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 X
토끼야.
남준이의 등에 업힌 윤기가 남준이의 목소리에 겨우 느릿하게 눈을 떠 단단한 어깨에 턱을 기댔으면 좋겠다.
풀린 눈과 발그레한 볼이 아직 윤기가 취기에 그득 잠겨있다는 것을 아는 남준이는 작게 한숨을 내쉬면서,
윤기를 고쳐 업어들고 천천히 걸음을 옮겼으면 좋겠다.
낭주나아….
그러니까 낭주니가 누구야.
누구긴. 여기 잇능 낭주니지!
낭주니가 아니라 남준.
응. 응. 낭주니.
얇은 입술을 크게 움직이며 말하는 윤기를 힐끗 지나가고 있던 유리창으로 본 남준이가 못 말리겠다는 듯이 웃어버렸으면 좋겠다.
아무리 말랐다고 해도 남자의 무게인지라 남준이의 이마에는 땀이 몽글몽글 맺혔으면.
숨이 가빠져오고 허리나 팔이 조금 뻐근해질 즈음에야 겨우 집에 도착해서는
윤기를 현관에 내려놓자마자 남준이가 그 옆의 좁은 틈으로 누워버렸으면 좋겠다.
아, 진짜. 내가 소맥, 그거, 술 많이 마시지 말라고 그렇게 말했잖아요.
낭주나.
왜요.
뽀뽀하자.
예?
뽀뽀. 진한 뽀뽀하자.
이게 술버릇인가.
힘이 다 빠진 팔을 휘적거리면서 뽀뽀를 조르는 윤기의 목소리에 남준이는 시험을 당하는 기분이라며 마른 세수를 한 뒤에
윤기와 자신의 신발을 벗어내렸으면 좋겠다.
계속 바닥을 내려치며 뽀뽀를 해달라고 조르는 토끼를 끌어 침대에 눕히고나서
땀에 젖은 몸을 느끼고 얇게 입었던 옷을 벗어내렸으면.
그 사이 잠에 든 건지 조용해진 윤기를 힐끗 바라보다 이럴 줄 알았다는 듯 웃으며 먼저 씻으러 들어갔으면 좋겠다.
잠깐의 시간이 흐른 뒤에 씻고 나와서 편한 옷을 입은 남준이가 윤기의 옆에 다가가 셔츠의 단추를 풀어주고,
양말을 벗기고,
벨트를 풀어 따로 걸어두었으면.
침대 가운데를 떡하니 차지한 윤기를 보며 귀찮지만 이불을 꺼내 바닥에서 그냥 잘까 고민하는 찰나에
감겨있던 윤기의 눈꺼풀이 천천히 들어올려졌으면 좋겠다.
가끔 남준이가 늦은 밤까지 공부할 때나 켰던 스탠드가 오늘도 그 빛을 발하고 있었으면.
남준이의 책상에서 멀어질수록 옅고 넓게 퍼진 빛이 비추는 방 안,
가끔가다 울리는 냉장고 소리,
그리고
자신의 옆에서 깼냐고 물어오는 남준이의 얼굴을 모든 감각으로 받아낸 윤기가 천천히 입술을 움직였으면 좋겠다.
뽀뽀.
아직도 뽀뽀 타령이에요?
해줘.
토끼야.
진한 뽀뽀.
민윤기.
하자, 나랑.
배싯 웃은 윤기가 몸을 반쯤 일으켰다가 어지러움에 다시 풀썩 누워버렸으면 좋겠다.
눈을 부비면서,
작게 울상까지 지으면서
남준이에게 계속 입맞춤을 조르고 또 졸랐으면.
아이같은 투정에 남준이가 결국 웃어버리면서 윤기의 머리를 쓰다듬었으면 좋겠다.
형, 형은 뽀뽀에 이런저런 의미가 있다고 다 배웠잖아요.
지금 조르는 뽀뽀는 도대체 무슨 의미에요?
