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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한은 생각보다 얌전했다. 아니 얌전하다? 글쎄. 수업시간에는 딴짓을 하거나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던가, 잤다. 물론 핸드폰을 만지작 거릴 때에는 알파벳만 주구장창 써댔다. 민석이 안보는 척 하고 누구에게 연락하나 보려고 했지만 그때마다 손을 멈추고 민석을 쳐다보는 루한의 기에 눌려 아, 아니. 미안. 하고 어색하게 사과했다. 한국말을 못알아 듣는다는 말을 담임이 한 터라 선생들은 루한에게 크게 주의를 주거나 터치하지 않았지만 저번의 씹쌔야를 민석은 절대 까먹지 않았다. 음.. 대체 이아이 뭐지? 뭐하는 애길래 이렇게 욕을 잘하는 거지? 아무리 다른나라 가서 먼저 배우는 게 욕이라고는 하지만, 저건 엄청 찰지고 발음도 좋고. 여하간. 보통이 아니다. 민석이 곰곰히 생각하다 뒤에서 어깨에 손을 올리는 느낌에 몸을 틀었다.

"김민석. 이 만두새끼야."

"왜 또 시비야."

"시비는. 인사가지고 뭘. 늘상 있는일인데."

굳이 다른반까지 몸소 행차해주시어 깐족거리는 백현에게 산뜻한 스매시를 날려준 민석이 백현을 노려보았다. 어이구. 화나쪄요? 그래도 깐족거리는 백현을 어이없다는 듯 쳐다본 민석이 입을 열었다.

"왠일이냐."

"너네반에 중국인 전학생 왔다며?"

"뒷북 쩌네. 그게 언제적 일인데. "

"야. 걔 알고보니까"

박찬열 친구더라. 아, 하고 민석이 깨달음을 얻었다는 얼굴 표정을 했다. 이제야 이해가 갔다. 루한이 장난없어 보이던 이유. 그 상또라이 박찬열과 친구. 음, 그래. 친구. 베프라던데? 백현의 말이 민석의 귀에 선명하게 꽃혔다. 변백현은 박찬열의 친구였다. 소위 말하는 일진이지만 두루두루 친해서 발이 넓은 편인 그런 아이? 남에게 해를 끼치진 않지만 그렇다고 평범하게 놀지는 않는.

그렇다고 스스럼 없이 같이 지내는 민석이 일진인건 또 아니었다. 오히려 모범생 이미지가 좀 더 강했다. 백현은 그저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그리고 고등학교까지 같이 나온 뗄레야 뗄 수 없는, 말하자면 불알친구었다. 그러다보니 민석은 백현과는 일진과 범생이의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지만 매우 친했다. 물론 백현 주위에 있는 애들(특히 상또라이 박찬열)하고는 친하게 지내지 않았다. 본인도 친해하고 싶지 않아했고. 민석은 조용히 학교를 다니고 싶었다.

빼놓을 수 없는 상또라이 얘기를 꺼내자면 길다. 박찬열의 만행을 민석은 모두 듣지 못했다. 어렴풋이 들려오는 소문같은것. 혹은 애들이 조그맣게 얘기하는 것을 어쩌다 들은게 다였다. 그런데도, 박찬열은 민석에게도 상또라이라는 각인을 확실히 새겨주었다.

상또라이, 박찬열. 이게 찬열의 수식어였다. 뭐, 그 외에도 많았다. 미친놈 박찬열. 미친개 박찬열. 광견병 박찬열.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불리는 수식어는 상또라이 박찬열이었다. 애가 나쁜건 아니었다. 다만 호기심이 넘칠 뿐. 애가 못된건 아니었다. 다만 자기가 생각하는 말은 꼭 뱉고 자기가 하고 싶은 행동은 꼭 해야되는. 뭐 그렇게 따지면 어떤 사람이 대체 나쁘고, 못된건가요? 하고 물을수도 있겠지만 박찬열은 아슬아슬하게 정도를 줄타기했다. 검지 손가락 요만큼만 넘으면 정학이고, 거기서 조금만 더 넘으면 퇴학도 가능한 일을 잘도 했다. 때로는 거침없이, 가끔은 페이스 조절. 그게 박찬열이었다.

박찬열=상또라이, 미친개, 광견병=루한친구 라는 공식이 민석의 머리에서 뱅글뱅글 돌기 시작했다. 그럼 루한=상또라이, 미친개, 광견병? 민석은 어쩌면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요 며칠 전 보여주었던 씹쌔야가 잊혀지질 않았다. 오만과 비웃음이 적절히 섞인 확신에 찬 표정. 넌 내 밑이다. 오, 씨발. 오싹해라. 저런애가 내 짝이라니. 책상도 넘어가지 말아야겠다. 지우개 넘어가도 그냥 너 가지라고 해야지. 민석의 초점없는 눈에 백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쟤 또 왜저래. 문학소년 코스프레? 운치있는척. 센치있는척. 얘도 겉으로 보기에만 멀쩡하지, 쯧쯧. 백현이 속으로 혀를 찼다. 얘도 병신. 쟤도 병신. 에블바디 병신. 나빼고.

물론, 마지막 말은 모두 인정하지 않을테지만.

*

루한이 전학온지도 어언 일주일이 지났다. 아직까지도 통성명은 커녕 제대로 된 말 한마디조차 붙이지 못한 민석은 그야말로 가시방석 열개는 깔고 앉은 기분으로 나날을 보냈다. 이생퀴. 니가 뭔데 날 이렇게 만들어! 하고 속으로 생각하다가도 가끔씩 루한의 빤한 눈동자가 제 뒷통수를 찔러올때면 눈이 마주치는 것도 아닌데 온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가 굳어버리곤 했다. 덕분에 여태까지 한 말은 루한이 책을 놓고와서 두리번 거리다가 민석의 책을 강제로 책상과 책상 사이에 두었을 때 루한의

'내놔.'

