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여름밤에 비
미
처음 우리가 만났을 때도 비가 많이 오는 여름 밤 이였다. 너는 기억할까 모르겠지만 급한 호출로 본부로 가고 있는 길이였다. 어두운 새벽 시간이라 걸어 다니는 거리는 조용했다. 내 구두 소리와 빗물이 고여 맞다는 소리만 들리는 골목에 누군가의 뜀박질 소리가 들렸다. 원체 관심이 없는 성격이였는데 골목길 모퉁이를 돌자 조그만한 여자와 부딫쳤다. 우산은 떨어졌지만 나는 다행히 중심을 잡을수 있었다. 너에게 괜찮냐고 물어보기도 전에 너는 한참동안 비에 맞아서 얼음 장 같은 조그만한 손으로 내 손을 붙잡고는 비인지 눈물인지 모를 정도로 울면서 제발 살려달라고 숨겨 달라는 말만 되풀이 할 뿐이였다. 나는 그 부탁을 거절 할수 없었다. 아니 , 들어 줄수밖에 없었다.
호출 때문에 숙소로는 못 돌아가는 상황이여서 함께 본부로 가고 있었는데 내가 자기를 버리고 갈까봐서 인지 내 마이부분울 꼭 잡는 손을 보자 웃음이 올라왔다. 그러고 보니 통성명도 안했다. 고개를 돌려 마주하고서는 입을 땔려고 하는 순간 너는 내 품 안으로 쓰러졌고 온 몸이 뜨거웠다. 비를 그렇게 맞았는데 안 쓰러지는 게 이상하지. 라는 말만 하지만 엄청 당황 했다. 너를 고쳐 안고는 본부로 향해 뛰어 갔다. 차를 두고 걸어온 내가 원망스러운 순간이였다.
본부로 들어가자 김남준이 왜이리 늦게 오냐고 화를 내면서 나에게 오더니 내 품안에 안겨 있던 너를 보고는 나를 무슨 미친놈 처럼 쳐다 보더라. 죽고 싶은게 틀림 없다.
"형 미쳤어?"
안다. 안되는 거, 근데 뭘 어쩌겠어. 아 그것보다 얘 열이 너무 나 김석진 좀 데리고 오고 찬물이랑 얼음도. 의무실로 갈테니까 알겠지?
"미쳤나봐"
험한 말을 뱉어내는 김남준은 말과 다르게 빠르게 계단을 통해 올라갔다. 의무실에 올라가서는 침대 눕히자 긴 검은색 머리가 물이 뚝뚝 떨어지고 하얀색 원피스는 물에 젖어 안에 속옷이 다 보일 정도 였다. 아까는 어두워서 안보였는지 귀가 달아오르는 것 같았다. 당장 입을 옷도 없어서 이도저도 못하고는 그냥 이불만 덮어줬다. 찬장에 있던 수건을 꺼내 손이랑 얼굴을 닦아주자 너는 낑낑대며 뒤척였다. 놀란 나는 너를 토닥이자 너는 내 손을 잡더니 그대로 다시 잠이 든것 같다. 손을 뺄수도 있었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고사리 같은 너의 손에 내 손가락이 있는 모습이 사진으로 남겨두고 싶을 정도 였으니까.
의무실이 문이 덜컹 소리를 내며 김석진이 놀란 모습으로 나를 쳐다본다. 이것들이 다들 미친놈 처럼 취급한다. 한대씩 맞고 싶은게 틀림 없다. 얼른 치료나 해.
"돌았냐?"
"치료나 해."
눈을 매섭게 쏘아보자 김석진은 아무 말없이 너의 이마에 손을 올리며 열을 재고는 열이 너무 심하다고 링거를 맞아야 될것 같다고 한다. 김석진은 링거액을 가지고 온다며 의무실을 나갔고 너는 아직도 내 손가락을 잡고 있다.
그러고보니 이름도 나이도 아는 게 없다. 얼른 일어나. 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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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밤의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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