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럼, 어떻게 되는거야? 너 깜빵가는 거야? "
시끄럽게 물어오는 승아의 입을 손으로 막아버렸다. 시끄러, 쫌. 잔뜩 짜증스레 말하자 그제서야 툴툴대면서도 입을 다문다. 승아의 얼굴에서 손을 떼자 손에 립스틱이 뭍어나온게 보였다. 아오 진짜. 대충 바지에 슥슥 손을 닦는데 승아가 제게 몸을 기대온다. 화장품과 향수 냄새가 섞여 역겨운 향이 났다.
" 기다릴게. 자기, 거기서도 나 잊으면 안돼? "
지랄은, 헛웃음을 내보이면서 어깨에 붙어있는 승아의 머리를 밀어버렸다. 아 왜에- 찡찡대는 목소리가 들렸지만 모른 체 했다. 지금은 옆에서 시끄럽게 쫑알대는 제 여자친구보다, 몇일 뒤면 들어가게 될 소년원이 더 중요했다.
큰일은 아니였다. 길을가다 어떤 놈이 제게 시비를 걸어왔다. 참고 넘겼으면 될일을 결국 참지 못하고 싸움이 붙었고, 평소라면 저들끼리 싸우고 마무리 될 문제였는데 누가 신고라도 한건지 그 현장에 갑작스레 경찰이 들이 닥쳤다. 그러고 얼마안가 싸움이 난 녀석의 부모님이 들이닥치고 컬이 지나치게 들어간 파마머리 아줌마가 잔뜩 얻어터진 제 아이의 얼굴을 감싸쥐곤 저를 향해 빽빽 소리를 질러대기 시작하더랬다. 이것봐, 우리애 얼굴을 어떻게 이렇게 만들어 놀 수가 있어! 무슨 저런 깡패같은게 다 있어!? 그말을 듣고 그냥 대충 귀를 후비자 그런 내행동에 기가찬듯 허- 웃던 아줌마가 날 향해 달려들었다. 머리채가 잡히고 내 귀한 머릿털도 뽑히고. 이런 놈은 깜빵에 쳐 넣어버려야 해요! 웅변이라도 하듯 큰 목소리로 제 주장을 펼치던 아줌마의 말마따나 저는 곧 소년원에 들어가게 생겼다 이거다. 시비도 저쪽에서 먼저 걸었고, 먼저 선빵날린것도 그새끼다. 백번 말해봤자 제 말을 들어주는 이는 하나 없었다. 안타깝게도 난 저렇게 큰소리로 편들어줄 부모가 없었으므로. 하여간, 돈없고 힘없는 놈들만 만날 불쌍하지.
학교는 볼 것도 없이 뻥-하니 날 퇴학 시켜 버렸다. 내손을 잡고 잔뜩 걱정하듯 말하며 이제 정신차려야지, 재환아. 말하던 담임은 그래도 제 편에 서줄줄 알았건만, 그럴 줄 알았다며 혀를 끌끌 차는 모습에 조금, 아주 쬐에-끔, 상처받았다.
머리빈 새끼들은 그래, 남자라면 소년원 한번쯤은 들어갔다 와야지-하는 헛소릴 지껄이며 웃어댔다. 그러면 너가 대신 가주든가. 그 말에 목끝까지 차올랐지만 애써 꾹꾹 눌러 참으며 무시했다. 이런 놈들 상대하면서 까지 힘빼고 싶진 않았으므로.
후- 숨을 내뱉으니 매쾌한 담배연기가 시야를 뿌옇게 가렸다. 얼마안가 연기가 사라지고 녹슨 철문이 보였다. 색이 벗겨져 흉한 꼴을 들어내는 문은 오래되서인지 제 할일을 해내지 못하고 달랑거리고 있었다. 아, 저 문도 고쳐야 하는데. 누가 소년원 간 사이에 집 다 털어버리면 어떡해, 아니 털어 갈것도 없긴 하다만. 슬쩍 고갤 돌리니 빨갛게 칠한 손톱을 또 립스틱으로 빨갛게 물들인 입술로 물어 뜯고있는 제 여자친구가 보였다. 이 기집앤 뭐가 이렇게 다 벌개. 취향 참. 생각하면서도 승아의 입에 물린 손을 제손으로 잡아 떼었다. 그러자 저를 바라보는 승아에 기집애가 손이라도 예뻐하지. 툭- 던지자 난 얼굴 예뻐서 괜찮아. 하며 꺄르르-웃는 소리가 들린다. 미친년. 말하면서도 비식비식 웃음이 나온다.
