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는 일화 에
세븐틴을 + 해보자.
Chapter .
이지훈.
* 어색한 사투리 주의.
* 이래봬도 쓰니는 부산에 살고싶어하는 경기도인.(부산스릉흔드.)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은 여주가
옆자리에 앉아 고개까지 끄덕이며 열심히 칠판을 응시하고 있는 지훈을
바라보았다.
"…뭐."
"아이다."
실실,
아니라곤 하지만 이내 고개를 돌려 입꼬리를 잔뜩 올린 여주에 지훈이
찝찝한 기분을 감추지 못했다.
…뭐가 묻었나. 지훈이 손을 들어 제 얼굴을 연신 더듬거렸을까,
자꾸만 여주가 이따금씩 고개를 돌려 지훈을 바라보며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마."
"아 미안타, 아 근데 너무 웃겨서."
"……"
"니 지은이 좋아하제?"
"…뭐?"
청전벅력같은 여주의 말에 지훈은 제 귀를 의심했다.
누가 누굴 좋아해?
확실에 차 있는 저 웃음이 어이가 없어 지훈은 한마디도 하지 못한체
그대로 말문이 막혀버렸다. 아무말도 하지 않는 지훈을 긍정의 의미로 받아버린 여주가
다 안다는듯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작은 지훈의 어깨(여주보단 크지만)를 토닥였다.
"개안타, 개안타. 내 비밀로 해줄게."
…옘병.
콧잔등까지 찡긋거리며 열심히 자신을 놀리는 여주에 지훈의 표정은 똥을 씹다 못해 삼킨듯한 표정이였다.
도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그런 생각을 하는건지.
하여튼간 가시나, 눈치는 드럽게 없어.
헛웃음을 뱉으며 여주를 바라본 지훈의 두 눈은 사랑으로 가득 차있었다.
"…위험하다. 내 분명히 말했다."
"아, 안다친다니까 그러네 문디자슥아."
…불안한데,
체육시간이 막 끝난 2교시 쉬는시간, 어떨결에 지훈과 여주는 선생님의 부름으로
둘이서 뒷정리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현재 지훈은 체육도구가 잔뜩 쌓여져있는 곳에 위치한
꽤 높은 뜀틀에 굳이 올라가겠다고 용을 쓰는 여주를 불안한 눈으로 바라보는 중이고.
"아!"
"……"
"…아씨, 아…"
"마, 내 분명히 위험하다 카지 않았나!"
"아, 와 소리를 지르는데!"
"안지르게 생겼나, 뭘 잘했다고 고개를 퍼뜩퍼뜩 쳐 드나!"
넓은 체육관에 울리는 힘 있는 지훈의 목소리에 여주는 눈물방울을 단체 아랫입술을 삐쭉 내밀었다.
한걸음에 다가와 무릎을 굽혀 발목을 이리저리 돌리는 지훈에 여주가 작게 인상을 썻다.
엎혀라.
곧이어 내내 심각한 표정으로 발목을 만지던 지훈이 여주에게 등을 내보였다.
"…내 그렇게 안아프다."
"내 또 소리 질러야 하나."
웃음끼 없는 지훈의 말에 여주는 입술을 꾹 깨문체 어쩔수 없이 지훈의 등에 사뿐히 업혔다.
생각보다 쉽게 일어나는 몸에 내심 놀란 여주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지훈의 목에 손을 감았다.
"니 지은이 업어야 하는데 내 업혀서 우짜나."
"…뭐라카노, 자꾸."
이 순간에도 저를 놀리는 짖궃은 여주의 목소리에 지훈은 허, 하고 숨을 터뜨렸다.
"가시나, 안아픈가 보네."
흐흐- 제 머리 위에서 웃기까지 하는 여주에 보건실에 다다른 지훈이 귀찮다는 듯 여주를 떨구듯
내려놓았다. (사실 보건실에 다와서 내려준거지만 말이다.)
"…올땐 혼자 올라올 수 있제."
"당연하지, 엘리베이터 있다 안카나."
"…아. 알았다."
뭐가 그렇게 좋은지 웃음을 머금은체 보건실문을 열고 들어가는 여주의 뒷모습을 문이 닫힐때까지
바라보던 지훈이 미간을 찌푸리며 뒷머리를 헝클였다.
…아 귀 빨개진거 다 봤을텐데.
툭,
붕대가 감싸져있는 발목을 끌다시피 교실로 돌아온 여주가 작은 한숨을 쉬며 자리에 앉자마자
여주를 반기는건 옆에서 내팽겨치듯 넘어온 감귤 맛 아이스크림이였다.
"뭐꼬."
"…니 무라."
의자에 등을 기댄 체 제 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고개를 살짝 숙인체 책상만 응시하는 지훈을 여주가 하염없이 바라보고만 있었을까
이내 여주가 시선을 돌려 어느 한곳을 바라보더니 아하- 하는 웃음섞인 탄식을 내뱉었다.
"…와- 이지훈 니 머리 억수로 좋다."
"…뭐라카노 오자마자."
