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antino ; 안단티노 01
Written by 기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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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4분의4박자
거기― 그래그래― 노을진 학교복도. 살짝 열린 창문에서 운동장에서 축구부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모두가 하교한 이 학교의
주인은 축구부 아이들, 공부때문에 얻은 스트레스를 지금만이라도 풀기위해 자유롭게 공을 뻥뻥 차고있다. 헉헉, 하는 소리가 조용한 학교에 울려퍼졌다.
그와 함께 급하게 올라오는 계단의 발소리도 함께. 축축하게 젖은 기성용이 이마의 땀을 손등으로 슥 훑으며 자신의 반으로 들어왔다. 빨간 노을이 진
교실이 참 아릅답지만 기성용은 얼른 자신의 책상옆에 걸려있는 책가방을 들곤 한쪽 팔만 대충 끼워넣었다.
내려가려는데 작게 아주작게 피아노의 음이 들려왔다.
지금쯤 다 하교했을텐데? 기성용이 갸우뚱하며 소리가 나는 그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자신이 무엇을 하려는지도 까먹은채 점점 가까워지는
피아노의 아름다운 선율소리를 향해 점점 매료되며 걸어갔다. 그 피아노 소리는 음악실에서 들려왔다. 발소리를 죽여 천천히 걸어갔을때 보이는건 회색의
등판, 짧은 머리인걸 보아 남자인것 같음에도 불구하고 그 허리가 매우 가늘어보이는게 꼭 여자같았다. 그리고 그 선율소리가 축구만을 바라보던
성용의 가슴에 울려퍼졌다. 무슨 곡인지도 모를, 음악에는 관심도 없던 성용이 이렇게 피아노소리에 매료된건 거의 처음이라고 볼수있다.
“….”
“…아.”
그 남자는 성용과 같은 교복을 입은 학생이였다. 그럼에도 성용이 처음 본 얼굴이었다. 성용은 피아노 소리가 끊겼는지도 모른채 멍하니 있다가 이제야 정신차리고
봤을땐 그 남자가 뒤돌아 자신의 눈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 남자가 쳤던 알수없는 피아노의 곡처럼 휘몰아치는 그의 빨아당기는 눈동자에 성용은 마치 블랙홀에 빨려들어가는 끔찍한 소행성 처럼 그의 눈동자로 빨려들어갔다. 한참이 지났을까, 그 남자가 유난히 빨간 입술을 뗏다. 얼마전 내린 비에 의해 불쾌한 냄새가
나는 음악실에 굴곡없이 울려퍼졌다.
“안단티노.”
01
점심시간 종이 띠리링― 하고 울리자마자 칠판을 긁는듯한 불쾌한 의자 끄는 소리와 책상을 미는 소리에 기성용은 얼굴을 찌푸리며 귀를 꽉 막았다. 가만히
아이들이 다 빠져나가기를 기다리며 앉아있는 기성용 뒤로 한 남자가 기성용의 어깨를 툭툭 쳤다.
기성용이 살짝 찌푸린채로 고갤 위로 살짝 들자 확 다가오는 얼굴에기성용이 으악! 하며 옆으로 자빠졌다.
“아오 아파죽겠네.”
“크큭, 미안.”
쓰라린 엉덩이와 놀란가슴을 부여잡고 기성용이 짜증내며 일어서자 그 남자는 장난스런 웃음을 달곤 미안하다며 머리를 긁적거리며 대답했다. 그 남자의 교복에 단정히 달려있는 명찰에 ´구자철´ 이라는 이름이 눈에 띈다. 구자철새끼…. 말은 거칠게 하면서도 기성용은 구자철에게 어깨동무를 하며 모두 빠져나간 교실에서 빠져나왔다. 따뜻한 햇살이 복도에 있는 창문을 타고 흘러내린다.
“야, 자철아.”
“뭐.”
“걔 알아?”
“누구?”
“그, 새로 전학왔다는 애.”
“아, 그 벙어리?”
“무슨 소리야?”
“걔 말 안한다던데.”
“말도안돼…. 누가?”