" 재환아. "
웃으며 타들어가는 담배만 바라보고있는데, 저를 부르는 목소리에 다시 승아를 바라보니, 다시 말해온다.
" 거기선, 사고 치지말고. 얌전히, 알지? "
그말을 하는 그 눈빛이, 평소완 다르게 사뭇 진지해서 괜시리 어색했다. 헛소리만 지껄이던 그입에서 왠일로 제대로 된 소리가 나온대냐. 올곧게 저만 바라보는 눈을 마주하다 고갤 끄덕이니 그제서야 다시 헤헤- 웃으며 제 팔에 매달려 오더니 말한다.
" 그런 의미로, 마지막인데 한판 콜-? "
하여간에 진짜 미친년. 생각하면서도 가는 팔목을 잡아당겨 그 빨간 입술에 제 입을 가져다 대었다.
*
들어가라며 저를 떠미는 손길에 절때 떨어지지 않을 것 만 같던 제 발을 띄었다. 곧이어 뒤에서 쿵- 하는 소리가 들리고, 문이 닫혔다.
" 여어- 신입! "
문이 닫히자마자 갑자기 구석에서 튀어나온 남자가 이리저리 저를 살피며 말을 건냈다. 잘지내서 나쁠건 없겠지. 어색하게 웃으면서도 앞으로 제가 지내게 될 방을 훑어보느라 바빴다.
거, 더럽게 좁네. 대충 훑어본 방은 뭐, 볼것도 없었다. 제가 지내던 8평 남짓한 비루한 방보다야 넓긴 했다만 구석구석 물든 곰팡이 하며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베게엔 웬 허연게 눌러붙어 있었다. 저게 뭐야. 빤히 그것을 바라보고 있자 저에게 말을 건 남자가 아아. 저거 승훈이 정액. 이라며 아무렇지 않게 제 궁금증을 풀어주었고, 자연스레 제 얼굴은 보기 싫게 구겨졌다. 시이발. 드러운 새끼들, 설마 저걸 베고 잔단 말이야?
그런 내반응이 웃기기라도한지 깔깔 웃던 남자가 제게 물어왔다. 넌, 이름이 뭐야?
어차피 여기선 번호밖에 안부르더만, 이름은 알아서 뭐하려고. 속으로만 꿍얼대면서도 이재환 이라며 입으론 제 이름을 말하였다. 전에 말했다 싶이, 잘지내서 나쁠건 없잖아.
*
제게 이름을 묻던 남자의 이름은 학연이였다. 저보단 2살이 더 많았고, 학연이 형은 여기 들어오기전엔 춤을 췄다고 했다. 나름 유망주였다고, 그럼 뭐하나. 어차피 여기 들어온이상 아무리 춤을 잘춰도 문제있는 놈으로 찍혀버릴 텐데.
지금은 체력단련 시간이라 다들 밖으로 나갔다 했다. 저는, 다리가 성치 않아 열외라고. 그 말에 춤춘다는 사람이 다리를 제대로 쓰지 못한다는게 조금 안됬다 싶긴했지만, 이내 지워버렸다. 지금 저가 누굴 동정할 처진 아니였으므로. 너는 어쩌다 여길 들어오게 된거냐 묻는 학연이 형의 말에 그냥 멋쩍게 웃으며 머릴 긁적였다.