이 한마디 뿐이었다.

민석은 분개했다.

이 씨발놈. 좆같은놈. 뭐? 내놔? 허이구, 나 참. 누가 보면 내가 니꺼 몰래 줍줍 해서 스틸한 줄 알겠네. 이 호로새끼. 이 악마! 이 화상!!

하고 생각만 했다. 내내 수업시간을 꾹꾹 참다가 쉬는시간이 되자마자 백현의 반으로 쪼르르 달려가 일러바쳤다. 백현은 또 그런 민석을 우쭈쭈 해주기에 바빴다.

'그래서. 우리 만두 삐져써요? 우쭈쭈쭈.'

'아놔. 내가 니네집 개냐?'

'왜. 우리집 똥강아지. 루한이 괴롭혀서 이 오빠한테 왔어요?'

'키도 씨발 고만고만 하구만 뭘 자꾸 오빠..'

'너 가. 씨발. 키 얘기 하지 말랬지.'

키 컴플렉스가 있는 변백현(18)은 루한의 뒷담을 까는 민석을 매몰차게 반에서 내쫓았다. 왜 여기에서 키 얘기가 나오지? 그리고 무슨 고만고만. 내가 훨씬 크구만. 아무리 생각해도 내 키가 김민석보다 더 커. 그리고 이정도면 작은키도 아니구만..

'야.'

백현이 속으로 꿍얼거리다 오늘 잔뜩 고데기를 말고 온 귀염귀염st 느낌을 빡 살려온, 새벽부터 일어나 누나의 고데기를 빌려 야심차게 말아온 머리에 손을 올리는 느낌에 또 한번 입에 욕을 장전했다. 어떤 새끼가 나의 시간과 노력과 땀과 눈물이 배인 소중한 머리에..?

'쟤. 니 친구냐?'

'어.. 언제부터 있었어..?'

찬열아.

*

백현의 머리속에 비상등이 켜졌다. 삐용삐용. 응급상황 발생. 응급상황 발생. 상또라이 박찬열이 나타났다. 상또라이 박찬열이 나타났다. 응급상황. 응급상황. 삐용삐용.

수십대의 엠뷸란스가 백현의 머리속을 뚫고 지나갔다. 큰일났다. 박찬열이 어디까지 들었을까. 언제부터 있었을까? 이제 나도 찍히고 우리, 우리 만두도 찍히는 걸까?! 안되는데!! 백현이 쿵쾅거리는 마음을 다부잡고 물었다.

"어, 언제부터 왔냐니깐."

"쟤, 만두같다. 그치?"

"마, 만두? 그렇지. 만두같긴 하지."

"너 중국어로 만두가 뭔지 아냐?"

이 중요한 상황에 뭐? 중국어? 만두? 살면서 중국어라곤 니하오마 밖에 들어보지 못한 백현이 도리질을 쳤다. 대답 안했다가 맞아죽기는 싫다. 친구라지만 이놈은 지 꼴리는 대로 하니까. 뭐, 뭔데? 찬열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백현은 절망했다. 박찬열의 고개를 숙여 제 얼굴과 마주보자 마자 보인 눈에서 샛별을 보았다. 이건 박찬열이 존나 흥미롭거나 존나 설레거나 존나,

재밌는 새로운 장난감을 발견했을 때. 그때 뿐이다.

"중국어로 만두가 뭐냐하면 말이야,"

백현의 목울대가 꿀꺽 넘어갔다.

"빠오즈야, 빠오즈."

찬열이 씩 웃었다. 이웃학교 여자애들이 보면 삼초안에 K.O를 외칠 매력적인 웃음이었으나 지금 이 상황에서 백현의 눈에는 상또라이의 웃음은 마왕이 인간들을 쓸어버리기 전에나 짓는 웃음처럼 보였다. 백현의 어깨가 부르르 떨렸다. 씨발, 좆됐다.

 

 

 

 

 

 

 

 

 

 

 

 

 

본격적인 김민석의 수난시대의 수난시대의 수난시대의 수난시대 김민석은 괴롭혀야 제맛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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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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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네 밍소쿠는 괴롭혀얗ㅎㅎㅎ기대할게융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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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아아ㅏㅇㅇ 기대되요!!! 꼭 연재해주세요♥♥♥ 진짜 재밌어요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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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기다렸는데!!!! 우아 !! 알림 쪽지보고 바로 고고!!! 역시...밍쏙은..괴롭혀야 제맛? 오호 동감...입니다 ㅋㅋㅋㅋ
계속 연재해줘요 ㅋㅋ 재밌어요!!!!!!!!!!! 꼭꼭!! ㅋ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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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어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진짜이런거좋습니다ㅎㅎㅋㅋㅋㅋㅋㅋㅋ민석이는괴롭혀야제맛이죸ㅋㅋㅋㅋㅋㅋㅎㅎㅎ다음편도기대하겠습니다ㅋㅋㅋㅋㅋ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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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끼얔ㅋㅋㄱㄱㅋㅋㄱㄱㅋ상라닠ㅋㅋㅋㅋㅋㅋㅋ 짱짱 재밌어욬ㅋㅋㅋㅋㅋㅋㅋ 흥미로운 전개ㅋㅋㅋㅋ 다음 편 기대하겠슴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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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ㅇㅇ아ㅏㅏㅏㅏㅏㅏㅏ재밋다ㅏㅏㅏㅏㅈ짱재밋다짐짜ㅜㅠㅠㅠㅠㅠㅠㅠ언제또외ㅏ여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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