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사이누나에게 언니라 불렀던 너와, 오빠에게 형이라 불렀던 나는 가장 친한 친구이다.아니, 친구였다.너를 처음 만난건 유치원 입학식이었다. 분홍색 가방을 메고 노란색 멜빵바지를 입은 너와 파란색 가방을 들고 초록색 반바지를 입은 나는 유치원 입학식때 나란히 서있었고, 1년 내내 짝꿍을 했다.위로 누나가 3명이었던 너의 분홍색 가방엔 여러종류의 인형들과 깔끔하게 정리되어있는 필통이 항상 들어있었고, 위로 오빠만 2명이었던 내 파란색 가방엔 한쪽 팔이 없어진 로봇과 필통이 없어 널부러져있는 필기구가 있었다.같은 장소에서 유치원 버스를 탔던 너와 나는 자연스럽게 유치원이 끝나면 함께 놀이터에서 소꿉놀이를 하면서 놀았고, 당연하다는듯이 초등학교도 같은곳으로 입학하게 되었다.너는 초등학교 저학년때 많이 울었었다. 울고있는 너를 발견한 나는 너를 울린 남자아이를 찾아가 너 대신 화를내고 따졌었다. 그리곤 너에게 달려가 주머니에 항상 넣고다니던 사탕을 주섬주섬 꺼내 너에게 건냈다.그럼 너는 언제 울었냐는듯 사탕을 먹고 환하게 나를 보며 웃었다. 나는 그런 너를 보며 "울다가 웃으면 엉덩이에 뿔난대요" 라고 장난스럽게 말하고 도망가는 시늉을 하면, 너는 그런 나를 보며 항상 베시시 웃었다.초등학교 고학년때, 이때부터 짧은 머리를 고수하던 나는 오빠들을 따라 남자애들이 많이 다닌다는 태권도학원에 다녔었고, 다른 남자아이들 보다 유난히 하얗던 너는 피아노가 좋다며 여자애들이 많이 다닌다는 피아노학원에 다녔었다. 학교 점심시간이 되면 나는 운동장으로 남자애들과 축구를 하러 나갔고, 너는 여자애들과 책상에 도란도란 모여앉아 수다를 떨었었다.나는 그런 너에게 남자가 그게 뭐냐고 핀잔을 주기도 했고, 너는 그런 나에게 여자가 땀냄새가 뭐냐면서 장난스럽게 코를 막는 시늉을 하기도 했다.우연인지 인연인지 아이러니하게도 너와 나는 같은 중학교에 다니게 되었다. 나는 괜히 너에게 "아, 또 너랑 같은 학교야?" 라고 한숨쉬며 말했지만, 너는 그런 날 보며 살짝 미소를 지었었다. 너와 같이 중학교 교복을 사러갔을때, 너는 치마와 바지를 한참이나 들고 보더니 베시시 웃으면서 나에게 치마를 건냈지만 나는 네가 들고있던 바지를 뺏어들고선 탈의실로 들어갔었다.탈의실에서 바지로 갈아입고 나온 날 보며 너는 "왜 치마 안입어?" 라며 물었고 난 "너 내가 치마입은거 본적 있냐?" 라고 퉁명스레 말했다. 나의 대답에 넌 곰곰히 생각하더니 "그러고 보니.. 없네.." 라고 말하며 나에게 다시 치마를 건냈다.내가 너의 손에 있는 치마를 빤히 쳐다만보고 있자, 너는 "○○아 치마 한번 입어보면 안돼?" 하고 조르며 말했지만, 나는 끝내 거절했다.중학교는 공학이었지만 남녀분반이었다. 의자에서 엉덩이를 뗄줄 모르는, 선생님들께 사랑받는 모범생이었던 너와 달리 여전히 짧은머리를 하고 교복바지를 입은 나는 공부에 관심없고 놀기를 좋아하는 평범한 여학생이었다.학교 가는 길이 같아도 아슬아슬하게 교문을 통과하고 종치기 10분전에 가방을 다 싸고 종이 치자마자 하교를 하는 나와는 달리, 너는 등교시간보다 1시간 빨리가고 하교시간보다 1시간 늦게왔다. 그래서인가 우린 우연히라도 마주치는 일이 없었다.네가 공부만 해서 그런걸까? 자연스레 예전보다 말하는 횟수도 줄어들고, 가끔씩 복도에서 마주쳐도 자주하던 장난도 걸지 않고 그냥 인사만 했다. 왜인진 모르겠지만, 그냥 그렇게 해야할것만 같았다.중학교 졸업하기 바로 전날, 너는 펑펑 울었는지 눈이 퉁퉁 부은채로 나에게 찾아왔다. 네가 나에게 찾아온게 너무 오랜만이라 어색해하며 너의 부은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너의 입에서 "있잖아..... 