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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김태형] 新 안다미로 01 | 인스티즈

 

 

 

 

 

新 안다미로 01

 

 

 

 

 

 

이건 진짜 존나 말도 안 된다. 내가 우리 오빠들 팬싸에 당첨되는 것보다 더, 진짜, 정말로, 존나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세상 어떤 수식어를 붙여도 지금 내 기분을 설명할 수는 없었다. 말그래도 그냥, 진짜 황당했다. 내가 황당이고 황당이라는 단어 자체가 내가 된 기분... 이건 진짜 내가 겪을 수 있는 말도 안 되는 일 중에서도 역대급으로 뽑힐 만한 일이었다. 설마, 그래도 혹시라는 게 있어서 잠시 눈치를 보다 몰래 허벅지를 세게 꼬집었다. 어쩌면 이게 진짜 꿈일 수도 있는 게 아닌가. 그리고 아직은, 나 역시도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기에, 그러니까 말그대로 이게 존나 개꿈이라고 믿고 싶었기에 온 힘을 다해 허벅지를 꼬집었다. 꼬집은 허벅지는 눈물이 찔끔 날 정도로 아렸고, 그로 인해 이게 꿈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다. 무어라 말해야 할지 몰라 입만 떡 벌리고 멍하게 있는 내 앞에서 엄마, 아빠와 똑같이 생긴 사람들이 나보다 더 놀란 표정으로 입을 떡 벌리고 있는 중이었고,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나를 아씨라 부르는 아이의 목소리에 온 집 안 사람들이 나를 보며 수군대고 있었다. 그러니까 지금, 내가 아씨라고?

 

 

 

 

 

-

 

 

 

 

 

어찌할 줄 모르고 멍하게 서 이리저리 눈치만 보는 나를 가만히 지켜보시던, 우리 엄마와 똑같이 생긴 아주머니는 결국 눈물을 보이셨다. 그리고 그런 아주머니를 아빠와 똑같이 생긴 아저씨가 달래기 시작하셨다. 오, 스윗 가이... 가 아니라, 그러니까 그 분들은 내가 현재 차지하고 있는 몸의 어머니, 그리고 아버지였다. 현실의, 그러니까 대한민국의 나였다면 그대로 바로 달려가 엄마를 토닥이며 달래고 아빠한테는 엄마 왜 이러냐며 걱정을 잔뜩 했겠지만, 일단 여기는 대한민국이 아니었고, 이 분들이 내 엄마, 아빠와 얼굴만 똑같이 생겼을 확률이 99.99999% 였으므로 아무것도 못한 채로 멍하게 그 모습을 구경하는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왜 우세요, 그 한마디조차도 못 했다. 이런 내가 멍청하고 한심하게 느껴져도 어쩔 수 없었다. 어떻게 하겠는가. 나는 아직도 상황 판단 중이었고, 꿈인지 현실인지 조차도 여전히 헷갈리는 중이었는데. 이게 뭐야, 비 맞은 다음에 자고 일어났더니 존나 말도 안 되는 일만 생겼다. 마당... 마당이 맞겠지. 어쨌든 마당에서 그 소동이 일어나는 중에 웬 아줌마 한 명이 아씨, 하며 달려와 나를 부축하고는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아씨, 일어나셔서 정말로 다행이에요."

 

 

 

 

 

아무래도 나는 진짜 아씨가 맞는 모양이었다. 그러니까, 현재 내가 차지하고 있는 이 몸이, 즉, 이 몸의 주인이 아씨가 맞는 모양이었다. 물론 두 명밖에 만나지 못 했지만 집 안의 사람들이 모두 나를 아씨라고 불렀다. 계속 그렇게 불리다 보니까 그냥 내 스스로가 아씨가 맞는가 보다, 하고 느껴졌다. 하지만 그렇게 인정을 했음에도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 있었다. 왜 이런 사태가 일어난 것인지, 나는 진짜 이해가 되지를 않았다. 그냥, 나는 비를 맞고 잠든 것 뿐인데. 아니, 그럼 그건 그렇다 치고. 대한민국의 나는 어떻게 되는 걸까. 이게 진짜 꿈인지 현실인지. 아니, 또 그렇게 따지면 아까 허벅지가 존나 아팠으니까 꿈은 아닌데... 쓸 데 없는 생각을 하며 방 안으로 끌려간 나는 그대로 아줌마의 손에 의해 다시 침상에 눕혀졌다.