기성용의 얼굴이 마구 구겨진 종이처럼 일그러졌다. 구자철은 그런 기성용의 표정을 보지못하곤 말을 이어나갔다.“걔네 반 애가 그러던데? 말도 안하고 듣지도 못
하는것 같다고.” 기성용은 말도 안된다는 말만 중얼거렸다. 분명히 자신을 처음 만났을때 안단… 머시기? 하여튼 그랬는데? 기성용이 구자철의 어깨에서 팔을 내리며 여전히 뭐라뭐라 중얼거리며 생각에 푹 빠진채로 앞도 보지않고 걸어가다 누군가와 툭 하고 부딪혔다. 아 누구야? 짜증을 내며 기성용이 고갤 들었을때 앞에 서있는건 다름아닌 그 음악실에서 처음만났던 그 이름모를 전학생. 구자철과 나누던 대화의 주인공이기도 한,
“아, 미안….”
성용이 당황한 표정을 애써 감추며 그에게 사과하자 그는 들은건지도 모르겠지만 이내 기성용을 휙 하고 스쳐지나갔다. 성용은 멋쩍은듯 머리를 긁적거리며 여전
히 서있었다. 자철이 성용에게 다가가며 말했다.“내 말 맞지?˝
02
달달달달, 조용한 수업시간 성용의 다리떠는 소리가 거슬렸다. 성용은 선생님의 째림을 받는지도 모른채 여전히 다리를 떨며 자신의 옆 창문에서 빛춰오는
따뜻한 봄햇살을 온몸으로 느끼며 생각에 잠겨있었다. 선생님은 그런 성용을 계속 째려보다 포기한건지 이내 하던말을 이어가며 칠판쪽으로 몸을 틀었다.
성용은 다리를 떠는것을 멈추고 교과서의 한 구석에 한 이름을 작게 적었다. ´이청용.´ 이내 성용은 그 이름을 샤프로 까맣게 덧칠했다. 성용의 복잡한 마음처럼.
아 분명히 안단 머시기라고 했단말이야…? 근데 벙어리라니….
“기성용!˝
“…예?!˝
“복도로 나가!˝
선생님은 공부에 집중못하는 성용을 참다못해 결국 소리쳤다. 그리고 성용은 이내 죄,죄송합니다! 하는 말만 남긴채 쌩하고 교실밖으로 나왔고 교실안에서
자신을 향한 웃음이 들려왔다. 아오 쪽팔려…. 성용이 자신의 머리를 마구 헝크러뜨렸다. 반쯤 열어놓은 창문을 타고 따뜻한 봄햇살이 시원한 바람과 함께
솔솔 불어왔다. 기분좋다. 복도로 나온건 참 쪽팔린 일이였지만서도 왠지 기분이 설레였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정이네.
조용한 복도엔 선생님들의 열띤 목소리와 또각거리는 분필소리로 가득찼다. 아 그러고 보니 이청용의 반이, 내 바로 옆반이랬지?
살금살금 발소리를 죽여 투명한 창문을 통해 몰래 염탐했다.
아무래도 남고이고 뒤돌아있다보니 성용은 당연히 못찾을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의외로 성용은 바로 청용을 발견했다. 분명히 섞여있어서 찾기 어려운
모습인데도 성용의 눈에는 바로 왜소한 체구의 청용의 모습이 보였기때문이다. 수업에 집중하고 있는 청용의 모습은 뒷모습만 봐도 사뭇 달랐다.
또래와 달리 다른 느낌이 났다. 성용은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러다가 청용이의 반 선생님과 눈이 딱 마주치고 선생님의 얼굴이 확 굳는게 느껴졌고
성용은 방긋 웃으며 입모양으로만 말했다. 죄.송.해.요.
03
“푸하하하하!!”
“기성용! 왠일이래!”
청용이네 반 아이들이 칠판 앞에서서 멋쩍은 웃음으로 머릴 긁적거리는 성용을 향해 마구 비웃었다. 물론 청용의 표정은 들어올때부터 그대로 무표정했지만.
성용은 그런 비웃는 같은 축구부 아이들을 째려보는데 자꾸 시선이 청용쪽으로 가는걸 막을수 없었다. 선생님은 교탁을 탕탕 치며 조용! 하고 외친 뒤
사악한웃음을 지으며 성용에게 말했다. “기성용! 벌칙으로 여기서 섹시댄스 춰봐라.” 에에엑?! 그와 함께 반 아이들의 표정과 성용의 표정이 상반되며
반에선 열띤 환호성으로 가득찼고 성용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다.
“쌤! 아무리 그래도 그런게 어딨어요?”
“얼른.”
“아 쌤!”
“자꾸 그러면 무반주로 한다?”
“오오오오!!!!!”
“니네들 닥쳐!”
