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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 배달부 태형 X 히키코모리 너탄 - 上
부제 : 안녕, 나의 여름.
はじめまして ㅡ
- 꼭 너한데 인사를 해야겠다고 고집을 부리길래. 너, 일본어 배운적 있지 않냐? 사람 무안하게 세워두지 말고 뭐라고 말 좀 해봐.
- 할 말 없어요.
- 그럼 예의상 인사라도 해. 이제 아버지의 아내이자 네 엄마가 될 사람이야. 이 사람따라서 우리도 일본으로 가서 살 계획이고. 한국에 이런 널 혼자 두고가자니 마음이 편하지가 않아서 말이지 ... ...
*
아버지의 다정한 모습이 어색하고 낯설다. 생전 처음 보는 사랑이 담겨있는 눈빛과 다정한 손길, 모든 것들은 아버지 옆에 나란히 서있는 여자를 향해있었다.
왜, 왜ㅡ.
아버지의 얼굴과 여자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다 결국 고개를 밑으로 떨구었다.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일말의 죄책감도 들지 않으세요. 아버지에게 말대꾸를 하고 싶었다. 마음속에서 빙빙 돌고 있는 말들을 양껏 쏟아내고 싶었다. 그런데 저렇게 행복한 웃음을 짓고 있는 아버지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자꾸만 목이 매여 목울대가 아려왔다. 어머니가 아버지와 마주 앉으면 왜 아무 말도 하지 못 하셨는지 이제야 알 것 같다.
달달거리는 소음을 내며 천천히 돌아가는 선풍기 소리와 함께 머릿속이 울렸다. 왜 아버지가 온전히 느껴야 할 몫의 죄책감 마저 저가 대신 느끼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아버지의 몫까지, 어머니를 위해 하루가 끝나고 시작되기 무섭게 두 손을 모아 기도를 했다.
' 부디, 하늘의 곁에서는 무한한 사랑을 받게 해주세요. '
아버지의 통보대로 살고 있던 한국을 떠나 일본으로 오게 되었다. 한국에 있었을 때에는, 그래도 돌아가신 어머니와 가까이 있다는 바보같은 생각을 했었는데. 이제는 그마저도 조금, 아니 아득히 멀게 느껴진다.
아버지와 어설프게나마 엄마 흉내를 내는 어린 여자와 살갗을 맞대며 한 집에서 같이 살기가 싫었다. 그래서 부득부득 고집을 부려서 아버지 부부가 거주하고 있는 집과 멀리 떨어진 곳에 집을 얻어 혼자 살게 되었다. 매번 꼬박꼬박 보내주는 생활비 그리고 매일 아침 배달되는 우유. 그게 아버지의 마지막 정이였고 배려였다. 하지만 그런 아버지에게 나는 좀처럼 고마운 마음이 들지 않았다. 이곳에서 살게 된 이례, 지금까지 아버지가 나를 찾아왔던 적은 한 번도 없었으니까. 그런 아버지에게 감사의 말은 절로 인색해질 수 밖에 없었다.
- 일본으로 가면 그만두었던 학교를 다녀보는게 어떠냐.
아버지는 일본으로 가기 전 날 밤, 내게 다가와 넌지시 물었다. 이를 악물고는 고개를 저었다. 온 몸이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아니요, 아니예요. 아직ㅡ. 모국에서도 이 꼴인 제가 타국에선 뭐가 달라질까요? 더 힘들면 힘들겠지 나아지진 않아요. 시선을 내리 한채 흐느끼며 울고 있는 내 옆을 아버지는 짧은 한숨과 함께 스쳐 지나갔다.
*
혼자인 걸 좋아해도 되지만,
혼자인 게 익숙해지면 안돼.
타국으로 온 뒤, 처음으로 악몽이 아닌 온전한 꿈을 꿨다. 꿈속에서도 저는 혼자였다. 제가 사는 세계에선 혼자인 모습이 당연했지만, 꿈속에서의 혼자는 왠지 모를 이질감이 들었다. 누구의 것인지 모를 말소리가 아침의 햇살 한 줌과 함께 저를 단잠에서 깨웠다. 잠옷 소매를 빼내서 한참 소낙비가 내리고 있는 두 눈을 비볐다.
이 좁은 방 안을 나가면, 저ㅡ 맞은편 거리에서 저의 이름을 부르며 웃고 있는 죽은 어머니가 서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마지막, 한 번이라도 볼 수 있으면ㅡ.