 

 

 

 

 

"아니, 잠깐, 잠깐만요."

 

 

 

 

 

뒷통수가 베개에 닿자마자 손을 휘적거리며 다시 침상에서 일어나는 나를 보며 아줌마가 이상하다는 듯 물어왔다. 아씨, 왜 제게 경어를 쓰십니까. 그런 아줌마의 반응에 당황스러운 것은 오히려 내 쪽이었다. 당연히 내가 나이가 적으니까 높임말을 쓰는 게 맞지 않나. 한참 가만히 생각하다 다시 눈이 마주친 아줌마에 어색하게 웃었다. 그런 내게 아줌마 역시 잔잔히 미소를 지어보였다. 하긴 지금 내가 이런 옷을 입고 아씨 소리를 듣는 것을 보니까 여기는 신분 사회임이 틀림 없는 것 같았다. 아줌마도 나한테 경어를 쓰시는 걸 보니 더 그렇고... 그러다면 이 아줌마는 나보다 낮은 사람이라는 결론이 나오는데, 하긴 나를 아씨, 아씨하시면서 아까부터 내게 경어를 쓰셨지... 아, 내가 높은 사람이라는 거고. 또 아까 나갔을 때 진짜 스치듯 잠시 본 거지만 위풍당당한 풍채를 뽐내며 서있던 집 구조를 떠올리면 꽤 지체높은 집안의 규수라는 건데. 와... 이런 게 바로 신분 상승이구나. 이게 바로 돈의 맛, 신분의 맛... 진짜 나 봉 잡은 건가.

 

 

 

 

 

"거, 거울... 없느냐."

 

 

 

 

 

억, 시벌탱. 말하자마자 토할 뻔 했다. 이런 내 모습이 존나 어색하고 낯설었다. 사극에서나 쓸 법한 말투로 묻는 내 말투가 진짜 말그래도 더러웠다. 아마 날 아는 사람이 하나라도 있었다면 진짜 내 등짝을 막 때리면서 욕을 잔뜩 했을 게 분명하다. 그래도 어제 우리 오빠들을 주인공으로 쓴 조선 시대가 배경인 문학 작품을 읽길 잘 했다며 혼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그거라도 읽어서 다행이지... 그러고 보니까 그 문학 작품에서 서술한 것들이랑 뭔가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뭐, 다 거기서 거기겠지.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을 하며 다시 아줌마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기다렸다는 듯 아씨가 너무 오래 누워 계었는지 기억이 잘 없으신가 봅니다, 하며 나긋하게 말해오는 아줌마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리고는 곧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그러니까 소위 말하는 엄마 미소를 지으며 침상 옆의 상의 경대를 열었다.

 

 

 

 

헐, 저거 우리 집에 있는 거랑 겁나 비슷하다. 물론 우리집 거는 짜가리겠지만... 아줌마의 부축을 받으며 다시 일어났다. 아, 근데 나 별로 안 아픈데... 나 존나 체력 빼면 시체인 사람인데... 아파서 입원한 적도 없는데, 아니, 링거 맞은 적도 없는데... 말할까, 말까.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링거 따위의 말을 내뱉는 순간 또 아씨가 아픈 게 분명하다며 강제로 눕혀서 또 한참을 지내야겠지? 역시 말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며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봤다. 와... 시바, 오, 시바신이시여. 이게 무슨 일이랍니까. 거울 속의 나는 그냥 '나'였다. 더 설명할 것도 없었다. 그냥 나였으니까. 이게 바로 나라고. 그저 교복에서 한복으로 바뀌었을 뿐... 내심 진짜 인형 같은 얼굴을 가진 몸에 들어가 있기를 바랬는데 그냥 나였다. 존나 실망. 그리고 잔뜩 실망한 내 표정을 본 아줌마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다시 경대를 닫았다. 나야, 나라고. 이게 뭐야. 진짜 타임 워프? 시발, 난 판타지 성애자도 아닌데...

