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방에 올린 조각부터 올리고 추가로 쓴 더 긴 조각글 밑에 써놓을게요!
이 글을 올리는 쓰니가 쓰는 것이 아니라, 지인이 인티에 올려달라고 보내준 것을 제가 대신 올리는 거에요~
그 분 필명은 Rendezvous고요, 전 그냥 심부름꾼 역할이라고 생각하여 주세요!
소년들이 걸어온 길은 험난했다. 자갈이 깔리고 유리조각들이 여린 살을 찌르는 길을 맨발로 걷는 그 느낌에 무너져도, 쓰러져도 꾹 참고 계속 앞으로 전진할 뿐이었다. 그들의 길에는 끝이 보이지 않았다. 허무했다. 옆에서 들리는 응원의 말들은 버팀목이 되어주었지만, 때로는 그 미는 힘이 너무 강해서 그 누가 뭐라고 격려를 해도 처참히 무너졌다. 다시 일어서고 넘어지기를 반복했다. 떄로는 자신보다 뒤에서 온 이들이 역전해가는 모습에 망연자실하기도 했다. 그 정상이라는 곳은 너무 까마득하기만 해서, 열심히 붙들어왔던 희망의 줄이 손에서 스르르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 지경이었다. 우리에게 과연, 그 정상이란 것이 있을까. 초심을 간직해 오기도 벌써 여섯 해였다.
소년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소년들은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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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부담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큰 짐이 될까, 미처 생각치도 못 했었다. 그들에게 가수라는 직업은 고단했지만 즐거웠고, 무대는 힘들었지만 재미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지나가는 말로만 들은 그 문장이 그들의 어깨에 무거운 철근을 올려놓은 것만 같았다. 이제 5년차인데, 대상 설마 못 받겠어. 그 문장을 듣는 순간 쿵 무너져내린 소년들의 심정은 누가 책임 질 수 있었을까. 설상가상으로 여러가지 '사건'들이 겹침으로서, 소년들은 떨리는 두 손으로 귀를 막을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쉬고 싶었지만 쉬지 못 했다. 편해지고 싶었지만 그 큰 상을 손에 거머쥐기 전에는 그것조차 허락되지 못 하였다.
그래서 그들은 뛰었다. 몸이 부서져라 뛰었다. 누구보다 열심히 한다는 소리도 들었다. 소년들은 만족했지만, 세상은 그에 만족하지 못 한 듯 싶었다. 너희만 밀어주는 거 티나. 그러고도 대상을 못 받으면 그건 말도 안 되지. 벌써부터 그들의 노력을 부정하는 말에 소년들은 한 번 무너졌다. 떨리는 손으로 짚고 일어나자 보이는 것은 환하게 웃으며 손을 내밀어주는 지지자들이었다. 소년들은 그 손을 잡고 다시 귀를 막았다. 다시 앞을 보았다. 다시 지지자들에게 시선을 고정하였다.
그리고 그들은 견디었다. 그러나 세상은 다시 한 번 등을 돌렸다. 이번에 등을 돌린 세상은 다름 아닌 그들의 지지자들이었다. 평생 함께 있으리라고 달콤하게 속삭이던 이들이 떠나가자 소년들은 다시 쓰러졌다. 일어날 힘이 없었고, 일으켜줄 이가 없었다. 저기 멀리 보이는 정상은 너무 높게 있었다. 뽑아야 할 깃발은 어림도 없다는 듯 비웃고 있었다. 안 되는 구나. 소년들은 중얼거렸다. 희망은 놓지 않았으나 절망이 너무 컸다. 그 때 그들을 업어 부축하는 것 역시 그들의 남은 지지자들이었다. 너희만 비춰준다고 약속했잖아. 그 말은 원동력이 되었다.
이번에는 그들, 지지자들도 함께 뛰었다. 험난한 길에 서로를 위로해갔다. 때로는 울었지만 웃는 날이 더 많았다. 이미 익숙해진 세상의 손가락질 역시 외면하고 앞만 보았다. 옆을 볼 시간은 없었다. 상처투성이인 다리로 뛰었다. 아픔이 가득 차 울 것 같은 기분으로 웃었다. 몸이 부서져라 춘 춤은 찬사를 받았고, 목이 쉬어라 부른 노래는 박수를 받았다. '최고'라는 말이 어느새 만져질 것만 같았다. 그래, 어쩌면 가능할 지도 몰라. 어쩌면 끝에서 웃는 것은 우리일 지도 모르지. 소중히 간직해온 초심이 두근두근 뛰었다. 힘들게 뛰어온 날들의 보상을 그들은 받는 것일까. 아니, 그것은 보상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었으며 그들의 인생의 한 페이지에 영원히 남을 기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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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멜론 아티스트상 수상자는,"
2000일, 뜻깊은 날의 뜻깊은 상이었다. 끝이 다가오고 있었다. 떨리는 순간, 눈을 감고 손을 모아 기도하는 소년들 대신 그들의 지지자가 올려다본 밤 하늘은 맑았고, 그 가운데에서 빛나는 별은 다섯이었다. 별이 다섯이나 되는 밤이었다.
"샤이니입니다."
그리고 다섯이나 되는 사람이 빛나는 밤이었다.
*
감격스럽다는 말로는 표현이 되지 않았다. 울음이 목 끝까지 차 말이 나오지 않았다. 호명된 이름이 자신들의 이름이 맞는지 헷갈리기도 했다. 그 오랜 달리기 끝에 뽑은 깃발의 감촉은 부드러웠고 손끝에서 빠져나가지 않게 선명했다. 발 밑을 내려다보자 그들이 달려오고 올라온 길이 보였다. 그들이 성장했고 정상에 도착했음을 이것이 확연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손끝이 떨려왔다. 그것은 두려움이 아니라 벅찬 기쁨이었고, 부담이 아닌 행복한 승리감이었다. 모두가 바랬던 것을 해냈다. 어쩌면 누군가는 공평하지 않다 투덜댈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문제될 것이 아니었다. 꿈에서도 한 번 밟아보지 못 한 미운 정상에 서있는 기분은 말로 설명할 것이 되지 못 했다.
우리야, 그 세 글자밖에 내뱉지 못 했지만 그게 모든 것을 설명해 준 격이나 다름이 없었다.
영화의 클라이막스처럼 오래된 경주는 끝이 났다. 영화와 다른 것이 한 가지 있다면, 그들은 지금이 또다른 시작이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