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락비/지권] 잘 지냈으면 한다 02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1/2/2120f5dd9ff82aa60d010a8e93fc9e3f.jpg)
항상 당연하다는 듯이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는 아닌 거 같다.
엄청나게 어릴 때부터 알고 있었다. 준비를 끝낸 지는 오래전이다.
근데 괜히 낯설게 느껴진다. 뭐, 힘들다는 건 아니다. 낯설 뿐이지.
"권아."
"으응,"
"선생님이 미안해요."
그땐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었다. 지금 이 말을 들었더라면 부끄러운지도 모르고 선생님 앞에서 눈물 한 방울을 떨어트렸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냥 모든 걸 그만뒀을지도 모른다.
생각하자면 그렇다.
나는 아팠다. 엄마가 그랬다. 유전이라고.
유전이라고 생각했다. 아버지께서도 아프셨으니까.
아니었다. 아버지는 병명이라도 알고 계셨다.
나는 모른다. 알 수 없다고 했다. 여기저기 도움도 청해봤다. 대답은 똑같았다.
노력은 했지만 모르겠다고. 미안하다고. 모두 그렇게 말했다.
엄마는 힘들어하셨다. 엄마만 힘들어하셨다.
나는 몰랐다. 무슨 상황인지도 몰랐다.
엄만 언제 나보고 얼른 가버리라고 하셨다.
등에 업힌 내가 많이 무거우셨나 보다.
나는 몰랐다. 그런 걸 알아채기엔, 엄마 등 위 내 무게를 알아채기엔,
고작 여섯 살 먹은 어린아이였다.
힘들어하는 엄마에게 위로조차 해드리지 못했다.
오히려 싱글벙글 웃었던 거 같다.
지금도 그렇다. 여전히 날 업고 계신다. 힘겨워하신다.
이제 곧 엄마는 몸이 가벼워질 거다.
엄마를 보듬어줄 새로운 사람도 있다.
아, 오래전부터니까 새로운 사람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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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었다. 김유권이 싫었다.
어느 순간 나타나서 우지호 옆에서 설치는 김유권이 싫었다.
지호는 좋아하는 거 같았다. 마음에 들어 하는 거 같았다.
속상했다. 마음이 쑤셨다.
우지호가 웃으면 괜히 뿌듯했었다.
막을 수 없었다.
그게 나였다.
짜증도 많이 났었다.
어려서, 사춘기여서, 철이 없어서 느끼는 감정인 줄 알았다.
내 모든 게 자라도 똑같았다.
많이 복잡했다.
그냥 정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워낙 좋아하던 친구니까, 친해지고 싶었던 친구니까.
내가 착각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럴수록 더 속상했다.
그냥 나를 원망할 뿐이었다.
우지호도 모르진 않았을 거다.
고마웠다. 날 멀리 두지 않는 우지호가 고마웠다.
고맙다는 말 한마디도 못한다 나는.
혹시 아닐까 봐.
또 착각일까 봐.
난 뒤로 더 물러났다. 내가 생각해도 이기적인 거 같다.
항상 원망하기만 했다.
나도, 우지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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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펜을 들었다.
종이도 많이 준비했다.
내 마음을 전해야 할 사람이 많다.
아직도 조금의 희망을 놓지 않는 엄마도,
아무것도 모르는 우지호도,
바보 같은 경이도,
이제 나 대신 엄마 곁에 있어줄 선생님도
또,.
생각이 안 난다.
어휴.
뒷 종이에 자국이 남을 정도로 꾹꾹 눌러서 썼다.
눈앞이 흐렸다.
글씨가 잘 안 보였다.
더 꾹꾹 눌러서 썼다.
눈을 꾹 감았다가 떴다.
선명해졌다.
곧 흐려진다.
똑같은 행동을 반복했다.
종이 위 글씨는 알아볼 수 없었다.
새로운 종이를 앞으로 꺼냈다.
그냥 다시 종이를 구석으로 밀어 넣었다.
몇 자 적는 게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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