나... 미국으로 이민가..." 라는 말이 웅얼거리며 나왔을때, 나도 모르게 무뚝뚝하고 퉁명스럽게 "어.. 그래 잘가" 라고 대답하고 말았다.나의 말에 너는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해졌고 나는 그런 너의 눈을 보고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그리고 미안한 마음에 다시 인사를 하기 위해서 고개를 들었을때 너는 없었다.중학교 졸업식이 끝나자 마자 공항으로 바로 간 너에게 제대로 된 작별인사 하나 못하고 그렇게 널 보냈다.고등학교를 다니며 나는 성숙해지고 있었다. 가끔씩 엄마가 호들갑을 떨며 편지로 온 너의 사진 좀 보라며 나를 부를땐, 정신차리고 공부한다는 핑계로 보지 않았다. 가끔씩 확인하는 메일로 오는 너의 메일을 나는 보지도 않고 삭제했다. 문제집에서 너의 이름이 나올때 나는 그 이름이 안보일때까지 연필로 칠했다. 가끔씩 어린모습의 네가 꿈에 나올때도 있었지만, 난 그 꿈에서도 너를 피해 숨었다.나는 성숙해지는게 아니라 성숙해지는 척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그저 친구사이인, 아니 친구사이였던 너 때문에.* * *수능이 끝나고, 하루종일 집에서 귤을 까먹으며 뒹굴거리다 무심코 창밖을 보았다. 너와 닮은 함박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옆에서 낮잠을 자고있는 오빠들을 깨울까 하다가 그냥 나 혼자 나가고 말지 라는 생각으로 대충 거실에 널부러져있던 패딩을 하나 주워 입고 밖으로 나갔다.눈, 오랜만에 제대로 보는것 같다. 공부니 뭐니 하면서 눈이 와도 슬쩍 보고 넘기고, 그 다음날 아침엔 길이 얼어 투덜투덜 댔었는데...땅을 보며 아파트 앞에 쌓인 눈을 뽀드득 뽀드득 소리나게 밟으며 걸어다니고 있는데, 누군가의 그림자가 내 발끝에 닿았다. "오랜만이야 ○○아."목소리를 따라 고개를 들었을땐, 미소를 머금은채로 나를 바라보고있는 김준면, 네가 있었다.분홍색 가방을 메고 다녔던, 툭하면 울었던, 나보다 키가 작았던 너는 3년 사이에 남자가 되어 돌아왔다.너와 난 마주서서 서로를 한참동안 바라봤다. 그러다 너는 미소를 거두고 나에게 한발자국씩, 천천히 다가왔다."○○아, 오랜만에 봤는데 할말 없어?"너의 말을 듣고, 그제야 멍해졌던 정신이 돌아왔다.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우리가 함께 했던 그 시절 때 나눈 말처럼 할수 있을지 살짝 고민하다가 입을 뗏다."그래 절친 준면아! 오랜만이다 잘지냈지?"내 말이 너는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나는 너를 바라보았고, 너는 내 빨개진 손을 바라보았다."너의 짧은머리, 너의 파란색 가방, 네가 준 사탕, 그리고..."너는 천천히 말을 내뱉다가 잠깐 멈추었다. 그리고 내 손을 바라보고 있던 너는 성큼 다가오더니 너의 따뜻한 두 손으로 내 손을 잡고, 고개를 들어 내 눈을 바라봤다."○○아, 네가 보고싶고 그리웠어.""아, 나도...""..............네가 좋아."너의 그 말에 내 마음이 간질거리기 시작했다.주저리제가 올해 1월달에 다른사이트에서 올렸던 글이에요.조금 수정해서 올립니다.이런 단편으로 가끔씩 올께요~즐거운 하루 보내시길^^ 유리화 l 작가의 전체글 신작 알림 설정알림 관리 후원하기 모든 시리즈아직 시리즈가 없어요최신 글현재글 최신글 [EXO/준면] 친구사이 812년 전위/아래글현재글 [EXO/준면] 친구사이 812년 전공지사항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