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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편은 짧으니까 구독료 무료입니다 :) 총 3편 구성. 


1.

『아저씨.. 우리 처음 만난 날 기억해?』


 항상 그렇듯이 경수는 말이 없었다. 작게 끄덕끄덕 긍정의 표시였다. 기억하는구나.. 종인이 소리 없이 웃으며 기쁜 티를 냈다.


『그 날도 이렇게 비가 조금씩 오다가..』


 빗줄기가 굵어졌다. 물줄기가 마른 시멘트 바닥을 거세게 두드리는 소리가 어느새 발목까지 잠겨들고 있었다. 우산을 누르는 압력이 툭툭 일정하다가 이제는 불규칙적으로 떨어져 우산의 무게가 불었다. 축축하게 옷을 먹은 비들이 몸에 스며들어 따뜻한 체온을 녹이고 있었다, 점점 추워졌다. 양 쪽이 막힌 골목길에서 바람은 일직선으로 불었다. 비가 우산 속 까지 기어이 비집고 들어올 때 앞으로 내렸던 우산을 조금 들자 아저씨가 있었다. 그게 경수와 종인의 첫 만남이었다.


『아저씨 그때 참.. 예뻤는데』


 작게 움직이던 그네를 멈추고 경수가 종인에게 고개를 돌렸다. 어둠속에서 놀이터 모래 속에 숨은 유리가 경수의 눈과 함께 반짝였다. 경수가 다시 고개를 돌렸다. 별이 빛을 내지 못하는 밤이었다. 고요한 밤 속에 울리는 것은 그네의 삐걱거림 뿐이었다. 둘은 말이 없었다. 몇 십초에 한 번 꼴로 내리던 비가 어느새 몇 초에 한 번 꼴로 내리기 시작했다. 조금 있으면 빗줄기가 더 굵어질 것을 둘은 알고 있었지만 누구하나 일어나지 않았다.
 가자.. 한참 후에 경수가 그네에서 일어났다. 오랫동안 사용되지 않았던 낡은 그네가 불편한 소리를 냈다. 밤의 도화지에 처음으로 높은 소리가 그려졌다. 그 소리에 인상을 찌푸리던 종인이 경수를 말없이 따랐다. 조금 더 경수를 붙잡아 두고 싶었지만 자신의 집으로 향하는 모습을 보고 포기했다. 밤이 길수록 둘의 시간은 점점 더 짧아져갔다. 비는 다시 약해져 발자국 소리에 침식됬다. 급하지도 느리지도 않는 여유로운 발소리, 경수는 언제나 그랬다. 밤을 끌고가는 종인의 무거운 발걸음과는 항상 달랐다. 경수가 발을 뗄 적마다 헐렁한 트레이닝복 바지 끝이 올라갔다. 살짝 드러나는 하얀 복사뼈, 종인이 첫 만남을 상기할 적마다 얘기하는 예쁘단 것이었다. 거센 비바람 속에서도 골목길 바닥에, 무릎을 고개에 파묻히고 앉아있던 경수를 보고 종인은 달려들어 우산을 씌웠다. 우산 속에서 빗소리가 더 낮게 울렸음에도 고개를 들지 않았다.


『저기, 괜찮아요? 왜 이러고 있어요?』


 종인의 말은 빗소리의 변주였다. 그만큼 우산 속에 울리는 빗소리가 웅장했다. 들리지 않은 걸까. 이번엔 더 크게 말을 하자 그가 슬며시 고개를 들었다. 정말 천천히, 어떻게 고개가 뒤로 돌려지는지 하나의 장면, 장면들을 보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다시 천천히 고개가 숙여졌다. 까만 정수리가 눈에 닿자 그제야 남자의 눈이 인식됐다. 울고 있구나, 이사람. 어떤 이가 봐도 경수는 그저 울고 있는 사내였다. 자신의 일이 아니었음에 무시해도 되었을 이 상황을 종인은 벗어나지 못했다. 사내의 눈물 속에 갇혀버렸다. 종인은 우산을 들고 경수의 옆에 같이 앉았다. 시선을 점점 아래로 내리자 반팔과 반바지로 가려지지 않은 하얀 팔목과 다리가 보였다. 추위에 떨어 하얘졌다기보다 그 자체로 하얘보였다. 종인을 만나기 전부터 맞고 있었던 비 때문에 경수의 하얀 팔에서 빗줄기가 떨어졌다. 그에게선 또 다른 비가 내리고 있었다. 종인은 사내의 비를 그치게 하고 싶었다. 그냥 발치에 있는 하얀 복사뼈가 비에 젖어 반들거렸기 때문이다. 하얗고 연약한 발목을 따뜻하게 쥐어주고 싶다고 생각한 종인은 한참이나 경수의 발목을 바라봤다.


『도경수 아저씨, 발목이 빨개.』


 말없이 앞서가던 경수가 작게 흠칫했다. 평소 반응을 보이지 않던 그의 어깨가 살짝 떨리는 것을 종인은 제대로 보았다. 종인이 경수의 이름을 부르고 말할 때는 상당히 화가 나있다는 무언의 압박이었다. 경수도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종인의 말은 자신에게 상처를 주기 보단 누군가에게 공격적인 태세를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경수가 어두운 한숨을 작게 내쉬며 걸음을 멈췄다. 밤 속에 한숨은 들리지 않았다, 종인에게도 그리고 백현에게도.


『여긴 왜 왔어?』
『아, 아. 안녕? 그냥 네가 집에 없길래 여기로 왔지.』


 백현이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경수에게 다가와 어깨를 감쌌다. 보고 싶었는데 없어가지고 말야. 경수의 귓가에 낮게 읊조리면서 백현의 눈은 종인을 주시하고 있었다. 경수는 처음 있는 이 상황이 무서웠다. 평소 종인을 경계하는 그를 익히 알고 있었지만 언제나 자신의 집 앞에서 기다리던 백현이 종인의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은 처음이었다. 만약 자신이 없었다면.. 경수는 고개를 돌려 종인을 바라보았다. 웃음이 없어졌다. 평소보다 더 밝아있는 밤의 명도를 원망하며 경수는 고개를 숙였다. 가자. 진한 명암의 말이 귓가에 울렸다.


『너도 안녕.』


 백현이 경수의 어깨에 힘을 주어 잡아 당겼다. 종인의 눈은 백현의 손에 향해있었다. 항상 백현만이 쥘 수 있는 아저씨의 어깨. 종인은 자신만이 만질 수 있는 경수의 발목을 갈구했다. 그게 백현에게 대항하는 가장 큰 공격이었으니까. 별 만큼 빛났던 경수의 눈에서 빛이 꺼졌다. 세 명이 있던 자리에 어둠만이 칠해졌다.



[EXO/카디] 아저씨(부제:소설가 경수X학생 종인) 上 | 인스티즈 clumsy mem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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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대박....이분위기..뭐죠...ㅠㅠ왜이리좋죠....정말 표현력이bbb정말 대박이네요 다음에보러또올게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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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런왈츠
ㅠ.ㅠ알아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서사와 묘사에 중점을 두었거든요 :)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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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중 편 읽고 좋아서 첫 화도 보러왔어요 재밌어요 담편도 빨리 보고싶네여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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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런왈츠
감사합니다! 빠른 속도로 3편 올리도록 하겠습니당ㅎ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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