“어허, 선생님 앞에서 욕써도 되냐? 무반주.”
“오오오! 쌤 멋지다! 얼른 춰! 얼른 춰!”
아 미치겟네…. 성용이 작게 중얼거리며 머리를 마구 헝클었다. 얼른 춰! 얼른 춰! 하며 소리지르는 청용네 반 아이들을 쭉 훑어보다가 청용과 눈이 딱 마주쳤다.
청용의 표정은 백지였다. 딱 이 말이 어울릴것같다. 공허한 눈이 그저 구슬같이 투명하게 빛나며 성용의 모습을 담아냈다.
성용은 눈 딱 감고 거칠게 허릴 흔들었다. 그리곤 우와아아악! 하는 소리로 청용이네 반에 가득 찼다.
04
“야야, 기성용!”
“……꺼져.”
성용은 자신의 책상에 물처럼 흐물흐물한 상태로 엎어져있다. 자철은 애써 웃음을 참으며 성용의 등을 두드렸다. “
야! 얼른 썰좀 풀어봐. 큭큭.” 자철의 부름에성용이 고갤 확 들며 아오! 하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이내 다시 책상에 엎어지더니 중얼거렸다.
잊지못해 이청용의 그 벌레보듯보던 표정…. 여전히 엎드려 있는 상태로 성용이 자신의 머리를 마구 헝크러뜨렸다.
자철은 한참 웃더니 성용의 앞 의자에 앉으며 성용에게 말했다.
“어땟는데?”
“졸라…. 하…. 내가 췄단말이야? 근데 진짜로 표정변화 하나도 없이 날 쓰레기보듯 보더라.”
“킬킬, 생각만 해도 웃기네.”
“하…. 어떡하지?”
“근데 넌 왜 그렇게 걔한테 신경쓰냐?”
어? 성용은 고갤 들어 책상에서 자신의 축 널부러졌던 몸을 뗏다. 그러고 보니깐, 왜 그렇게…. 신경쓰이는거지? 성용은 자철이 던진 의문에 의문을 더하였다.
자철은 여전히 앉아있는채로 흥미로운 표정을 지으며 성용의 대답을 기다렸고 성용은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그 의문에 성용의 마음은 더 복잡해졌다.
성용은 이렇게 앉아서 근거없는 생각을 하는것보다 본인에게 물어보는게 더 옳다고 생각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교실 밖으로 향해 휘적휘적 걸어갔다.
자철은 그런 성용의 뒷모습을 보며 재밌겠는데? 하고 작게 웃으며 여전히 의자에 앉아있었다.
05
“거기 이청용 좀 불러주라.”
“어? 어. 야 이청용―.”
성용은 청용이네 반 앞으로 가서 그 반 아이에게 이청용을 불러달라고 했다. 그 아이는 그 전시간의 성용의 모습을 기억하는건지 꾹 웃음을 누르며
책을 읽고 있는 이청용을 불렀다. 이상하게도 분명 큰소리였음에도 불구하고 청용은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아 쟤 벙어리지? 하며 청용에게 달려가는 학생때문에
성용이 얼굴을 찌푸렸지만 청용이 책을 덮고 성용쪽으로 오는바람에 그 찌푸려진 얼굴이 바르게 펴졌다. 청용은 성용의 앞에 섯다.
성용보다 충분히 작은 키였지만 아무것도 아닌 청용의 눈빛에 성용이, 그 개성용이 압도당했다. 운동으로 다져진 등치와 키는 분명 사람을 압도하기에 충분한
성용이었지만 왠지모르게 눈빛만으로 성용을 목조르듯 하는 사람은 청용이 처음이었다.
성용은 평소에 떨지않던 강심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청용의 앞에서니 아무말도 나오질 않았다.
“아, 그, 저….”
“….”
“나,나! 원래 그런 사람 아니거든? 오해하지마.”
“….”
“….”
“….”
“…이제 가도되.”
청용은 끝까지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했다. 그 말을 듣는건지 마는건지도 모를만큼 무표정하면서도 차가운 얼굴로 가만히 성용의 눈만을 쳐다봤다.
청용은 성용이 가도 된다는 말을 듣자마자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덮어뒀던 책을 들어 다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청용이 가자 이제야 성용이 숨을 돌리며
청용의 뒷통수를 빤히 쳐다봤다. 신기한애야. 성용이 생각했다. 아직도 그 무섭던, 마치 모든걸 아는것 같은 신의 눈빛이었던 청용의 눈빛을 생각하니
숨이 탁 막힐만큼 무거웠다.
