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말
w. F코드
[빈말.3]
화장실을 다녀 온 이후 무기력해진 성규가 책상에 누워 그대로 잠을 청했다. 얼마나 잔건지 잠결에 흔들리는 몸을 느끼며 무거운 눈꺼풀을 올리자 눈앞에 자신과 똑같이 볼을 책상에 비비고 누워있는 우현의 모습이 보였다.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우현의 눈을 피하지 않은 채 희미하게 찾아지는 정신을 바로잡은 성규가 아무 말 없이 우현을 쳐다보던 눈길을 피해 상체를 일으켰다.
“집에 가자”
옆에서 들려오는 편안한 음성에 성규가 눈을 감자 우현이 그런 성규를 바라보더니 손을 뻗어 성규의 하얀 볼을 쓰다듬었다. 떡 같아. 성규의 볼을 아프지 않게 꼬집은 우현이 웃으며 말하자 성규가 뭔가에 홀린 듯 감긴 눈을 뜨고는 멍하니 우현을 바라봤다. 집에 가자면서 아직도 책상에 엎드린 모습을 한 우현의 모습을 한참이나 보던 성규가 자신의 볼에 닿은 우현의 손이 떨어져 나가는 느낌에 자신도 모르게 우현의 손을 다시 잡아 자신의 볼에 갔다 붙였다.
다시 성규의 볼에 손이 닿은 우현이 웃으며 성규의 볼을 천천히 쓰다듬자 우현의 손을 꼭 쥐고 있던 성규의 손이 천천히 아래로 내려갔고 손을 따라 성규의 고개도 아래로 내려갔다. 아까보다 꽤 길게 성규의 볼을 쓰다듬던 우현이 눕혔던 몸을 일으켰다. 늦었다, 집에 가자. 가만히 우현을 바라보던 성규가 우현의 말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고 우현은 그런 성규의 대답에 웃으며 성규의 머리를 헝클었다.
“나 오늘도 혼자 있어야 돼.”
차가운 바람에 코를 찡긋하던 성규가 우현의 말에 교문을 나서던 걸음을 우뚝 멈춰 세웠다. 할머니의 건강이 생각보다 심각 한 건지 아직 돌아오시지 않은 부모님 때문에 혼자 있어야 한다는 우현의 말에는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았지만 외로움이 묻어있었고 성규는 그런 우현의 외로움을 단번에 알아챘다. 아무렇지 않게 먼저 앞서 걷는 우현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성규가 가방끈을 잡은 손에 힘을 주더니 곧, 힘이 잔뜩 들어간 어깨와 함께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숙이더니 서둘러 우현의 옆으로 뛰어갔다.
“엄마 없으면 라면 먹어야 돼.”
“상관없어.”
“당연히 상관없어야지.”
무심한 성규의 말에 환하게 웃은 우현이 빠르게 걷는 성규의 옆으로 다가가 성규의 어깨에 손을 둘렀고 성규는 그런 우현의 손길에 싫지 않은 듯 미소를 지으며 우현의 걸음을 따라 발걸음을 늦춰 걸었다. 늦은 하교 길은 우현에게 느긋하며 조용했지만 성규에겐 설레임과 동시에 그 어느 때보다 시끄러웠다.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성규의 집을 향하던 둘의 걸음이 느렸던 걸까? 성규의 집에 다다랐을 땐 이미 하늘은 어두워져 있었고 어둠은 왠지 모르게 성규의 마음을 더 들뜨게 만들었다. 시간이 늦진 않았지만 어두워서 그런지 엄마는 생각 외로 집에서 성규와 우현이를 반겨주었고 마침, 밥을 먹으려 했다는 엄마의 말에 다되면 부르라는 짧은 말과 함께 방으로 들어선 성규가 뒤따라 들어오는 우현을 확인하고는 어깨에 메고 있던 가방을 한쪽으로 내려놨다.
“요즘은 십자수 안 하냐?”