 

 

 

 

 

"그나저나 별이 요 기집애는 어디서 뭘 하길래 이리도 안 오는지..."

"별이?"

 

 

 

 

 

곧 경대를 조심히 정리한 아줌마가 혀를 차며 문쪽을 바라보았다. 별이? 낯선 이름에 내가 다시 별이? 하며 되묻자 아줌마가 진짜 깜짝 놀랐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나를 쳐다본다. 하, 하하... 너무 오래 앓았더니 정말 기억이 없구나, 윽... 대충 주위 반응으로 때려 맞춰 힘 없는 목소리를 내며 이마에 손등을 대고 눈을 살짝 감으니 아줌마의 표정이 금세 누그러진다. 하긴 여덟 달을 누워 있으셨으니... 별이는 아까 아씨 방에 수건이랑 대야를 들고 왔던 제 딸년입니다. 저는 별이 어멈이라고 부르셨는데 그건 기억 나세요? 아줌마, 아니 별이 어멈의 말에 어... 아, 그래... 들으니 좀 기억이 난다, 하며 너스레를 떨자 금세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워내고는 다행이라며 웃는다. 기억은 개뿔, 나는 이 나라 사람도 아닌데. 존나 여기서 어떻게 살아야 하나, 앞으로의 생활이 막막하기만 하다.

 

 

 

 

 

"요년, 왜 이렇게 늦게 왔느냐."

 

 

 

 

 

그렇게 별이 어멈과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주고 받는데 때마침 또 별이라는 아이가 대야와 수건으로 보이는 것을 들고 방으로 들어온다. 그런 별이를 보며 별이 어멈이 금세 입에서 욕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그 모습이 괜히 한국에 있는 우리 엄마와 겹쳐보여 작은 목소리로 웃었는데 또 그 웃음소리를 용케 들었는지 별이와 별이 어멈 모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다.

 

 

 

 

 

"죄송합니다. 아씨 앞인데..."

 

 

 

 

 

내 웃음소리를 잘못 해석한 건지 바로 별이 어멈은 고개를 조아린다. 그런 별이 어멈 옆에서 별이라는 아이가 멀뚱히 앉아 있자 힐끔 보고는 별이의 뒷통수도 곧바로 잡아서 꾹 눌린다. 그런 반응에 괜히 당황한 내가 아니, 아니다. 그럴 필요 없어. 보기 좋아 웃었다, 하며 손사레를 치자 정말이십니까, 하고 물어오며 얼굴이 밝아진다. 잔뜩 기대를 품은 얼굴이 귀여워 그럼, 괜찮다, 하고 작게 웃자 별이도 환하게 웃는다. 쏙 들어가는 보조개가 귀엽다. 윽... 존나 귀여워... 동생 삼고 싶어...

 

 

 

 

 

"저는 이제 가보겠습니다. 별이, 아씨 똑바로 봐 드려라."

 

 

 

 

 

별이 어멈이 별이에게 단단히 이르고는 문을 나선다. 별이 어멈이 나서니 이렇게 조용할 수가 없다. 눈이 마주치고 어색한 미소를 짓자 별이가 또 환하게 웃는다. 아, 진짜 웃는 거 너무 예쁘다. 지금 이 순간 여덕이 존재한다면 아마 그건 내가 아닐까... 곧 아씨가 깨어나셔서 다행이라며 별이는 조잘거리기 시작한다. 그에 대충 맞장구를 쳐주며 고개를 끄덕이자 잠시 눈치를 보던 별이가 입을 꾹 다문다.