06
성용의 고등학교는 야간자율학습을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성적은 대체로 좋았음으로 하지 않았다. 쌔빨간 노을이 지는 하늘이 루비처럼 아름다웠다. 붉은
꽃 처럼 부드러웠다. 부드러운 솜 같았지만 다가갈순 없는. 신나게 떠들며 두명, 세명 무리를 지어 하교하는 학생들도 있었고 MP3를 듣거나 그냥
걷는것에 집중하며 혼자 걷는 학생들도 종종 보였다. 항상 학교가 끝나면 축구부가 모여서 축구를 하다가 집에 가는것이 성용의 일상이었지만 오늘따라 성용은
축구부 주장인 박주영 선배에게 오늘만 빠질께요! 하며 급하게 외친 뒤 운동장을 빠져나왔다.
물론 성용을 죽일듯이 달려올려고 했던 박주영을 잡아준 자철에게 고마움을 전하면서. 운동장을 빠져나오자
마침 청용이 혼자 MP3를 들으며 학교를 나가고 있었다. 아싸! 성용은 작게 외친 뒤 청용에게 달려갔다.
“이청용!”
“….”
“야, 말 좀 해주라.”
“….”
“아 진짜! 너 나 첨 봤을때 기억나지? 그때 안단 머시기라 했었잖아!”
청용은 옆에서 쫑알대는 성용을 아랑곳않고 여전히 노래를 들으며 앞으로 걸어갔다. 우씨, 성용은 작게 중얼거리다 청용의 이어폰을 확 빼버리고 소리질렀다.
“야! 너 나 알잖아!” 그제서야 청용이 우뚝 멈춰스며 성용을 가만히 쳐다봤다. 쳐다보는것인지 노려보는것인지 알수는 없었지만 청용의 눈에는 시한폭탄이
깃들여 있었다. 마치 1분후면 모든걸 쓸어가버릴것 같은. 성용 역시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청용만 멀뚱히 쳐다봤다. 청용이 성용의 손에 들려있던
하얀 이어폰을 확 뺏어간뒤 자신의 귀에 꼽고는 다시 휙 걸어가버렸다. 얼어붙어버린 성용을 전혀 신경쓰지않고는. 성용은 이제야 정신차리고 저 멀리
걸어가는 청용을 뒤따라 뛰어갔다.
“헉헉, 야 먼저가냐?”
“….”
“아, 미안. 그러니깐…. 일부러 그런게 아니라…. 안들리는 줄 알고…”
“….”
“너…. 말했잖아 분명히.”
성용의 말에 청용이 다시 멈춰섯다. 아까와 같은 멈춤과 아까와 같은 세계였지만 무언가 달랐다. 청용의 눈에는 바다가 담겨있었다. 무언가 일렁였다.
성용은 그때 처음 만났을때 처럼 청용의 눈빛에 사로잡혔다. 마치 얼어붙은것 같았다. 청용의 눈빛엔 깃들여있었다. 확실이 무엇인진 모르겠지만
눈빛에서 말 대신에 무언가를 설명하는 것 같았다. 말을 하지않아도 느껴질것 같은 느낌이었다. 눈빛에 바다가 일렁이며 슬픔이 보였다. 감정따윈 잘
느끼지 못했던 둔한 성용도 청용의 눈빛은 무척이나 가슴이 찌릿했고 먹먹했다. 꼭 자신이 상처입은 새처럼. 배신당한 사슴처럼. 왠지 성용은 청용의
마음을 이해해줄수 있을것만 같았다. 조심스럽게 청용에게 내뱉었다. “…많이 아파?” 청용이 그 말을 곱씹는것처럼 가만히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성용에게
말했다. 처음 만났을때 처럼. “안단티노.” 성용은 그 뜻을 역시나 이해할순 없었지만 처음 만났을때 보다 더욱더 아련하게 느껴졌다. 그리곤 자신으로 부터
뒤돌아서 멀리 사라지고 있는 청용의 모습을 그저 그자리에 얼어붙은채로 볼수밖에 없었다. 성용은 …청용에게 다가갈수 없다고 생각했다.
@
안녕하세요. 기라드에요. 면목없지만 다시 찾아뵙네요. 이번엔 꼭 끝까지 쓰겟습니다! 지켜봐주세요.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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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거 = 걍 신혼임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