픽-
바람빠지듯 웃음을 흘린 여주가 팔꿈치를 책상에 올린체 척, 손을 세워 어느 한곳을 가리켰다.
손끝을 따라 옮겨간 지훈의 시선끝엔 여주와 똑같은 아이스크림을 물고 있는 지은의 모습이 있었다.
"니 지은이한테만 주면 너무 티나가꼬 내한테도 주는거제?"
음흉에 가까운 미소를 지으며 저를 바라보는 여주에 썩은 표정을 지은 지훈이 진저리 난다는듯 머리를 헝클였다.
사실 지은에게도 아이스크림은 준건 지훈이 맞다. 하지만,
완전히 정반대인 이유를 여주 혼자서만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니가 그렇지 뭐,
"…됐다, 말을 말아야지."
"와, 부끄럽나?"
"니 진짜 그렇게 밖에 생각을 몬하나?"
"와 …틀렸나?"
"됐다, 마."
고개를 반대쪽으로 돌리며 작게 한숨을 쉬는 지훈에 여주는 영문을 모르겠다는듯
입을 삐죽였다. 왜저래 요즘에.
"…와, 김여주 진짜 한 입만."
"뭐라카노, 안꺼지나."
"아 한입만 줘 한입만 좀! 승관이 방금 들어와서 이로케 땀 뻘뻘흘리는거 안보여?"
"야 듣기 역겨우니까 빨리 한번만 얘 입에 물려줘라."
땀을 얼마나 닦은건지, 승관에게 축축한 수건을 던진 석민이 짜증난다는듯 젖은 앞머리를 헝클이며 말했다.
"근데 얘 왜이래?"
으쓱,
지훈을 향한 질문에 여주는 자기도 모르겠다는듯 아랫 입술을 삐죽 내밀며 어깨를 들썩였다.
"…니 진짜 뒤질래?"
"아,억. 잠깐만 이비…입이 넘흐 시려워."
교실 한 구석에서 투닥거리며 몸싸움을 시작하는 승관과 여주를 뒤로한체
석민이 아직도 책상만 쳐다보고 있는 지훈의 책상에 엉덩이를 걸쳐 앉았다.
뭔 일 있냐?
아니.
작게 저어오는 고개에 그럴 줄 알았다는듯 석민은 익숙하게 웃음을 흘렸다.
교묘하게 움직이는 지훈의 눈동자를 조용히 따라간 석민은 그 끝에서 아직까지 투닥거리는 여주와 승관의
모습에 작게 한숨을 쉬었다. 으휴, 저 김여주 눈치고자새끼.
"…뭐라카노, 평소에 이지훈이가 니를 얼마나 챙기는데."
"니야말로 뭐라카노 문디야."
말도 안된다는듯 여주가 제 친구의 말에 한껏 비웃으며 고개를 두어번 젓기까지 했다.
요즘 들어 부쩍 예민해진 존예(존나 예민)지훈에 대해 열분을 토하던 도중,
자신에 대해 전보다 소홀해졌다는 여주에 말에 친구 세인이 헛웃음을 치며 입을 열었다.
"니 그때 하드 누가 사줬나."
"마, 그래 얘기 잘꺼냈다. 야 그거 누구 사준다고 나도 원 플라스 원으로 사준기다."
"…허, 참… 아 그래 마, 그럼 니 그 필기는 누가 해줬나."
"…뭔 필기."
"모르나?"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들고 있는 소세지를 우물거리는 여주에 세인이 유레카를 외치며
한쪽 입꼬리를 비장하게 올렸다.
"니는 책을 쳐, 안 펴대시니까 모르겠시지만, 이지훈이 니 수업시간에 쳐, 주무실때마다
니 책 원 플라스 원으로 필기를 해주셔요."
"……"
그게 뭐?
게임 쎗-! 인 제 이야기를 듣고도 계속해서 말해보라는것같은
여주의 두눈에 정작 당황한 건 세인이였다.
"끝이가?"
"…미친 가시나."
제 욕을 듣고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는 여주에
세인이 문득 떠오르는 지훈이 불쌍해 애잔한 표정을 지으며 여주를 바라보았다.
눈치가 주인 잘 못 만나 고생하는구나.
그 와중에도 여주는 생각했다.
세인은 몰라도 한참 모른다고, 지훈이 좋아하는건 지은이라고.
눈치가 주인을 잘 못 만나 고생하는듯 싶었다.
세인의 동정이 하늘에 통한 것인지,
여주는 아까 세인에게 들었던 이야기가 거짓말처럼 머리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뭐라카노, 평소에 이지훈이가 니를 얼마나 챙기는데.
힐끗,
여주의 눈이 옆에서 턱을 괸체 칠판을 바라보고있는 지훈을 바쁘게 훑었다.
"와."
"…어?"
"와, 쳐다 보는데."
"…아이다."
"이번에도 지은이 얘기 꺼낼라카나?"
이상하게 그 입에서 나오는 다정한 이름이 묘하게 여주의 신경을 건들었다.
"…지은이랑은 잘 되가나."
"내 니 좋아한다."
"……"
"니 좋아한다고."
"……"
"…지은이가 아니라 니 좋아한다고. 문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