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단 - 우연이 아니라 필연
00.
어렸을때는 말듣쓰 책에 나오는 꽃님이 처럼 몸이 여러개라서 나 대신 할일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고등학생이 되면서는 그런 생각보다는 전교 1등 머리를 수능 날 딱 하루만 빌리는게 목표였고, 대학생이 되면서는 자취방 대신 정리해주는 로봇쯤을 바라고 있다.
그리고 그게 현실이 될줄은 아무도 몰랐는데...
아 근데 대신 정리 해주는건 아니고... 얹혀산다...
01.
머리가 두 동강이나 원효대사 해골물을 먹는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만큼 끔찍한 두통과 함께 잠에서 깼을 때는 다행스럽게도 익숙한 천장과 익숙한 섬유유연제 향이났다.
드라마에서 많이 본것처럼 여기가 어디지...? 하면서 눈을 뜨면 옆에서 해장국을 끓이고 있는 너른 등짝의 선배를 바란건 아니지만 눈을 뜨자마자 느껴지는게 손에 꼭 쥔
까맣고 반들거리는 우렁이 껍데기인건 다분히 실망스러웠다. 이 우렁이의 행적을 추적해보자면, 어제 당일치기로 간 제부도 엠티에서 술에 취해 바닷가에서 뛰어다닐때,
뭐 그 쯤 줍지 않았을까 싶다.
하여간 반들반들 좀 괜찮은것 같아 침대 옆 서랍장에 올려두었다.
아침에 나가서 학교 강의 듣고, 3시부터 알바하고 9시쯤 다리 주무르며 들어오는 내 일상에 뭔가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것도 딱 그쯤이다. 아침에 나간 상태에서 집에서 돌아
오면 이상하게 휴지 한장이 거실 바닥에서 팔랑거린다거나, 화장실에 물기가 촉촉하거나, 티비가 방금 끈것 마냥 뜨끈뜨끈했다. 진짜 동화책에나 나오는것 처럼 밥이 차려져
있거나 집이 깨끗해져있으면 감사합니다 할 일이지만 이건 뭐 나갔다 오면 냉장고 음식이 사라지고 옷장에 있던 - 군대 휴가나와서 엄마 몰래 술 진탕 마시고 자고간 - 오빠
추리닝이 사라져있으니 귀신이 곡하고 치어리딩할 노릇인 것이다. 이게 일주일 쯤 지나니까 점점 대범해지는 건지 나갔다오면 누가봐도 '방금 누가 여기 뭘 먹었네요?" 싶게
흔적이 낭자하니 도저히 두고 볼수가 없어서 (두고 보면 살림이 거덜날것 같으니) 사건 발생 일주일된 날 아침 8시, 나는 목숨을 걸고 진상을 알아보기로 했다.
신발장 뒤, 그러니까 현관문과 신발장 사이에 야구 방망이를 세워두고 아침에 나가는 척 문을 열고 닫으며 신발장 사이에 몸을 숨겼다.
한 10분 쯤 지났나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고,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20분쯤 지났을때 분명히 사람 발자국 소리가 내 방에서 들려왔다. 밑져야 본전이고 죽기아니면
까무러치기라고 죽이려 들면 배까고 드러누울 생각하며 야구 방망이를 두손에 꼭 그러쥐고 방문을 활짝 열어재치고 단전호흡 기합 넣고 야구방망이를 눈꼭감고 내리쳤을때,
악!!!!!
"아프잖아요!!!!!"
하고 도리어 큰소리 빽 지르는 남자... 그러니까 소년 - 남자 정도 되는 '인간'이 머리를 부여잡고 있었다.
넌 누구야?
| 낄낄낄낄 |
엄청 오래전부터 생각해둔 주제 이제 쓰네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마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 뭐 이렇게 갈것 같은데 빠르게 혹은 느리게 갑니당 지금부터 게임을 시작하지 ! 오래봐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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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잔 뭔가 단어하나에 너무 집착하는경향 있는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