침대에 반쯤 누워 무심히 던진 우현의 말에 의자에 앉아있던 몸을 돌려 우현을 바라보던 성규가 끝내 마주치지 않는 우현의 시선을 원망하며 담담하게 대답했다. 안 해. 시선이 천장으로 향해져 있는 우현을 바라보던 성규가 다시 몸을 돌려 가방에 있던 책들을 꺼내 책상 위로 올리자 언제 온 건지 우현이 그런 성규의 옆으로 와 성규가 하는 행동을 바라봤다.
“왜 또”
까칠한 성규의 물음에도 그저 어깨를 으쓱이던 우현이 밥을 먹으라 부르는 엄마의 목소리에 성규의 어깨를 툭툭 치고는 먼저 방을 빠져 나갔다. 먼저 나간 우현의 모습을 보던 성규가 손바닥에 찬 땀을 교복바지에 대충 쓱쓱 닦고는 우현을 따라 방을 나왔다.
식탁에 앉은 우현과 다르게 식탁 앞에 멈춰 선 성규가 식탁을 훑어봤다. 식탁 위에 펼쳐진 반찬들은 그렇다 쳐도 하얀 밥 옆에 놓인 하얀 국물을 본 성규가 먹어보지 않아도 자신이 끓인 곰탕이라는 걸 알아차리고는 인상을 찌푸리더니 먼저 식탁에 앉아있는 우현에게 다가가 우현의 앞에 놓인 국그릇을 들어 엄마에게 내밀었다. 우현이 곰탕 안 먹어. 또 다시 울컥하는 마음을 부여잡은 성규가 국그릇을 엄마에게 완전히 넘겨주고 나서야 자리에 앉으려 했지만 엄마에게 넘어간 국그릇을 다시 자신의 앞으로 가져오는 우현의 행동에 자리에 앉지도 않은 채 멍하니 우현을 바라봤다.
“안 먹는 거지 못 먹는 건 아니에요.”
넉살좋게 웃으며 곰탕을 떠먹는 우현을 바라보던 성규가 대뜸 우현이 먹고 있는 곰탕을 뺏어 싱크대에 부어버렸고 갑작스런 성규의 행동에 엄마는 성규의 이름을 크게 외쳤다. 이게 무슨 짓이냐며 성규에 팔을 내려치는 엄마에게 시선 한 번 주지 않은 채 무슨 의미인지 모를 표정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우현의 시선을 피하지 않은 채 우현만을 바라봤다.
“이 놈이 진짜 밥 먹다 말고 이게 무슨 짓이야, 새벽 내내 니가 끓여 놓은 곰탕을 그렇게 한 번에 버리고 싶어!?”
“..........”
“..........”
말해버렸다. 비록, 엄마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지만 저 하얀 곰탕이, 비참하게 싱크대 안으로 흘러들어간 저 곰탕이 자신이 끓여다는 것을 말한 엄마의 태도에 내심 우현의 반응을 기대했지만 분명, 자신이 끓였다는 걸 들었으면서도 표정 하나 변화 없이 그저 가만히 자신을 쳐다보는 우현의 태도에 성규가 입술을 꽉 물더니 그대로 우현에게 등을 돌렸다.
“김성규 어디가, 김성규!!”
엄마의 부름을 뒤로 한 성규가 신발도 제대로 신었는지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집 밖으로 뛰쳐나왔다. 쉬지 않고 달리면서도 머릿속에 떠오르는 우현의 표정에 미칠 것만 같았다. 엄마의 말에 미안해하기는커녕 놀라지도 않은 우현 때문이 아니라 또 다시 병신처럼 혹시나, 우현이 자신이 만들었다는 걸 알아채고 자신의 마음을 조금 눈치 채지 않을까 하는 쓸데없는 기대를 하는 자신한테 화가 났다.
남우현은 병신이다. 하지만, 내가 더 병신이었다. 병신 같은 남우현한테 눈치도 더럽게 없는 남우현한테 기대하는 내 자신이 더 병신이었다. 혼자만 좋아하면 된다고 남우현이 알아채서는 안 된다고 했던 처음의 마음과 다르게 시간이 지날수록 우현이 알아줬으면 적어도 눈치라도 채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내 자신이 너무 비참하고 이기적이었다.