딱히, 말할 맘도 없고 이렇다 하게 자랑할 것도 아니고, 그냥 속된 말로 쪽팔렸다 이거다. 길거리에서 쌈박질이나 하다 합의 물어줄돈도 없어서 여기 들어왔다는게. 그런 날보고 말하기 힘들면 말하지 마. 하고 학연이 형이 웃어보였다.
뭐, 생각했던것보다는 여기서의 생활이 썩 힘들진 않겠다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은 비록, 몇 분 뒤에 다 깨져 버렸지만.
*
얼마 되지않아 밖에서 웅성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곧이어 다 녹슨 철문이 끼긱- 거리는 소릴 내며 열렸고, 문이 열림과 동시에 꽤 앳된 얼굴의 사내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학연이형은 방금전 찾아온 교관에 의해 잠시 나갔다 온다며 자릴 비운사이였고, 그로인해 난 혼자 뻘쭘히 앉아있을 뿐이였다.
"아오씨, 아침부터 운동을 시켜 운동을."
잔뜩 불만섞인 목소리로 툴툴대던 녀석이 날보곤 흠칫 말을 멈췄다. 짜증스레 구겨져있던 표정은 어디가고 얼굴 가득 호기심이 뭍어있었다. 누구세요?
적의심없이 그냥 순수히 정말 궁금하단 듯 물어오는말에 어...그니까..어..만 반복하고있는데 녀석이 다짜고짜 아! 오늘 새로들어온다던! 맞죠? 그말에 고갤 끄덕이자 녀석이 슬금슬금 제옆으로 다가왔다. 그러더니 헤헤 웃으며 제게 말을 걸어온다.
몇살이에요?
웃는얼굴이 꽤나 어려보였다. 그 얼굴을 보다 열 여덟. 이라 말하니 아아, 형이시구나. 하며 말을 붙여온다. 저는 한상혁이고 나보다 어리니 편하게 대하랜다. 처음 보는데 굉장히 인상이좋다느니 여기는 처음엔 무섭고 힘들거같은데 막상 그렇지도 않고, 가끔 맛있는 반찬도 나온다느니, 말썽만 안부리면 나름 괜찮게 지낼수 있다느니 재잘재잘 답도 없는 제 앞에서 혼자 잘도 말한다. 그런 녀석을 그저 멀뚱히 바라보고 있는데 끼익거리는 듣기 싫은 소리가 들리더니 또 다시 문이열리고 갑자기 세네명에 남정네들이 우르르 방안으로 들어섰다.
"어우 미친, 추워 뒈지겠네 진짜."
"하연간에 미친놈들, 이 날씨에 무슨 운동을 시킨다고."
급하게 방으로 들어오더니 바람이라도 들어올새라 문을 쾅-소리나게 닫아버린다. 저들끼리 시끄럽게 떠들던 녀석들이 제 쪽을 바라보곤 멈칫. 말을 멈춘다. 3명. 6개의 눈동자가 모두 저를 향하니 부담스럽다 생각이 들 즈음 가장 왼쪽에 서있던 놈이 ..누구? 하며 제게 물어왔다. 어..뭐라 답을 해야할지몰라 고민하는데 옆에있던 상혁이가 그런 저를 대신해 저를 소개하기 시작했다.
"아, 재환이형이요! 오늘 새로 들어온다던 그 신입! 열 여덟살이시래요."
저를 소개하는 상혁에 말에 대충 고개만 끄덕이자 그 세명이 제쪽으로 와다다 달려왔다. 그러더니 제 앞에 주저앉아 저를 관찰하듯 요리조리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갑자기 몸을 훽-돌려 다시 저들끼리 떠들기 시작했다.
" 열 여덟이면 우리보다 형이네? "
" 아, 하필이면. 신입오면 잔뜩 놀려먹일라했는데. "
" 야, 뭐어때. 그냥 우리가 나이 더 많다해. 속여 그냥. "
지들 나름은 속닥거린다고 한거같은데 내귀가 밝은건지 원체 목소리가 큰건지 확실히 후자가 맞는거 같다만, 듣고 싶지 않아도 다 들려왔다. 저들끼리 나름의 회의를 마치곤 다시 저를 향해 몸을 튼 병신 셋중 병신 원이 제게 웃어보이며 말했다.