불규칙적인 들숨과 날숨, 차오르는 목 매임에 호흡이 잔뜩 거칠어졌다. 억눌린 잇새 사이로 울음소리가 비집고 혼자뿐인 방안을 채워갔다. 이렇게 크게 소리를 내어 울었던 적이 언제가 마지막이었냐고 생각할 틈도 잠시였다.
어머니ㅡ, 엄마, 엄마 ... ...
눈물로 엉망이 된 얼굴을 한 채, 종종걸음으로 마당 문 앞까지 걸어갔다. 시간이 더 지채되면 사라질지도 몰라. 조급해지는 마음에 한참을 버벅거리다 겨우 문을 열었다.
牛乳配達に来ました
우유 배달 왔어요ㅡ.
열린 문 앞에 보이는 사람은 하루도 거르지 않고 보고파 했었던 어머니가 아닌 졸린 두 눈을 비비며 쩌억ㅡ 하품을 하고 서있는 한 소년이었다. 牛乳持って行ってくださいㅡ. 우유를 가져가라며 내게 손을 뻗어 우유를 건네는 소년의 손을 물끄러미 쳐다보다 찬찬히 고개를 들었다. 저를 내려다보고 있는 소년의 어깨너머로 새하얀 세상이 보였다. 느리게 수평선 위로 떠오르는 태양, 이른 아침이지만 부지런을 떨며 마당을 청소하는 앞 집 아줌마, 좁은 거리를 교차하며 지나가는 사람들과 자전거까지.
좋은 피사체야,
하지만 나에게 저 아름다운 피사체에 뛰어들 용기따위 존재하지 않았다.
덜컥, 겁이 났다. 저 평화로운 풍경들이 저의 옷깃을 잡아끌어 검은 먼지투성이인 세상 속에 놓아둘까 봐. 몸 구석구석 작은 벌레들이 기어 다니는 느낌이 들어 온몸에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바쁘게 펌프질하는 심장에 가슴께가 아릿거렸다. 어디가 불편하냐며 제게 다가오는 소년과 맞닿은 시선에 몸 전체가 물에 잠겨있는 듯 부드럽게 일렁거렸다. 더, 조금 더ㅡ 제게 가까이 다가오는 소년을 두 손을 뻗어 힘껏 밀쳐냈다.
그 탓에 소년의 손에 들려있던 우유가 떨어져 소란스러운 파열음을 만들며 깨지고 말았다. 산산이 깨진 유리조각들 사이로 희멀건 우유가 흘러 땅을 하얗게 물들였다. 어버버ㅡ, 거리며 제자리에 멈춰 그 모양을 지켜보고 서있던 소년은 곧 쭈구려 앉아 깨진 우유병의 유리 조각들을 줍기 시작했다. 연신 미안하다 일본어로 중얼거리면서.
- 너, 바보야? 그냥 가.
소년의 왼손에 수북이 쌓인 유리 조각들 사이로 하ㅡ얀 우유가 손가락 마디를 타고 뚝뚝 떨어져 흘렀다. 무르디 무른 소년의 행동에 그만 언성을 높여 화를 내고 말았다. 그것도 일본어가 아닌 한국말로. 그런 저를 놀란 눈으로 쳐다보던 소년은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 성큼, 제 앞으로 다가왔다. 소년은 그 큰 두 눈으로 집요하게 제 눈을 쫓았다. 그런 소년에 천천히 고개를 들어 시선을 마주하니 소년은 예쁘게도 웃으며 말했다.
- 미안, 우유가 깨져버렸네. 내일 우유 두개로 가져다 줄게. 그러니까 이 시간에 또 보자.
꼭 나와있어야 해.
소년의 입을 통해서 나온 한국말에 놀라 소년을 응시했다. 소년의 한국말은 본디 한국인이었던 것처럼 전혀 어색하지가 않았다. 오히려 소년이 뱉어낸 일본말이 더 어눌하고 엉성하게 느껴질 정도로 말이다. 소년은 멍하게 서있는 제게 아랑곳하지 않고 샐샐ㅡ 예쁘게도 웃으며 손을 흔들어주었다.
내일 또 만나자.
느리게 흔들리는 소년의 손은 유리에 베인 것인지 손가락 마디마디에 울긋불긋, 피가 방울져있었다. 소년의 자전거 소리가 멀어지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문을 닫았다. 그리고 그대로 벽에 기대어 부족한 숨을 골랐다. 초면의 타인과 잔뜩 뒤섞여버린 공기와 맞닿았던 손에 머리가 욱신거리며 뜨거워졌다.
이상하다.
어제까지만 해도 우유 배달부는 백발의 할아버지였는데.
