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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징은 푸릇푸릇한 고등학교 2학년이야. 어릴 때부터 두꺼운 안경도 끼고 성격 자체가 일단 철벽 끼가 있어서 친한 친구가 별로 없다는 게 함정. 그러다 고등학교 입학하면서 생긴 친구가 수정이야. 일단 수정이가 차갑게 생겨서 애들이 다가올 생각을 못했기도 하고 워낙 예쁘다보니까 외모를 위주로 다가와서 그거에 질린 수정이가 친해질 생각은커녕 가만히 있는 너징이 신기해서 먼저 다가온 거지. 그런 이유로 만나게 된 너징과 수정이는 생각보다 잘 맞는 사이였고 금방 친한 사이로 발전해.
너징은 시력이 그렇게 나쁜 편은 아니야. 근데 별로 안경을 벗는 것을 안 좋아해. 왜냐면 어릴 적에 좋아했던 첫사랑이 용기를 내서 고백한 너징에게 이렇게 말했거든. ‘너는 못생겨서 가리고 다녀야해!’ 그래서 엉엉 울며 집으로 돌아갔어. 그 이후로 씻는다거나 어쩔 수 없는 사정을 제외하고 안경을 벗어본 적이 없어.
근데 안경을 잘 안 벗는다는 게 호기심 많은 수정이가 그냥 넘길 일은 아니었지. 수정이는 날을 잡고 너징에게 매달려.
“징어야- 징어야- 한번만 벗어봐, 응?”
“싫어.”
“왜에- 닳는 것도 아니잖아. 부탁이야~”
“너 내일까지 내야하는 수행평가 있는 거 알지?”
괜히 말도 돌려보는데 고집이 모 만화 단비 맞먹는 수정이 질 리가 없지. 수정이 사정해보기도 하고 협박(?)도 해본 결과, 너징은 결국 아무도 없는 곳에서 안경을 벗어버려. 안경 벗은 너징을 크게 떠진 눈으로 바라보던 수정이는 의심미스러운 미소를 지어. 그 미소에 너징은 불안함을 느껴. 그렇게 많이 이상한가? 못생겨서 수정이가 떠나가면 어쩌지?
“많이…… 이상해?”
“……대박.”
“미안해, 못생겨서 너 보여주기 싫었던 건데.”
“……응?”
“이제 같이 다니기 싫으면 말해. 난 괜찮으니까.”
“야! 김징어! 무슨 소리야.”
“나 많이 못생겼잖아…….”
"내가 한 의미의 대박은 그런 뜻이 아니었어―"
다시 안경을 쓰라고 한 수정이는 이유도 말해주지 않고 기분이 좋을 때만 들려주는 하이톤의 목소리를 들려줘. 우리 쇼핑가자! 너징을 싫어하는 기색 없이 힘차게 말하는 수정이 덕에 너징은 미소를 지어. 고등학교 와서 진짜 친구 만나기 힘들다는데 나는 참 잘 만났구나. 이렇게 생각하면서.
*
너징의 쌩얼을 보여주고 평소보다 과하게 쇼핑을 한 날이 며칠 지났어. 너징은 혼자 나와서 사는 탓에 주말에 늦잠을 오래 자는 편이었는데 갑자기 수정이 전화가 와.
“여보세요?”
“징어! 문 열어 놔. 곧 가니까.”
“????? 너가 왜????”
수정이는 대답대신 전화를 끊고 초인종을 눌러. 밍기적거리며 문을 열어주자 수정이 무언가 손에 한가득 들고 나타나. 너징이 당황스러운 눈빛으로 수정이를 바라보자, 수정이는 무겁다고 빨리 비키라는 말 뿐이야.
수정이는 빨리 씻고 나오라고 너징을 욕실로 밀어 넣어. 영문을 모른 채 너징은 열심히 그리고 빨리 씻어. 씻고 싶지는 않았지만 수정이가 욕실 문을 쾅쾅 두드리며 빨리 씻으라고 협박했거든. 오히려 너징은 친해지고 나서 쟈가운 모습의 수정이를 무서워하거든…… 또르르…….
너징이 씻고 나오니까 수정이는 바닥에 앉히고 머리를 속성으로 말려줘. 맨날 지각하기 아슬아슬한 시간에 등교하는 수정이는 엄청난 노하우를 가지고 있었다고…….
