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짝 벌어진 교실 창문 틈 사이로 들어온 서늘한 늦가을 바람이 정국의 몸을 감싸 안아왔다.
지겨운 문학 수업을 자장가 삼아 깊게 잠들었던 정국은 교복 안으로 파고 들어오는 찬바람
때문에 눈을 뜰 수밖에 없었다. 한창 꿈속에서 예쁜 누나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던
터라 눈앞에 예쁜 누나들은 어디 가고 태형의 둥근 뒤통수만이 자신을 마주하고 있자 태형이
야속하게 느껴졌다. 괜히 태형의 뒤통수만 죽어라 노려보고 있는데 잠시 잊고 있던 바람이 다
시 또 기승을 부려온다.
"씨발. 존나 추워."
"우리 정국이 말 한 번 존나 예쁘게 한다."
시린 날씨 탓에 저절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그러고 보니 엄마가 춥다고 겉옷 챙기라 했는데. 자
신이 원망스러웠다. 아직 겨울도 아닌데 교복 와이셔츠를 뚫고 들어오는 찬바람에 표정을 구겼
다. 씨발. 존나 추워. 귓가에 자신이 뱉은 욕이 낮게 울렸다. 우리 정국이 말 한번 존나 예쁘게 한
다-. 자신에게 내내 둥근 뒤통수만 보이다 갑작스레 고개들 뒤로 돌려버린 태형 탓에 적잖이 놀
란 표정을 지어 보이다 이내 표정을 풀어,
"꺼져."
다시 한 번 낮게 욕을 내뱉었다.
-
"정국아."
왜. 또 뭐. 자신이 뱉은 말 때문인지 기분이 상한듯 울상을 지으며 등을 돌리던 태형이 그새
다시 자신의 이름들 불러오자 짜증 섞인 말과 함께 엎드렸던 몸을 일으켰다.
"정국아, 너 혹시 생리해?"
태형이 지금 자신에게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당최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응? 정국아, 정말 그
런 거야? 꽤나 진지하게 물어오는 태형 탓인지 태형의 물음이 자신을 향하여 있음을 지각하기
까지 둘 사이에 꽤나 긴 정적이 흘렀다.
"태형아."
"왜, 정국아?"
죽고 싶지? 말과 동시에 다리를 들어 책상 아래로 보이는 태형의 엉덩이를 발로 차 내었다. 갑작
스러운 발길질에 놀라 짧은 신음과 함께 자리에서 튕기다 시피 일어난 태형 탓에 교실에는 정적이
찾아왔다.
"갑자기 발로 차는 게 어딨어!"
지지리도 눈치가 없는 김태형이었다.
"둘 다 밖으로 나가."
-
"나는 그냥 정국이 네가 오늘따라 예민하게 구니까-."
"좀 닥쳐."
시린 바람소리만 휑- 하고 울리는 황량한 복도에 선 두 사람은 말이 없었다. 둘 사이의 정적을 깨
워주는 바람이 꽤나 시리다. 교실에 있을 땐 몰랐는데 공기가 많이 차갑다. 겨울이 다가오고 있기
는 한가 보네.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고개를 돌렸다. 따라 움직인 시선의 끝에 추위에 어깨를 떨고
있는 정국이 있었다. 몸 위에 교복 와이셔츠 달랑 하나 입고 있으니 충분히 추울 법도 하다.
"많이 추워?"
추우면 말해. 내 겉옷 벗어줄게. 말과는 조금 다르게 태형은 이미 자신의 집업을 벗어 정국에게 내
밀어 보이고 있었다. 정국는 그저 태형을 쏘아볼 뿐 아무 말도 내뱉지 않았다. 태형은 정국의 반응
이 내심 섭섭했던 것인지 잠시 울상을 짓는 듯하더니 이내,
"하긴 이 정도 추위쯤이야, 우리 정국이는 충분히 버틸 수 있어. 그치?"
정국은 한 번 더 태형을 쏘아보며 태형의 손에 들린 집업을 자신의 몸 위에 걸쳤다. 그 덕에 태형의
팔이 허공에 배회하다 곧 힘없이 아래로 내려갔다.
"야. 김태형."
왜, 정국아? 태형이 입을 열기도 전에 정국이 말을 이어갔다. 내가 너한테 뭐 잘못한 거 있어? 조금 전에
꺼지라고 한 것 때문에 그래? 그거 때문에 이러는 거면 내가 사과할게. 미안해.
아. 정국이가 나한테 꺼지란 말을 했었구나. 그저 정국의 반응이 귀여워서 조금 짓궂게 굴었던 것인데 꽤
나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정국 탓에 당황해버리는 태형이다.
"아니, 나는 그냥."
그러면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정국의 목소리에 억울함이 함께 배어 나왔다. 내가 만만해서 그래? 도대
체 나한테 왜 그러는 거야? 자신에게 울상을 지어 보이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정국이 귀여워서 자신도 모
르게 웃어버렸다. 정국의 눈꼬리가 다시 한 번 내려갔다.
"좋으니까 그렇지."
자신을 향해 아무렇지도 않은 듯 넉살스러운 말을 내뱉는 태형 탓에 정국의 표정은 저절로 일그러졌다.
"전정국 네가 좋으니까 그러는 거야."
허-, 이럴 때만. 정국이 입술이 삐죽거렸다.
"아잉. 오빠가 잘못했어."
화 풀어. 정국아. 말을 내뱉음과 동시에 태형은 정국을 자신의 품에 안았다. 당황하는 듯하더니 나도
모르겠다. 이내 정국은 팔을 들어 태형의 허리에 팔을 감았다.
-
"이제부터 그러지 마. 정말 화낼 거야."
"약속할게. 정국아,"
"왜. 또 뭐?"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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