 

 

 

 

 

"아, 또 입이 방정... 아씨, 시끄러우셨죠. 죄송합니다..."

 

 

 

 

 

그리고는 한참 내 눈치를 살피더니 갑자기 또 사과를 한다. 그에 당황한 내가 손을 내저으며 아니다, 듣기 좋아. 재밌는데, 하며 작게 웃음을 터뜨리자 별이가 다행이라며 천진난만한 웃음을 짓는다. 아, 진짜 귀여워... 진짜 여동생 삼고 싶다. 윽... 진짜 이렇게 귀여울 수가 있나... 여기서 별이 너, 내 동생해, 이러면 또 아씨가 미치신 것 같아요... 하면서 격리 되려나. 하지만 이렇게 두기에는 별이가 너무 귀여운 걸 어떡해... 위험한 생각을 하며 별이를 찬찬히 바라보다 문득 드는 생각에 눈을 깜빡였다. 아, 별이한테 물어봐야지.

 

 

 

 

 

"얘, 별아."

"네, 아씨."

 

 

 

 

 

별이를 부르자마자 즉시 대답을 해와 오히려 당황스러운 것은 내 쪽이었다. 일단 부르긴 불렀는데 뭐라고 입을 떼어야 하지. 진짜 이게 꿈이 아니라 현실이라면 뭐, 그런 거라고 있었으면 좋겠다. 왜, 보통은 이런 일을 막 게임 속으로 들어간다든지 그런 일을 통해서 겪지 않는가. 그리고 그런 주인공들 옆에는 조력자와 같은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러니까 나한테도 그런 게 있으면 좋겠다고. 그럼 내가 뭐라고 말하고, 어떻게 행동할지 진짜 다 가르쳐줄 거 아니야... 소리 없는 아우성을 지르며 가만히 별이를 보다 나를 빤히 쳐다보는 별이와 눈이 마주쳤다. 괜히 혼자 쫄아서 눈동자만 이리저리 굴리다 겨우 입을 떼었다. 어... 그러니까, 내가 아씨지?

 

 

 

 

 

"아씨, 어찌 그리 당연한 걸 물으십니까."

 

 

 

 

 

내 말에 잔뜩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은 별이가 곧 내게 대충 이런저런 것들을 설명을 해주기 시작한다. 다른 거는 모르겠고, 그냥 우리 아빠와 똑같이 생기신 분이 엄청 높은 직위를 가진 건 알겠다. 그리고 그 분의 하나밖에 없는 자식이 나라는 것도. 내 배경에 대해 대충 설명을 해주던 별이가 곧 아, 하며 작게 탄성을 지르고는 곧 다른 이야기까지 이것저것 꺼내놓기 시작한다. 대충 들으니 뭐, 내가 8개월 전 비를 맞고 시름시름 앓다가 오늘 깨어났다, 나는 노란색을 좋아했다, 곧 세자비 간택이 있을 예정인데 그 전에 눈을 뜨셔서 다행이다... 등등. 대충 별이의 말을 들으며 대한민국의 나와 비교하던 중 그제서야 팔목에 무언가 스치는 느낌이 들었다. 자기 얘기에 집중한 별이를 슬쩍보고는 조심스럽게 소매를 걷었다. 아, 입을 살짝 벌리고는 멍하게 바라보다 다시 한 번 별이의 눈치를 살폈다. 별이는 이미 제 얘기에 꽂혀 이 쪽에는 관심도 없다. 내 손목에는 한참 삘 꽂혀 친구랑 만들었던 소원팔찌가 곱게 묶여 있었다. 연노랑색과 연보라색의 조합이 진짜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너무 예뻐서 흐뭇했었는데. 옷도, 집도 모두 바뀌었음에도 이 팔찌는 내가 대한민국에서 왔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것 같았다. 집을 생각나게 하는 유일한 '내' 것.