" 난, 이홍빈이고. 열 일ㄱ..아! 왜때려!!! "
병신 투가 말하는 병신 원에 뒷통수를 후려쳤고, 화가난 병신 원이 말을 하다말고 투에게 빽빽 대며 소리쳤다. 아프잖아 김원식 이시발놈아! 그런 병신 원에게 이를 악문 병신투가 복화술로 열아홉.열아홉. 이라 말했다. 뭐야, 이 호구들은. 병신 원투를 바라보던 그나마 정상인 병신 쓰리는 그 둘을 한심하게 바라보다 제게 말했다.
" 전, 이승훈이고 열 일곱이요. 얘네도 다 저랑 동갑이에요. "
병신쓰리..아니, 승훈에 말에 고갤 끄덕이며 제게 내민 손을 잡는데 갑자기,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목소리가 있었다.
아아. 저거 승훈이 정액.
너구나, 베게에 씨흩뿌린 새끼가. 잡았던 손을 급하게 떼어 내었다. 시발.. 저 손으로 했을거아냐. 녀석과 잡았던 손을 바지에 벅벅 닦는데 저가 그러던지 말던지 제옆에 털썩 주저 앉은 승훈이 어느새 꽥꽥 대며 싸우는 원식과 홍빈을 낑낑대며 말리고 있는 상혁이를 바라보다 말했다.
" 형은 얼마나 있는 거 에요? "
녀석에 말에 몇일이더라. 생각하다 판사가 망친지 뭔지, 뭔가로 탕탕 내리치기전, 했던 말을 기억해냈다. 6개월. 제 말에 아아- 소리낸 승훈이 말했다.
" 저는 이제 2개월만 있으면 나가는데. "
그 말에 그러냐 답하자 에이, 반응이 왜그래요. 부러워 좀 해주지. 하는 답이 들려온다. 딱히 부러워 할 이윤 없었다. 이곳이든 밖이든 제 생활은 언제나 밑바닥이였으니까. 아니, 차라리 여기가 나을지도 몰랐다. 밖에 나가면 생활고에 시달리다 또 쌈박질이나하고 그걸 뒷처리하느라 끙끙대는건 언제나 저가아닌 제 여자친구 승아일것이다. 그러고보니 문도 안고치고왔는데, 계집애 혼자 괜찮을까.
" 아맞다, 근데 학연이 형은 어디갔어요? "
그렇게 생각에 잠겨있다 물어오는 승환에 말에 그제야 정신을 차리곤, 아까. 교관이 와서 데려가던데. 하자 택운이 형 보러갔나..하는 승환의 말이 들렸다. 그러곤 슬쩍 절 보더니 제게 말해온다. 형,택운이 형 모르죠. 그말에 고갤 끄덕이자 녀석이 씩- 웃더니 제게 가까이 오라는듯 손짓한다. 그런 녀석을 그냥 쳐다보고만 있자 답답했던지 녀석이 몸을 제쪽으로 향하더니 제귀에대곤 작게 말하기 시작했다. 택운이 형도 우리방인데..
"그 형은 소년원에 있다가 성인되면 곧바로 교도소로 넘어가요."
그말을 하고 답없는 절 향해 이유가 궁금하지 않냐며 저를 채근하는 목소리에 물었다.
" ..왜. "
" 그 형 죄목이 엄청나게 크거든요. 뭔지 알아요? "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퉁명스런 답에도 녀석은 뭐가 그리 웃긴지 킥킥대며 제게 말해왔다. 살인. 사람죽였어요 그 형.
*
예에에전에 올렸던 소년원물 상편 보신분이 있으려나모르겠는뎅 단편으로 쓰기엔 너무 길어질거같아서 그냥 장편으로 연재할려고 예전에 써놨던 중편이랑 합쳐서 1편으로 올려용
택운이 생일에 택운이를 저딴역으로 만들다니..미안해 태구나..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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