다른 사람들처럼 얼굴을 맞대며 살갑게 인사 한 번 못 건네는 것이 매번 마음에 걸렸었다. 그럼에도 나는 겨우 집 밖을 나갈 용기조차 내지 못했다. 대신에 알람도 해의 도움도 받지 않고 절로 일찍 눈이 떠지는 날에는 주방에 작게 난 창문으로 골목길에서 우유가 가득 담긴 자전거를 끙끙ㅡ 거리며 끌고 오시던 할아버지를 몰래 지켜보며 혼잣말로 감사의 인사를 전하곤 했다.
아버지는 우유 배달부 할아버지에게 나에 대한 이야기를 하셨다고 나에게 뒤늦게 고백하셨다. 아이가 조금 무례할지 몰라요, 정신병을 앓고 있거든요. 아버지의 말에 할아버지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시며 고개를 끄덕거리셨다고 아버지에게 전해 들었다. 덧붙여 그 할아버지도 한국이 모국이라고 하셨다. 아ㅡ, 그래요? 아버지의 말소리에 별 감흥없이 기계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너덜너덜해진 손톱을 마저 물어뜯었다.
*
열린 창문으로 초여름의 바람이 방 안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자른지 얼마 안 되어 어색한 머리칼을 헤집고는 아무 생각 없이 앉아만 있는 나를 마구 흔들었다. 아침에 만난 소년의 잔상을 잊을 수가 없었다. 멍청하게만 느껴졌던 행동들이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당시와는 다르게 다가왔다. 자기 잘못도 아닌데 왜 미안하다고 한 건지, 바보같아. 미안하다 중얼거렸던 소년의 음성이 바람과 겹쳐들렸다. 소년을 생각하니 요동치던 마음이 수평선을 그으며 잔잔해졌다.
달이 떴다. 어둠 속에서도 두 눈을 깜빡이며 천장을 쳐다봤다. 풀벌레 우는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리우는 밤이었다.
오늘은 아무 꿈도 꾸지 않았다. 개운한 몸이 어색했다.
*
일어나자마자 샤워를 했다. 소년을 다시 만나야 할까, 하루 꼬박을 고민만을 하고 있었다. 무서워, 아직은 두려워ㅡ. 몸을 덮고 있는 이불보를 꼬옥 그러쥐었다. 하지만 모순적이게도 털래털래, 자전거를 끌고 가는 소년의 뒷모습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제 어머니의 마지막 뒷모습과 많이 닮아 있었기에. 어쩌면 내일이 아니면 평생을 못 볼지도 몰라. 어머니 같이 말이야.
잘 마른 수건으로 물이 떨어지는 머리를 닦아냈다. 거친 얼굴에 로션을 바르고, 후레한 잠옷이 아닌 깔끔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삭막한 집에는 시계조차 없어서 몇 시인지 알 수 없었다. 그랬기에 주방에 난 작은 창으로 꼿발을 들어 골목길에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쳐다보고 있어야 했다. 예전, 우유 할아버지를 기다렸을 때처럼.
따르릉ㅡ, 따르릉ㅡ.
자전거 벨소리와 ' 태형이 나가신다 길을 비켜라! ' 하는 소년의 음성에 조용한 골목이 한순간 요란스럽게 들썩였다. 자전거를 타고 오르막길을 오르는 소년의 모습을 지켜보다 터질 것 같이 요동치는 심장에 서있던 자리 그대로 주저앉아 버렸다. 막상 얼굴을 보니 정신이 아득해져 토를 할 듯이 속이 울렁거렸다. 한 발, 두 발. 손으로 벽을 짚고는 힘겹게 문으로 걸어갔다. 콩콩콩ㅡ 들리는 노크 소리에 심장에 소동이 일어났다.
- 우유 배달 왔어요! 빨리 나와 봐ㅡ.
내가 너 줄려고 딸기 우유도 가지고 왔어!
~
안녕하세요. 필명은 다르지만 세바스찬이예요 뀨
예고 했던대로 단편을 들고 왔는데 필명을 같게하면 저도 독자님도 글을 읽을 때 불편하니까 고민하다가 필명을 새로 팠습니다. ε-(´∀`; )
여기에 올리는 글들도 잘 부탁드립니다. 최대한 어느 한 글 소훌해지지 않도록 노력하면서 글 쓸게요 ♡♡ 항상 감사합니다!
다음편은 반응보고 올리겠습니다.
사실 더 늦게 쓰려고 했는데 ...☆
독방에서 계속 글잡가라고 ...☆☆
/⌒ヽ
く/・ ⌒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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