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크버스 세계관
석진이는 포크에, 특별한 케이스야.
운명의 상대인 케이크를 만나야 달콤하고 황홀한 향을 맡을 수 있어.
또한 석진이의 상대인 케이크도 다른 포크에게는 자신의 향을 내지 못해.
이런 특별한 케이스인 석진이는,
일찍이 맛도 안 나는 음식들을 꾸역꾸역 맛있게 먹는 척 하며
자신이 포크인 것을 완벽하게 감춰놓고 있어.
이런 석진이가 마냥 답답한 포크 친구들은,"너는 왜 안 찾아다니냐."
"케이크들 맛이 얼마나 좋은데. 찾을 생각 없어?"
"이쯤 되면 불쌍하기까지 하다. 발 벗고 찾아다녀, 새끼야."
(왜 지들이 난리)
석진이는 본인의 케이크를 찾을 생각이 없어.
일 하는 것을 좋아하는 석진인지라
본인의 케이크를 찾아서 홀리듯 물고 빨고 할 시간에
조금이라도 더 일을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거든.
그렇게 새학기가 시작되면서 석진이는
석진이의 케이크인 남준이.
항상 올바르고, 우수한 성적으로 선생님들에게 좋은 시선을 받고 있어.
물론 인기도 많아. 친절한데다, 물어보면 다 알기 쉽게 가르쳐주기도 하거든.
남준이는 자신의 포크를 굉장히 찾고 싶어해. 자신의 운명적 상대니까.
하지만 시간이 없어. 공부해야하는 걸.
찾아야지, 찾아야지. 라는 생각만 갖고 있어.
새학기가 시작되고 이번 년에는 만나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는 남준이야.
아마 둘은 첫 동아리 시간에 만나지 않을까.
#2
남준이가 있는 동아리를 맡은 석진이.
동아리 시간이 되고, 학생들이 모여있는 교실로 가까이 갈 수록
정신이 아찔해지는 것 같은 희미한 향이 나게 돼.
' 아니겠지, 설마 아니겠지. '
홀릴 것만 같은 향을 애써 참아내며 천천히 교실 문을 여는데,
(?) (선생님인가)
바로 앞 자리에 있는 남준이와 눈이 마주침과 동시에
감당할 수 없는 달콤한 향이 끼치자 석진이는 헙, 하며 코를 막고 다시 교실 문을 닫아버려.
"..."
망했다 싶지 석진이는.
교실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져 어떻게 할지 바삐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자신이 급하게 나왔던 교실에서 남준이가 나오는 것을 보게 돼.
아직 자신의 케이크가 남준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해서
제 쪽으로 다가오는 남준이를 바라보다 이내 다시 한 번 코를 막아버려.
"... 아."
아무 냄새도 나지 않는데 코를 막는 석진이에 눈치 챈 남준이.
"..."
남준이가 가까이 오자 달콤한 향이 난다는 것에 눈치 챈 석진이.
서로 그 짧은 순간에 운명의 상대를 만났다고 바로 깨달아.
평생 못 찾을 줄 알았던 케이크를 만난 석진이,
그렇게 찾고 싶었던 포크를 만난 남준이.
#3
석진이를 배려한답시고 보건실로 자리를 옮긴 남준이 덕에
동아리 수업은 대충 마무리가 돼.
퇴근을 위해 교문으로 가까이 가니
아까 맡은 향이 나는 거 같아 정신을 겨우 잡으며 뭔가 하고 봤더니,
"선생님."
"아."
석진이 앞으로 우뚝 선 남준이의 향기가 낯설어
아까처럼 코를 쥐어잡은 석진이가 뭐냐며 남준이를 위아래로 훑어보니
느릿하게 웃은 채로 더 가까이 다가오는 남준이.
"운명을 학교에서 만나다니 생각도 못한 전개네요."
"그래서."
"저 먹고 싶어서 미치겠죠, 선생님?"
눈치가 참 빠른 남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