
"아니, 학생회 면접이면 말이 더 잘 되겠네요.
학생이라는 이름을 달았으면 여자든 남자든 다 똑같은 거 아닌가요?
학생의 편을 들어 함께 하겠다는 게 학생회인데 지금 여자학생의 편은 들지 않겠다는 건가요?
평등하지 않은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옳지 않습니다.
이렇게 옳지 못한 학생회라는 것을 알았더라면 애초부터 지원하지 않았을 겁니다."
나도 모르게 격양 돼 소리를 지르게 되었다.
앞의 선배들 보니까 다 놀란 것 같은데.
" 전 평등을 위해 늘 싸우고 노력할 것입니다.
양성평등을 위해서요."
욱 한 마음에 저딴 소리를 내뱉곤 면접실을 나오게 되었다.
하나같이 왜 소리를 질렀냐며 물어보는 학우들에게
"모르겠어. 뭐라고 내뱉었는지 뭐라고 지껄였는지 모르겠다고..."
하며 그 장소를 빠져나왔다.
시발. 내 인생. 망했다.
"미치겠다. 야 나 쟤 마음에 들어. 면접 접어라 난 마음 정했으니까"
"윤기형이 마음에 든다고요?"
"사실 나도. 그냥 장난이었는데 들개처럼 들러붙는 게 귀엽네"
"헐 남준이 형까지. 사실 아까 호석이 형 눈 봤어요? 저 친구가 평등 얘기할 때부터 반짝반짝 거려서는.."
"야 진짜 저렇게 된 친구가 지원한 게 너무 고맙다. 형 나도 찬성 쟤 뽑아"
"지금 세 명이나 마음에 들어 하는데 어떡할래 석진아"
"너 지금 답정너인 건 아냐. 아까까진 애들이 다 지루하다고 쌍욕 해댔으면서"
"쟨 지루하지 않겠어. 뽑으라고 그냥."
"그래 뭐 민윤기가 마음에 들었으면 말 다 했네. 불만 있는 사람 없지?"
"있으면 안 될 분위기인데요, 윤기형이 뺨 때릴 것 같아서요."
"태형이 넌 그냥 맞고 살잖아."
"아, 왜 말이 그 쪽으로 흐르는데요"
"농담이야."
재밌겠네. 아주. 이번 학생회는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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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온전히 윤기의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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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이 되었다.
밤새도록 내일이 찾아오지 말아달라고 빌었건만
빌어먹을 아침은 밝아왔다.
막 학교에 도착해있으면 꽃보다 남자처럼 해골표시 돼 있는 게 사물함에 붙어 있는 거 아니야?
3년동안 고생이란 고생은 다 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런 학생회 선배들에게 소리를 버럭버럭 지르며 싸울 거라니..
그냥 얌전하게 면접이나 볼 걸 왜 정의는 튀어나와서.
수많은 걱정을 껴 안고 학교에 도착하고 교실에 도착하자 우리 반 애들이 날 빤히 쳐다 보는 게 느껴졌다.
오 시발 진짜 해골이라도 붙어 있는 거 아니야?
인생 글렀네 글렀어.
절망하고 있는 사이 우리 반 임시 반장이 와 내게 일러주었다.
"야 방탄아! 너 학교 게시판 봤어?"
"뭔 게시판?"
"너 학생회 됐던데! 어제 면접 잘 봤나봐?"
"뭐?"
"면접말이야! 학생회 면접! 이번에 71:1 이라고 엄청 힘들었다던데"
"뭐?!"
?
"학, 학교 게시판 어딨는데?"
"중앙 현관 2층 게시판! 등교길에도 붙어 있을텐데 못 봤어?
안 그래도 너 지금 학교 유명 인사 됐어~ 남자만 있는 학생회에 여자 생겼다면서! 부럽네 방탄이는~ .."
뒷말은 들려오지 않았다.
그저 내 발걸음은 학교 중앙 현관 게시판으로 가고 있을 뿐이었다.
제 31기 학생회 당선 공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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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잔 뭔가 단어하나에 너무 집착하는경향 있는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