 

 

 

 

 

그건 그렇고 다시 별이의 얘기를 듣기 시작하는데 신기한 점이 한두 개가 아니다. 생전 건강하던 나, 그러니까 별이에게는 아씨가 되는 사람이 어느 날 비를 맞고 나서부터 앓기 시작했다고 한다. 심지어 그 날도 어김없이 노란 옷을 입고 있었다고. 내가 여기, 조선시대인지 어딘지 모를 곳에 오기 전에도 고장난 노란 우산 덕분에 비를 맞고 쓰러져 잠들었었는데. 이거 존나 연관성 있는 거 아니야? 별이의 얘기를 하나하나 차례로 들으며 그런 의심을 하다 한국의 나와 차이가 뭔지 생각했다.

 

 

 

 

 

좋아하는 거, 싫어하는 거 다 똑같고, 내 얼굴, 내 몸, 우리 부모님 얼굴 똑같고, 달라진 건 배경 밖에 없잖아? 거기다 그 배경이 완전 사기캐다. 존나 부잣집의 딸, 그것도 하나밖에 없는 딸. 말 그대로 그냥 스펙 쩌는 집. 그 집의 딸이 되었다고, 내가. 아무리 다시 생각해도 꿈인 것 같아 별이 몰래 허벅지를 다시 한 번 꼬집었다. 아, 여전히 아픈 걸 보니까 꿈이 아닌 건 확실한 것 같다.

 

 

 

 

 

여전히 신나서 쫑알거리는 별이를 보다 몰래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마음껏 즐기다 가야겠다. 내가 지금 아니면 또 언제 이렇게 살아보겠어.

 

 

 

 

 

-

 

 

 

 

 

"저하, 이러시면 아니 되옵니다."

"어허, 김 내관은 너무 걱정이 많소."

 

 

 

 

 

저를 말리느라 진땀을 다 뺀 김 내관이 전혀 보이지도 않는지 태형은 개구지게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그런 태형을 따라 시선을 돌린 김 내관은 담장을 한 번 보고는 한숨을 쉬며 태형의 눈치를 살폈다. 음, 이 정도면 괜찮겠군. 김 내관은 가지 않을 작정이오? 그런 김 내관의 마음은 전혀 모르는 듯 태형은 허리에 손을 짚고는 가만히 김 내관 쪽으로 다시 고개를 돌려 웃어 보였다. 진짜 철이 없어도 이렇게 없을 수가 없다. 김 내관은 태형 몰래 작게 한숨을 쉬고는 다시 고개를 살짝 조아리며 간청했다. 저하, 전하께서 알게 되시는 날에는.

 

 

 

 

 

"뭐, 죽사발 되는 수 밖에 더 있겠소."

 

 

 

 

 

하지만 그런 김 내관은 전혀 눈에 보이지도 않는지 태형은 관심조차 주지 않았다. 순간 김 내관은 몹시 울고 싶어졌다. 왜 하필 저하를 맡게 되어서... 그런 김 내관의 속마음은 전혀 모른 채로 심드렁히 답한 태형은 곱게 싸여있는 보자기 속에서 옷을 꺼냈다. 김내관은 매번 툴툴거리시면서 늘 준비는 잘 해놓는 듯 하오. 태형이 김 내관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저하, 전하께서.