***
“우현이는?”
“..........”
“또 싸웠냐?”
“신경 꺼”
밤이 돼서야 돌아 온 집에 남우현은 없었다. 화를 내는 엄마에게 미안하다는 말 보다 우현이는? 이라는 말이 더 먼저 나왔고 엄마는 그런 나에게 왜 쓸데없는 심술을 부리냐며 더 화를 냈다. 내가 그렇게 나가고서 얼마 안 있다 우현이도 집으로 돌아갔다는 엄마의 말에 나는 또 남우현 걱정을 했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밥은 어떻게 먹을까 하는 우스운 걱정으로 잠을 설쳤다.
“먼저 사과 할 거냐?”
“김명수, 너 나랑 친해?”
“친하지는 않지만 친구지”
“난 너랑 친구 먹은 기억이 없는데?”
“남우현이랑 나랑 친구고 너랑 남우현이랑 친구면 너도 나랑 친구지.”
쪼잔 하게 뭘 따지냐는 명수의 말에 짜증 난 다는 티를 팍팍 내며 앞질러 걷던 성규가 앞에서 동우와 장난을 치며 가는 우현을 발견하고는 그대로 걸음을 멈춰 섰다. 지금 이 상태로 우현을 마주했다가는 불편할 거 같은 마음에 성규가 돌아가려 몸을 돌렸지만 그런 성규의 마음을 알 리 없는 명수가 큰 소리로 우현의 이름을 불렀다.
“남우현!!......너 근데 뭐하냐?”
“김명수 넌 진짜......”
“오- 웬일이냐 니가 지금 시간에?”
“어? 성규도 있다.”
자신을 알아 챈 동우의 목소리에 얄밉게 자신을 향해 어깨를 으쓱이는 명수를 째려 본 성규가 할 수 있는 한 고개를 푹 숙인 채 몸을 돌렸다. 안녕. 짤막한 성규의 인사에 반갑게 반겨주는 동우와 다르게 우현에게선 아무런 대답이 들리지 않자 성규가 먼저 들어간다는 말과 함께 동우를 지나쳤고 그 순간 누군가 성규의 팔을 붙잡아 세웠다. 갑자기 걸음이 멈춰진 성규가 놀라 고개를 들려했지만 고개를 다 들기도 전에 무언가가 목에 둘러졌고 곧, 그게 우현이 항상 하고 다니던 하얀 목도리라는 걸 알았다.
“어제는 어디 갔었어?”
“..........”
“셔츠 한 장 달랑 입고, 감기 한 번 걸리면 잘 낫지도 않는 게 무슨 깡으로 그러는 건지.”
“..........”
“이거.”
손에 들고 있던 쇼핑백을 우현에게 건네받은 성규가 뭐냐는 듯 우현을 쳐다보자 우현이 그런 성규를 밉지 않게 흘겨보며 말했다. 어제 방에 있던 코트 아무거나 내가 들고 나왔거든, 찾으면 주려고 했더니 어찌나 빠른지 니 머리털도 안 보이더라. 자신을 찾으러 나갔다는 우현의 말에 성규가 아무런 말도 못하자 성규를 흘겨보던 우현이 웃으며 바람에 흩날려 엉망이 된 성규의 머리를 정리 해 주었다.
“혹시 몰라서 감기약도 넣어놨으니까 꼭 먹어”
다정한 우현의 말에 우현을 바라보던 성규가 고개를 숙이고는 목을 움츠려 목도리 안으로 얼굴을 반쯤 숨겨버렸다. 춥다며 빨리 가자는 명수의 말에 동우도 명수와 함께 빠르게 학교 안으로 걸음을 옮겼고 우현도 얼른 들어가자며 학교 안으로 걸음을 옮기자 성규가 그런 우현의 팔을 잡아 세웠다.
“......미안해”
“나도”
우현의 대답에 성규가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들자 우현이 웃으며 성규의 뒤로가 성규의 어깨를 잡아 밀었다.
“춥다, 들어가자.”