삐친 듯 입술이 툭 튀어나온 윤기가 남준이의 질문에 그제야 천천히 고개를 돌려 남준이를 바라보았으면.
우선 해주고 물으라는 말에 남준이가 웃으면서 윤기의 입술을 꾹 손가락으로 눌러 벌렸으면 좋겠다.
남준이의 몸이 움직여 한 손은 시트를 짚느라 침대가 끼익 울리고,
온전하게 윤기의 위에 자리했을 때는 잔뜩 흐트러진 차림새의 윤기가 남준이를 올려보면서
보란듯이 혀를 내어 제 입술을 누르고 있는 손가락을 핥아올렸으면 좋겠다.
지금 우리가 입을 맞추면,
그건 무슨 의미에요?
어디에서인가 울리는 똑딱거리는 시계소리가 점차 크게 울렸으면 좋겠다.
몇 초가 지났지?
아니, 몇 분?
서로가 시선을 마주치느라 시간을 멈춘 사이에 그 정적을 깬 건
윤기의 목소리 였으면 좋겠다.
나는,
너를
좋아해.
진짜 너무
좋아해서….
윤기의 고백이 끝을 맺기도 전에 남준이의 입술로 먹혀들어갔으면 좋겠다.
입을 맞추기 직전에 들렸던 남준이의 목소리는 어떤 형태의 말을 했던가,
그것조차 둔해진 윤기의 머릿속을 차마 담지 못했으면.
부드러운 입술끼리 계속 부벼지면서 금방 예민하게 달아올랐으면 좋겠다.
서로의 입술을 깨물고,
빨아당기다가,
잠시 숨을 쉬려 떨어진 틈새에 또 누군가의 혀가 상대의 입술을 끈적하게 핥아 올리며
흩어지는 호흡을 아쉽다는 듯이 잡아채는 입맞춤이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
짙은 입맞춤에 참지 못한 윤기가 고개를 돌려 색색, 숨을 고르면
남준이는 고개를 돌려 침대에 축 늘어진 하얀 귀 끝을 깨물었으면.
그리고 다른 손으로는 윤기의 허리를 감쌌다가 손 끝을 내려 바르르 떠는 둥근 꼬리를 꾹 눌렀으면 좋겠다.
그 손길에 따라 윤기의 몸이 크게 움찔거렸으면.
남준이의 무릎이,
윤기의 발이
시트를 쓰는 소리가 울리고 동시에 젖어들어가는 윤기의 목소리가 울렸으면 좋겠다.
입술부터 퍼진 간질간질한 감각이 발 끝까지 내려가 서로의 온 몸을 잠식해버렸으면 좋겠다.
남준이가 이를 세워 윤기의 목덜미를 작게 깨물면,
윤기가 손을 뻗어 남준이의 어깨를 감싸 잡아버렸으면.
겹쳐진 두 몸이 끈적해진 채 또 한 번의 짙은 입맞춤을 나누었으면.
서로의 숨결을 탐하고, 미적지근한 혀가 맞물린 채로 엉켜들어갔으면.
여전히 느리게 흘러가는 머릿속을 날카롭게 찌르는 감각에 윤기는 본능적으로 그 감각만 좇아 남준이에게 매달렸으면 좋겠다.
생각하는 것을 포기하고 그저 예민하게 달아오른 몸에 집중하면서 겨우 입술을 벌려 벅차게 쏟아져내리는 감정과 감각들을 뱉어내었으면 좋겠다.
천천히 등을 쓸어내리던 하얀 손이 점점 더 그 끝만 하얗게 질려가다가
나중에는
남준이의 옷자락을 가득 쥔 채로 너른 등을 긁어내렸으면.
결국 남준이의
나도 좋아해요.
라는 말로 끝을 맺을 밤이 그렇게 한없이 깊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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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자랑 |
귀여운 그림과 글씨 모두 감사합니다. 하트. |
| [암호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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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 실물로 보면 눈이 한바가지라는거 뭔지 알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