 

 

 

 

 

전하께서 진짜 죽사발이라도 시키겠습니까. 세자 주제에 죽사발이라는 저급한 언어를 쓰는 태형을 김 내관은 한심하게 바라보았다. 김내관이 한심하게 저를 바라보든 말든 태형은 김 내관이 준비해놓은 겉옷을 하나하나 입기 시작했다. 이 정도면 도령으로 볼 것도 같군. 제 모습을 내려다본 태형이 흡족하게 웃었다. 그런 태형의 모습을 보며 예, 하고는 흐뭇하게 웃던 김 내관이 또 세자에게 말려들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장차 이 나라를 끌어나갈 왕이 되어야 할 세자가... 쯧, 거리며 혀를 차도 김 내관은 태형이 얼마나 훌륭한 세자인지를 알고 있었다. 누구보다 학문에 힘 쓰고 있을 뿐만 아니라 무술도 연마하고, 또 그 누구보다 백성의 삶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이것 또한 답답한 궁을 벗어나 일탈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백성의 삶을 좀 더 가까이서 지켜보고 왕이 되었을 때 선정을 베풀고자 한다는 것을. 그리하여 김 내관은 늘 걱정스럽다는 듯 말려도 태형의 옷을 준비하고 같이 따라나섰다. 물론, 얼마 전에 태형의 아버지, 즉 전하에게 꼬리를 밟히긴 했지만. 저하가 함부러 담을 넘지 못하게 하라 이르셨는데... 김 내관은 꽤 곤란한 표정으로 킁, 하며 곤룡포의 소매로 코를 훔치는 태형을 바라보았다. 어쩐다. 그 와중에도 태형은 따라올 거면 얼른 가자며 김 내관을 재촉했다.

 

 

 

 

 

"어디 한 번 진짜로 죽사발 당해볼 테냐."

 

 

 

 

 

김 내관이 한참 갈등하고 있을 그때, 태형의 귀를 누군가 잡아당겼다. 아... 누구... 전하. 태형이 깜짝 놀라 눈을 이리저리 굴리자 왕은 소리내어 작게 웃었다. 김 내관, 왕의 부름에 김내관은 고개를 숙였다. 예, 전하. 왕이 다시 입꼬리를 잔뜩 끌어올려 웃으며 말했다. 아들 놈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소. 이 놈의 김 가는 왕인지, 아닌지. 그 아빠에 그 아들이라고 태형과 다름없이 저급한 단어를 툭툭 내뱉는 왕의 말에 당황한 김내관이 어색히 웃었다. 예, 그게...

 

 

 

 

 

"김 내관을 탓하려는 것은 아니니 됐소. 그나저나 세자, 곧 세자빈 간택이라는 건 알고 있었는가."

"...김 내관."

 

 

 

 

 

김 내관을 부르는 걸 보니 몰랐나 보군. 왕이 웃으며 자신의 내관을 거느리고 돌아섰다. 참, 왕이 다시 돌아 태형을 보며 인자하게 웃었다. 보라색이 참으로 어울린다, 네 어미가 생각나. 조심히 갔다 오거라. 궁궐을 탈출할 때면 언제나 김내관은 보라색 옷을 준비해 두었다. 태형이 보라색을 보며 자신의 어머니를 생각했듯이 왕도 지금은 없는 자신의 아내가 생각났으리라. 자신의 아들을 사랑이 넘치는 눈으로 본 왕이 태형에게 담 밖으로 가라는 듯 손짓했다. 

 

 

 

 

 

멍하게 서 가만히 왕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태형의 얼굴에 서서히 미소가 퍼졌다. 나갈 수 있다. 입가에 만연히 미소를 띤 태형이 곧 김 내관에게 나가자며 재촉했다. 분명히 제가 아는 세자 저하는 똑똑하고 좋은 분이 맞는데 왜 이러실까. 정작 중요한 세자빈 간택은 금세 머리 속에서 지워버린 태형을 따라나서며 김내관이 한숨을 쉬었다.

 

 

 

 

 

 

***

와... 근데 몰랐는데... 안다미로가 이렇게 분량이 많았나요? 거의 어린 아빠랑 맞먹는 것 같은데...

