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개, 아니 수만개의 눈이 한곳으로 향하고 뜨거운 열기로 가득찬 이곳.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누군가만을 기다린다.
홀을 가득 메우던 음악소리도, 조명도 모두 꺼져버리자 웅성웅성거리던 사람들의 말소리도 점차 줄어들었다.
이윽고 조용해진 가운데 큰 전광판이 환하게 켜지고 VCR영상이 재생되는 그 순간.
마치 폭탄이 터지듯 한순간 커지는 함성소리가 귀를 따갑게 만든다.
영상이 거의 끝이 날 무렵 무대 중앙의 핀 조명이 켜지고 그 조명이 가리키는 그 곳에는.
“We are Zenith. 안녕하세요, 제니스입니다.”
이 시대 최고의 그룹이라고 칭해도 모자랄 정도의 엄청난 그룹, 제니스의 네 멤버들이 서 있었다.
더욱 커진 환호성에 귀를 살짝 막으며 인상을 쓰면 환호성이 더 커져버리는.
이곳은 제니스의 데뷔 5주년 기념 콘서트 현장이다.
***
약 2~3시간여의 콘서트가 모두 끝나고 마지막 관객까지 모두 나가고 조명이 모두 꺼진 콘서트장.
콘서트를 찾아와주신 지인분들에게 한분한분 일일이 사진도 찍어드리고, 인사도 나눈 후 대기실에 마련된 소파에 거의 쓰러지다시피 누운 멤버들.
그 중에서도 아직은 돌아다닐 체력이 남아있는 듯한 기광은 이리저리 대기실을 분주하게 돌아다니며 감사인사를 나누고, 스탭분들께 음료수를 챙겨드리고 있었다.
소파에 거의 시체처럼 누워있던 다른 멤버들은 오늘 콘서트에 대하여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었다.
오늘 팬들은 어땠다, 실수를 너무 많이한거 같다. 등
무대를 하나하나 꼬집어가면서 실수로 인해서 웃겼던 이야기, 속상했던 이야기.
한참을 이야기를 나누다 인사를 모두 드리고 돌아온 기광이 전해주는 음료수를 받았다.
그 후 기광까지 합세하여 소파와 대기실 의자에 편히 앉아 이야기를 다시 시작했다.
한창 서로에 대한 디스가 불 붙었을 때 즈음.
똑똑똑.
멤버들은 들려오는 노크소리를 듣지 못하였는지 여전히 시끄럽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탁, 누군가에 의하여 불이 꺼지자 그제서야 하나 둘 얼굴을 들어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모두가 한 곳에서 시선을 떼어내지 못하며 멍하니 쳐다만 보았다.
“생일 축하 합니다. 생일 축하 합니다. 사랑하는 제니스, 생일 축하 합니다.”
“5주년 축하해”
“손아파, 빨리 초 불어라-”
“축하한다-”
이번 콘서트 무대 관계자분들과 매니저, 코디네이터의 깜짝파티에 놀란 멤버들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게다가 뒷편에 살짝 와 계시는 멤버들의 부모님들까지.
주변에서 들리는 빨리 초를 끄라는 말에 모두가 모여서 후- 하고 불었다.
짝짝짝, 분명 아까 팬분들께서 축하해 주셨는데 그와는 또 다른 느낌의 축하에 다들 무언가가 탁. 하고 밀려오는 무언가를 느꼈다.
이런 분위기도 잠시.
생일 빵이라며 등을 툭툭. 아니 퍽퍽 때리는 두준을 시작으로 다섯대 씩을 서로에게 때렸다.
액땜이라나 뭐라나.
모두에게 생일 빵을 다 때리고 나서야 소란이 멈춘 듯 했다.
그러나 이윽고 준형이 생크림 전쟁을 시작하자 너도 나도 생크림을 손으로 찍어 서로에게 묻히기 바빴다.
이 모습들은 팬분들을 위해서 만들어질 예정이던 데뷔 5주년 기념 영상에 모두 고스란히 담겼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났을까.
어느새 먹을 수 있는 생크림의 양 보다 서로의 얼굴과 몸에 묻어있는 생크림의 양이 더 많아졌다.
휴전 아닌 휴전이 이루어지는 동안 매니저 경환이 멤버들에게 선물상자 하나를 건냈다.
두준이 받아들어 이리저리 흔들어 보았다.
‘탁탁’무언가가 상자에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상자를 중앙에 두고 빙 둘러선 멤버들이 두준에게 얼른 열어보라는 듯 눈짓을 했다.
두준이 상자를 열자 나온건...
“...뭐야 이건”
“형, 이게 선물이라고요?”
“누가 보내주신거에요?”
“팬이 보내주신건가..?”
모두 매니저를 쳐다보며 한마디씩 했다.
“사장님이 주시는 선물이야. 안에 뭐가 들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새로운 친구라고 하시던데. 뭐야?”
두준이 상자속의 종이를 들어보았고, 모두가 옹기종기 모여 앉아 종이만을 주시했다.
“장..현승?”
“두준이형, 밑에 뭐라 쓰여있는거에요?”
“어? 어.. 코디네이...터? 형, 이 사람 우리 코디에요?”
“응? 무슨 코디..? 아, 내일부터 온다던 그 코딘가? 너네랑 동갑이라고 하던데..? 종이 줘 봐-”
두준이 종이를 경환에게 건내었고 경환은 종이를 찬찬히 읽어보더니 어리둥절 해 하는 표정으로 두준이에게 프로필 종이를 다시 돌려주었다.
“무슨 이야기에요?”
“어? 어.. 너네랑 동갑 이거나 형이네-.. 잘 지내봐-”
“근데 왜 우리들한테 이런걸 주는 거에요? 한번도 이런적 없었잖아요-”
“나도 잘 모르겠다. 사장님이 주신것이니까 내가 한번 물어볼게.”
매니저도 궁금했던 이 선물의 정체와 이유에 전화를 하기 위해서 밖으로 나갔고, 두준이 매니저와 이야기를 하는 동안 생크림을 모두 닦아낸 준형이 두준에게 물었다.
“뭐라셔?”
“우리랑 동갑에, 이번에 새로 들어오실 신입 코디네이터이시래”
“아, 그래? 너도 빨리 얼굴 닦고 회식이나 가자.”
그 말에 두준은 생크림을 닦으러 코디에게로 갔고, 준형은 테이블에 올려져 있던 종이를 들어보았다.
‘장현승’
종이에 붙여저 있는 사진이 준형을 빤히 쳐다보는 것 만 같았다.
*원한다길래 조심스럽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