학교 안으로 들어 온 성규가 어쩔 수 없이 앞 반인 우현의 반에 먼저 도착하자 익숙하게 걸음을 멈추고 우현을 바라봤지만 우현은 걸음을 멈추지 않을 생각인지 계속해서 걸었고 그런 우현의 모습에 성규가 서둘러 우현에게 다가갔다.
“교실 안 가?”
“너 데려다주게”
“지랄하네, 좀 있으면 종치거든.”
정말 데려다 줄 생각인지 그저 웃으며 성규의 반으로 걷는 우현의 모습에 성규가 내심 기쁜 마음을 숨기고는 우현과 발을 맞춰 걸었다. 들어가. 반 앞에 도착한 성규가 아쉬운 마음을 숨기고는 우현에게 너도 빨리 반으로 가라 툴툴 거렸고 우현이 그런 성규에게 감기약 꼭 챙겨 먹으라는 소리와 함께 자신의 반이 아닌 계단을 향해 몸을 돌렸다. 아예 계단을 내려가려는 우현의 모습에 성규가 어디가냐며 소리쳤지만 우현은 그런 성규의 말에 돌아보지도 않은 채 계단을 내려갔고 그런 우현을 따가 가려던 성규가 마침 울리는 종소리에 계단 밑으로 사라지는 우현의 모습을 보며 반으로 들어왔다.
“남우현 갔냐?”
“어?”
“학생부 출근 도장 찍으러 갔냐고”
“......학생부?”
게임을 하고 있는 호원의 말에 성규가 가방을 내리지도 못한 채 호원에게 다가가 무슨 말이냐고 물었지만 게임에 정신이 팔린 호원은 핸드폰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고 결국, 참다못한 성규가 호원이 들고 있는 핸드폰을 뺏으며 무슨 일이냐고 소리치고 나서야 호원이 약간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성규를 바라봤다.
“남우현 급식 실에서 깽판 치다가 학생부에 걸렸잖아”
“언제? 왜? 뭐 때문에?”
“뭐야, 너 몰랐어? 난 너 아는 줄 알았는데”
“그니까 도대체 뭐 때문이냐고!!”
“식판 들고 급식 실 나가려는 거 저지당했는데도 무시하고 나가야 된다고 깽판 치다가 학주와서 끌려갔었어.”
성규의 손에 들린 핸드폰을 다시 가져간 호원이 성규가 종료하지 못 한 게임을 다시 시작하며 아직 가만히 서 있는 성규를 향해 말했다.
“너 밥 안 먹었다고, 너 줘야 된다고 어찌나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던, 아! 시발 또 죽었다.”
넌씨눈 남우현
부들부들 |
포스트잇, 메인규, 자몽, 푸파, 내사랑 울보 동우, 뀨규, 독자2, 인빅, 고추장, 거울, 하푸, 터진귤, 지지, 수타, 소라빵, 찹쌀떡, 앨리지, 쏘쏘, 개굴, 오일, 갑, 만두, 코코팜, 블베에이드, 흥, 구름의별, 나봤규, 테라규, 콩, 퐁퐁, 시계, 매실액기스, 규때, 민트초코, 피아플로, 순수, 빙구레, 베게, 하니, 감성, 뀨뀨, 갤노트2, 풍선, 요노르, 뚜근뚜근, 여리, 돼지코, 숫자공일일, 프라푸치노, 미옹, 규요미, 종이, 백큥이, 모닝콜, 베이비핑크, 리칸, 나토, 생크림, 유정란, 후양, 엘라, 노랑규, 여우비, 빙빙, 세츠, 헿헿, 캡틴규, 의식의흐름, 케헹, 오랑, 안녕하수꽈, 망태, 달달, 완두콩, 피앙, 옵티머스, 호현, 롱롱, 발꼬랑, 니트, 수달, 레오, 새침, 익명인, 쿠크다스, 호호, 발가락, 눈아프다, 후시딘, 온규, 로즈, 휴지, 카페모카, 슈크림, 환상그대, 인연, 솜사탕, 달링, 승윤 |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인스티즈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