오르치데우스 > 어린 아빠 > 안다미로 순인 것 같아요. 저 다시 수정하면서 식겁했습니다, 진짜... ㅎㅎ

아, 얼른 오르치데우스도 올려야겠다는 생각은 늘 하는데 왜 그게 마음처럼 안 될까요... 네... 조만간 해리포터 진짜 다시 봐야 할 것 같아요. 우리 정국이도 얼른 등장 시켜야 하는데... ㅠㅅㅠ

어쨌든 안다미로 보신 분들도 많겠지만! 뭔가 조만간 세자랑 아씨랑 만날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지 않나요... 아... 그리고 별이는 다시 봐도 너무 귀여워요... 윽... 내 동생 해라... 우리 별이...

와. 그나저나 안다미로 처음 썼을 때도 여름이었는데 새삼 엄청 신기하네요. 댓글 두 개로 시작했던 저인데 프롤로그에서 댓글 엄청 달려서 너무 놀라고... 또 감동 받았어요... 진짜 우리 독자님들 너무 최고시지...

오르치데우스도 얼른 데려오도록 노력 하겠습니다 ^ㅁ^

참, 안다미로에서는 암호닉을 받지 않으니 오르치데우스의 암호닉을 사용해 주시면 돼요! ㅎㅎ 예쁜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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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이건 팁 아닌 팁인데요. 지금 안다미로에는 구독료가 붙어 있지 않으니까 수정되기 전의 내용이 궁금하신 독자님들은 그것도 한 번 보시는 걸 추천해 드립니다 ^ㅁ^ 대신 재미는 보장 못 해요...! ㅎㅎ
7년 전
독자1
워더 무지읽고시ㅠ깆만 지금너무졸리니까일언서볼게요ㅠ
7년 전
독자2
비비빅이에요! 안다미로ㅠㅜㅜㅜㅠ별이도 여주도 태형이도 다시 보니까 정말 좋네요ㅠㅜㅜㅜㅜ기억나는 부분도 많지만 앞으로 또 새로 볼 이야기들을 위해서 잠시 정주행은 미뤄둬야겠어요ㅠㅜㅜ
7년 전
독자3
꽃소녀입니다!!!
진짜 막 분위기???라고 해야되나???그런게 머무 이쁜거같아요ㅜㅜㅜㅜ다시보니까 막 처음봤을때 감정들이 새록새록ㅜㅜㅜ

7년 전
독자4
사랑해요 이런글 조하영><♥
7년 전
독자5
으아 ㅠㅠㅠㅠ 분위기가 예쁜 글인것 같아요 ㅠㅠㅠㅠㅠㅠㅠ 아직은 혼락스러운여주와 세자태형이라니 ㅠㅠ
7년 전
독자6
첼리에요!!안다미로를 다시 보게되다니..그것도 신버젼으로ㅜㅜㅜ너무 좋아요 진짜...오르치데우스만큼 어린아빠만큼 (폭풍눈물) 태태야...보라색 도포 입고 갓 쓰고 네모입 만들면서 웃는 태형이가 그려지네요ㅎ
7년 전
독자8
응아어아아아아아앙 다시 이렇게 보니까ㅠㅠㅠㅠㅠㅠ 굉장히 좋아요 ㅠㅠㅠㅠㅠㅠ
7년 전
독자9
뜌입니다ㅠㅠ 너무 재밌어요ㅠㅠ 작가님 잘 읽고가요!! 이제 둘이 만나기만 하면 되는것인가요 두근두근ㅎㅎ 항상 글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7년 전
독자10
골드빈이에ㅔ요! 밀린신알신하나식확인해보다 안다미로ㅠㅠㅠㅠㅠㅠㅠㅠ보게되엇는데ㅜㅠㅠㅠㅠ오랜만인거맞죠? 뉴 안다미로니간요! 으앙 조아요ㅠㅠㅠㅠㅠ완전보고싶엇어요ㅠㅠㅠㅠ
7년 전
독자11
작가님.. 전 언제나 작가님을 기다려여.. 보곳ㅍ네여
7년 전
독자12
작가님을 기다리며...정주행을 시적할려합니드..☆
7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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