“아 맞다. 우리 지난번에 산 옷 있잖아. 그 원피스.”
지난번 쇼핑 때 사기 싫다고 그렇게 말했는데도 수정이가 억지로 손에 쥐어준 옷이 있어. 바로 심플한 흰 원피스. 공주 풍처럼 치렁치렁하게 달려 있는 것도 아니라 선물로 준다는데 거절하기도 어려웠어. 그래서 너징은 가격표도 그대로 인 채로 옷걸이에 걸어놓은 상태. 평소보다 반짝거리는 눈의 수정이를 보고 오늘 얘가 맘먹고 왔나보다 싶어서 너징은 가만히 쭈구리가 되서 있어.
원피스로 갈아입고 나가니까 수정이는 너징 머리에 이상한 망을 씌우더니 가발까지 장착시켜. 그리고 너징은 익숙하지 않은 렌즈까지 껴야했어. 그리고 의자에 앉아서 수정이 해주는 화장을 받았지.
수정이 거울을 가리고 있는 탓에 너징은 거울을 보지 못해. 대신 수정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지. 뿌듯한 미소와 함께 수정은 너징 앞에 서서 박수를 짝짝 쳐.
“대박이다, 얘.”
“맨날 대박이래. 나도 거울보고 싶어."
"놉. 내가 예쁘게 꾸며놨으니까 나만 믿어."
“……볼래.”
“야 김징어, 나 못 믿어? 나 정수정이야.”
자신감 넘치는 수정의 표정에 한숨을 쉰 너징은 그냥 고개를 끄덕여. 지갑 챙겼지? 수정의 말에 간단히 소지품이 든 가방을 들고 너징의 집을 나서. 언제 준비해 놓은 건지 귀여운 리본이 달린 검은색 구두까지 신고서.
*
콜택시를 타고나서도 수정이는 어디 가는지 말을 안 해줘. 불안해서 수정이를 조르지만 수정이는 쟈가운 표정만 보여줘서 그냥 입 다물고 있기로 해. 금방 목적지에 도착했는데 사람들이 와글와글. 택시에서 내리니까 저 멀리까지 사람들이 서있어. 눈을 돌리다 본 것은 ‘엑소 팬싸인회’ 아…… 정수정……. 너징이 눈치 챈 걸아는 수정 이는 미안해! 라고 말하면서 애교 있는 표정을 지어. 너징이 귀여운 거에 약하다는 걸아는 수정이 그걸 이용한 거지. 어쩔 수 없이 웃는 너징을 보고 같이 수정이는 웃어.
너징은 이런 데가 처음이라 엑소에 관심은 없었지만 두근두근 거려. 근데 너징이 지나갈 때마다 주변에서 수근수근 거리지. 그거에 불편함을 느낀 너징이 자리에서 벗어나고 싶어 할 때마다 수정이는 어째서인지 아까의 뿌듯한 표정을 지어. 그러다 수정이는 화장실 간다고 자리를 비우고 어떤 여자가 초조한 표정의 너징에게 다가와.
“저기요…….”
“네?”
“혹시 사진 한번만 찍어주실 수 있으세요?”
웬 사진? 하면서 긍정의 표현을 한 너징은 카메라를 받으려고 했지. 찍어달라는 줄 알고. 그런데 이게 웬걸. 물어본 여자가 카메라를 들고 있고 다른 여자가 너징 옆에 서는 거야. 엥? 너징이 생각한 건 이게 아닌데;;; 어색한 너징은 살짝 웃어줘. 꺄꺄 소리 내며 사진 찍어간 여자들은 원래 자신들의 자리로 돌아가. 그런데 이상해. 갑자기 너징 주위로 사람들이 몰려. 다들 너징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하는 거야. 마치 연예인처럼. 철벽녀긴 하지만 사실 거절은 잘 못하는 너징이라 수정이가 온 후에야 너징 주위를 막처럼 형성하고 있던 사람들은 사라졌지.
“여기 이상해…….”
"좀만 기다려봐. 왜 그런지 알게 될 테니까."
엑소 볼 생각에 신난 표정의 수정이를 보며 너징은 한숨을 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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